🎓뉴스레터는 ‘오래된 미래’다 : 뉴스 다이어트의 시대

뉴스레터는 ‘오래된 미래’다 : 뉴스 다이어트의 시대

Izzy Stone and Matt Taibbi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53), 2022.8.10, 1-9 (9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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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뉴스레터, 이지 스톤, 맷 타이비, 맥락, 뉴스 다이어트

1.머리말

2.뉴스는 왜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가

3.‘언론’이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될까?

4.어쩌면, ‘오래된 미래’ : 뉴스레터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연구자님은 평소에 뉴스를 많이 보시는 편인가요?

저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뉴스를 많이 보는 편인데요. “필요한 것만 보고 금방 꺼야지!”라고 다짐해도 포털 뉴스창이나 커뮤니티 뉴스란에 들어가는 순간 개미지옥을 밟은 조그만 개미 처지가 되곤 합니다.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을 못 본 척하고 넘길 수가 없습니다.

뉴스의 독자들은 ‘화나요’와 ‘어이없어요’를 오가며 굉장히 피곤해집니다. 가끔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댓글을 달기도 하는데요. 그렇게 감정표현하고 댓글달고, SNS에 공유하고 나면 후련하긴 커녕 한층 지치는 것입니다. 분명 이런 종류의 ‘뉴스 스트레스’는 ‘화나요’ 버튼만 지운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링크)

<fig.1> 2022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전세계 사람들은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한층 더 뉴스와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화나게 만드는 기사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왼쪽). 많이 본 기사상위권에 있는 기사들의 감정표시는 대부분 '화나요(빨간 강아지 얼굴)'가 압도적입니다. 출처 BBC, 네이트판 뉴스 화면

최근 <2022 로이터 디지털 뉴스 리포트>(링크)에 따르면 뉴스로 인한 피로감, 우울감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하루종일 보게 되고 고립되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들은 ‘뉴스 다이어트’를 진지하게 처방하기도 하죠.

저는 예전부터 궁금했습니다. 왜 우리를 화나고 피곤하게 하는 뉴스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갈까요? 뉴스를 ‘딱’ 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한편 자극적인 뉴스(‘정치인 막말’ ‘커뮤니티발 무개념 진상 썰’)로 기분이 널뛰고 싶진 않지만, 독자로서 시의적절하면서도 재미나고 유익한 읽을거리를 찾고 싶은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것이 파편화된 인터넷 시대에 그런 것은 정말 가능할까요?

오늘 레터에서는 맷 타이비의 <헤이트: 우리는 증오를 팝니다>와 마이라 맥피어슨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를 지팡이 삼아 ‘화나는 뉴스’와 그 대안에 대해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뉴스는 왜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가】

‘아니! 신문에 ‘신문 읽지 말자’는 칼럼이 실리다니!’

스위스 작가 롤프 도벨리가 2013년에 영국 <가디언>에 쓴 칼럼(‘뉴스는 당신에게 나쁘다News is bad for you’)은 그야말로 ‘폭탄’이었습니다.(링크) 뉴스가 우리에게 맥락을 알려주기보단, 파편화되고 자극적인 정보로 스트레스를 잔뜩 주기 때문에 ‘뉴스를 읽지 말자!’고 주장한 이 칼럼은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신문사에서 그해 가장 주목받은 칼럼이 되었고요. 대단한 기세에 힘입어 곧바로 책(<뉴스 다이어트>)으로 나왔죠. 신문 발행인들은 우울하고 얼떨떨했을 것입니다.

‘뉴스 다이어트’ 현상은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현재 여전히, 더 전세계적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fig.2> <뉴스 다이어트>를 쓴 스위스 작가 롤프 도벨리가 TED에서 '뉴스를 끊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관련 강연을 하는 모습 (왼쪽·영상) <헤이트>의 저자인 맷 타이비가 서브스택에서 운영 중인 뉴스레터 <TK News>(링크)의 메인 화면. TED 유튜브, 서브스택 화면 갈무리

수만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한 미국의 유명 시사 뉴스레터(TK News) 발행자인 맷 타이비가 쓴 <헤이트: 우리는 증오를 팝니다>(이하 <헤이트>)는 구체적으로 “대체 왜 뉴스가 우리를 화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파고든 보고서입니다. 그는 롤링스톤 등 매체에서 오래 일한 베테랑 기자이기도 한데요.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간단합니다. “오늘날 언론은 증오를 원동력으로 하는 비즈니스다.”

여기서 두 가지 키워드를 끌어낼 수 있는데요. 비즈니스와 증오입니다.

우선 언론 역시, 근본은 돈을 벌기 위한 ‘비즈니스’입니다.

우리는 보통 ‘뉴스’의 특징이라고 하면 흔히 ‘객관성’을 떠올리는데요. 맷 타이비는 2:8 가르마를 한 앵커로 상징되는, “우리는 객관적이다!”라고 외치는 듯한 뉴스 이미지 역시 20세기 독점의 시대에 매체가 가장 큰 광고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한 지극히 비즈니스적 결정이었다고 말합니다. 어차피 TV를 켜봤자 볼 채널이 몇 없으니까 뉴스가 굳이 특정 시청층에 강하게 호소할 필요가 없었다는 거죠.

과거에 미디어 기업은 가능한 한 가장 폭넓은 청취자층을 발굴했다. 전통적인 주요 일간지에서 사용한 따분한 삼인칭 목소리는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한때 그것이 최대한 많은 독자와 시청자를 붙잡는다는 상업적인 목적 달성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언론은 무엇보다 산업이며, 따분한 삼인칭 표현은 한때 고급 마케팅 기법이었다[…]우리가 “객관성”으로 이해했던, 중립적으로 들리는 삼인칭 어조는 애초에 그 자체로 상업적인 전략이었다[…]TV와 라디오 방송은 짧은 광고 시간을 주고 거액을 청구할 수 있었다.

-맷 타이비, <헤이트: 우리는 증오를 팝니다>(이하 동일)

하지만 이런 사업 모델은 신문과 채널이 아주 많아질 경우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언론은 점차 특정 집단의 편을 들고(‘포지셔닝’) 자극적인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증오’로 이어집니다.

기본적으로 오늘날 온라인 공간에서의 뉴스 수익 구조는 SNS와 비슷합니다. 독자가 사이트에 더 오래 머무르고(체류시간 및 열독률), 그 안에서 더 많이 ‘자극’을 받아서 활동을 하고(댓글 달기, 클릭 등), 더 많이 정처없이 떠돌아다닐 수록 광고 수익이 납니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 점차 뉴스는 소설 <1984> 속 “2분 증오 시간”2)이라든지 레슬링 중계처럼 바뀌었습니다. 다른 어떤 감정(따뜻함, 훈훈함...)보다도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편이 명쾌하고,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쉽기 때문이죠.

당신의 눈동자는 유사한 주제의 기사들을 따라 내려가면서 하나의 잔인한 사건에서 또 다른 잔인한 사건으로 당신을 옭아맨다. 계속해서 클릭을 해대고, 계속해서 논쟁 속으로 파고들수록 그것은 점점 더 당신의 정체성이 되어 간다. 우리는 당신이 뉴스를 보고 듣는 경험에서 벗어나 내면의 대화를 한다는 걸 전혀 이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당신을 내일까지 방송과 헤어지게 하고 싶지 않다. 클릭하고 시청하고 읽고 트윗하고 논쟁하고 돌아와서 다시 클릭하는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는 동안 당신의 신경은 매시간 조금씩 닳아 없어진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이전의 ‘관심경제’ 회차(링크)가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증오는 돈이 됩니다. 뉴욕타임즈가 코로나 기간에 역대급 성장을 했다는 것의 이면엔 분명히 ‘트럼프 효과’가 존재했습니다.3) 트럼프와 진보 언론은 ‘적대’관계라기보다는 악어와 악어새같은 공생 관계에 가까웠습니다. 각종 언론들은 맥락보다도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그대로 실어날랐고 이는 사람들을 더 화나게 만들었습니다.(“트럼프의 막말” “반트럼프 정치인의 받아치는 막말”...)

타이비는 언론이 열심히 수익을 추구하는 동안, 정작 사람들은 증오의 늪에 빠져 시름시름 앓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언론은 이제 트럼프의 지극히 단순한 거울 이미지 안에서 움직이고 반대파를 희화화하는 걸로 내용을 채우면서 트럼프와 공조하고 있었다. 트럼프가 백악관으로 향할 때 우리는 거대한 수익을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유일한 패자는 미국 국민들 뿐이었고, 그들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증오심에 빠져 있었다.

2)소설 <1984> 속에서 '적'을 향해 2분간 마음껏 증오를 퍼부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관련칼럼)

3)송의달은 <뉴욕타임즈의 디지털 혁명>(2021)에서 뉴욕타임즈와 트럼프의 관계에 대해 “이익을 주고받는 스파링 파트너” “공생관계” “뉴욕타임즈의 비공식 최고 마케팅 책임자”라고 적었습니다. 겉보기엔 적대관계 같지만, 트럼프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대로 언론사의 수익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3.‘언론’이 사라지면 모든 게 해결될까?】

이상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언론도 근본은 비즈니스입니다. 현재 인터넷 생태계에선 사실 관계, 맥락보다도 자극적인 정치인들의 혐오 발언 등을 그대로 옮기는 편이 훨씬 ‘돈’이 됩니다. 그렇기에 언론은 돈을 벌고 우리는 화가 많이 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뉴스’를 담배처럼 ‘딱!’ 끊는 게 사회적으로도 즐거운 최고의 해답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언론은 비즈니스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의 문제를 지켜보고 약자를 대변하는 공공재로서의 역할 역시 해왔기 때문이죠.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맷 타이비가 <헤이트>에서 집중폭격하는 것은 ‘모든 언론’이라기보단, 증오를 부채질하고 사람들이 본질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도록 하면서 돈을 버는 현재 언론 산업의 구조입니다.

<fig.3> 온라인에서 기사로 돈을 벌기 위해선 소비자를 증오 등 '강렬한 감정'에 중독시키는 기사를 많이 써야합니다. 네이버는 '화나요' 감정표현을 없애고 기사에 반응할 수 있는 하단 버튼을 바꾸었지만 기본적인 기사 발견 및 소비 구조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왼쪽). 한편 모든 언론사가 오로지 '비즈니스'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며, 사회 정의를 위한 탐사, 기획 기사를 여전히 '돈이 덜 되더라도' 쓰고 있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미국의 비영리 탐사보도언론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메인(링크)

맷 타이비는 <헤이트>에서 ‘비즈니스’가 최우선이 될 때 생길 수 있는 이런저런 문제를 탐구합니다. 우선 ‘돈이나 관심을 끌어오진 않지만’ 우리 사회에 정말로 관심이 필요한 기사들이 문젭니다.

만약 비즈니스 측면에만 집중하면 정책이나 사회적 약자들(이들은 유료 구독을 할 여력도 없고, 좋은 광고 대상도 아닙니다)을 위한 기사들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저는 과거에 온라인 뉴스팀에서 언론사 메인 화면에 뉴스 기사를 배치하는 업무를 맡았는데요. 당시 기자들이 공들여 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기사들이나 서평, 기획 기사 등은 PV(페이지뷰)가 너무 조금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정치인의 소식으로 화면을 많이 채워야했습니다. 당시엔 고개를 저으면서 그저 ‘우리나라 사람들이 역시 정치에 관심이 많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궁리해보니 그 본질은 증오 비즈니스와 비슷한 것이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어느 채널에서도 보도하지 않는 다양한 내용의 기사들이 있는데 그중 대부분이 군대나 국제 금융 기관에 대한 것이다. 반대로 모든 채널에서 안전하게 보도할 수 있는 한 가지 기사는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미워하느냐이다. 이런 기사는 어떠한 제도적, 상업적 금기도 위반하지 않는다.

또한 ‘돈이 될만한’ ‘우리편’ 구독자들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많은 일반 사람들, 사회적 약자의 시선은 완전히 누락되게 됩니다.

맷 타이비는 이 책에서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을 ‘가난한 촌뜨기’ ‘혐오자’라며 무시한 미국 진보 엘리트 언론들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구름처럼 모여든 지지 연설장에 와서도 “이들에게 직접 묻기보다는 먼 도시의 전문가에게 전화해서 트럼프 지지 현상의 이유를 분석해달라”고 했습니다.

애초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사람’으로서 보기보다는 ‘문제의 대상’으로서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트럼프에게는 이런 용어들을 적용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의 유권자들은? 6000만명의 사람들을 <인종차별주의자, 백인 민족주의 반역자, 나치당원>이라고 희화화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이었을까?

<fig.4> 힐러리가 2016년 유세 기간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비하해 '잉여들Deplorable'이라고 부르자 당시 엄청난 반발을 불러왔고(링크), 트럼프 지지자들은 'Deplorable'이라는 글자를 아예 티셔츠에 새겨 입거나 이를 피켓으로 들고 다녔습니다.(왼쪽) Deplorable이라는 단어에 반응한 미국 유권자들의 반발을 '레미제라블'을 패러디해 표현한 WSJ 만평. 출처 Frank Thorp 트위터 / WSJ

그리고 이런 상황들은 ‘저항 미디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맷 타이비에 따르면 일부 저항 미디어들은 기성 언론의 ‘증오 비즈니스’ 작동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더 증오해!” “더 우리편끼리 뭉쳐!”)

저항 미디어는 이제 <그들만의 악마>를 갖고 있다. 불평분자, 백인우월주의자, 트럼프 지지자, 버니 샌더스 지지자, 신소비자운동가, 가짜평등주의자, 막돼먹은 극좌파 등 수많은 대상들이 그들이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과연 이런 일이 없을까?“ “나 역시 이런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곰곰 생각했습니다.

보수 쪽에선 민주당 지지자, 성소수자 권리 지지자 등을 ‘문제의 대상’으로 바라봅니다. 진보 진영에선 반대로 이들을 설득해야 할 대상이 아닌 ‘문제의 대상’으로(‘꼴통보수’ ‘혐오자’...) 바라봅니다. 이런 편가르기와 증오의 고리가 연속되는 이상 우리는 똑같은 상황을 계속 더 둥굴릴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링크)

그 안에서 ‘증오’와 ‘내 편에게만 집중하게 하기’가 기성 언론 및 ‘저항 언론’ 산업에 많은 연료가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의 일입니다.

【4.어쩌면, ‘오래된 미래’ : 뉴스레터】

과연 ‘증오’를 연료로 하지 않는 언론은 (지속)가능할까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맷 타이비가 이 책(<헤이트>)을 뉴스레터 발행인의 상태에서 썼다는 점입니다. 그는 서브스택에서 수만명의 구독자를 지니고 있는 유명 발행인입니다. 설령 그가 <헤이트>에서 공식적으로 “언론의 미래는 뉴스레터다!”라고 외치진 않았을지언정, 개인으로서의 선택은 뉴스레터였던 것입니다.

맷 타이비는 자신의 1인 뉴스레터에서 국제, 국내의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논평을 다루는 - 큐레이션 반, 오피니언 반 형태의 뉴스레터 <TK News>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는 단순 주요 기사 큐레이션에 그치지 않고, 많은 기사와 현상들을 종합해 ‘복잡한 것을 복잡하게’ ‘민감한 것을 민감하게’ 다루는 호쾌한 칼럼들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특히 2020년 그가 진보 진영의 과도한 캔슬 컬처나 인종주의 등 뜨거운 문제에 대해 비판한 뉴스레터는 SNS 등에서 엄청난 파급력을 갖기도 했습니다.(링크1 링크2)

우리가 얼핏 생각하기엔 ‘뉴스레터’가 엄청나게 최신 유행같은데요. 그런데 사실은 뉴스레터가 꼭 21세기의 최신 트렌드는 아닙니다. 이미 20세기에도 수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훌륭한 뉴스레터가 있었거든요.

이미 20세기에, 이지 스톤은 증오나 선정성이 연료가 되지 않고도 독자 친화적인 언론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뉴스레터를 통해서요.

<fig.5> 강연 중인 I.F.Stone(1907~1989·왼쪽). 그는 생전에 <PM> 등의 매체에서 취재 기자로 활동하다가 1인 매체로 독립해 주간 뉴스레터 <I.F.Stone's Weekly>를 약 20년간 발행했습니다. 당대의 뜨거운 주제에 대해 정보를 큐레이션하고 맥락을 호쾌하게 짚어내는 칼럼으로, 그의 글은 한때 FBI가 몰래 1000부를 구독하려다 실패하기도 하고, 기자나 사회 운동가들이라면 필수로 봐야하는 뉴스레터이기도 했죠. 위키피디아, I.F.Stone 공식홈페이지

이지 스톤(Izzy Stone,1907~89)은 15살 때부터 발행인, 기자 생활을 시작해 20대 초반에 논설위원 자리에 오르고, 40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1인 매체인 <I.F.Stone's Weekly>(1953~71·아카이브)라는 주간 뉴스레터를 발행한, 시대를 앞서간 기자이자 뉴스레터 발행자였습니다. 마이라 맥피어스가 쓴 책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는 이지 스톤의 삶을 다룬 두툼한 평전입니다. 책 제목인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All Governments lie”는 그의 평생 신조이기도 했죠.

<I.F.Stone's Weekly>는 팩트를 있는 그대로 옮긴다기보다는, 첨예한 이슈에 대해 뉴욕타임즈 등 유력지 기사나 공개된 정부 문건, 발언, 법정기록 등을 큐레이션해 독창적으로 코멘트를 붙이는 칼럼의 형태였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시사 뉴스레터에 가까웠습니다.

저는 오늘 레터에서 ‘뉴스레터 생산자’로서의 이지 스톤에 초점을 맞추어 이 책과 <I.F.Stone Weekly>를 살펴보았습니다.4) 그리고 두 가지 포인트에 주목해보았습니다. #맥락과 #대중성입니다.

우선 #맥락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면, 그는 생전 현장 취재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전체적인 ‘통찰’을 중시하고 ‘맥락’을 맹렬하게 파고드는 ‘도서관형’ 인물이기도 했습니다.

루카스 그레이브즈는 그의 저널리즘을 ‘주석 저널리즘’이라고 하기도 하는데요.(링크) 그의 평전을 읽어보면 그는 젊었을 때부터 청력이 좋지 않아서 보청기를 끼고 다녀야했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오히려 남들보다 더 자료들(백서, 책, 공개문서 등)을 집요하게 파고 들게되는 ‘장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생전 강연에서 기자들이 과거 사례를 너무 빨리 잊는다며, 항상 맥락을 파악해 다른 사례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fig.6>이지 스톤은 죽기 전까지 매일같이 각종 유력 신문들 10종을 기본으로 보는 등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읽고 소화해냈다고 합니다. 나중엔 조사원을 따로 두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이 자료를 읽고 정리, 파악하는 작업을 굉장히 신경써서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왼쪽) 그는 동시에 꾸준히 대중들을 대상으로 뜨거운 강연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에서 발언하는 스톤의 모습. 다큐멘터리 <I.F. Stone's Weekly>(1973) 화면 갈무리

이와 같은 면밀한 분석을 통해 그는 젊은 시절부터 큼직큼직한 미국 정책과 국제 정세에 대한 맥락을 짚어왔습니다. 실제로 그가 집필한 <I.F.Stone's Weekly>의 전체적인 구성을 보면, 1면에는 눈길을 끄는 핵심 제목이 들어가고(오늘날로 치면 인터넷 버전 기사 제목), 가독성이 있으면서도 핵심을 찔러 들어가는 글로 맥락을 거침없이 짚어냅니다. 주제는 국제 정세 뿐 아니라, 인종문제 등 민감한 국내 상황까지 거침 없습니다. ‘사실’조차 뒤죽박죽이었던 20세기 미국의 상황에서 스톤은 정확한 취재와 조사를 통해 뜨거운, 쉬운 말로 사안의 핵심 맥락을 짚어 주었습니다.

스톤은 핵심만 화끈하게 주장하는 스타일을 택했고, 모호함이나 난해함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다른 논설위원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공분같은 것이 넘쳤다. 그의 강점은 한 사안을 집중적으로 파고 관련 문건을 철저히 읽는 것이었다[...]”매카시의 거짓 주장에 따옴표를 찍었다고 해서 우리의 공모 혐의가 벗겨지는 것은 아니다”[...]언론인들은 항상 ‘여기서 진짜 진실은 뭘까? 왜 그는 이 얘기를 우리한테 해주는 걸까?’하고 물어야 합니다. 그들이 하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마이라 맥피어슨,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이하 동일)

저는 이 대목에서 뉴욕타임즈 기자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의 한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링크) 탈진실의 시대엔 때로 기자가 '객관적 파편'을 넘어 '맥락'을 함께 파악·전달해야 그것이 진정 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트럼프의 미친짓을 보도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 확인 및 정책 제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는 방식으로 공격적으로 맥락을 제공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본질과 맥락을 짚는 시의적절한 글쓰기로 인해 그는 ‘1인 매체’이면서도 광고가 전혀 없이, 수만명의 유료구독자를 유치할 수 있었고 뉴스레터를 운영하며 삶도 꾸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제적인 자유’ 위에서 그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펼쳐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의 글에선 #대중성이란 키워드를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는 민감한 문제들을 계속 다루면서도 평생 대중으로부터 동떨어지지 않은 글쓰기를 해온 대중적인 필자이기도 합니다.

그는 15살 때부터 발행인, 논설위원, 기자, 통신원으로 생계를 이어온 인물인만큼 그의 삶 자체가 20세기 미국의 언론 지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도 한데요.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를 보면 우리는 통상 신문이라는 걸 ‘신문 나무’에서 뚝 떨어진 열매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현재 우리가 오늘날 보고 있는 종이신문은 그 시절의 수없는 도전과 혁신으로부터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구독자들을 모으기 위해 <진보>지에는 우스꽝스러운 카우보이에 대한 연재 소설 예고가 실리기도 하고요(중간에 신문이 망해서...아쉽게도 소설이 실리진 못했습니다만). 광고를 전혀 받지 않는 타블로이드로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PM>지는 '주간지스러운 생생한 르포'라는 문체 스타일을 모든 언론사에 전파하고 현재까지도 이 전통은 이어져내려오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당연해보이는 사설, 오피니언 역시 그 당시 최초로 만들어진 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흐름의 한가운데서 항상 이지 스톤은 독자들을 상상하며 글을 호쾌하게 써왔습니다. 이는 당연합니다. 사회 정의를 위한 자유로운 글을 쓰려면 돈이 광고주가 아닌 독자에게서 나와야하는데, 독자는 ‘노잼’ 글을 참지 않으니까요.

그는 역사와 당대의 사건을 버무려 “재미있는 물건”을 만들어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았다. 그는 기사든 책이든 늘 한 문장 한 문장에 탄탄한 사실을 담았고, 그러면서도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을 주도록 애썼다[...] 이지 스톤은 좌우, 중도를 막론하고 수많은 비판자들과 논전을 벌였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거의 모든 사람과 서먹해지기도 했다. 그는 거만하지만 알고 보면 유치한 전문가들을 혐오했고, 경쾌하면서도 도발적인 문체를 구사했다.

독자들은 이지가 부르짖는 ‘사회 정의’에도 끌렸지만, 기본적으로 이지의 ‘펄펄 뛰는 뜨거운 마음’과 ‘통찰’, ‘익살맞은 문체’ ‘재미난 읽을거리’가 아니었다면 독자들은 이지를 ‘사랑’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이지는 생전에 ‘빨갱이’로 낙인 찍혀 수십년간 FBI의 밀착 감시를 받아온 요주의 인물이기도 했는데요. 그는 정작 공산당에 대해서는 농담반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공산당원이었는데 너무 지겨워서 탈당했다고 말하는 편이 채색되지 않은 진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극우주의자들이 공산당에 대해 말하는 것의) 10분의 1만큼이라도 매력적이었다면 그들은 벌써 국회의원을 배출했을 것이고 기관지인 <데일리 워커>(미 공산당 기관지) 직원들에게 월급도 잘 주고 있을 것이다.”

4)그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기사 등에선 주로 그의 탐사보도 관련 이야기가 주로 거론되지만, 저는 그의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독자를 대하는 태도가 결코 탐사 정신과 동떨어져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이런 부분을 길게 다루진 못하겠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책을 참조해주세요.

【5.맺음말】

이번 레터 역시 다른 레터들과 마찬가지로 준비 과정에서의 많은 우연이 새로운 연결과 발견을 주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이지 스톤의 삶과 철학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All Governments lie>(2017)에 맷 타이비가 등장한 것입니다. 그는 당시에 롤링스톤지 기자로 트럼프를 취재하고 있었고요. 그는 다른 기자들이 그들을 무시할 때 직접 트럼프 지지자들을 '문제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보고 다가가 그들에게 직접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후 이지 스톤과 마찬가지로 뉴스레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이 둘은 기자 출신이면서도, 기존의 기사 문법을 벗어난 형태를 통해서라도 독자들과 직접 소통하려는 의지를 가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도 한데요. 뉴스레터는 이들에게 있어, ‘증오 비즈니스’의 틀을 벗어나 독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하나의 ‘해방구’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시에 뉴스레터가 '뉴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독자들 입장에서도 작은 ‘해방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 스트레스에 끊임없이 시달리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에 눈 감지 않으려 하는 사려깊은 사람들에게 그들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양질의 재미난 읽을거리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요.5)

<fig.7> 그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이지 스톤의 캐리커처. 정부의 어두운 부분을 파헤친다는 그의 평소 태도와 신념이 잘 드러나있습니다.(왼쪽) <헤이트>의 저자인 맷 타이비가 롤링스톤 기자이던 시절 트럼프 당시 후보 유세 현장에서 직접 트럼프 지지자들을 취재하는 모습. 당시 그가 쓴 기사입니다.(링크) / <All Governments lie>(2017) 다큐멘터리 화면 갈무리

사실 이번 회차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서두에 언급한 '뉴스 스트레스' 관련 소식 말고 하나 더 있습니다. 지난 3일 VOX가 보도한 기사 "뉴스레터 붐은 끝났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링크)입니다.

이 기사에선 뉴스레터 플랫폼인 서브스택에 투자가 줄면서 인원이 줄고, 1인 뉴스레터 필자들도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어지면서 뉴스레터 붐이 한층 사그라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브스택이나 특정 플랫폼의 승패가 ‘뉴스레터’의 몰락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이번 회차를 준비해보았습니다.

뉴스레터 붐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 뉴스레터 붐의 핵심은 '뉴스 스트레스'와 '후원 모델'입니다. 즉, ‘뉴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독자들이 '후원'하면서까지 내게 필요한, 내가 사랑하는 ‘좋은 소식과 글’을 받아보려는 노력인 것이죠. 뉴스레터는 시끄러운 뉴스들로만 가득한 포털 뉴스 공간에 조그만 틈새를 내었고, 그 사이로 진지한 독자들과 필자들이 기웃거리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뉴스레터가 모든 플랫폼 등의 문제의 대안이 되긴 어렵겠지만, 앞으로도 그 틈새로 더 다양하고 재미난 실험들이 가득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러면 저도 필자이기 이전에 독자로서 더 많이 신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미 뉴욕타임즈 등 해외 언론들은 오래 전부터 오피니언 필자들이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그 뉴스레터를 그대로 지면에 싣기도 하는 등 뉴스레터와 지면을 넘나드는 실험을 해오기도 했고요.(하단 사진)

증오 비즈니스와 뉴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독자와 필자 모두가 '해방구'를 찾을 수 있는 작은 공간. 그 중 하나가 뉴스레터일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해봅니다.

5) 사족이지만, 이는 제가 처음 뉴스레터를 기획할 때 '큐레이션'보다는 '에세이'가 메인이 되는 형태의 뉴스레터를 떠올렸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글이면 글 자체로 읽는 맛이 있는 편이 좋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제게 있어 뉴스레터를 읽는 경험은 책 속 글자나 재미난 기사를 읽는 경험과 마찬가진데요. 만약 어떤 책을 신나서 펼쳐들었는데 짧은 소식들만 뚝뚝 실려 있다면 조금 슬플 것 같았습니다.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맷 타이비, 서민아 옮김, 『헤이트: 우리는 증오를 팝니다』, 필로소픽, 2021.

-기자 출신 서브스택 뉴스레터 발행인 맷 타이비의 근간 <Hate Inc.>이 빠르게 번역된 책입니다. 최근간인만큼 트럼프 관련 보도 및 러시아게이트 등에 얽힌 당시 미 언론계 내부의 상황을 상세하게 살피고 있습니다. 언론을 '사회 정의'보다도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드라이하게 다룬 점이 제가 생각하는 이 책의 특장입니다.

이 책의 서문에는 '미국판 기레기'라고 슬프게 적혀있지만, 제 경우는 이 책을 봤을 때 오히려 모종의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 책이 언론계의 산적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긴 하지만, 일단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가 드러나야하는 법이니까요. 또한 뒤이어 소개할 이지 스톤의 평전과 붙여 읽어봤을 때 이 책의 진가가 더 드러나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번 회차는 두 권의 책을 함께 붙이게 된 것에 큰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쓴 前 기자 맷 타이비가 서브스택 뉴스레터의 발행인이 되었다는 흐름 자체가 이 시대 언론의 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상황과는 디테일이 많이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읽어내려가면서 검증 대신 '화나요'를 불러일으키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기자단 문화 등에 있어선 우리나라의 상황과 겹쳐읽을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목은 좀 '쎈'편이지만, 기자 출신인만큼 꼼꼼한 취재와 맥락 설명이 돋보입니다.

마이라 맥피어슨, 이광일 옮김,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문학동네, 2012.

-우선 이지 스톤이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유명한 기자도 아닌데, 이런 벽돌책(900페이지) 평전을 내기로 하신 출판사의 결심에 감사를 보냅니다. 노고 덕분에 이지 스톤이라는 전설적인 기자의 이야기를, 또 다른 훌륭한 기자가 15년이나 성실하게 취재한 평전을 한국어로 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 저는 '뉴스레터 발행자'로서의 이지 스톤에 주목했습니다만, 꼭 미국 언론에 관심이 있는 분이 아니더라도, 20세기 국제 정세, 역사 등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도 일독을 추천합니다. 오늘 레터에선 국제 문제 관련 이지 스톤의 견해를 거의 싣지 못했지만, 이지 스톤이라는 독특한 인물-당대의 논객의 렌즈로 바라본 주요 국제 문제들(세계대전, 베트남전쟁, 한국전쟁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롤프 도벨리, 장윤경 옮김, 『뉴스 다이어트』, 갤리온, 2020.

-오늘 다룬 다른 책들에 비해서 훨씬 가벼운 책입니다. '제곧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뉴스를 읽으면 왜 이렇게 피곤할까? 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사실 예전에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뉴스 다이어트만 하면 끝일까?' '뉴스가 우릴 우울하게 만드는 나쁜놈이니까 나쁜놈만 헤치우면 우리는 행복한 세상을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계속 둥실 떠있었는데요. 어쩌면 오늘 레터는 그 오랜 물음에 대한 대답이자 제가 '뉴스 다이어트'의 시대에 뉴스레터를 쓰고 있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큐] Jerry Bruck Jr., <I.F.Stone's Weekly>,1973, 62min.

[다큐] Fred Peabody, <All governmnets lie>,2016, 91min.

-사실 오늘 레터에서 그의 취재나 삶, 생각에 대해 많이 다루진 못했지만, 사실 그의 삶만으로도 한 회차를 쓸만큼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지 스톤은 그 타고난 '아웃사이더' 본성 때문에 한창 활동할 시기에 대중적인 인기를 얻진 못했었는데요. 1973년에 'I.F.Stone's Weekly' 다큐멘터리가 나오면서 그야말로 당대의 우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2017년에 나온 다큐멘터리 <All governmnets lie>의 부제는 '진실, 속임수, 그리고 I.F.Stone의 정신'입니다. 저는 단지 이지 스톤을 다루기 위한 참고 차원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보았는데, 이지 스톤의 '정신'을 이어받은 21세기의 저널리스트들 중 하나로 맷 타이비가 등장한 우연이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뉴스레터는 언론의 미래가 될까?

독서시간: 약 11분 / 글자수: 약 3300자

🖍글 속 한 문장

“(뉴스레터는) 독자를 우리의 저널리즘으로 부르는 초대장의 성격이 있다[...]‘저널리즘 틀’을 유연하게 생각하면 여러 갈래로 확장할 여지가 있는데 뉴스레터의 경우 자체 콘텐츠 소식지로, 뉴스 큐레이션 브리핑 콘텐츠로, 혹은 독자와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기존 언론사들에서 뉴스레터를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미디어오늘 기사(22.4)입니다. 뉴스레터라는 수단에 대한 각 언론사들의 다양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뉴스레터는 정형화된 형식이라기보다는 어쩌면 '틈새' 혹은 '공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에서 음악도 듣고 유익한 것도 보고, 재미난 것도 보듯이요.

1인 미디어의 시초 : 이지 스톤의 정신

(영상 및 아카이브 페이지)

👤김스피의 블라블라

오늘 레터에서는 이지 스톤의 구체적인 취재 내용이나 사상 등에 대해서는 분량 상 거의 다루지 못해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는데요. 이지 스톤은 '모두가 YES할 때 NO'하는 기자로, 누구도 해당 이슈에 주목하지 않을 때 일찍이 히틀러의 유태인 박해, 베트남전, 인종차별 등의 첨예한 이슈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해왔던 인물입니다. 그의 삶을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는 영상 링크이며, 해당 사이트에는 그가 썼던 글, 강연 등의 아카이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뉴스는 왜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가?

독서시간: 약 7분 / 글자수: 약 2000자

🖍글 속 한 문장

언론의 신뢰도는 급락했다. 하지만 수익적 측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2016년 이후 두 가지 데이터 보고가 눈에 띄었다. 하나는 미디어에 대한 신뢰도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례 없는 시청률이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덜 신뢰했지만 우리를 더 많이 지켜보았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오늘 다룬 맷 타이비의 책 <헤이트>를 읽은 경향신문 서평입니다. 미국의 경우 2016년 트럼프 당선 및 이후 상황이 워낙 미디어 업계에 던진 파장이 크다보니 전체적으로 이런 부분이 크게 강조되고 있습니다만, '뉴스 피로도'를 느끼며 뉴스를 멀리하는 이들이 전세계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런 '뉴스 스트레스'는 비단 미국의 일만은 아닌 것입니다. 다만 촘스키와 저자 인터뷰를 보면, 저자가 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말이 '화나는 언론은 다 없어져야한다'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독자에 닿지 못한 ‘좋은’ 기사

독서시간: 약 11분 / 글자수: 약 3500자

🖍글 속 한 문장

조사 기간 전체 ‘많이 본 기사’ 542건 가운데 후보자 동향 등 비정책기사는 97%(523건)에 달했다. 반면 후보자의 공약을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분석을 곁들인 상세 정책 기사는 3건에 그쳤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2022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신문, 방송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입니다. 대선 보도 가운데서 정책 분석 기사나 팩트 체크 기사들도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과거 한 언론은 이런 상황에 대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정성껏 쓴 글, 기사를 어떻게하면 더 잘 발견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는 언론사에게 있어서도 독자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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