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하야티'라는 이름을 쓰고 있고요, 16기 졸업생 김지현입니다. 지금은 '훌라당'이라는 이름의 훌라 댄스 수업을 운영하고 있고, K-pop이나 다른 춤 수업들도 하고 있어요. 여러가지 춤을 추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아직도 다양한 춤을 궁금해하면서 배우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간디를 졸업하고 20살 때 '로드스꼴라'라는 여행 대안학교에 다녔는데 그 때 정한 이름이에요. 학교는 주말에만 가고, 한달에 한번은 국내 여행을, 1년에 한번 여름에 해외여행을 가는 학교였는데, 거기에서는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거든요. 여행을 가서 책을 읽다가 '하야티'라는 단어를 발견했어요. 밝고 생명력 넘친다는 뜻의 터키어인데, 책에서 보자마자 딱 '내 이름이다' 싶었어요. 이게 앞으로 내 이름이 될 거라는 느낌이랄까. 지금까지도 잘 맞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혀 없었죠. 저는 학교 진짜 열심히 다녔는데, 공부도 진짜 열심히 했고, 친구 사귀는 것도 연애도 되게 열심히 했고. 동아리 활동도 너무 열심히 하고 맨날 주말마다 도자기 만들고 재봉틀로 옷 만들고 춤 연습하고... 정말 빈틈없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열심히 놀고, 열심히 먹고, 열심히 공부하고. 축구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러다가 3학년쯤 되니까 같은 기수에 대학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저도 자연스럽게 고민을 해보게 되더라고요. 제가 공부를 열심히 해놔서... (웃음) 그게 또 아깝기도 하고. 그런 마음에 열심히 자소서 쓰고 면접 준비했는데 떨어졌어요.

지금도 춤 선생님이긴 하니까 선생님이긴 한데. (웃음) 그래도 미쳤다. 어떻게 사범대를 가려고 생각했을까. (웃음) 그때는 간디학교가 너무 좋아서 영원히 거기에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입학했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컸어요. 졸업이 너무 아쉽고.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사범대를 가야겠다, 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 떨어졌을 때에는 막막했죠. 나름대로 졸업 이후를 상상해놨는데 떨어지니까 다른 미래를 상상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학교를 떠나서 잘 살아갈 수 있는지도 걱정되고. 그날 밤에 '나 이제 어떻게 살지, 내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돈 벌고 일상을 사는 걸 할 수 있는 걸까'하면서 울었어요. (웃음) 그런데 저는 운 좋게 흐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 떨어지자마자 언니가 같이 가지고 해서 태국에 여행을 갔는데, 거기에서 언니가 로드스꼴라 모집요강을 보여줬어요. 지원서를 여행 가있는 동안 써서 보냈고, 그렇게 해서 스무살 1년을 그 학교에 다니게 됐죠. 거기서 배우거나 여행했던 게 많이 남았다기보다도,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학교를 수료하고 나서도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같이 이런 작업을 해볼래?' 물어오고, 또 그 흐름을 타면서 흘러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막상 졸업 이후에는 막막하기만 하지는 않았어요. 스무살 이후로 했던 작업도 다 로드스꼴라 사람들이랑 했고, 지금도 친구들이 거의 그때 만난 친구들이에요.

맞아, 새로운 소속이 생긴 것이 되게 중요했죠. 그런데 그 소속 자체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았어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다보니까, 거기 친구들하고 뭔가 유대 같은 것이 깊어지기가 쉽지 않았었거든요. 간디는 너무 강하잖아요. 진짜 24시간 같이 있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보니까 초반에는 로드스꼴라에 다니면서도 소속감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지 않아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2학기 때에는 같이 여행 잡지를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매일 마감하고, 그림 그리고, 회의하고, 그런 작업을 밀도 높게 했어서 많이 해소가 됐지만요. 그런데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저한테 오히려 학교나 단체에 대한 소속감 같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졌던 것 같아요. 그냥 친구들이랑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소소한 모임들, 농사 모임, 책읽는 모임, 글쓰는 모임, 같이 축구도 시작하고, 겨울되면 김장하고, 파티나 축제에 놀러가고 하면서 소속감 자체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은 좀 흐려졌던 것 같아요.

그 무렵에 늘 주말에는 어딘가의 파티에 가있었어요. 세계의 모든 파티를 다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놀러다녔던 것 같아요. 여러가지 알바를 하기도 했는데, 사실 그건 제 생활에 굉장히 부수적인 거였어요.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때는 돈을 벌고 모으고 쓰는 것 자체가 중요하게 안보였던 것 같아요. 책 모임이나 농사 모임 같은 일들이 돈이 하나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돈이 그렇게 굳이 들지도 않는 일들이니까요. 그런 일들을 주로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남은 시간에 일을 해서 돈을 벌고요. 한달에 한 2-30만원 정도... 그 돈으로 살고 심지어 모아서 여행을 가기도 하고. 그때에는 '뭐라도 되겠지'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운이 좋기도 했고요. 왜냐하면 제가 서울에 왔을 때 월세를 내야한다는 부담이 있거나, 부양해야하는 가정이 있다거나, 내가 집에 생활비를 보내야한다거나 이런 환경이었다면 그렇게 사는 게 힘들었겠죠. 나 하나 먹을 것만 구하면 되는데, 그것도 친구들끼리, 술도 친구들 집에 가서 같이 먹고 이러면서 돈이 많이 안 필요한 환경에 운좋게 있었던 것 같아요. 타고나게 불안해하지 않는 것 같지는 않아요. 졸업할 때 제일 걱정했던 게 내가 돈 벌어서 살 수 있을까, 밥벌이를 남들처럼 회사에 가든지 혹은 뭘 하든지 찾아서 할 수 있을까하는 게 너무 막막하고 큰 두려움이었거든요. 그러다 '적게 벌고 많이 놀자'였던가 하는 슬로건을 스무살 무렵에 봤던 것 같은데, 그게 되게 좋았고 무엇보다 주변에 그렇게 사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돈을 많이 안 벌고 사는 친구들도 많았고, 대학에 안 가고도 돈을 버는 친구들, 돈을 안 버는데 재미있게 사는 친구들이 옆에 많이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하면 후배들에게 도움이 하나도 안될텐데. (웃음) 주변 사람들에게 불안이 전염되기도 하잖아요. 학교 다닐 때에는 그때의 불안이 전염되고, 대학에 안 다니면 뭔가 놓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같이 휩싸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 무렵에 같이 지낸 친구들 사이에서 불안해하거나 계획을 세우려고 애쓰기보다, '대충 살아도 되겠다'. (웃음) 그러면서 재미있게 지냈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그렇지만, 선생님도 그런 것 같아요. 스무살에 로드스꼴라에서 만난 선생님을 지금까지도 계속 만나고 있는데, 그 선생님이 시키는 걸 같이 하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책 작업을 같이 하고, 잡지도 같이 만들고, 학교 운영위원도 하고... 이제는 너무 힘들어서 시키는 거 안할 거지만. (웃음) 저라는 사람 자체가 그 때도 그랬지만 뭔가 내 직관을 따라서 물소의 뿔처럼 뚝심있게 가는 그런 성격이 아니고 주변의 얘기나 이런 것에 많이 휩쓸려요. 그래서 이왕 휩쓸릴 바에 주변에 그런 조언과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두려고 하는 편이에요. 계속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혼자 고민하고 계획하고 불안해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재미있는 친구들과 함께 하면서 재미있는 일이 생기고 그랬던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아까 말했던 로드스꼴라에서 만난 친구들은 작업을 하고, 일을 하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것, 그리고 일을 배우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풀이었다면, 제가 서울에 '개미마을'이라는 곳에서 살았는데 그곳에서 같이 살던 친구들은 저를 정말 잘 놀게 해준 풀이었어요. 로드스꼴라에서는 같이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학교의 운영진 역할을 함께 맡아서 사무적인 일을 하거나 뉴스레터를 만드는 일도 했는데, 재미있었고 많이 배우기도 했지만 정말 힘들기도 했어요. 그렇게 맨날 마감하고 집에 가면 버스 정류장 내리자마자 친구들이 집에서 미러볼 켜놓고 쿵짝 쿵짝 하면서 술 먹는 게 보여요. 문 딱 열면, '왔어~ 한잔 해~' 하고, 들어가서 술 마시면서 놀고 그랬는데, 그게 너무 필요한 풀이었던 것 같아요. 일하는 풀도 중요하지만 그렇게 노는 풀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럴까요.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긴 해요. 그 풀을 찾는 게 정말 찾겠다한다고 해서 찾아지는 게 아니니까... 선생님도 그렇고요. 졸업하고 나서는 특히 의지하고 믿을만한 어른이 주변에 있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나와서 살다보면 부모님하고도 거의 교류가 없게 되고, 그런 어른을 만날 곳이 없으니까요. 저는 로드스꼴라에서 만난 선생님이 저에게 되게 큰 멘토이기도 했는데, 그 선생님 말고도 제가 춤 수업을 다니면서 만난 선생님들도 저한테 되게 든든했던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해주시는 말도 저한테 큰 거름이나 씨앗이 되지 않았나 싶고요.

스무살 무렵부터 지금까지 정말 꾸준히 찾아다니면서 춤을 배웠어요. 그때는 춤을 춘다고 하면 어디든지 다 갔어요. 막 스무살이 된 상황이었고 서울에 친구도 없었는데. (웃음) 배우러 가면 다 모르는 사람이고, 전공했던 사람들도 많고 나이대도 다양하고. 나랑 연관도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혼자 가서 춤을 추는 거예요. 여러가지 춤을 배우는 게 제일 큰 소망이었기 때문에 만달라 댄스도 배우고, 발레도 배우고, 현대무용도 하고, 진도 북춤, 한국무용, 아프리칸 댄스, 삼바, 스윙 댄스... 춤은 정말 좋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은 일인 것 같아요. 로드스꼴라 사람들이랑 같이 잡지를 만들고 책 작업을 하면서 글 쓰는 일도 오랫동안 꾸준히 했었는데, 훌라 수업을 시작하고나서는 수업에 모든 에너지를 써서 글 쓸 에너지가 없는 건지 글이 안 써지더라고요. (웃음)

맞아요. 그것도 선생님 따라 간 거였는데. 제가 여러가지 춤을 추고 싶어한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훌라도 배워봐야겠다, 하고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하와이에 가신다고 저보고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돈 대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같이 가자. 그래서 한달에 2-30만원씩 벌면서 모아온 돈으로 하와이에 가게 됐어요. 스물둘에서 스물세 살 넘어갈 때? 훌라를 무조건 배워야겠다 싶어서 하와이에 계신 선생님 한 분께 메일을 썼어요. 저는 하야티이고,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춤을 추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훌라에 대해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에 대해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당신과 만나서 훌라를 배우고 싶다. 나는 앞으로 이런 댄서가 되고 싶다. 이런 내용을 길게 써서 보냈어요. 너랑 같이 출 날을 기다리고 있겠다는 답장을 받았고요. 

하와이에 가서 거의 관광은 못하고, 계속 그 선생님 집에서 같이 살면서 따라다녔어요. 훌라를 집중적으로, 많이 배운 것도 아니고 그냥 계속 그 선생님을 따라다녔어요. (웃음) 선생님이 장보러 가는 데에 그냥 따라가고, 손주 생일 파티 하는데에 따라가고. (웃음) 그런데 그게 훌라를 배운 것보다도 뭔가, 하와이안들의 의식이나 감각을 느끼게 해줬던 것 같아요. 그때 만난 선생님도 되게 좋은 어른이셨고, 너무 멋진 선생님이었어요. 해주시는 말들도 엄청 아름답게 남았구요.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100퍼센트 다 담아오지 못했지만, 너무 좋았어요. 멋진 어른을 만났던 기회였던 것 같아.

그냥 해보지, 이런 생각으로 하는 편인 것 같아요. 하와이에 가자고 하네, 괜찮을 것 같네, 그러면 그냥 가는 거죠. 훌라 강사 자격증을 따게 된 것도, 훌라를 가르치거나 이럴 때에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친구가 그냥 한다고 하니까, 나도 그럼 해보지.

네. (웃음) 세상에 참 많은 자격증들이 있죠. (웃음) 사실 자격증은 굉장히 형식적인 것이지만 한국에 훌라 협회가 몇 군데 있고 거기서 나오는 전문 지도자 자격증이 있어요. 저는 그런 자격증이 훌라나 춤을 가르치는 데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자격증이라는 걸 떼고서도 그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재미도 있었구요. 단순히 춤을 추는 사람이 아니라 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갖춰야 하는 자질을 고민하고 배우게 한달까. 훌라에 대한 이론도 배우지만 수업을 어떻게 짜야하고 진행은 어떻게 할 것인지, 수업계획서는 어떻게 쓸 것인지, 나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되고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이끄는 게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고요. 자격증 과정을 거치고 협회의 강사진에 합류하게 되면서 바로 수업을 시작하게 됐죠. 저는 언젠가 춤을 가르치면서 살거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는데 수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조금 넘었어요.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계획 없이, 조금은 나이브하게, 즐겁게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살았는데 수업을 하면서 마음가짐이나 태도, 에너지나 라이프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다고도 느껴요. 이전에는 진짜 발라당 발라당 놀러다니는 걸 너무 좋아하고, 사람은 무조건 만나러 가야되고. 가볍게 금방금방 어디 떠나고. 저의 이미지도 막, 탈색하고, 옷 귀여운 거 너무 좋고, 파이고 짧은 옷 입고 다니고 그랬는데. 이제는 체력도 수업을 위해서 관리하고, 노는 것도 '내일 수업 있으니까 이건 못 가겠다'고 참고. 옷이나 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에너지가 바뀐 것 같아요. 전환이라면 전환이랄까요.

제가 춤에서 느끼는 매력은 처음부터 내가 혼자 잘 추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춤을 출 때 느껴지는 것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 때에도 동아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춘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고요. 수업에서도 같이 춤을 추려면 다른 사람을 춤추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강사가 가르치는 스킬들은 나중에 배우게 되는 거고, 사람들을 진짜 춤추게 만드는 힘 같은 게 있어야하는 거죠. 그런 에너지는 진짜, 즉흥적으로 나오는 에너지인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을 저는 여러 번 했던 것 같은데, 여행 가서 갑자기 밤에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서 갑자기 춤을 엄청 신나게 춘다거나, 강가에서 노래를 신나게 틀어놓고 같이 춤을 춘다거나 하는 경험들이 쌓이면서 그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과 같이 춤추고 싶은데, 한국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서 춤을 진짜 잘 안 추려고 하잖아요. (웃음) 그래서 그런 경험들을 항상 마음에 가지고 있으면서 나랑 같이 있는 이 사람을 춤추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럼 확실히 훌라도 같이 출 때에 기쁨이 막 이렇게 여기까지 올라오는 그런 경험을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혼자 세계적이고 유명한 댄서가 되기보다는 사람들한테 계속 뭔가 춤을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맞아요. 멋진 선생님들을 조금씩 베껴오자. (웃음) 저는 수업도 다양하게 많이 들었고, 그 전에도 돈 안받고 춤 수업을 하거나 안무를 따서 애들을 가르치는 일을 계속 했었어요. 그래서 사실 춤을 가르치는 것 자체는 너무 익숙했고, 처음 '훌라당' 수업을 할 때에도 그런 경험들이 큰 발판이 되어서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첫 수업 때에는 너무 떨려서 숨도 못 쉬었다. (웃음) 막상 해보면 이게 진짜 쉽지가 않거든요. 나 혼자 이걸 다 이끌어간다는 게... 다들 듣고 따라하는데 나 혼자 계속 말하는 거. 처음 한 세달 동안은 하고 나면 몸살이 나서 하루에 2시간 수업하고 집에 계속 누워있었어요.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편안하게 즐기면서 사람들하고 얘기 나누고 사람들의 춤을 보고 하는 걸 즐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오티라고 할까요. 훌라에 대한 소개, 그리고 뭔가 내 수업에서 꼭 중요하게 생각해줬으면 하는 것, 내 수업의 방향에 대해서 얘기하구요. 그리고 하와이에서 뭔가 중요한 행사나 공연을 앞두고 하와이어로 기도 같은 걸 하는 전통 의례가 있는데 저도 수업을 시작할 때 꼭 그걸 해요. 훌라 댄서로서, 그리고 저의 경우에는 선생님으로서 '로그인' 하는 느낌으로요. 그리고 요즘에는 토크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춤추는 것도 추는 것이지만 같이 추는 사람들과 나 사이에 겹치는 부분도 필요할 것 같아서 그렇게 해요. 딱 춤만 추면 끝, 그리고 함께 춘 사람의 이름도 기억 안나고 하는 것보다는, 같이 인간적으로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에서요. 저는 이런 일주일을 보냈고요, 어떤 일주일을 보내셨나요? 오늘 기분 어떠세요? 훌라를 지금까지 해보시니까 어떠세요? 이런 얘기를 꼭 하고 시작하는데 할 때마다 재밌어서 맨날 얘기하다가 시간이 너무 많이 가요. (웃음) 오신 분들한테는 끝나고 꼭 소감을 물어보는 시간을 갖는데 특히 처음으로 오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정말 빛나는 소감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제가 제일 기억에 남는 거는, 동네에서 하는 수업이어서 아기 키우시는 젊은 엄마들이 되게 많이 오셨는데, 자기가 아기를 낳고 거울을 본 적이 없으시대요. 거울을 볼 여유도 없거니와 자기 모습을 보기도 싫고, 아이 키우는 데에 지쳐서 지내다가 훌라 수업에 와서, 자기가 예쁜 훌라치마를 입고, 예쁜 꽃을, 저는 목걸이랑 꽃을 항상 수업할 때에 빌려 드리거든요. 꽃을 꽂은 자기 모습을 전신 거울로 한 시간 동안 계속 보는데, 자기가 너무 너무 기쁘고 꽃을 꽂은 모습을 보니까 뭔가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나는 기분이었다고... 그런 소감들이 기억에 남아요.

그럴까요. (웃음)

제가 수업 시작 때에 한다는 하와이의 의례가, 하와이에서 제가 느낀 바다를 그대로 서울에 가지고 와서 춤으로 출 수 있어야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런 얘기를 수업 때에 하면서, 여러분이 가지고 계신 바다가 모두 다르니까 각자의 바다를 꺼내는 각자의 훌라를 추자, 우리 서로 비교하지 말자, 자기 훌라를 찾아가는 기쁨을 찾자는 얘기를 꼭 해요. 사실 오시는 분들이 열심히 동작을 하시느라 그런 것까지 생각하실 여유가 없기는 해요 (웃음) 그렇긴 하지만 아무래도 훌라가 되게 가사에 충실한 춤이거든요. 바다, 하면 동작으로 바다가 나오고, 바람, 하면 동작으로 바람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까 제가 계속 그런 이야기를 더 하게 돼요. 여러분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시고, 지금 해변에 우리가 같이 있어요, 우리가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불러올 거예요... 이렇게 계속 이미지를 느끼게 해드리는데, 춤을 따라할 때에는 몸과 마음이 바쁘긴 해도 그런 경험이 신선하고 아름답게 남았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좋아요. 

그 전환이라는 게, 조금 아쉬운 면도 있고 기쁜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거라면, 제가 느끼기에 저한테는 뭔가 엄청 빛나고 팔딱팔딱하고, 주체할 수 없이 나오는 에너지 같은 게 있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느끼는 친구들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을 발산하기보다는 좀 차분하게 받아내는 태도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춤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것이 자기가 센터에 서는 게 아니고 서포트를 해줘야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저는 언제든지 다시 그런 발산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사이클이 있잖아요. 내가 지금은 선생님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다시 돌아올 수도 있고, 혹은 다른 다양한 정체성들이 생길 수도 있고. 저의 성향상 또 얼마 되지 않아서 삼바를 배우겠다고 브라질로 떠날 수도 있겠죠. (웃음) 그냥 지금은 이런 식이구나, 하면서 가만히 보고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뭔가 생활인으로서의 경험 같은 것인데요, 지금은 제가 혼자서 모든 것을 다 결정하면서 제 일과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스스로 혼자 만들어나가는 일이랄까요. 수업 시간도 제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를 스스로 고민하고, 제 수업의 정체성을 정하고 포스터나 홍보 방법을 결정하고요. 제가 원래 정말 이만큼 벌어서 이만큼 다 쓰고 하는 생활이었는데, 꾸준히 수업을 하고 코로나 때문에 멀리 여행도 못가고 하다보니까 돈을 모으는 재미도 느끼게 되고요. (웃음) 돈을 버는 게 그만큼의 에너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되고. 그렇게 생활을 쌓아나가면서 무엇보다 일과 놀러다니는 것을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 너무 뿌듯하고 만족스럽고, 그걸 유지할 수 있는 돈도 춤을 가르치는 일로 번다는 게 대견하고 다행스럽고 그래요. (웃음)

그것이 너무나 큰 기쁨이고 그렇습니다. 저의 너무나 큰 자랑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언제까지 훌라 선생님이 되겠다 하는 목표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한 5년 동안 서울에서 했던 여러가지 일들도 목표나 이유가 있어서 했다기보다는 재미를 따라서 '그냥' 했던 것들이었어요. 그렇게 했던 모든 일들이 지금으로 이어졌다는 게 너무 신기해요. 내가 열심히 놀러다니면서 흩뿌리고 다닌 것들이,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지역들도 많이 돌아다니면서 제가 넓혀놓은 세계들이 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로 돌아오고 있거든요. 그런 게 재밌죠. 이전에 친구들하고 했던 잡지 작업이나 같이 파티를 열면서 익힌 감각이나 센스랄까, 그런 것들이 돌아와서 자원이 되기도 해요. 이를테면 김장을 하는데 포스터를 만들고 그랬거든요. 감자 캐는 일을 파티 비슷하게 만들어서 기획하고, 일인지 노는 건지 경계가 애매한 채로 재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익숙해졌달까요. 간디학교에서도 그런 것들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즌마다 뭔가를 하고, 그걸로 그 시기를 기억하게 되고 그러잖아요. 우리가 무슨 날을 만드는 거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했던 일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얼북이든, 신문이든, 행사든, '뻘짓'하는 동아리든, 자발적으로 뭔가를 기획하고 재미있는 걸 상상하고, 그걸 진행시켜서 완성을 하고. 혹은 그게 안되더라도 애들끼리 모여서 이야기했던 것들. 저는 이런 경험들이 너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때 배운 기술들을 아직도 잘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뭔가 받은 것이 있다면 그런 것 같아요. 제가 확장할 수 있게 해준 씨앗 같은 거랄까, 밑바탕 같은 것들을 학교에서 다양하고 풍부하게 많이 얻었다는 거요. 그걸 이제 어떻게 무엇으로 키워낼 것인지는 제가 나름대로 선택하고 고민해나가야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