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은 좀..
홍제동에 가진 이상한 선입견이 하나 있습니다. 제 이름 이재동이랑 라임이 맞아서 그런 건 아니고요, 아버지께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난 곳이라서 그렇습니다. 엄청 힘들었던 기억뿐이라 지금은 그쪽 방면으로는 소변도 안 보신다고 하니 저로서도 왠지 좋지 않은 동네 같았거든요. 화장실 방위를 재 보면 변기가 홍제동 방향이던데.. 아버지께서 요의를 어떻게 해결하셨는지는 따로 상상하지 않겠습니다.
상기한 이유를 빼놓고서라도 갈 일이 딱히 없었습니다. 정확히는 안 갔다가 맞겠네요. 차 없는 뚜벅이한테는 연희도 버거운데 홍제동은 그보다 위에 있거든요. 3호선 타고 가자니 우선순위들이 아직 남아있었고요. 당장 경의선숲길을 끼고 있는 6호선 라인을 대충 둘러봐도 훌륭한 업장이 많잖아요. 네이버 지도에 빼곡하게 박아둔 별들도 아직 다 떼어냈는데 모험하러 가는 건 어려운 결정이죠. 뭐, 그래도 외근일지 덕에 왔습니다.
완만한 언덕을 올라가다 보면 서울 외곽 특유의 분위기가 온 동네에 넘칩니다. 개발이 덜 되어 낮은 건물들, 색 바랜 간판, 좁은 도로들. 래인은 그런 정취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습니다. 변화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서울이 정겨운 건 저만은 아니겠지요. |
|
|
외 근 일 지
소속 카페 도안
직책 에디터
행선지 홍제 같은 연희동 래인
이동수단 광역버스 2회 환승
날짜 2023년 8월 21일
수행업무 래인은 월드스타를 지칭하는 것인지 확인
업무결과 아직 인류애는 살아있음에 감동 |
|
|
아실 만한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지금 래인 자리에는 원래 '아이덴티티 커피 랩(이하 티티)'이 있었습니다. 가구들이나 이것저것 남겨져 있는 것들에서 티티의 향이 나는 건 아마 그 때문일 겁니다. 티티가 잡아둔 큰 틀에 래인의 손길이 조금씩 닿은 느낌이죠. 가구 위치를 바꿨다거나, 래인 로고가 들어가 있는 오브제들이 여기저기 있어요.
커퍼시티에 다녀왔을 때도 느꼈지만, 통창이 주는 매력은 분명 강했습니다. 자연광이 내리찍는 래인은 정말 포근했거든요. |
자리를 잡았고 메뉴판을 봤습니다. 달달한 메뉴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필터로 간신히 눈을 돌렸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스페셜티 카페 에디터인데, 커피 마셔야지 않겠습니까. 라인업이 다 좋아서 고민하다 콜롬비아 디디에 피에로 게이샤를 골랐습니다. 두말할 것 없이 아이스고요. 요새 날씨에 따뜻하게 드시는 분들 정말 존경합니다. 저는 아직 그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지 않나 봐요.
주문한 디디에 피에로 게이샤는 물복 같은 맛이 빵빵 터지고 좋았습니다. 도안에서 팔던 원두라 광고처럼 보일까 봐 이걸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제 다 팔려서 구매할 수도 없으니 뭐 괜찮겠죠. 아직 취급하고 있는 매장이 있다면 꼭 한번 드셔보시길 추천합니다.
|
|
|
필터 커피 내리는 걸 찍어도 되겠느냐는 물음에 '아유 물론 괜찮죠'라며 너털웃음을 지으시던 래인의 대표님. 덩치도 있고 수염도 기르신 첫인상은 어쩐지 무서웠지만 사실은 눈물 많은 사나이시더라고요. 반전매력 래인 대표님을 만나봅니다. |
|
|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연희동에서 래인 운영하고 있는 강인구라고 합니다.
지난번에 우연히 뵈었잖아요. 쉬는 날에 원래 카페 잘 돌아다니시나요
전혀 그렇지 않고요. 이 매장을 운영하면서 더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제가 결혼을 20대에 좀 이르게 했어요. 매장 휴무도 일주일에 하루고요. 아내와 같이 있는 날이 딱 하루니까 같이 보내야 하잖아요. 그런데 또 커피 하는 사람들은 매장 한 군데만 들리는 게 아니라 네다섯 곳은 가는데 아내는 커피 일을 하진 않거든요. 그렇게 몇 번 같이 다녀보니 미안하더라고요.
원래 커피를 하셨던 건가요?
2009년에 시작했어요. 꽤 오래됐죠?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왔어요. 처음에는 급전이 필요해서 카페베네 2호점에 파트타이머로 지원했어요. 2주 뒤에 아프리카에 자원봉사를 가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보통 면접에서 2주 뒤에 자리를 비워야 한다고 하면 안 뽑아주잖아요? 뽑아주시더라고요. 그게 첫 시작이었죠.
한창 인기 좋을 때였네요. 재밌는 뒷이야기 없나요.
카페베네가 한창 흥할 때 가장 주력인 아이템이 와플이었는데요, 그 와플 찍어내는 기계를 제가 근무하던 2호점이 입점해있던 건물주님이 개발하셨다고 해요. 그래서 건물주님이 카페베네 대표와 딜을 해서 2호점 매장과 그 이후 생겨나는 매장에서 사용했다고 들었습니다. 또 매장이 세 자릿수만큼 생길 때마다 전 직원에게 선물을 주기도 했고요.
스페셜티와는 연이 닿지 않으셨던 거 같은데, 첫 시작이 뭐였을까요
11년도에 군대에 갔고, 13년에 전역을 했어요. 바로 일을 해야 해서 일자리를 구했는데 카페로 들어갔죠. 그게 기점이었어요. 13년도에 입사했던 카페에서 처음으로 싱글 오리진이라는 걸 마셔봤거든요. 지금까지도 가장 맛있게 마셨던 커피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때 마신 아리차에요. 그 매장에서 퇴사를 하고 다음 매장에서 근무할 때가 완전한 변곡점이었죠. 당시 사장님이 SCA 이사였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원효로커피라는 매장인데요, 그때 로스터셨죠.
많은 커피인들이 13~15 아리차나 코케허니를 그리워해요. 대체 어땠던 거죠
최근 1~2년 새의 아리차와는 완전 달랐어요. 지금으로 치면 무산소 내추럴처럼 터지는 향미와 플레이버였죠. 그때 근무했던 매장이 특이했던 게, 와인셀러에 싱글 오리진으로 내린 콜드브루를 보관해뒀어요. 그걸 근처 오피스에서 거래를 해서 자기네 회사 이름을 써두고 알아서 따라 마시는 게 있었거든요. 콜드브루도 어마어마했던 게 기억이 납니다.
|
|
|
이 자리에 원래 아이덴티티 커피 랩이 있었잖아요. 부담되지 않으셨나요?
오히려 저보다 제 주변 분들이 걱정 아닌 걱정을 하셨죠. 그때만 해도 윤원균 대표님이 엘 파라이소와 가향으로 좋은 의미로 화두에 오르셨고, 티티의 매니아층이 생기고 난 후였으니까요. 그렇게 티티가 매장에 색을 잘 입혀뒀는데, 그걸 어떻게 지우고 네 색을 보여줄 수 있겠냐고요. 저는 좀 반대로 생각했어요. 티티 시절과 지금은 기물과 장비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저는 원래 이 동네 사람인데요, 티티 같은 스페셜티 카페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티티 대표님들께서 이 동네에 오셔서 개척하신 거예요. 이 동네에서 잘 만들어두신 걸 지우는 게 오히려 지역 분들께 예의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꼭 필요한 게 아니시라면 두고 가실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남기고 가주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카운터와 마주 보는 소파가 원래 포토 스팟이었는데요, 원래는 지금 위치가 아니에요. 다른 쪽 벽면에 있었고, 티티 오시던 손님들이 꼭 그 소파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셨죠. 전부 다 그대로면 좀 그렇잖아요. 지인분들 중에 무인양품에서 오래 일하셨던 분들이 오셔서 가구 배치만 좀 같이 바꿔주셨어요. 비슷한데 다른 느낌을 고객께 주고 싶었고, 다른 분들이 공감해 주시는 걸 보니 전략이 먹힌 거 같아요. 저 개인적으로는 메뉴의 폭이 달라서 이 자리에 들어와도 상관없을 것 같았어요. 아이덴티티는 로스터리인 만큼 메뉴 베리에이션보다는 싱글 필터 같은 커피가 더 유명한 매장이잖아요. 저는 완전히 반대에요.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잘 하는 건 메뉴 개발 쪽이에요. 지금도 블루큐라소 시럽 같은 특별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재료 아니면 전부 다 매장에서 만들어 쓰고 있거든요. 그런 차이가 있어서 부담스럽진 않았어요 |
|
|
메뉴 개발의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나요
보통 사람들이 좀 쉽게 생각하는 차나 과일들을 보면 어디에서 써볼 수 있는지를 생각해요. 보통 찻잎은 블렌딩 제품이 많잖아요? 어떤 재료가 블렌딩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무슨 과일이랑 어울릴지, 커피랑은 어울릴지를 자주 고민해요. 비슷한 업계인 젤라또나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아이스크림의 배합을 보고 어떤 걸 더하고 뺄지를 고민하다 보면 메뉴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런 래인의 대표 메뉴가 있다면요
트리플 티에요. 지금은 찻잎 네 가지와 랑 과일 퓨레 세 가지를 냉침해서 베이스를 만들었어요. 밀크티도 괜찮아요. 마냥 달지 않고 향긋해요. 스페셜티 커피를 한다고 하지만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베버리지네요(웃음) |
|
|
매장하면서 힘들었던 기억은 없나요
작년에 금리가 왕창 올랐던 적이 있어요. 정말 힘들었어요. 손님들께서 확실히 지갑을 잘 안 여시더라고요. 매출이 반 토막 났어요. 그러면 둘 중 하나였죠. 원재료비를 줄여서 단가를 낮춘다, 아니면 매장을 접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재료에선 타협을 못 하겠더라고요. 손님들은 그럭저럭 수긍하실 수 있지만, 제가 알잖아요. 더 좋은 재료에서 어떤 맛이 나는지요. 제 입에 안 맞는 건 팔 수 없었어요.
매장의 콘셉트가 궁금해요
매장 인테리어에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저희 매장 소개 글 보시면 ‘좋은 재료를 써서 좋은 맛을 내고 싶다’가 제 근본이고 본질입니다. 그래서 영업을 포기할까까지 생각을 한 거죠. |
올 래 來 에 사람 인 人. 사람이 온다는 뜻이잖아요. 단순히 고객을 맞이하겠다는 뜻은 아닌 거 같아요.
제 원래 전공이 음악이에요. 노래를 오래 했죠. 중학생 때는 잠깐 기획사에도 있었고 가수를 하려고도 했어요. 그때 밴드를 하게 된다면 래인으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마음속으로 가지고 있던 이름인데, 갑작스레 제 매장을 하게 돼서 이름을 생각하다 보니 래인이 떠올랐어요. 이 이름을 만들면서 알게 된 건데, 한자 하나에도 여러 뜻이 있어요. 올 래來는 위로하다라는 뜻도 있더라고요. 제 매장에 누군가 왔다면 위로가 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
|
|
로고는 어쩌다 우산이 된 건가요
컵 로고를 보시면 우산이 있잖아요. 왜 우산이냐, 제가 매장을 오픈하고 주변 분들께 래인이라는 매장이라 소개를 하면 다 비(rain)인줄 아셨어요. 몇 번을 레인이 아니라 올 래에 사람 인이라고 설명했었죠. 그러다 로고를 정할 때 래인의 의미는 사람이 모이는 곳인데 다들 Rain이라고 생각하네.. 하다가 '사람이 모이는 곳? 비? 그렇다면 비 올 때 사람이 모이는 곳은? 우산 아래!'라는 아이디어가 스쳤어요. 그래서 우산으로 만들었죠. 이전 매장 시그니처 컬러 따라서 바탕은 딥 그린 색상으로 했고요. 그래서 지금 매장 곳곳에도 딥 그린 컬러의 소품들이 있어요. |
|
|
고객이 물론 중요하다지만 상호에 들어가 있는 정도면 특별하신 거 같아요
저는 늘 사람이 먼저다라고(정치적 발언 아님) 생각했어요. 예전 매장에서도 동네 사장님들과 했던 프로젝트가 있어요. HONG프로젝트라고, Hope Our New Ground의 줄임말이에요. 제 가게 주변 젊은 사장님들과 합심해서 스탬프 릴레이를 했었죠. 7곳의 매장에서 스티커를 모아오면 상품을 드리는 이벤트를 두 번 진행했었어요. 제 카페가 생업인 만큼 먹고살아야 하는 건 맞지만, 저만 먹고사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제가 비록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제 손님들께 다른 가게를 소개하면 다른 사장님도 살아날 테고, 그 사장님들이 살아나야 상권이 활성화되고, 상권이 활성화되면 결국 사람이 살아난다 생각했어요.
청소년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하셨던 거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였을까요
제가 일자리를 주었던 청소년 친구들은 다 조금씩 마음에 어려움이 있어서 대안학교와 비슷한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이었어요. 그중에 처음 일을 배웠던 여자아이도 있었어요. 그 친구가 저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처음으로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싶어진다고, 흥미를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프로그램 종료 후 바리스타 학원도 등록하고 학과까지 진학했다고 전해 들었어요. 그래서 2회차까지 피드백이 와서 진행을 했어요. 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졸업 후 적은 자서전 같은 것도 가져왔어요. 정말 뭉클하고 눈물 났었죠. |
|
|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있나요
스페셜티 매장들의 주 고객층은 20~30대잖아요. 그런 분들 중에 꼭 부모님을 모시고 오시는 분들이 계세요. 가족 단위로 와서 먼저 왔던 자녀들이 ‘커피가 정말 맛있어서 부모님 오시고 왔어요’라고 하던 게 늘 기억에 남습니다. 저로서도 신기하죠.
부모님들께서 커피가 시다고 하지 않으시나요
산미가 있다는 걸 알고 계신 분들도 간혹 계세요. 보통 따님분들이 부모님 모시고 오는데 ‘아빠는 그거 마셔’ 하고 밝은 필터를 그냥 주문해버리시죠. 드시는 어르신들도 ‘커피 같지 않은데 맛있네’라고 하셔요.
많은 로스터리 중에 하트를 사용하시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다른 매장들에서 해외 로스터리의 원두들을 사용하는 걸 많이 보고는 있었어요. 큰 관심은 없었지만 어떤 루트로 오는 건가 궁금하긴 했죠. 누구한테 물어볼 정도는 아니었어서 그냥 있었는데, 아이덴티티 커피 랩에서 에콰도르 라 노리아 그린 게이샤를 가져왔다며 스토리를 올리신 적이 있어요. 도안이라는 매장에서 가져왔다고 적혀있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걸 보고 ‘여긴 어딜까?’라고 궁금해서 들어가 봤던 게 발단이었죠. 여기 뭔가 싶었어요. 리브레처럼 생두를 유통하며 로스터리도 운영하는 곳은 많지만, 해외 원두를 소싱하며 생두를 유통하는 업장은 처음 봤거든요. 사업 모델링이 신기해서 기억하고 있다가 한번 문의를 드렸죠.
도안에서 취급하는 로스터리가 제법 많은데 왜 꼭 하트였요
왜, 예전에 단체 발주 실수했던 게시물 있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너무 궁금했어요. 너무 빨리 팔렸잖아요. 여기가 그렇게 맛있나 싶어서 발주를 하게 된다면 꼭 하트부터 해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저번에 내무부장관님께 많이 혼났죠. 아직 매장에 필터 다 팔리지도 않았는데 또 샀느냐고요(웃음). 처음엔 싱글 라인업이 13개 정도 있었거든요. 아내는 커피에 큰 관심이 없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거든요. 소비자들 고르기도 어렵다고 한소리 들었어요. |
|
|
하트 커피는 처음 사용해 보셨을 텐데, 다른 커피와 차이점이 있었나요
일단은 디디에 피에로 게이샤가 정말 기대 이상이었어요. 이 가격에 이 정도 맛을 내는 게이샤, 사실 가성비란 표현도 창피한 수준이죠. 그냥 훌륭한 커피에요. 제가 로스터가 아니라 어떠한 차이가 있겠다고 쉽게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로스팅을 잘한다고는 느꼈어요. 오히려 제가 잘 내리는 게 숙제였죠. 처음 사용해 보는 해외 원두여서 기대감이 있었는데, 완전 만족했어요. 패키징도 예쁘더라고요. 다음에는 프로디갈을 사용해 볼 생각이에요. |
|
|
<천도복숭아 과즙 같았던 하트 Colombia Didier Fierro Gesha> |
|
|
레시피와 추출 팁도 한번 알려주세요
결과물 우선주의에요. 레시피가 있긴 하지만 크게 시간에 연연하진 않는 편이에요. |
|
|
대표님 함박웃음만큼 뉘앙스 가득한 한 잔
준비물
EK43, 하리오 V60
추출 비율 Hot 1:14.59 / Ice 1:8.72
원두 사용량 18.5g / 19.5g
|
|
|
물 붓기
따뜻한 커피
분쇄도 16
수온 95도
00:00~00:40 뜸 50g (총 50g)
00:40~01:20 70g 붓기 (총 120g)
01:20~02:00 150g 붓기 (총 270g)
02:20 즈음 추출 종료
아이스 커피
분쇄도 13
수온 96도
서버에 얼음 90g 준비
00:00~01:00 뜸 40g (총 40g)
01:00~02:00 80g 붓기 (총 120g)
02:00~03:00 50g 붓기 (총 170g)
|
|
|
Point!
추출 총료 시간에 크게 연연하지 말기!
나눠붓는 40초의 간격 동안 더디게 빠지거나 빨리 빠지진 않았는지 체크! |
|
|
결국 여기까지 왔어요. 처음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전 가게는 아홉 평이었어요. 지금은 32평이죠. 여기 오면서 느낀 건, 확실히 공간이 주는 설득력이 분명 있다는 거예요. 예전 매장이 여기서 차로 5분 거리라 예전 단골 분들도 계속 오시거든요.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레시피가 바뀌었냐. 너무 맛있어졌다’였어요. 그런데 레시피는 하나도 바뀐 게 없거든요. 맛의 변화는 공간에서 왔다고 생각했어요. 제 매장 하기 전 다른 매장 분들 교육해 드리며 했던 이야기가 소비자들이 맛을 느낄 때 입 안에서 이루어지는 건 50%도 안 된다는 거였어요. 거기 음료 맛있었지, 에서 맛 한 글자에는 그 매장의 인테리어, 응대했던 사람의 이미지, 공간이나 다른 것들에서 느낀 것에 더해 입에서 느꼈던 것들이 종합적으로 평가되어 ‘거기 맛있더라’라고 나오는 거 같아요. 좋아졌죠.
처음 생각했던 매장의 이미지와도 비슷한가요?
달라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꽤나 커요. 전 가게에서나 지금이나 그라인더 두 대에 하나는 밝은 거, 하나는 무거운 거 늘 넣었는데요. 달라진 건 전 가게에서는 아메리카노 주문할 때 무조건 밝은 걸로 드렸어요. 아집이었지만 제 신념이기도 했어요. 밝은 커피라도 막상 마셔보면 괜찮다. 부담스럽지 않다를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한 잔의 커피가 직관적이라고 생각했죠. 고객님들도 그러네, 시지 않네라고 답하실 줄 알았는데 현실은 아니었어요. 거기 커피가 너무 시더라는 이야기만 있었고, 심지어는 아메리카노가 셔서 자주 안 가게 되었다고까지 전해 들었고요. 지금은 선택권을 드리긴 하지만 아직도 속마음은 밝은 커피 드리고 싶죠. 실례로 매장 일주년 이벤트로 엘 파라이소 리치 한창 폼 좋던 걸 그라인더에 걸고 아메리카노 4천 원에 드렸거든요. 아무도 리치를 먼저 고르지 않았어요. 좋은 커피라고 계속 설명드렸는데도 잘 안 나가더라고요. 그 몇 kg 중에 제일 많이 마신 사람은 저인 것 같네요(웃음) |
|
|
앞으로 래인 어땠으면 좋겠나요
요즘 들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거네요. 정확한 답은 없지만 카페에서 흔히 말하는 브랜딩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로스팅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언젠가는 로스팅을 건드리지 않을까 싶어요. 하고 싶지는 않지만(웃음). 매장 내적으로는 그렇고요. 소비자들께 보여주고 싶은 건 이 공간에서 뭔가 더 제공해 드리는 거예요. 제가 노래를 했었으니까 공연도 해보려고 해요. 아직은 생각 정도지만요. 또 소셜 커뮤니티처럼 동네 분들이 모일 수 있는 작은 모임을 만들어서 소통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찾아주시는, 찾아주실 손님들께 한마디
혼자 하다 보면 제일 중요한 건 서있는 사람, 즉 직원들의 컨디션이에요. 그래서 전에 매장에는 브레이크 타임도 있었고요. 아시다시피 카페에는 별 손님들이 다 오잖아요. 한 분은 벽을 두드리면서 ‘이 벽에다 메뉴판을 놔둬야지’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메뉴판이 카운터에 있다고 말씀드리니 ‘내가 음료 주문하려고 기어이 여기까지 와야 하나’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분들 상대하다 보면 지치고 힘이 빠지곤 해요. 그렇지만 오늘(8월 21일)도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렸는데, 근처 카페 오픈한 사장님이 계세요. 이틀 전에 다녀왔는데 그 사장님께 이런 말씀을 드렸어요. '제 색을 계속 내비치며 매장을 운영하면 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분들이 생겨요. 그 응원 한 마디가 엄청 큰 힘이 돼요.'라고요. 제가 했던 그 말이 부메랑처럼 제게 돌아오더라고요. 래인이 그렇게 대단한 걸 하고 있지 않고, 귀하고 접하기 어려운 걸 하는 건 아니지만 제 힘이 닿는 한 좋은 것들로 선보이려고 해요. 저를, 래인을 좋아하고 응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
|
요새 말하는 극T 성향인 저에게는 '커피 한 잔이 가진 힘' 같은 건 딱히 와닿지 않았던 문장이었습니다. 커피 한 잔은 그만큼의 카페인 연료가 되겠지 정도였으니까요. 비록 제 밥벌이긴 하지만 커피는 맛있는 음료 중 하나일 뿐, 뭔가 거창한 의미를 담을 만큼 대단한 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거든요.
홍제 구석에 와서 대표님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을 좀 고쳐먹었습니다. 매일 먹는 밥, 자주 가는 카페, 약속 없이 보는 동네 친구 같은 게 모여 제 일주일이 되고 한 달이 되고 제 삶이 되는 것이지, 스시 오마카세 일 년에 한 번 갔다고 제가 스시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 되고, 금수저 지인 한 번 만났다고 저도 부자 되는 건 아니잖아요. 래인의 커피가, 대표님이 엄청 특별한 무언가를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동네의 하루에 시나브로 스며들어 있습니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학생들의 부표가 되어준 곳이기도 하고요. 제가 가본 어떤 매장보다도 커피 한 잔의 힘을 강하게 보여준 매장입니다.
인터뷰 중엔 비가 와서 매장으로 비를 피하려 들어오시는 손님도 계셨는데요, 소나기였는지 인터뷰를 마칠 쯔음엔 빗방울이 멎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엔 래인에서 쉬어가세요. 전 메뉴 10% 할인이거든요. 아, 맘속에 내리는 비는 할인 대상 아니니 유의하세요! |
|
|
커피엔 국물.
한국인이라면 제발 뜨끈하고 든든한 국물로 위벽 보호합시다. |
|
|
토속순대국
국밥의 도시 부산 출신 고객님들도 인정하신 로컬 국밥 강자! 사장님 피셜 한 번의 추천 실패도 없었다는 우직한 한식당입니다.
주소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로 381
|
우주옥
어복쟁반과 평양냉면을 파는 술집. 주류 필수라 거북하실 수도 있지만 이 집 육수 맛보면 술을 안 마실 수가 없습니다.
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50길 11 B02 우주옥
|
|
|
래인
영업시간
- 10:00 ~ 20:30. LO 20:00(매월 1, 2, 3째주 일요일 정기휴무)
주소 서울 서대문구 모래내로 390
전화번호 0507-1477-6686
|
|
|
피드백을 남겨주세요!
벌써 반 년이 됐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외근일지 이대로 괜찮은가요?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까요? 소중한 고견 부탁드립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