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구하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KB부동산에 따르면 12월 첫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89% 내려 2008년 4월 조사이래 가장 크게 하락했습니다. 이 같은 하락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대 주간 하락폭(-0.7%) 보다 큽니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건 수요 대비 공급이 많기 때문입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전세 수급지수는 매주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46.6으로 2003년 7월 조사 이래 가장 낮았습니다. 전셋값 폭등기였던 2021년 8월 첫째주(2일기준)만 해도 184를 기록할 정도로 수요가 공급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지속적으로 하락했습니다.
학군지도 예외없습니다. 부동산 정보 앱 아실에 따르면 대치동 학원가가 있는 강남구 전세 매물은 8161건으로, 1년 전(5552건)에 비해 46.9% 증가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이사하려는 학부모 때문에 보통 겨울에 임차수요가 몰리는데 전세가 안빠지는 겁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셋값은 작년대비 반토막 났습니다. 작년 최고가 10억원에 나가던 평형이 올해는 5억원에 전세가 체결됐습니다.
세입자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갑작스런 전세 폭락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합니다. 불과 1년전만해도 매물을 설명할때 '귀한전세'라는 표현이 많았습니다. 전세가격도 높았고요.
물론 그때는 전세대출 금리가 2~3%대였고, 지금은 6~7%대입니다. 금리차이만 두배 이상납니다. 월세(5%)보다 전세가 더 손해인 셈입니다. 금리가 두배로 오르니 당연히 전세대출 부담은 두배로 뛰겠죠. 전세대출 2억원을 실행했을때 금리 3%일때는 매달 50씩만 내면되지만 6%일때는 100만원을 내야합니다. 사람들이 전세 보증금을 줄여서 좀더 좁거나 낡은 아파트로 이사를 가든지 월세로 바꾸는 이유입니다. 그러다보니 전세 매물이 쌓일수밖에 없겠지요.
작년, 재작년 전세가격이 말도 안되게 거품이었다.
그런데 또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전세 가격의 폭락을 비교할때 기준을 작년, 재작년 전세가가 사상최고로 높던 시절을 비교 시점으로 잡습니다. 당연히 그때에 비하면 전세가가 반토막난 지역이 수두룩합니다.
작년, 재작년은 사상 초유의 저금리시대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속에서 시행된 임대차3법이 오히려 전세가격을 더욱 왜곡시키고, 전세가에도 엄청난 거품을 발생시켰다는 주장입니다.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배문성 지음)에서 저자는 1~2년전 역대급 전세 폭등은 임대차법으로 인한 가격왜곡으로 현재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저자는 외국계 자산운용사 채권운용본부에서 크레딧 분석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채권과 전세는 닮은 점이 많다며 전세를 채권에 빗대 설명합니다.
“10여년간 거의 변함이 없던 월세시세는 ‘임대차2법’ 이후 계약갱신가격과 신규가격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통계가 완전히 틀어져버려 연속적인 시계열 분석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는 실거래가가 양극단에 분포하여 평균값 중앙값이 의미가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임대차법이 어떻게 전세 폭등을 유발했을까요.
이부분을 상세히 읽어보면, 이해가 탁 됩니다.
“형님 아파트에 신규 세입자가 되길 희망하는 수요는 매년 50가구로 일정합니다. 이 50가구는 다른 지역에서 이사 오려는 수요와 결혼, 취업 등 분가에 따른 수요로 구성됩니다. 형님아파트의 매년 만기도래하는 임대물량은 100가구인데, 그 중에서 40가구는 다른 데로 이사하여 통상 60가구만 재계약을 한다면, 임대물량 경쟁률은 50대 40입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때문에 기준금리를 확 낮췄으니 향후 전세시세(채권 가격)가 크게 오를 판이었습니다. 그런데 갱신계약을 체결하면 전세가 상승이 5% 이내로 제한되는 ‘임대차 2법’이 시행되니,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게 무조건 이익이 됩니다.
즉, 형님아파트에서 매년 40여가구는 다른 집으로 이사를 했었지만, 이제는 전세보증금을 5%만 올리면 되는 갱신계약청구권을 행사하고 2년을 더 거주하는 게 임차 부담을 낮추는 것이 된 것입니다. 법 시행이후 형님아파트에서 연간 만기도래하는 전세 100가구중 이사하는 가구는 10가구가 불과하고 나머지 90가구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게 됩니다. 공급물량이 갑자기 10가구로 줄어벼러서 경쟁률은 50이 되어 급격한 공급부족에 신규 임대료는 폭등하게 됩니다.”
전세가가 하향안정된 여건(금리인상 및 입주물량 확대)이었더라면 임대차 2법이 시행되었더라법 부작용이 덜 했을텐데 하필이면 금리를 급격히 낮춰서 전세가도 크게 오를만한 시점에 이 법이 시행돼서 가격이 왜곡됐다는 설명입니다.
또한 2021년 6월부터 반포주공 1단지 조합원 이주가 개시되면서 최상급지의 대규모 멸실과 풍부한 이주비 지원을 등에 업은 신규수요가 고가아파트의 전월세 가격을 더욱 끌어올려 전세가를 폭등하는데 일조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지금은 이러한 폭등 요인이 다 사라지고 오히려 전세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고가 아파트일수록 전세가 하락범위가 커짐에 따라 똘똘한 한채에 영끌하느라 몸테크 중인 1주택자들, 전세보증금에 의지하는 다주택자들로서는 상당한 수준의 상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는 생각만했는데, 사실 그전에 전세가에도 거품이 끼었던 셈입니다.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전세는 아무래도 인기가 계속 떨어질 전망입니다. 그렇다보니 수도권 신축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곳은 세입자를 찾지 못하고 가격이 계속 떨어질 것 같네요. 실제로 검단, 여주 등 수도권 신축 국평(32평) 전세가가 2억원대까지 떨어진 곳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학군지로 유명한 강남, 목동 지역도 전세가 쌓이고 있고요.
책 ‘부동산을 공부할 결심’(배문성 지음)은 지인 추천으로 읽게됐는데요.(광고 아님) 요즘처럼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과 금리의 상관관계에 많은 관심이 쏠리잖아요. 자산 시장에서 금리의 역할을 제대로 이해할수 있는 책입니다. 시간되시면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강조한 설명중에 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공급과 금리, 정부 정책 등요. 그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요.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는, 그 요소 하나를 극단값으로 설정해보면 이해가 된다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요즘은 금리가 말도안되게 빠른 속도로 올랐잖아요. 공급과 정부정책 등이 바뀌는 것보다, 금리라는 변수가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자산가격을 끌어내리고 있습니다.
예전에 금리가 올라도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이 금리가 천천히 상승하던 시절의 이야기일 것 입니다. 단기간에 빠르게 상승하는 금리 앞에서는, 자산이 상승할수는 없겠지요. (정말 요즘 금리상승은 최단기간 최대폭 상승으로 유례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금리가 내려간다면, 전세가격 하락이 멈추고, 부동산 가격은 다시 상승할까요?
그러나 고금리 기조는 내년까지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전세가격이 실사용가치이자, 부동산 하락을 지지해주는 방어선인데요. 이러한 전세가격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계속 찬바람이 불 전망입니다.
진심을 다해
매경 이선희 기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