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런 머스크가 꿈꾸는 공론장
일런 머스크. 유명한 인물이죠? 테슬라를 만들어 탄소 배출 없는 자동차의 시대를 열어가려 하고 있고, 스페이스X를 만들어 인류를 화성으로 보내려는 꿈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인물. 아마 머스크를 모르시는 미라클레터 구독자 분들은 없을 것 같은데요.
그런 그가, 최근에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미디어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시작하려는 것 같아요. 지난 대선 이후 그리고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더더욱 문제가 되어가고 있는 '공론장' (Public Sphere) 이라는 것을 그 나름대로 만들어 나가려 하는 건데요.
- 맥락1: 지난 대선 이후 공론장의 문제 -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촉발했던 소셜미디어를 통한 폭력 조장 문제를 말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미라클레터 참조.
- 맥락2: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공론장의 문제 - 전쟁 이후 전 세계 시민들이 현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인터넷이 <미국 중심> vs. <러시아 중심>으로 쪼개진 것을 말합니다.
오늘은 그가 만들어 나가려는 공론장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볼까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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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에디션
- 공론장이란 - 하버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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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런 머스크의 인터뷰
- (광고) 데이터브릭스 이벤트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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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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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의 기초적 배경이 되는 '공론장'이 무엇인지 부터 짚고 넘어가 보려 합니다. (이미 아시는 분들은 넘어가셔도 되요) '공론장' (Public Sphere)이란 J.S 밀스, 그람시 등과 같은 철학자들이 내놓은 개념인데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현안에 대해 토론하는 공간을 말한답니다. 밀스는 공론장을 '의견들이 서로 거래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람시는 '서로 다른 입장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계급이 고착화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그람시는 공론장에서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사람들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와 입장이 확실해 지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람시의 주장에 따르면, 경제적 이해관계가 중요한 자본주의는,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대변하는 민주주의와 같이 가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을 민주적인 대화로 설득시키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위르겐 하버마스라는 독일의 철학자는 생각이 달랐답니다. 그는 (인터넷과 같은) 공론장을 통해서 대화와 설득이 가능하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함께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답니다. 비록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합리적으로 토론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민주적으로 현재 우리가 맞닥드린 공동의 노력에 대해 해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1962년 내놓은 논문 '공론장의 구조적 변화'와 1984년 내놓은 논문 '의사소통 행위이론' 을 통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가득한 자본주의 속에서도, 합리적인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 하버마스의 아주 희망찬란한 이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끕니다.
하지만 하버마스의 꿈은 현실로 아직 이뤄지지 않았답니다. 수많은 언론사들이 토론 코너를 만들어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디어의 뒤에는 항상 권력이 존재했기 때문이지요. 힘있는 군사세력이 있거나, 정치인들이 있었고, 광고주가 있었고, 인플루언서 들이 있었습니다. 미셸 푸코 같은 철학자들은 그래서 하버마스를 비판했답니다. "세상에 네가 말하는 공론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요.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인터넷이 새로운 공론장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답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완전한 공론장이 되기 힘들었죠. 소셜미디어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제 "소셜미디어가 새로운 공론장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답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 역시 완전한 공론장이 되긴 힘들었죠. 기술이 발전해도, 힘 있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합리적이지 않게 끌고 가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요.
- 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세력이 부여한 힘을 사용해 폭력을 조장하는 행위
- 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의 군사적 힘을 사용해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자국 내 합리적 대화를 차단하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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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앤더슨 - TED 창업자) 왜 트위터를 사고 싶어 하는거죠?
🙋♂️(일런) 트위터는 사실상 광장(Town Square)이 되어 버렸는데요. 그렇다면 법적 한도 내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남긴 트윗 중에서 무엇이 (트위터 회사에 의해) 더 많이 노출되고 노출되지 않는지에 대한 알고리즘이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오픈소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했든,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했든, 조작이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위 대화를 보면 일런 머스크는 어떤 힘과 권력도 트위터의 노출 알고리즘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말도 했네요.
🙋♂️(일런)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공적인 플랫폼이 있다면, 광범위하게 많은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공적인 플랫폼이 있다면, 인간의 문명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트위터에 투자하고 트위터를 인수한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따위는 없습니다.
결국 일런은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할 말을 쏟아내는 광장(Town Square)의 규칙이 그 광장 뒤에 숨어있는 힘(권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누구나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큰 방점이 찍혀 있네요. 하지만, 일런은 어떤 말을 광장에서 해야 하고, 어떤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지에 대해 구분을 짓지는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크리스 앤더슨)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런 당신은 발언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높은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 같네요.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것인가요?
🙋♂️(일런) 글쎄요. 트위터 같은 플랫폼들은 국가가 만든 법률에 의해 돌아가야 하니까, 미국에서는 자유로운 발언에 제한이 있고, 트위터 역시 그에 따라야겠죠.
😎(크리스 앤더슨) 맞습니다. 예를 들어 폭력을 조장해서는 안되죠. 극장에서 '불이야' 소리를 쳐서 공포심을 조장하는 행위 또한 해서는 안되죠.
🙋♂️(일런) 그렇죠. 그건 불법입니다. 불법이어야 하고요.
😎(크리스 앤더슨) 그렇죠. 그런데, 그게 굉장히 미묘할 때가 많습니다. 무슨 말씀이냐면, 폭력을 조장하는 발언은 불법이지만, 증오를 조장하는 발언은 합법일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정치인X를 증오해. 그 녀석이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라는 트윗이 올라왔다 합시다. 지금의 경우 푸틴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을텐데, 그럴 경우에는 합법적일 수 있는 트윗이란 말이죠. 하지만 다른 정치인에 대해 그 사람의 목이 잘린 사진과 그 사람의 주소가 담긴 트윗이 올라온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도 있단 말이죠. 이런 미묘한 판단을 알고리즘이 할 수 있단 말인가요?
🙋♂️(일런) 제 생각에는 트위터는 미국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그건 의무입니다. 하지만 그를 넘어서서 트위터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누가 바꾸고 조작하고...그런 것들이 불투명하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런 머스크는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법'이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해관계와 의도와 목적을 갖고 이뤄지는 소셜미디어 내에서의 수많은 말들을 어떻게 걸러내어서 합리적인 민주주의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일런 만의 의견을 기대했었는데요. '법'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하니, 이건 다소 부족한 해법이 아닌가 하는데요. 저만의 생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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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데이터 기업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라는 회사 이름을 혹시 들어보셨나요? 국내에는 많이 안 알려져 있지만 해외에서는 데이터분야에서 아주 유명한 회사랍니다. 이 회사가 본격적으로 한국 진출을 선언하고 버츄얼 이벤트를 연다고 해요. 바로 이번 주 수요일 오후 2시! 약 한 시간 반 정도의 무료 웨비나라고 하니 편하게 시청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47조원 가치 데카콘
간단하게 데이터브릭스가 어떤 회사인지 설명 드려볼게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오픈소스 중 하나인 Apache Spark 공동창업자들이 2013년 만든 회사. 지난해 8월 16억달러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380억달러(47조원)을 기록한 대표적인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이에요. 데이터분야에서는 전체 유니콘 중 기업가치 1위. 저희가 한번 쯤 이름을 들어본 투자자들이 거의 들어와 있다고 보면 됩니다.
레이크하우스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브릭스는 자신들의 플랫폼을 '레이크하우스'라고 부르고 있어요. 데이터라는 거대한 호수를 관리하는 집 정도라고 해야할까요? 데이터 웨어하우스와 데이터 레이크의 장점을 담은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라고 해요.
위버스가 고객이라고?
이번 행사에서 제일 구미가 당기는 부분은 고객 사례 발표를 위버스(Weverse)에서 한다는 점이에요. 위버스는 하이브가 운영하는 팬 커뮤니티 기반의 소셜미디어서비스죠. BTS, 세븐틴, 블랙핑크 같은 K팝 아티스트들이 전세계 팬들과 소통하는 곳이에요. 생각만해도 엄청난 데이터가 사용될 것 같은데요. 위버스가 바로 데이터브릭스의 레이크하우스를 사용한다고 해요. 위버스 외에도 모바일 게임 스타트업 베이글코드도 이번 행사에 같이 참여한다고 하네요. 그 밖에도 데이터브릭스 스타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패널 토의에서 개인적인 경험담과 레이크하우스 로드맵도 들어볼 수가 있다고.
데이터브릭스의 이번 행사가 궁금해지셨나요? 아래 버튼을 통해서 등록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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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현재 트위터, 레딧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런 머스크가 가진 생각의 문제점을 성토하는 글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레딧(Reddit)의 CEO인 이샨 롱은 자신의 트위터에 긴 글을 남겼는데요. 요약해 보면 이러합니다.
- 인터넷이 생기던 초창기에는 인터넷에서 포르노를 없애야 한다는 종교적 주장들이 있었다
- 그런 종교적 주장에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발언의 자유를 강조하는 인터넷 문화를 낳았다
- X세대에게 인터넷은 그런 자유의 공간이었다
- 일런 머스크도 X세대에 속한다. 그가 말하는 발언의 자유는 이런 의미일 것 같다.
- 하지만 지금 인터넷은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 인터넷은 더 이상 해방의 공간이 아니다. 인터넷은 이미 삶의 공간이 되어 버렸다
- 발언의 자유? 말이 좋다. (레딧을 운영하는) 나의 현실을 이야기해 줄까?
- 진보측 내 친구들은 각종 스크린샷과 글들을 보여주며, 소셜미디어가 백인우월주의를 부추킨다고 증거들을 들이댄다.
- 보수측 내 친구들은 소셜미디어가 LGBT, 공산주의 등을 부추킨다는 각종 증거들을 보여준다
- 양 측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게 문제다.
-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인공지능 플랫폼은 그런 문제들을 키우고 있다.
- 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줄까?
- 페이스북 트위터 레딧 등은 사용자들이 바보같은 문제들에 대해 논쟁하거나 대화하는 것을 중단시키고, 드라마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는 거다. 왜냐? 그래야 사용자들의 이용시간이 늘어나니까.
- 그들은 정치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게 사실이다.
- 일런은 이런 현실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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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가진 사람들이 여론을 흔들어서 진실을 흐리려는 수작. 이것이 바로 '프로파겐다'(흑색선전)의 정의라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입장과 이해관계를 다 내려놓고, 온전히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의이겠죠. 민주주의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흑색선전과 싸워나가야 할텐데요. 일런 머스크는 흑색선전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에 대해서까지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거나, 생각은 했는데 아직 말을 하지 않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네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공론장'은 정말 만들어 질 수 있는 걸까요? 일런 머스크 같은 사람도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 같은데, 정말 가능하긴 한 걸까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토론하는 컨텐츠보다 드라마와 코미디와 영화를 더 많이 추천하는 유튜브 알고리즘 앞에서 우리 시민사회는 건강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문화적 역량들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걸까요? 오늘의 미라클레터는 이런 의문만을 남긴 채 끝마칩니다. 저도 고민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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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매경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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