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23, 2022
LETTER
#30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편지_<차녀힙합>

안녕하세요 여러분, 잘 지내셨죠??
요즘 찝찝한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데, 여러분이 사는 곳은 어떤가요..
빨리 시원하게 비가 막 쏟아졌으면 좋겠어요.🌧
눅눅한 공기 때문에 저도 축축 처지는 기분이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책 하나를 들고 왔어요.
이진송 작가님의 <차녀힙합>이라는 책인데요,
그동안 소외당하던 차녀들이 MIC를 잡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죠.🎤
막 진짜 힙합처럼 사회운동, 혁명 느낌은 아니구요.
K-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라온 차녀들의 슬프지만 웃긴? 에피소드를 모은 책이에요.

작가님이 정리한 내용을 보면,
차녀는 ‘그다음 존재’이기 때문에 특권을 누려본 경험이 적다고 해요.
첫째들이 태어남으로써 받는 당연한 권리나 관심 같은 거요.
차녀들은 대부분 돌사진이 없고, 부모님은 첫째의 이름(00엄마, 00아빠)만으로 불리고,
옷이나 장난감을 물려받기 때문에 신상품 만나는 기쁨을 맛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게 그 예죠ㅎㅎ

아! 저도 차녀인데, 책 읽다가 생각난 제 에피소드도 있어요.
엄마, 언니, 저 이렇게 엄마 차를 타고 어딜 갈 때면 언니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타요.
저에게 단 한 번도 어디에 앉을 건지 의사를 물어본 적이 없죠(이게 바로 장녀의 기세?😎).
전 멀미도 심한데 말이죠^^
뒷좌석에서 멀미를 피해 눈 감고 있다가 잠들면 저렇게 늘 피곤해서 어쩌냐고 엄마는 또 걱정하고…ㅎㅎ

물론 저도 K-장녀의 책임감과 고단함 알고 있고, 늘 존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차녀가 더 힘들다 요런 거 절대 아닌 거 아시죠??
놀랍게도 이렇게 물러서는 태도도 차녀의 특징 중 하나래요.
장녀는 본인의 울분을 이야기할 때 ‘물론 차녀도 힘들겠지만’, 이런 멘트 안 한다는데요?😑

그리고 당연히 모든 차녀가 저런 에피소드를 통과하며 자라는 건 아닐 거예요.
보호자의 양육방식, 동생의 유무, 위아래 구성원의 성별에 따라 환경은 너무나도 달라지니까요.
참고로 본인이 장녀라고 생각하시는 남동생이 있는 분들✋🏻, 방심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남동생은 장남이기 때문에, 여러분은 장녀임과 동시에 차녀랍니다.
오빠를 두신 분들도.. 장녀와 차녀 두 몫을 동시에 해오셨을 거예요.
유교국가에선.. 어쩔 수 없는..(설명하지 않아도 당사자분들은 잘 아실 거라 생각해요)

좋든 싫든 태어났고, 탄생의 상황에 맞게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이 주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이 책 읽으면서 저도 우리 가족과 함께 자라온 저를 돌아봤어요.
저는 차녀이자 막내이니.. 막내와 차녀의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여러 차녀들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위로를 받기도 했어요.
어른이 된 후에도 가족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다라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
부모님의 두 번째 부담이 되지 않으려 알아서 잘하려고 애쓴다던가, 
뭐 사달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던가.. 🤣
이런게 차녀의 흔한 모습이래요ㅎㅎ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절대 이 책은 누가누가 더 힘든가 하는 불행배틀 아니구요.
가부장제 속 구성원들의 프리스타일 살풀이 랩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ㅎㅎㅎ
날씨도 그렇고 기분도 꿉꿉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었는데🌀
유머와 해학이 담긴 책을 보니 웃음도 나고 그래서 추천해봤어요.

여러분도 조금 꿀꿀하시면 찐 K힙합 한번 읽어보시죠.
꼭 차녀가 아니더라도 재미있을 거고,
아마 가족이 자주 생각날 거예요.(좋은 쪽인지 나쁜 쪽인지는 전 몰라요🤭)
그럼 저는 이만 마칠게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asgt92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