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경상남도 산청군 덕산면에서 태어난 윤이상은 3살에 통영으로 이사하여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습니다. 통영보통학교에 다니며 음악을 배웠고 예배당에서 풍금과 찬송가를 통해 음악에 더 가까워졌죠😲 이미 이때부터 작곡과 바이올린, 기타 등 다양한 음악 분야에 재능을 보인 그는 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로 상경하여 군악대 출신의 음악가에게 화성학을 처음으로 배웠어요. 그리고는 오사카로 건너가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았죠. 윤이상은 귀국 이후 통영의 학교에서 음악교사로 일하면서 동요집을 출판하는 등 서양 음악의 불모지 한국에서 서서히 꽃을 피울 준비를 합니다.

그러던 1956년, 윤이상은 <현악 4중주 1번>과 <피아노 트리오>를 통해 제5회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하는데요. 이로써 작곡에 대한 열망이 커진 그는 한국보다 더 넓은 음악계를 꿈꾸게 되었고, 현대음악을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게 됩니다✈️ 이후 1959년 현대 음악에서 상징적인 음악제로 여겨지는 🔗다름슈타트(Darmstadt)에서 <일곱 개의 악기를 위한 음악>을 초연하여 유럽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고, 1966년 도나우에싱엔에서 초연한 관현악곡 <예악>으로 이름을 국제적으로 알리게 돼요.

그런 그에게도 큰 시련이 닥칩니다. 한국의 중앙정보부에 의해 납치되어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죠. 죄목은 ‘김일성과 친분을 쌓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때 200명이 넘는 전세계의 음악가가 서명하여 대통령 특사로 석방되었는데요. 석방 이후 서독으로 추방된 그는 평생 한국 입국이 금지되었고, 그의 조국에서는 한동안 그의 음악이 울려 퍼지지 못했어요💦 그가 대외적으로 세운 공에 비해 우리에게 낯선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유럽의 음악에서는 음이 연결되면서 비로소 그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때 각 개별 음은 비교적 추상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음악에서는 각 개별 음이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 윤이상

오늘 소개해드릴 <예악>은 그야말로 유럽의 예술 음악과 한국음악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목인 ‘예악’(禮樂)은 고려 예종 11년에 송나라 휘종이 보내준 대성악에서 유래되어 한국, 일본에 전해 내려온 궁중음악으로, 궁중 내 여러 행사에 사용되었는데요. 윤이상은 이 노래를 통해서 질서를 지키면서 함께 즐거워하는 예악의 뜻을 세계에 알리고자 했던 것 같아요🫡

이 곡을 설명하는 키워드로는 '순환'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흔히 유럽 예술 음악의 꽃을 “화성”이라고 이야기하죠. 반면 국악에는 화성 체계가 없어요. 하지만 윤이상은 이를 음 하나하나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죠. 그 덕에 하나의 음이 울리고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의 순간이 더욱 돋보이는 것 같은데요. 윤이상은 이를 서양악기로 표현해냅니다. “종묘제례악”의 테마인 <순환>처럼 음 하나하나가 순환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