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들을 위한 성장 자극제!
2022.6.20 | 473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얼마 전부터 국내에서 시작된 포켓몬(포켓몬스터)빵의 열풍이 아직 꺼지지 않고 있다는 뉴스 보셨나요? 저는 사실 포켓몬 세대가 아니라 큰 감흥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었는데요. 문득, IP의 역사라는 측면에서 포켓몬을 다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주제에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미라클레터 독자님들 중에서도 포켓몬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 '피구왕 통키' 세대인 제가 감히 포켓몬을 다루는 것이 좀 걱정되긴 하는데요.. 😳 에라 모르겠다. 오늘 주제는 포켓몬 너로 정했다! 


오늘의 에디션 

  1. 전세계 IP 가치 1위 '포켓몬'
  2. 포켓몬, 글로벌몬으로 진화

  3. 포켓몬은 이제 디즈니가 된다  

  4. (끝까지 읽으면 있는) 한줄 브리핑
    전세계 IP 가치 1위 '포켓몬'
    포켓몬과 함께 춤을 춰요 <giphy>   

    포켓몬 IP를 가진 회사 더포켓몬컴퍼니 

    먼저 포켓몬이라는 IP의 가치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일본에 위치한 '더포켓몬컴퍼니(The Pokemon Company)'라는 회사가 포켓몬의 IP를 소유하고, 게임을 만들거나 IP에 라이선스(저작권료)를 받고 운영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말 발표된 이 회사 연간 실적(2021년3월~2022년2월말 기준)을 보면 매출이 2042억900만엔. 약 2조원에 달하구요. 영업이익은 598억6000만엔으로 5700억원 가량이 됩니다. 전 해 매출이 1200억엔, 영업이익이 278억엔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이에 2배나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이 2조 영업이익이 5700억. 영업이익률이 28%에 달하는 회사의 기업 가치는 얼마일까요? 단일 IP 가치 1위가 포켓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닌 것 같아요. 😸

     

    더포켓몬컴퍼니라는 회사의 주주 구성을 보면 포켓몬이라는 역사의 IP가 보여요.

     

    스위치, 슈퍼마리오로 잘 알려진 닌텐도가 더포켓몬컴퍼니 주식의 32%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나머지 지분은 게임프리크, 크리처스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는 포켓몬 게임을 최초로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는 회사.


    포켓몬 엄빠 이시하라 츠네카즈(왼쪽)와 타지리 사토시.

    1996년 게임보이용으로 등장

    포켓몬(ポケモン)은 1990년대 닌텐도에서 판매한 ‘게임보이’라는 휴대용 게임용 소프트웨어로 1996년 2월 세상에 처음 등장했어요. 바로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인데요. 이 게임을 만든 회사가 바로 ‘크리처스’와 ‘게임프리크’. 크리처스의 대표였던 이시하라 츠네카즈(石原恒和)와 게임프리크의 대표였던 타지리 사토시(田尻 智)는 포켓몬의 아버지로 불리고 있어요.

     

    두 사람 중 게임이 아니라 IP 측면에서 포켓몬을 메가IP로 만들어낸 사람은 바로 이시하라 츠네카즈. 그는 1998년 설립된 더포켓몬컴퍼니의 사장을 20년이상 맡으면서 포켓몬을 전 세계에 퍼뜨렸어요. 

     

    1996년 게임으로 큰 성공을 거둔 포켓몬은 곧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는데요. 게임을 애니메이션으로, 완구로 다양하게 사용하는 것은 일본의 장기죠. 일본에서 1997년 시작돼 2002년 끝난 최초의 ‘포켓몬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게임원작 애니메이션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 중 하나! 오리지널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OLM 은 지금도 포켓몬 애니를 만들고 있습니다. 


    TCG로도 대히트 

    포켓몬의 원류가 게임이고 대중화는 애니메이션이 했다면 상업적으로 중요한 비즈니스 영역의 하나는 ‘카드게임’이었어요. 랜덤한 확률로 나오는 카드를 수집해서 이걸로 덱을 구성해 다른 상대와 1:1 대전을 벌이는 것을 트레이딩카드게임(TCG)이라고 하는데요. 1993년 미국에서 매직더개더링이 나온 이후 1996년엔 이미 보편화된 상태. 포켓몬 수집이 포켓몬IP의 주 내용인만큼 TCG 와는 찰떡 궁합이었죠. 큰 성공을 거둔 포켓몬 TCG는 매직더개더링, 유희왕과 함께 전 세계 3대 TCG 중 하나라고해요. 참고로 TCG를 만드는 회사는 더포켓몬컴퍼니의 주주 중 하나인 크리처스. 

     

    TCG는 사람의 수집욕을 자극해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익성이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프로게임리그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IP를 현금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비즈니스죠. 처음에는 협력사에 라이선스를 주던 더포켓몬컴퍼니는 이를 점차 내재화했고, 올해 4월에서는 아예 북미에서 포켓몬 카드를 인쇄하는 회사를 인수해버렸습니다. 


    포켓몬, 글로벌몬으로 진화
    포켓몬스터 1기 오프닝과 엔딩

    1999년 SBS통해 애니메이션 방영

    닌텐도의 게임기인 게임보이가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고 있었기 때문에 포켓몬 게임은 자동으로 글로벌 진출을 했어요. 하지만 IP의 확장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애니메이션 방영.

     

    당시만 해도 일본애니메이션이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SBS를 통해 1999년부터 2002년까지 포켓몬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어요. 이때 어린나이에 포켓몬을 본 세대(1988년생~1995년생)는 한국의 포켓몬 1세대이면서 최근 포켓몬 열풍의 주역이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이후에도 후속 포켓몬 애니메이션이 계속 방영되었지만 공중파가 아닌 투니버스같은 케이블TV에서 방영되었기 때문에 SBS에서 방영되었을 때 처럼 그 나이대 어린이 전부를 아우르는 영향력은 점점 약해지게된 것 같아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한국만큼 중요한 시장은 미국. 미국에서도 1999년부터 방영되면서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이 첫 방영 때 만들어진 팬덤이 포켓몬IP의 가장 큰 코어팬이 되고 있어요. 

     

    더포켓몬컴퍼니는 중국, 한국, 싱가포르에 별도의 지사를 두고 있고, 그 외 지역의 모든 해외사업은 포켓몬컴퍼니 인터내셔널이 담당하고 있어요. 포켓몬컴퍼니 코리아가 별도로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시장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 같은데요. 100억~200억원 정도였던 매출이 지난해에는 334억원으로 크게 뛰었어요! 영업이익도 116억원을 기록할 정도. 올해는 포켓몬 IP가 크게 터지면서 더 크게 뛰어오르게 될 것 같습니다. 

     

    포켓몬 고 등장 이후 뛴 더포켓몬컴퍼니 순이익 <게임비즈>

    진짜 대박은 포켓몬 고

    그런데 포켓몬IP와 포켓몬컴퍼니가 한 차원 퀀텀점프를 한 것은 의외의 곳에서 나왔어요. 

     

    2015년 전까지만 해도 포켓몬IP는 다음과 같이 활용됐습니다.

     

    1. 닌텐도 콘솔용 게임
    2. 애니메이션
    3. TCG 
    4. 완구 등 각종 라이선스

     

    게임 소비자, 포켓몬 애니메이션의 팬, TCG 의 팬, 일본과 아시아 고객에서 주로 매출이 나왔죠.

     

    그러다가 2015년 구글의 사내벤처로 있는 나이앤틱이라는 회사가 더포켓몬컴퍼니와 협력을 하게됩니다. 모바일을 활용한 위치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던 이 회사는 잉그레스라는 AR(증강현실) 게임을 만든 경험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여기에 포켓몬IP를 결합하는 시도를 하기로 합니다.


    2016년 사람들이 속초로 향한 이유 

    이 회사는 구글(알파벳)에서 분사되면서 3500만달러의 투자를 더포켓몬컴퍼니, 구글, 닌텐도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데요. 2015년 공개된 ‘포켓몬 고’ 프로젝트는 2016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인 ‘포켓몬 고 현상’으로 확대됩니다. 2016년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매출은 10억달러를 넘죠. 6년만인 최근에는 누적매출이 60억달러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

     

    포켓몬 고 현상은 포켓몬IP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포켓몬 고 매출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IP 저작권료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포켓몬 고 등장 전에는 50억엔에도 미치지 못했던 회사의 순이익이 150억엔으로 급증. 지난해 6000억원에 근접한 영업이익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포켓몬 고가 여전히 잘 되고 있기 때문이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포켓몬 고 붐'은 포켓몬 애니메이션이나 기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일반 사람에게도 포켓몬이 크게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어요. 게임기가 없어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플레이할 수 있고, 캐릭터도 친근했으며, 게임방법도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아주 직관적이었죠. 기술과 IP가 만나 대박을 낸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포켓몬 고’입니다. 

     

    포켓몬은 이제 디즈니가 된다
    포켓몬은 더이상 일본 아니메로 한정지을 수 없습니다. <포스트말론>

    포켓몬은 남고 디지몬은 잊혀진 이유 

    지난해는 포켓몬 탄생 25주년이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벤트가 있었어요. 포켓몬이 일본과 미국에서 벌였던 다양한 25주년 행사를 보면 더포켓몬컴퍼니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친근하면서 편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디즈니 캐릭터 같은 IP가 되는거죠.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에 깔린 서브컬쳐의 색채를 점차 지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디지몬을 알고계실까요? 역시 일본의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반다이에서 1997년에 나온 디지몬은 원래는 다마고치 같은 전자 애완동물에서 시작했다가 1999년 애니메이션으로 나온 IP에요. 2000년에 KBS에서 방영되면서 국내에서도 포켓몬 못지않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에는 포켓몬과 함께 아이들에게는 IP의 양대산맥이었지만 지금은 상대적으로 그 영향력이 초라해졌는데요. 디지몬과 비교해보면 포켓몬의 IP 전략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도 잊지말아줘 헤헤. <도에이>

    지금까지 포켓몬 IP의 25년을 살펴봤는데요.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보겠습니다.

     

    1. 단단한 코어팬이 존재하는 IP가 대중적으로 확장될 때 많은 가치가 만들어집니다. 포켓몬IP의 영향력을 크게 확장시킨 것은 '포켓몬 고'이지만 그 전에 코어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
    1. 한번 큰 인기를 얻었던 IP는 다시 한 번 폭발할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어째서일까요? 아마도 IP를 경험한 사람들의 숫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두텁게 쌓여가고, 이들의 기억 속에 강력한 추억으로 자리 잡아서 일 것 같아요. 초등학생때 포켓몬을 봤던 포켓몬 세대가 포켓몬 빵에 열광했던 것이나 2018년 이후 D&D가 미국에서 다시 폭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1. 콘텐츠IP도 브랜드처럼 끊임없이 관리하고 돈을 투입해야 살아남습니다. 포켓몬은 일찍부터 더포켓몬컴퍼니라는 회사를 만들고 포켓몬이라는 IP에 계속 투자했습니다(물론 돈이 계속 벌렸으니까 내놨겠지만 😎). 디지몬과 포켓몬이 비교되는 부분.   

     

    위대한 IP는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며 인류의 유산이 됩니다. 콘텐츠 산업에서 일하는 모든 분들께 화이팅! 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한줄 브리핑 📢
    • 주말 사이 주요 암호화폐 가격들이 폭락했다가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했어요. 크립토 헤지펀드인 3AC(Three Arrow Capital)이 파산위기에 몰렸기 때문. 루나-테라의 붕괴에 따른 연쇄효과
    • 미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금리(모기지 금리)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고 수준인 5.78%까지 뛰었어요. 1년 전만 해도 이 금리는 2.93% 였어요. 빠르게 높아지는 금리가 미국 실물경제에 빠르게 영향을 주고 있는 모습.   
    • 스웨덴에 본사를 둔 BNPL 업체 클라르나가 후속 펀딩을 150억달러 밸류에이션으로 받기로 논의 중. 2021년 밸류에이션인 460억달러에서 거의 3분의 1로 떨어진 것. 경쟁사인 상장사 어펌의 주가는 2021년 고점대비 거의 9분의 1로 하락해 52억달러에 불과해요. 😭    

    포켓몬이 국내에서 크게 유행을 하는 것은 포켓몬 세대와 어린 학생들의 합작이라고 해요. 하지만 사업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부모님이 구매를 결정하는 어린세대보다는 경제력을 갖춘 포켓몬 세대(20대 후반~30대 중반)가 더 매력적인 고객들일 수 밖에 없죠.

     

    왜 소비자들은 추억이 담긴 IP에 지갑을 여는 걸까요? 추억 마케팅(Nostalgia Marketing)은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 효과가 큰 마케팅 방법입니다. 100원을 아끼기 위해 자린고비처럼 구는 사람도 옛 향수를 자극하는 요소 앞에서는 완전 무장해제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이것에 대한 한 가지 설명. 보통 사람들은 돈을 쓸 때는 현실적인 효용을 냉정하게 계산하죠. 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면서 사람은 지금이 아니라 순수하고 정서적인 가치가 소중했던 시기로 돌아간 것 처럼 행동하게 된다고 합니다. 천진난만하기만 했던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 보호 아래 세상에 대한 아무 걱정 없이 살던 시절로 돌아가는 거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생각이 줄어들고 구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에요. 


    저도 종종 '추억 콘텐츠'나 '추억 제품'에 돈을 쓸 때가 있는데요. 그건 꼭 어린시절처럼 그 콘텐츠나 제품에 열광해서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경험을 떠올리고 그것이 내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 난 이런 걸 좋아했던 사람이었어!' '그래 내게 이렇게 즐거운 때가 있었지!' 이렇게 말이죠.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있지만 지금의 나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힘을 부여해주고 싶은 목적이랄까요. 


    지난 주 월요일 신현규 선배의 레터에 많은 분들이 피드백을 남겨주셨어요. 신현규 기자의 레터를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는 피드백이 너무나 많아서 저도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 


    미라클레터를 읽었던 시간이 미라클러님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멋진 미래를 응원합니다
    이덕주 드림
    오늘 레터를 평가해주세요!
    MIRAKLE LETTER

    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매경미디어그룹
    miraklelab@mk.co.kr
    02-2000-2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