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을 믿지 말되 자기 자신도 믿지 말라는 조언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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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내가 알고 있는 서울
글. 정태홍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TV를 틀어도 서울의 방송이, SNS를 켜도 서울의 맛집과 카페가, 옷을 사려면 서울에 있는 매장에, 놀기 위해서는 서울의 핫플레이스에. 서울 사람들은 서울이 복잡하고 가끔은 환멸이 난다고 말한다. 장정일 시인은 서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비에 젖은 서울의 쌍판은 마스카라 번진 창부 같구나
이처럼 아파트가 숲처럼 줄지어 있고 낮보다 밤이 더 밝은 향락의 도시가 서울의 모습 중 하나다. 동시에 <광화문 연가>, <서울 서울 서울>같은 노래에서는 서울의 아름다움을 말하기도 하는데, 신동엽 시인은 <서울>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서울을 사랑한다
지금쯤 어디에선가 고향을 잃은
누군가의 누나가 19세기적인 사랑을 생각하면서
그 포도송이 같은 눈동자로 고무신 공장에
다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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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은이 - 제3한강교 (1979)
강물은 흘러갑니다 제3한강교 밑을
당신과 나의 꿈을 싣고서 마음을 싣고서
젊음은 갈 곳을 모르는 채 이 밤을 맴돌다가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만 갑니다
- 제3한강교 중
서울은 정말 많이 발전한 것 같으면서도 낡은 감수성을 가지고 있다. 제3한강교는 한남대교로 바뀌었고, 서울의 집값은 세상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게 된 와중에도 말이다. 1979년 히트송인 혜은이의 <제3한강교> 에서는 40년이 지난 지금도 갓 상경한 이들이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화양연화>, <중경삼림>이 재개봉하고 몇 년째 '뉴트로'라는 이상한 키워드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사람들은 서울에 낭만을 빚지고 비싼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서울이라는 지역은 넓고 방대하여 한 데 묶어 소개하기가 어렵다. 구마다 동네마다의 특색이 다 다르다. 남산이 보이는 야경의 이미지도, 소위 인스타 감성의 카페 사진도 서울을 대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민 끝에 내가 아는만큼의 서울만 적어보려고 한다.
|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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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제일 먼저 서울에 대해 상상하는 이미지는 서촌에 없다. 한옥을 개량한 집과 카페, 갤러리를 비롯한 소위 '핫플'이 줄지어 있다. 예전에는 강남, 이태원, 성수, 홍대, 서촌 사람들의 복장과 분위기가 모두 달랐다. 지금은 비슷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힘이 아닐까.
그러나 수많은 카페들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내가 생각하는 서촌의 정체성은 '갤러리'다. <팔레드서울>, <아트사이드> 등의 상업화랑도 서촌에 있고, 옆 동네 안국으로 넘어가면 <학고재>, <아라리오>, <갤러리현대> 까지 기라성같은 현대미술관이 줄지어 있다. 그 사이에서 버티고 있는 <보안여관>, <이라선> 이 바로 서울을 상징한다. '고군분투'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또 '생존한다'라는 말도 어울릴 것이고, '커뮤니티'라는 말도 어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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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국내 신발의 80%는 성수에서 생산되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장인들은 하나둘 지역을 떠나게 되었다. 성수동은 외면받는 곳이 되었다가 최근 다시 젋은 사람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요즈음의 성수동은 서울에서 가장 빨리 트렌드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수제화 산업의 중심지였던 이 곳의 공장지대가 개조되어 콘크리트 외벽을 그대로 노출시킨 가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 역설적으로 <디올 성수>가 서울을 대표한다. 서울에서도 가장 비싼 곳 중 하나가 되어버린 성수. 노동자와 예술가들이 모여살던 성수에서 토착민들은 쫓겨나고 상가들이 권리금 장사를 하고 있다. 이 곳은 서울의 젠트리피케이션의 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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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동에는 방이동 고분군이라는 유적이 있다. 예전에 살던 기숙사 쪽이다. 백제와 신라의 유적이 섞여 있는 그 고분군을 지나 쭉 올라가면 석촌호수가 있었고, 반대쪽으로 내려가면 올림픽공원이 있었다. 현재는 한성백제 역이라는 지하철 역이 생겼지만 당시에는 걸어 다니거나 버스를 타야 했다. 지금도 평균적으로 매일 만 보는 걷는다. 이 2014년도에는 2만보씩은 걸었을 것 같다.
백제의 도읍은 내가 학창시절을 보낸 공주시, 그리고 백제문화제가 매년 공동으로 열리던 부여시로 알고 있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알게 된 사실은, 백제가 공주와 부여에 도읍을 내린 건 꽤 지난 후의 일이다. 백제의 전성기인 한성 백제 시대에는 서울 경기 일대에 수도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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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풍납토성이 발굴된 이후 한성백제의 존재가 강조되기 시작했다. 올림픽공원 내부에는 한성백제박물관이 생겼다. 아까 말한 방이동 고분군에서 올림픽공원으로 쭉 걸어가면 옆문같이 작은 입구가 나온다. 왼쪽으로 들어가면 한성백제박물관이다. 매년 9월에서 10월 사이 한성백제문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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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구마다 동마다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가장 깊은 역사를 찾고 있다면 꼭 방이동을 보아야 한다.
| 서울메이드
잡지 <서울메이드>는 SBA 서울산업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잡지다. 매월 <BEAUTY>, <ONTACT>, <LOCAL>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서울에서 만들어진 것들을 취재한다. '서울의 감성이 투영된 콘텐츠와 상품을 발굴해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는 공공브랜드'라는 말과 '중소기업 경쟁력을 제고한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흔치 않은 공공브랜드다.
한전, 코레일 등 공기업에서 만드는 잡지들이 생각보다 많다. 대부분은 사내잡지로 만들어져 일반인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내용은 아니다. <서울메이드>는 서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알고 있거나 알고 싶은 패션, 음식, 건축, 문화예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테마를 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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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라 서울, 르라보 시트론 28
마지막으로 서울에 관한 향이다. 자라 서울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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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Note: Tangerine, Pepper, Nutmeg
Middle Note: Lavandin, Ylang, Leather
Base Note: Dry amber, Coumarin
르라보 시트론 28 (서울)의 구성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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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생강, 자스민, 삼나무, 사향
자라 서울은 스포티하고 시원한 향이 난다. 가볍고 중성적이고 달달하다. 시트론 28은 자스민 향이 묵직하다. 자라 서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겁지만 시트러스하고 기본적으로 가볍다. 서울에는 가벼운 사람과 가벼운 삶, 가벼운 말들이 많으며, 동시에 이지적이고 달콤한 냄새가 난다고 조향사들도 느꼈던 것이다.
스무 살이 넘어 상경하는 이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상경한다. '서울에서는 눈 뜨고 코 베어 간다는데...' 나는 서울을 믿지 말되 자기 자신도 믿지 말라는 조언을 해준다. 그들은 이미 안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는 것과 느끼는 것은 또 다를 것이다.
서울에 이제 막 살기 시작한 나의 친구 이OO와 박OO에게 응원의 말을 전한다. 상처입고 무뎌지고 탄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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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배동에 살고, 성수와 신림을 오가며 일하고 있습니다.
정태홍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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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립 매거진 (TULP MAGAZINE)
Letters From Tulp
🧡첫 호는 <이별>입니다. 인물들의 인터뷰와 이별에 관한 다양한 읽을 거리가 수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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