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임금공시제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OECD가 2025년 발표한 2023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29.3%로 OECD 평균 11.3%의 약 2.6배에 달하며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성별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성평등 임금공시제’가 주목받았다.

정부는 2023년 하반기부터 채용·근로·퇴직 등 고용항목별 성비 현황을 공개하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시행중이지만 민간기업은 자율에 맡겨 실효성이 낮고, 공시항목도 세부적이지 않고 단순히 성별과 평균급여액만 공개해 실효성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시항목을 직무·직급·고용형태별로 세분항목별 데이터를 공개하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법제화 주장에 이어 2027년 3월부터 ‘고용평등 공시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톺아보기(63호)에서는 권혜원 동덕여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성평등 노동시장을 위한 임금공시제를 톺아보고자 한다.

- 성별 임금격차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을 듣고 싶습니다.


☞ 저는 연구자로서 노동시장 분절과 불평등 이슈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성별, 고용 형태, 기업규모 간 교차적 분절로 인한 지속적 성 불평등과 격차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서 한국은 오랫동안 OECD 국가 가운데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서의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저는 특히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성별격차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경력 차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구조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제가 중요하게 본 것은 채용부터 직무배치, 평가, 승진까지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과정에서 성별 격차가 누적되고, 이것이 최종적으로 임금격차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성별 임금 격차는 노동시장과 기업 조직에 존재하는 구조적 성 불평등을 보여주는 일종의 결과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한국의 성별 임금격차가 이렇게 심각한데도 개별 기업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지 노동자들이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개별 사업장의 성별 고용률이나 관리자 비율, 임금 격차 등의 정보가 노동자와 일반 시민에게 충분히 공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문제가 보이지 않으니 노동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어렵고, 기업에 개선을 요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별 임금격차가 얼마나 큰가’뿐 아니라 ‘그 격차를 어떻게 가시화하고 실제 기업의 변화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임금 정보를 공개하고 개선계획이나 임금감사, 제재까지 연결하는 해외 제도에 주목하게 되었고, 한국에서도 보다 실효성 있는 성평등 임금공시제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연구를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 성별 임금격차 원인과 지속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 성별 임금격차는 어느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흔히 여성의 경력단절이나 근속기간 차이로 설명하지만, 저는 그보다 노동시장과 기업 조직에서 여러 형태의 성별 불평등이 누적된 결과가 임금격차로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산업과 직종에 집중되는 수평적 성별분리가 있습니다. 돌봄이나 서비스처럼 여성들이 집중된 직종의 임금수준 자체가 낮은 경우가 많고 이는 특히 역사적으로 형성된 여성노동의 저평가 구조에서 기인합니다. 또한 같은 조직 내에서도 여성이 관리자나 고위직으로 올라가기 어려운 수직적 성별분리와 유리천장이 존재하며 이는 채용, 배치, 평가, 교육 훈련과 승진과 보상 전반에서의 보이지 않는 암묵적, 간접적 성차별과 배제를 배경으로 합니다. 기업의 인사관리 전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격차들이 오랜 기간 누적되면서 상당한 임금 불평등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여성의 시간제·기간제 등 비정규 고용 집중, 출산과 돌봄으로 인한 경력단절이나 근속기간 차이도 결합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속 원인은 불평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느 직급에서 여성이 승진하지 못하는지, 어떤 직종에서 임금 격차가 큰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성별 구성이 어떻게 다른지가 공개되지 않으면 노동자도 기업도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있어 ‘불평등의 가시화’가 첫 번째 단계라고 봅니다. 성별 평균임금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급·직종·고용형태·임금분위 등을 교차해서 봐야 어디에서 격차가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임금공시제가 필요한 중요한 이유입니다.

-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우리가 참조할만한 해외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제 논문에서 저는 영국, 프랑스, 아이슬란드 세 나라를 비교했습니다.1)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요국의 제도를 분석, 평가하여 우리나라에서 임금공시제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영국은 ‘공개’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평균·중위 성별 시간당 임금격차, 보너스 격차, 임금 4분위별 여성과 남성의 비율 등을 공개합니다. 이렇게 기업별 격차가 공개되면 노동자뿐 아니라 소비자, 투자자, 언론 등이 기업 간 성평등 수준을 비교할 수 있기에 기업에는 상당한 평판 압력이 생깁니다.

  그런데 영국 사례는 동시에 공개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격차가 큰 기업이 반드시 개선계획을 수립하거나 그 계획을 실행해야 하는 강한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 논문에서도 영국 제도의 핵심 한계로 개선계획, 감사, 제재 등 후속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랑스 사례가 특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프랑스는 단순히 성별 평균임금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격차, 임금인상, 승진, 출산휴가 이후 임금인상, 고임금자 중 여성 비율 등을 지수화합니다. 그리고 일정 점수 이하 기업에는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이를 성평등 단체교섭과 연결하며,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해 이행 강제력을 만듭니다. 즉 ‘공시 → 원인 파악 → 노사교섭 → 개선 → 제재’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례입니다. 기업이 단순히 ‘우리는 동일가치노동에 동일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직무평가와 임금체계를 갖추고 실제 동일가치노동에 동일임금을 지급하는 있는지를 외부기관의 감사를 통해 입증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며, 인증을 받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합니다.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인증제를 통해 실질적 개선을 강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 나라 입법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공개 자체를 정책의 종착점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좋은 임금공시제는 공시 → 격차의 원인진단 → 개선계획 → 노동자·노조 참여 → 감사와 모니터링 → 필요할 경우 제재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논문에서도 실효성이 높은 해외 제도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독립적인 검증, 동등임금 감사, 개선계획, 사후 모니터링과 제재를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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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권혜원(2025), “성별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해외 입법 사례 분석과 국내 제도 도입 방향), 이화젠더법학, 17(3), pp.1-44

- 2027년 3월부터 시행될 ‘고용평등공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저는 기본적으로 매우 필요한 제도이고, 상당히 중요한 정책적 진전이라고 평가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이른바 AA제도는 기업으로부터 성별 고용과 임금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도 개별 사업장 단위 정보를 노동자나 이해관계자에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정부에 자료를 제출하는 행정제도에 머물렀고, 성별격차를 사회적으로 가시화하는 기능은 상당히 약했습니다. 제 논문에서도 바로 이 문제를 가장 큰 한계로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기업별 성별 고용과 임금 현황을 공개하는 고용평등공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만 알고 있던 정보’를 노동자와 사회가 함께 볼 수 있도록 바꾼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성별 평균임금 하나만 공개해서는 안 됩니다. 직급별·직종별 임금격차, 임금분위별 남녀 분포, 관리자와 고위직 성비 등을 함께 공개해야 합니다. 그래야 유리천장과 직종분리와 연계된 성별 임금격차 구조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둘째, 반드시 고용형태와 성별을 교차해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여성 임금이 낮은 이유가 여성의 기간제나 시간제 집중 때문이라면 그것 역시 기업의 고용구조가 만들어낸 성별격차입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것은 공시 이후입니다. 격차가 큰 기업이 ‘우리 회사의 성별임금격차는 ○○%입니다’라고 숫자를 공시하는 것으로 끝난다면 제도의 의미가 크게 줄어듭니다. 왜 그런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분석하고, 개선계획을 만들고, 노동조합이나 노동자 대표가 그 과정에 참여하고, 이후 실제 개선되었는지를 공인된 기관이 점검해야 합니다. 반복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기업에는 일정한 제재도 필요합니다. 제 논문에서도 허위·부실 공시 검증, 개선계획, 노동자 대표와의 협의, 과태료·과징금, 공공조달 등과 연계된 이행강제 장치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대기업부터 시행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적용대상을 중소기업까지 확대해야 합니다. 성별격차가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 논문에서 저는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50인 이상 기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중소기업에는 정부가 분석 툴(tool)과 행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요약하면, 단순 공시제가 아니라 공시를 계기로 실질적 개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이행강제력을 담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성평등을 위해 임금공시제 외에도 주목하고 있는 사회적 과제와 모색하고 계신 방안이 있으신지요?


☞ 최근 제가 성별 임금격차 문제와 연결해서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돌봄노동 등 여성집중적 노동의 저평가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성별 임금격차 논의는 주로 같은 기업 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다르게 보상받는가에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여성이 많이 일하는 직종 자체의 임금이 왜 낮은가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돌봄노동이 대표적입니다. 돌봄은 공적 사회적으로 매우 높은 가치를 갖는 필수노동입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돌봄이 가정 안에서 여성이 무급으로 수행해 온 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노동시장으로 나온 이후에도 ‘전문적인 노동’이라기보다는 저숙련 저가치 노동으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보육·돌봄 노동에서 낮은 임금과 낮은 사회적 지위가 지속되고 있으며, 이는 성별 고정관념에 의해 이러한 노동이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인식되어 온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여성의 저임금’ 문제뿐 아니라 ‘여성집중직종의 저평가’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기업에서 남녀 임금만 비교해서는 이 문제를 충분히 발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여성이고 그 직종 전체의 임금수준이 낮다면, 그 안에서 여성과 남성이 같은 임금을 받는다 해도 젠더에 의한 노동의 저평가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성평등 정책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성평등한 직무가치평가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직무급을 통해 돌봄노동이 요구하는 숙련을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돌봄에는 단순히 신체적인 업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나 이용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위험을 판단하는 능력, 감정조절, 의사소통, 관계형성, 책임과 안전관리 같은 상당한 숙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기존 직무평가에서는 이런 능력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기술·노력·책임·작업환경 등을 성중립적으로 평가하고, 동일가치의 노동에는 동일한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돌봄서비스의 가격과 임금을 연결해서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요양이나 사회서비스 상당 부분은 정부가 수가와 재정지원 수준을 결정합니다. 그런데 서비스 가격을 낮게 책정해 놓은 상태에서 개별 기관에 ‘돌봄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라’고 요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돌봄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려면 정부가 서비스 수가와 재정지원 자체에 적정 인건비를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돌봄노동자가 자신의 노동가격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돌봄서비스에서는 임금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수가나 예산으로 사실상 결정되는데 정작 그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그 결정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별 시설과 노동자 간의 기업별 교섭만이 아니라 정부, 사용자, 노동조합 등이 함께 참여하는 업종 또는 부문 수준의 사회적 대화와 단체교섭 구조를 만드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ILO 역시 돌봄노동의 양질의 일자리를 위해 공정한 보상과 함께 사회적 대화,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을 중요한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돌봄을 비용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돌봄노동자의 임금을 계속 낮게 유지하면 단기적으로는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력부족과 높은 이직률을 만들고 결국 서비스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립니다. OECD도 여성집중 돌봄노동의 지속적인 저평가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높은 이직으로 연결되고 돌봄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결국 저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한다는 것이 같은 회사 안에서 임금을 비교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이 집중되어 있다는 이유로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노동의 가격 자체가 낮게 책정되어 온 구조를 바꾸는 것까지 가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중요한 성평등 과제는 ‘여성의 임금을 남성 수준으로 어떻게 높일 것인가’뿐 아니라 ‘왜 여성들이 많이 하는 노동의 가치가 낮게 평가되어 왔는가, 그리고 그 노동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다시 평가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성별 임금공시제 도입으로 성별 임금 격차 해소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지만 거기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다음 단계는 여성들이 해 온 노동의 가치 자체를 다시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돌봄노동의 저평가를 바꾸는 것이 바로 그 대표적인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