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누워 자면
얼굴에 달라붙는 나무 잎사귀와
피부를 간질이며 지나가는 소금쟁이의 긴 발끝이 보여
그것은 거꾸로 자는 잠
내가 가진 세계들은 아래로 흩어져
싸락눈이 되고 빗방울이 되리
피부를 만질 때마다 떨어지는 외로움
나는 하늘에 이렇게 적을 거야
우울이라는 재미와 불안이라는 재미와
슬픔이라는 재미와 고통이라는 재미와
기다림이라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고
요즘도 잠결에 눈물을 흘리십니까?
마지막 생존자에게 가닿을 내 그리움은
작고 가벼웠으면 좋겠어
가볍고 애틋하게 시작한 사랑처럼
입술보다 귓바퀴가 더 붉어지는 밤이야
그래, 모든 순간이 끝날 땐
귀싸대기를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하고 뭔가 쾅 무너지는 거지
세월이 흐른 후에 물어보는 사람이 꼭 있어
그때 무슨 일 있었느냐고
지금은 괜찮으냐고
여긴 물속입니다 하늘이 풍덩 빠져 있고
우울이라는 농담과 불안이라는 농담과
슬픔이라는 농담과 고통이라는 농담과
기다림이라는 농담에 허리가 휠 정도라고
그것은 거꾸로 흐르는 시간
부서져야 서로에게 흘러들 수 있습니다
하늘과 땅이 부서져서 바다가 되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녹아서
같은 해변에 도착하고 있는 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