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는 바이러스의 주기적 유행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주기적인 감염병 대유행 😷
  
인류역사는 바이러스의 주기적 유행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어난 일이죠. 처음 신석기혁명이 일어난 무렵 세계 인구는 약 400만명이었습니다. 1만년 전입니다. 그런데 5000여년이 지난 뒤에도 세계 인구는 500만명에 그쳤습니다. 5000년 동안 고작 100만명 늘어났습니다. 아니, 농업혁명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왜 이렇게 빈약한 성과를 보였을까요? 바로 감염병 때문입니다.

농경과 목축은 정착생활을 가능하게 했고, 이전보다 자주 아기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아기를 업고 먼 길을 다닐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죠. 따라서 수렵채집을 하던 구석기시대보다 두배 이상의 자식을 낳았지만, 주기적인 감염병 대유행은 어렵게 이루어낸 인구 증가를 모조리 원점으로 돌릴 만큼 강력했습니다. 수천년이 흘러서야 병원균 레퍼토리가 감소하고, 어느 정도 저항력을 가지게 되면서 인구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죠. 하지만 최근까지도 감염병 대유행은 인구를 줄이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의 하나였습니다.

신석기혁명과 함께 찾아온 병원균

구석기 말에서 신석기 초까지 낮은 수준의 식량생산 시기가 수천년 동안 지속했습니다.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가축을 길들이고 곡물을 개량했습니다. 수렵과 채집을 병행하면서 조금씩 이루어낸, 아주 지난한 과정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불청객도 나타났습니다. 쥐와 모기, 파리가 찾아오고,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도 반갑지 않은 동거를 감행합니다. 즉 도무스 복합체(domus complex)가 형성됩니다. 라틴어로 이라는 뜻을 가진 도무스는 농장과 농장 주변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도무스 복합체에 인간과 가축의 분변과 각종 쓰레기가 쌓입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수렵채집사회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인류가 맞닥뜨린 현실은 말 그대로 시궁창이었습니다.

인류, 가축과 곡식을 키우면서 노동과 질병을 얻다 
아니,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구석기 인류는 감염병에 걸리지 않았단 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대체로그렇습니다. 수렵채집사회에서 사냥꾼의 수가 늘어나면 사냥감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사냥꾼은 도태되고, 다시 사냥감이 늘어납니다. 자연스러운 균형이죠. 하지만 인간은 이러한 균형을 깨버리고 말았습니다. 가축과 곡식을 키우며 늘어나는 인구를 억지로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그 댓가로 노동과 질병, 불평등을 얻었습니다.

개는 분명 인간에게 먼저 다가온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가축은 인간이 먼저 길들였습니다. 개는 농사일이 아니라 사냥을 돕는 가축이죠. 3만년 전, 인류가 사냥꾼이던 시절의 유산입니다. 그럼 고양이는? 가끔은 고양이가 가축인지 혹은 주인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양이와 인간의 인연은 한참 뒤에 맺어졌습니다. 아마 이집트에서 길들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곡식창고에 들끓는 쥐와 새를 처치하려는 목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홍역은 소에게서, 인플루엔자에는 돼지에게서
어쨌든 인간은 다른 동물과 같이 살면서 음식도 나누고, 감염균도 물론 나누었습니다. 사람간 전파도 가능하지만, 일차적 감염원은 동물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이라고 합니다. 광견병이나 라임병, 웨스트나일열병 등이죠. 보통 척추동물 사이에서 감염이 일어납니다. 어쩌다가 인간에게 옮겨 오는 경우도 있고(광견병), 다른 동물도 감염되지만 인간 사이의 감염이 더 심각한 경우도 있습니다(홍역 등). 수많은 질병이 새로 생겼습니다. 홍역은 소의 우역에서, 천연두는 우두에서, 인플루엔자는 돼지에서 건너왔습니다. 콜레라, 천연두, 홍역, 볼거리, 인플루엔자, 수두 등 전통적 감염병은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감염균은 숙주를 필요로 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사람간 전염병은 기원전 3000년 무렵에 자리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전염병은 주기적으로 절멸에 가까운 재앙을 가져왔지만, 인구는 조금씩 증가했습니다. 인구밀도가 어느 수준을 넘으면 전염병은 더 잘 퍼집니다. 홍역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금은 MMR 예방접종 덕분에 큰 걱정 없이 살고 있습니다만 홍역의 기초감염재생산지수는 종종 20에 육박합니다. 한 사람이 스무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구가 적으면 한꺼번에 확 휩쓸고 지나간 후, 이내 사라집니다. 한번 앓으면 평생 면역이 지속합니다. 집단에서 계속 감염이 일어나려면 질병에 걸릴 신선한숙주가 늘 수천명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 30만명의 인구를 갖춘 도시가 아니라면 홍역은 짧고 굵은 타격을 가한 후,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맙니다.
생존을 위한 병원체의 진화적 전략
감염균이 가진 독성은 양날의 검입니다. 병원성이 너무 심하면 숙주가 죄다 죽어버립니다. 숙주가 없으면 감염균도 죽죠. 반대로 숙주는 점점 저항력을 키워갑니다. 이를 병원성 균형 이론이라고 합니다. 점점 양순해집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토록 많은 감염병에 시달리는 것일까요? 병원체와 숙주가 공생을 향해 진화한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인류의 선조가 몸소 고생해준 덕분으로 우리 후손은 감염병을 가볍게앓고 지나가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그리 쉽던가요? 숙주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면서도, 즉 독성이 심해 곧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 병을 일으키면서도 감염균이 널리 퍼질 수 있는 전략이 있습니다. 다음 레터에서는 그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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