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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3매 | 최갑수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고백하자면, 이제야 글 쓰는 데 약간이나마 재미를 느끼고 있다.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이 말이 이해가 된다. 매일 매일 쓴다는 것 자체는 고역이지만, 글을 쓰는 그 시간은 재미있다.


‘재미있게 한다’는 것과 ‘잘한다’는 것은 다르다.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지만, 글을 잘 쓴다는 건 아니다. 이제 겨우 맞춤법 정도를 깨우친 수준이라고나 할까. 글을 쓸 때마다 부끄럽다. 글쓰기 실력도 부끄럽고, 글쓰기를 통해 드러나는 내 마음과 인생도 부끄럽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게 된 건 부끄러움이란 걸 알고 나서인 것 같다. 얼마 전, 강진에서 K형과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비 오는 날이었고, 우리는 이른 아침 호텔 로비에 앉아 길 건너편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 K형 : 가끔 정말 후회합니다. 어휴, 어떻게 그렇게 살아왔을까 하고요. 지난 시절은 정말이지 치기로 가득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왜 그런 말도 되지 않는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거죠?

- 나 : 저 역시 그렇습니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여러 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아, 정말 쪽팔려요.


정말 후회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시 돌아가도 그렇게 살 것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 K형은 창밖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래도 그때보다는 좀 나은 인간이겠죠? 그래야 하는데……. 우리는 말없이 식은 커피를 마셨다.


어제 페이스북을 보다가 이런 포스팅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들은 타인을 대할 때 항상 삐쭉거리는 태도로 바라본다. 비판하는 사람은 철학적이고 통찰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의 인생을 해친다. 삐쭉거리는 인생을 사는 사람은 삐쭉거리는 인생을 맞게 된다. 비판적인 사고로 누군가를 평가하고 험담하고 폄하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이 그 길로 흘러가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외로움, 근심, 걱정에 시달리다, 종국에는 '누구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구나'라고 하며 끝나게 된다. 누군가의 성공을 보고 모방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좋은 점을 찾아 자신의 안에 두는 것이 현명하다."


나이가 들수록 삐죽거리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 비판하지 말고 불평하지 말 것. 내가 가진 하나의 자로 모든 것을 재려고 하지 말자. 그러기 전에 ‘어떤 사정이 있겠지.’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고 조금 더 들여다보는 마음과 태도를 가져 보자. 그래도 아닐 땐 조용히 뒤돌아 나오면 된다. 나는 글을 쓰며 이런 걸 알게 됐다. 글을 쓰며 내가 얼마나 부끄러운 삶을 살았는지 되돌아보게 됐다. (예전엔 왜 몰랐을까?) 글쓰기보다 글을 쓰는 '시간'이 재미있다는 게 이 때문이다. 이젠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십 년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렇게 속삭여 주고 싶다.

"50분 일 하고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 우리의 인생을 더 즐거워질 때는, 부끄러움을 알고 겸손해지려고 할 때란다. 그리고 사십 대를 조심해. 네가 잘나갈 때, 그 기고만장의 시절에 절대 타인에게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단다. 아참, 그리고 언제나 잊지 마! 글을 잘 쓴다는 건,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

최갑수는 시인이자 여행작가다. 매일 매일 글을 써서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이고 써야 할 게 많은데, 쓸 시간이 없어 안타깝다. 쓴 책으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등이 있다. @ssuchoi

📚 Book |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메리 카 저, 권예리 옮김 | 328쪽 | 18,500원 | 지와인 펴냄

지난달, ‘3-3-3 리추얼’이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3주 동안, 매일 3매의 글을 쓰고, 3,000걸음을 걷는 프로그램입니다. 참가자들이 글을 쓰면 제가 글에 대한 피드백을 드립니다. 그 피드백은 글쓰기에 관한 것일 수도, 마음과 삶에 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리추얼을 진행하며 알게 된 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진실되게 잘하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것과는 약간 다른 문제더군요.


리추얼을 마치고 참가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 드렸습니다. 책 앞에 나오는 대로 이 책은 자기 이야기를 쓰고 싶은 욕망을 가진 이들이라면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프롤로그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삶을 견뎌낸 이들에게는 이야기가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작가가 밝힌 대로 “자신만이 말할 수 있는 본인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가장 진실하고 가장 아름답게 말할 수 있는 최적의 목소리를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저는 리추얼 참가자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글을 잘 쓴다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그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삶을 더 잘 아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죠. 글쓰기는 우리가 그럴 수 있도록 도와줄 겁니다.”


자신의 마음과 삶 글로 써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 책 속에서 -


누구나 가끔 생각합니다. ‘내 인생도 글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평범한 경험에서도 가치를 발견하고, 숨기고 싶은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대면하며, 타인과 깊이 공감하려는 태도가 있다면, 오직 나만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 p7


작문 기술과 구성법을 아무리 잘 안다 해도 남을 감동시키는 글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직 과거와 현재의 자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을 멋지게 포장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 ‘과거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발굴하고, ‘현재의 내’가 성장하고 변화할 때, 당신 인생은 반짝이는 이야기를 내놓을지도 모릅니다.

- p8


글을 쓸 때면 언제나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펜을 든다. 작은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하는 괴물 같은 자아가 자꾸 겁을 준다. 그래도 괜찮다. 바로 그 때문에 무한히 현명한 신께서 우리에게 딜리트 키를 내려주셨으니까.

- p14


위대한 작가는 독자에게 가장 내밀한 약점마저 보여준다. 꾸밈없이 벌거벗은 인간을 보면 누구나 조금은 감동하게 마련이다.

- p23


복수를 원한다면 변호사를 고용해라. 아니면 복수를 위한 글쓰기를 즐겨라.

- p72


결국 목소리를 찾는 유일한 방법은 글을 써나가면서 찾는 것이다. 작가는 자기 이야기를 글로 적으며 단어들을 이리저리 옮겨보면서 자신만의 재능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 재능이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띄도록 책을 구성해야 한다. 독자의 마음을 얻으려고 용어 선택과 구문에 치중할 필요는 없다. 그저 진실하게 쓰면 된다.

- p103


누구나 자신에 관한 일부 결정적 사실들을 반드시 숨기거나 부정해야 한다는 은밀한 두려움을 품고 있다. 기성 작가의 글을 포함해 수많은 원고를 손본 경험에 따르면, 작가가 숨기고 싶어 안달하는 특징이 바로 그 작가의 자아와 이야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일 때가 많다.

- p247


퇴고를 거듭하면서 나선형으로 점점 진실에 가까워지고 마침내 가짜 자아가 진짜 자아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 온다.

-  p257


글을 쓰다가 막히면 계속 써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특별한 방법은 없다. 특히 초심자에게 유일한 해결책은 어느 정도 속도가 붙을 때까지 정신을 집중하고 손을 계속 움직여 종이를 채우는 것이다.

- p279


아무도 각자의 인생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알지 못한다. 저마다 묵묵히 쓰는 글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 보탬이 될지 알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쓴 글은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세상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을 것이다.

- p323

💻 사십 대의 스타트업 생존기 |  김유정

내 일하는 시간은 내가 알아서

스스로 일정 관리를 한다는 건,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에 다닐 때, 출근 전 시간과 퇴근 후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하는데, 그게 영 쉽지가 않더라고요.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건 오히려 일정 관리하기가 더 쉬울 것 같지만, 막상 게으른 저는 아침 시간도, 저녁 시간도 활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게으른 제가 자율 출퇴근제인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시간 활용을 가장 잘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8~10시까지 아무 때나 출근해서 업무시간 8시간(휴게시간 포함해서 9시간)만 채우면 퇴근해도 되는 스타트업을 다니니까 오히려 너무 시간 관리를 잘하게 되는 겁니다.

 

제게 8시 출근은 너무 달콤했습니다. 왜냐하면 5시에 퇴근할 수 있었거든요. 아무리 한겨울이어도 5시면 회사 바깥이 환했습니다. 어둑해지려는 시점이었죠. 누군가는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때의 저는 6시 반에 테니스를 30분 동안 치고 난 후 회사로 출근했습니다. 그리고 5시에 퇴근했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더라도 최소 5~6시간을 집에서 보낼 수 있었죠. 이 자체가 너무 여유로워서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게 만들더라고요.

 

게다가 8시에 출근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 출근하기 전이기 때문에 업무 집중도도 훨씬 높았어요. 아침 시간은 날개가 달렸을까요? 어찌나 빠르게 흘러가던지요. 정신 차리고 나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더라고요. 와! 집에 갈 시간이 4시간 밖에 안 남았어.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일을 했답니다.

 

제게 주어진 건 자율뿐이었는데, 저는 뭐가 그렇게 기뻤던 걸까요. 하는 일도 능률이 더 오르고 일도 제가 알아서 찾아 하게 되었습니다. 야근이 많고 정해진 시간 내에 무언갈 채워 넣어야 했던 기존의 회사에서는 중간중간에 멍도 때리고 집중도 못 했죠. 커피 마시며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애를 썼어요. 그런데 자율 출퇴근제에서는 제 아웃풋만 내면 되니까 그런 시간들이 필요 없더라고요.

 

어렸을 때 엄마가 “공부해라.” 하고 하면 공부하기 싫어지는 그런 못된 마음이 아직도 남아있어서일까요. 오히려 자율적으로 시간을 정해 일 하는 방식은 제가 일을 더 밀도 있게 하게 만들었습니다. 삶이 더 윤택해졌기 때문에 오히려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었죠.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다는 게 사람의 성향도 바꾸고 능률도 올린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습니다. 어차피 일하는 시간을 같은데도 말이죠. 알아서 잘하는 사람들을 너무 가둬놔서 능률이 오르지도 않고, 행복하게 일하지도 못하는 건 아닐까요. 

 

제가 농담 삼아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만약에 내가 회사를 차린다면 연차도 무제한에, 모두 재택근무 하는 회사를 만들 거야. 구글보다 더 좋은 회사가 될 거야!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제대로 된 아웃풋만 내면 돼!”

 

종종 이 말을 듣는 사람 중에 대다수는 어떻게 사람을 믿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그건 행간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오히려 더 무서운 말이에요. 자율적으로 모든 걸 맡기게 되면 아웃풋을 저절로 낼 수밖에 없다는 제 믿음도 있지만, 아웃풋을 내지 못하면 자율적으로 맡길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율적으로 일을 하게 되고 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일상도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요. ✉️

김유정은 그동안 여행 에세이 소설여행과 가이드북 두근두근 여행 다이어리 북 시리즈 8권을 썼다. 지금은 스타트업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여행과 술, 커피를 좋아한다.그의 일과 일상이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 @writer_kim_u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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