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국민 사과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요, 무엇을 잘못했다는 건가요?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 소개한 청년들의 우스개. 상황 회피성 사과가 초래하는 사태를 보여준다.
 1. 커플 싸움(※출처: 유튜브 ‘키에커’) 
 A: 너 아까 왜 그랬어? 
 B: 내가 뭘 어쨌는데? 
 A: 뭘 어쨌냐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 
 B: 미안해. 
 A: 뭐가 미안한데? 
 B: 몰라. 
 A: 모르면서 미안해? 
 B: 잘못했어. 
 A: 잘못을 알긴 아는 거야? 
 B: 어. 
 A: 알면서 그랬니? 
 B: 아, 미안해. 
 A: 뭐가 미안한데? 
 B: 방금 말했!!(목소리 커짐) 
 A: 지금 화내는 거냐? 
 B: 아니 미안해. 
 A: 지금 장난쳐? 
 B: 그런 거 아니라니까. 
 A: 또 화내네. 
 B: 아, 미안해.
 A: 미안한 일을 왜 해? 

 2. 송영길 대표의 ‘조국 사태’ 사과 
 '법률적 문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의 기준은 윤석렬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 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법률적 문제와는 별개로 자녀 입시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조국 전 장관도 수차례 공개적으로 사과했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보고 반성해야 할 문제입니다.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 하듯 스펙 쌓기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런 시스템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주는 일이었습니다. 민주당은 국민과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과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법적 잘못은 아직 모른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는 형평에 어긋났다. 윤석열 가족도 그렇게 수사해야 한다. 입시 관련 문제는 우리 모두가 반성할 일이다. 국민과 청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다.’ 

 청년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 말고는 딱히 잘못한 게 없다는 것이네요. 이런 '영혼 없는' 사과를 왜 굳이 나서서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보듯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안해'라고 하는, 상황을 모면하기에 급급한 건성건성 사과는 또 다시 사과해야 하는 무한루프의 징벌을 받습니다. 

 3. 심리학자 에런 라자르가 말하는 사과의 4대 요건
 ①이건 내(또는 우리) 잘못이라고 확실히 인정하라.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는 사과가 아니다. 
 ②잘못을 인정하는 내용이 구체적이어야 한다. ‘어제 일 미안해’가 아니라 ‘어제 소리지른 거 미안해’라고 해야 한다. 
 ③그런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한 후회를 표현하고, 피해 회복 조치를 할 의사를 밝혀야 한다. 
 ④재발 방지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송 대표의 사과가 왜 공허한지 이 기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사과했다, 그리 알라'는 식의 사과는 또 한번의 가해입니다.

 송 대표가 처한 상황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마음에 없는 형식적 사과를 왜 애써 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로 했는데도 사퇴하라는 요구가 당 내에서 나오네요. 안타깝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의 반응을 담은 기사가 중앙일보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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