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위원회의 심의·조정 결과를 실질적인 처우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새 법에 따라 공무직위원회는 국무조정실장 소속으로 설치돼 공무직근로자 등의 고용과 임금 등 근로조건, 인사관리와 관련한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한다. 하지만 위원회의 결정이 각 부처와 공공기관의 처우 개선으로 자동 이어지는 구조는 아니다. 심의·조정 결과가 기관의 재량에 맡겨진다면, 과거처럼 ‘권고는 있지만 이행은 없는’ 상황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
특히 공공부문 공무직의 처우는 기관별 예산과 임금체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같은 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어느 기관에 소속됐느냐에 따라 임금과 복지, 수당에서 격차가 발생하는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위원회에서 원칙만 제시한다면 또다시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위원회는 정책을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결정된 사항이 각 기관에서 실제로 이행되는지를 확인하고 후속 조치까지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기관의 자율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공무직 노동자의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기 어렵다.
더욱이 새 공무직위원회는 시행일부터 5년간 존속한다. 한시적 기구였던 1기 위원회의 한계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 5년을 단순한 정책 논의 기간으로 보내서는 안 된다. 임금체계와 처우 기준을 정비하고, 위원회가 종료된 이후에도 정책이 지속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까지 마련해야 한다.
둘째, 예산을 이유로 처우 개선을 또다시 미뤄서는 안 된다.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서 가장 현실적인 걸림돌 가운데 하나는 예산이다. 위원회가 9월 18일 출범해 실질적인 처우 개선안을 논의하더라도 차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이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황이라면, 결정된 내용이 실제 예산으로 이어지기까지 또다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무직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노·정·전문가가 참여하는 사전협의체를 운영하고 위원회 운영방안과 시행령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출범을 준비하는 것과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중요한 것은 위원회의 문을 여는 데 있지 않고, 그 문을 통해 나온 논의가 실제 예산과 정책으로 이어지느냐에 있다.
공무직 노동자들은 이미 충분히 기다렸다. 1기 위원회가 폐지된 뒤 다시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걸렸고, 그동안 현장에서는 낮은 임금과 기관별 처우 격차를 감내해왔다. 법 시행 이후에도 예산 편성을 이유로 또 한 해를 기다리게 한다면 법 제정의 의미는 크게 퇴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처우 개선 논의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가 2027년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검토할 사안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
셋째, 기간제 처우 개선과 함께 공무직의 처우 개선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 4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을 발표하고 2027년부터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근로계약 기간에 따른 ‘공정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간제 노동자의 적정임금 기준을 전국 지방정부 생활임금 평균 수준인 최저임금의 118%로 설정하고, 이를 2027년 예산에 반영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책이 공무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별개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공무직 노동자들은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공공서비스의 현장을 지켜왔지만, 상당수는 여전히 낮은 기본급과 제한적인 임금체계 속에서 일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며 숙련과 경험을 쌓아온 노동자의 임금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간제 노동자의 적정임금 기준만 새롭게 높아진다면 현장에서는 고용형태에 따른 보상체계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기간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후퇴시키는 방식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기간제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계기로 공무직의 임금과 처우 역시 함께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고용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노동자 간 처우 개선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누구의 처우를 개선하면 다른 누군가의 몫이 줄어드는 구조가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자의 전반적인 노동조건을 끌어올리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은 오랜 요구가 제도적 결실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법률이 제정됐다는 이유만으로 현장의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위원회가 어떤 기준을 세우고, 정부가 이를 얼마나 책임 있게 정책과 예산으로 뒷받침하느냐에 따라 법 제정의 의미가 달라질 것이다.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다. 법률이 마련한 제도적 틀을 실질적인 처우 개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새롭게 출범할 공무직위원회가 지난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고, 현장의 요구를 실질적인 변화로 만들어내는 위원회가 되기를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