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존중감. 자존감은 말그대로 나 자신을 존중해주는 것이다. 나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뛰어난 외모나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자존감을 잘 유지하는 일이 어렵게 느껴진다. 물론 나도 그렇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어린 시절 자라온 환경이나 부모님의 성향, 주변의 친구들이 모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나 자신은 내가 못나보이고 별볼일 없게 느껴질까. 우리가 비교할 대상을 볼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진 것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왜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자존감이 낮을까. 

나를 사랑하는 것은 어릴 때는 그나마 쉬운 일처럼 느껴진다.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고 나를 귀엽다면서 이뻐해주는 사람이 많다. 어른이 되면 그렇지 않다. 온갖 실패들을 만나고 나쁜 말을 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실패를 대하면서 내가 나에 대한 판단을 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실패들 주저 앉아, '아.. 내가 이렇게 못났구나'. 라며 나 자신을 탓한다. 

그런 상황이 계속 되다보면... 우울한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죽이고 있다. '나는 빨리 죽어야해.', '나는 태어나지 않는게 좋았을텐데.', '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만 주고 있구나' 등등... 온갖 저주의 말이 나를 향한다. 그걸 쏜 건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시리즈 <악귀>의 마지막 회에 악귀가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살고 싶은데, 다들 빨리 죽고 싶어했어. 그래서 내가 도와줬을 뿐이야". 

맞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자신을 죽이고 있다. 나를 내가 비난하고 돌을 던진다. 

그럼 무엇을 해야 그런 비난을 멈출 수 있을까. 자존감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을까.

계기가 필요하다. 아주 작은것. 정말 아주 사소한 것으로 나 자신을 칭찬해야한다. 

'잘했어', '이번엔 잘 안되었지만 다음엔 잘 될거야', '나는 못생겼지만 그래도 이건 내가 잘하는거야.' 같은 긍정적인 말들을 자꾸만 해야한다. 

생각보다 평소에 나 자신을 많이 죽이려 한다.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면 침대에 누워 울면서 계속 '죽어야 되는데..'라는 생각을 반복한다. <악귀> 속 주인공 구산영이 자신의 힘든 상황을 비관해 자기 자신을 죽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 비관과 절망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자신의 목을 조여든다. 그래서 이 시리즈의 이야기를 보면서 악귀의 말에도, 구산영의 상황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시리즈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 살아보자" 가 이 시리즈의 마지막 대사인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에서는 그것이 끊어지길 바란다. 그것은 대부분 죽음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살아보자' 라고 생각을 바꿨을때, 생각보다 좋은 일들이 많다. 아니. 그런 좋고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자꾸만 좋은 걸 봐야한다. 즐거운 것을 찾아야한다. 

그러면서... 우리 다 같이 한 번 살아보자. 이 인생을. 

큰 사건에서 누군가가 죽고 사람들이 피해를 받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종종 어떤 사람들은 그 모든 짐을 혼자 지고 모든 것을 감당하려 한다. 문제는 그렇게 혼자 모든걸 가지고 가다보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난 다는 것이다. 

영화 <밀수>에 등장하는 인물 중 진숙은 한 순간에 아버지와 남동생이 죽고 감옥에 갇힌다. 진숙이 가지게 된 죄책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 춘자는 도망가버렸고 그 주변에 남은 인물도 그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몸과 표정은 굳어있다. 그가 감옥에 나와서 다시 해녀 일을 해도 과거의 그 밝은 모습을 볼 수 없다. 

진숙이 가진 죄책감은 분노를 만든다. 춘자에 대한 분노. 가장 직접적으로 가족의 죽음, 죄책감을 밀어넣을 수 있는 인물. 바로 배신자에 대한 분노다. 영화 내내 진숙은 얼굴 한 번 펴지 않지만 상황은 진숙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그는 왜 그 일에 계속 매달리는걸까.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것이 아닐까. 춘자가 없을 때, 진숙은 과거에 같이 일했던 해녀들과 다시 물건을 건진다. 그렇게 라도 생계를 이어가게 해야 자신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춘자가 다시 돌아왔고 진숙이 가진 죄책감은 분노로 바뀐다. 

죄책감. 분노. 그렇게 이어지는 진숙의 감정은 전체를 보는 눈을 흐리게 만든다. 주변의 나쁜 인물들에게 이용당하는 안좋은 상황에서 그의 시야를 다시 넓혀주는 건 친구의 믿음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죄책감 속에 살고 있는 진숙의 앞에 나타난 춘자. 그는 진숙에게 믿음을 통해 죄책감을 덜어준다. 

친구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 나 자신이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았을 거라는 믿음. 그런 마음이 들게 만든 것은 결국 용서와 화해다. 그런 과정을 통해 다시 만난 진숙과 춘자는 이야기 속의 다른 여자들과 의기 투합하여 결국 나쁜 불량배와 죄책감을 만든 악당들을 몰아낸다. 

비록 조금은 촌스러울지라도. 죄책감을 덜어내는 건 아주 오래된 우정이다.  

가끔은 <장화신은 고양이> 속 고양이의 자신감이 부러워진다.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드러내며 사람들 앞에서 뿜뿜하는 모습에서 그 어떤 단점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왔을까?

그건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나오지는 않았을까? 다른 인물들과 다르게 고양이는 목숨이 여러개니까.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까 무엇이든 도전해볼 수 있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해볼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이 장화신은 고양이를 그렇게나 자신감 넘치게 만들었다. 

그건 장화신은 고양이의 목숨이 하나만 남게 되었을 때, 확신으로 바뀐다. 장화신은 고양이는 죽을까봐 엄청나게 소심해지고 겁이 많아진다. 그래서 대중 앞에 서지 못하고 모습을 감춘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일을 자신감있게 대하지 못하고 그저그런 일반적인 인물이 된 고양이는, 다른 일반 고양이와 다를바가 없다. 

때로 주변에서 끝도 없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을 본다. 마치 숨겨준 무기가 있는 것처럼. 마음 속에 큰 방패가 있는 것처럼. 상처받지 않을 것 같은 사람. 그렇게 자신감넘치고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그 사람은 수많은 실패에도 꿋꿋하게 일어나 다시 시도해본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저사람은 무섭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무서울 것이다. 실패하는 모습이,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습이. 어쩌면 뒤에서 몰래 눈물을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이니까. 목숨이 여러개인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 사람의 진짜 힘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 다시 일어나 실패를 뒤로하고 한걸음 나아가는 사람. 그게 진자 그 사람의 힘일 것이다. 

장화신은 고양이도 뒤늦게 그걸 깨닫는다. 목숨은 하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 시도해 봐야한다고. 자신이 실패하더라도 다른 인물들에게 기회를 준다면 그것이 다시 자신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모든 인물이 다 함께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사실 장화신은 고양이는 완전한 인물이 아니다.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서 그를 보면 특별한 능력이 없음에도 그만의 자신감을 되찾은 걸 알 수 있다. 주변에 자신을 도와줄 인물들이 있다는 것. 죽으면 물론 끝이겠지만. 다른 실패에도 다시 일어나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 

그런 장화신은 고양이를 보고 수없이 실패와 답없는 외침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돌아볼 수 있다. 나는 혼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다시 일어나는 것즘은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니라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권위 있는 빅투아르 음악상을 수상하며 차세대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지휘자 ‘드니 뒤마르’.
그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다름 아닌
같은 지휘자이자 음악계의 거장인 아버지 ‘프랑수아 뒤마르’이다.

한편, 아버지 ‘프랑수아’는 존경받는 최고의 지휘자지만
곧 정상의 위치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과 함께,
같은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는 아들 ‘드니’에게 묘한 경쟁심을 느끼고 있다.

그러던 중 ‘프랑수아’는 평생을 소망하던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지휘자 자리를 제안하는 전화를 받고 뛸 듯이 기뻐한다.
하지만 아들 ‘드니’는 자신에게 가야 할 제안이 아버지에게 잘못 전달되었음을 알게 되고,
인생 최대의 고민에 빠진다.

꿈의 무대를 두고 마주한 아버지와 아들!
‘라 스칼라’ 무대에 서게 될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님 이번 주는 어떠셨나요?

<악귀>의 마지막 회를 보며 굉장히 마음이 많이 움직였어요. 

자신을 죽이고 있는 김태리의 모습이 충격적이었죠. 

나도, 세상에 많은 사람들도 그렇게 자기 자신을 죽이면서 살고 있거든요. 

나자신을 비하하고 욕하고, 때론 죽음을 생각하면서...

근데 악귀는 살고 싶었다는 말이 꽤 마음에 와닿았어요. 

<밀수>에서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시야가 좁아진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요. 

주변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려는 진숙. 

그래도 결국 마음을 열게되죠. 

<장화신은 고양이>의 장화신은 고양이는 자신감이 충만하죠. 

하지만 그가 그 자신감을 잃어버렸을 때 변화하는 그의 감정에 공감이 되었어요. 

이번 주는 이런 이야기들을 보며 생각을 정리해 보았어요. 

제 글이 좋으셨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꼭 추천 부탁드립니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그럼 다음 주에 다시 메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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