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빵과 붕어빵의 차이를 알고있어? 비슷해보이지만 사실 아주 달라. 잉어빵은 식었을 때 흐물흐물해지고 붕어빵은 식어도 단단하게 모양을 유지하는게 특징이야. 그래서 난 바삭바삭한 붕어빵을 좋아해. 붕어빵인척하는 잉어빵은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안타깝지만 올해 들어 아직 붕어빵을 한 번도 못먹었어. 우리동네는 붕세권이 아닌가봐. 대신 나는 군고구마로 겨울을 연명하는 편이야. 한참 인터넷에 떠돌았던 레시피를 알려줄게. 에어프라이기에 110도로 30, 160도로 30, 뒤집어서 190도에 30. 무슨 군고구마에 한시간 반을 쓰냐 하겠지만 나 믿고 한번만 해줘.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거야.

계절마다 생각나는 음식들처럼 계절 영화도 있지 않아? 나는 겨울이 되면 <러브레터>가 생각나.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러브레터>를 보고 있으면 눈으로 뒤덮인 일본 홋카이도에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져.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드라마가 있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홋카이도가 배경인데다 제목 그대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러브레터>나 전성기의 일본영화 감성이 그리웠던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을거야. 사실 레카소가 절대 소개해줄 것 같지 않은 드라마라고 해서 호기심에 보게 되었는데 내 바삭한 건성의 마음도 덕분에 촉촉해졌어🥰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는 일본의 국민가수인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1999)初恋(하츠코이)(2018)’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야. 그래서인지 드라마는 주인공인 야에와 하루미치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각자의 기억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이어지는데, 둘이 처음 만난 해는 1998(우타다 히카루의 데뷔년도), 재회하는 해는 2018년이야. 원작인 두 곡의 간격만큼 20년에 걸쳐 1982년 생인 야에와 하루미치의 인생을 보여주는거지. 그 시절 일본은 20년 간 버블 경제 이후 장기 불황, 동일본대지진 등 굵직한 변화들을 맞이했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단순히 첫사랑의 추억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야.


학창시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각자 다른 꿈을 가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돼.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고, 대학교 미인대회에서 수상할만큼 주목받던 학생이었던 야에는 승무원이 꿈이었지만 현재는 삿포로의 택시 운전사가 되어있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위대에 입대해 파일럿을 꿈꿨던 하루미치는 어느 빌딩의 안전요원이 되어있어. 사랑과 꿈이 그대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옛날과 달리 현재의 삶은 무겁기만 하고, 무언가를 바라는 것조차 욕심처럼 느껴지는 매일이야. 그래서 첫사랑을 다시 만났지만 예전처럼 다가가 마음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지. 빛났던 과거와 달리 아름답기만 하진 않았던 야에와 하루미치의 20년은 어쩐지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현재와도 닮아 있어 마음이 저릿해.

하지만 결국 변화는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거잖아. 그동안 많은 난관을 이겨냈지만 자신의 행복을 위한 마음은 닫아놓았던 야에는 비로소 잊고있었던 중요한 기억의 조각을 되살려낸 후, 기꺼이 그 기억을 현재로 가져오기 위한 첫발을 내딛어. 실패한 인생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을 거라 되뇌이면서 말이야. 현재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있는 사람이라면 야에의 마음에 감정이입이 될거야. 결국 야에와 하루미치의 만남을 응원하는 건 지나온 우리의 꿈들을 향한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어.


최근 일본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촬영과 연출로 영상미가 아름다워 몰입하기 좋았어. 게다가 80년대생이라면 동시대 즐겼던 문화가 떠올라 더 즐거울 것 같아.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는 물론이고 <타이타닉>이랄지, CDP를 나눠듣던 기억 등 말이야. 과거 장면은 필름 느낌이 나도록 촬영되어 있어 더 감성적이야. 한때 기무라 타쿠야를 좋아해서 <롱 베케이션><러브 제너레이션> 등 옛날 일드를 즐겨보곤 했는데, 첫사랑을 추억하듯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떠오르더라고. 물론 로맨스 드라마 특유의 비논리적인 우연의 연속은 있지만 이정도는 우리 눈감아 주도록 하자.

소소한 관람포인트1. 우타다 히카루 'first love'

우타다 히카루는 무려 15살에 직접 작사작곡한 앨범으로 데뷔했다고 해. 데뷔 후 세번째 싱글이었던 ‘first love’는 일본 오리콘 기준 765만 장, 출하량 860만 장에 이르는 경이로운 기록을 가지고 있어. 드라마가 공개된 후 하츠코이와 함께 역주행 중이래. 다시 들어도 너무 좋지 않아?

소소한 관람포인트2. 나폴리탄

드라마를 보고나면 역시 나폴리탄이 먹고 싶을 거야. 토마토 파스타와는 또 다른 맛이 있지. 요알못인 나도 뚝딱 따라할 수 있었던 초간단 나폴리탄 레시피를 공유할게.

소소한 관람포인트3.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극 중 첫사랑을 하고 있는 인물들은 모두 하늘색이 들어간 옷을 입고 나와. 하늘색 목도리, 하늘색 모자, 하늘색 가디건, 하늘색 외투, 심지어 하늘색 아이스크림까지! 감독이 첫사랑의 색을 하늘색으로 생각했던 걸까? 덕분에 몽글몽글한 이미지가 더 잘 그려졌던 것 같아. 한편 하루미치의 가족들은 모두 빨간 옷을 입고나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야.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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