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생각나는 음식들처럼 계절 영화도 있지 않아? 나는 겨울이 되면 <러브레터>가 생각나. 추운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러브레터>를 보고 있으면 눈으로 뒤덮인 일본 홋카이도에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져.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드라마가 있어.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야. 홋카이도가 배경인데다 제목 그대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라 <러브레터>나 전성기의 일본영화 감성이 그리웠던 사람이라면 좋아할 수밖에 없을거야. 사실 레카소가 절대 소개해줄 것 같지 않은 드라마라고 해서 호기심에 보게 되었는데 내 바삭한 건성의 마음도 덕분에 촉촉해졌어🥰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는 일본의 국민가수인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1999)와 ‘初恋(하츠코이)(2018)’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드라마야. 그래서인지 드라마는 주인공인 야에와 하루미치의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각자의 기억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방식으로 이어지는데, 둘이 처음 만난 해는 1998년(우타다 히카루의 데뷔년도), 재회하는 해는 2018년이야. 원작인 두 곡의 간격만큼 20년에 걸쳐 1982년 생인 야에와 하루미치의 인생을 보여주는거지. 그 시절 일본은 20년 간 버블 경제 이후 장기 불황, 동일본대지진 등 굵직한 변화들을 맞이했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단순히 첫사랑의 추억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야.
학창시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각자 다른 꿈을 가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헤어지게 돼.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고, 대학교 미인대회에서 수상할만큼 주목받던 학생이었던 야에는 승무원이 꿈이었지만 현재는 삿포로의 택시 운전사가 되어있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위대에 입대해 파일럿을 꿈꿨던 하루미치는 어느 빌딩의 안전요원이 되어있어. 사랑과 꿈이 그대로 이어질 것만 같았던 옛날과 달리 현재의 삶은 무겁기만 하고, 무언가를 바라는 것조차 욕심처럼 느껴지는 매일이야. 그래서 첫사랑을 다시 만났지만 예전처럼 다가가 마음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지. 빛났던 과거와 달리 아름답기만 하진 않았던 야에와 하루미치의 20년은 어쩐지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현재와도 닮아 있어 마음이 저릿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