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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say - 1일 3매 | 최갑수

아등바등이 디폴트


지난 주말이었다. 나올 책의 마무리 작업으로 정신이 없었다. 봄은 어느덧 여물어서 사무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버드나무는 짙은 초록으로 물들어 있었다. 4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한창 표지에 들어갈 카피 문구를 다듬고 있는데, 후배에게서 인스타그램 메시지가 왔다. 평소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 후배인데 무슨 일로 메시지를 보냈을까 싶어 얼른 메시지함을 열었다.


선배, 요즘 저는 너무 아등바등 사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들이 모두 그렇게 살아도 살아진다고 하더라고요. 듣고 마음이 좋았어요. 제가 너무 즐기나 하고요.”


메시지를 보고 나도 잠시 멍했다. 도대체 즐기면서 사는 뭘까. 인생에서 즐거운 순간은 얼마나 될까. 경험상 인생은 대부분 힘들고 잠깐 즐겁다. 사람들은 잠깐의 즐거움을 위해 고된 시간을 견뎌낸다. 후배에게 이렇게 답했다. 


사는 원래 그런 거야.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도 다들 아등바등 살고 있을걸. 구치소도 들락거리고, 주가 신경 쓰느라 트윗도 하면서 말이야.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살아있을 얼마나 아등바등 살았는데. 어마어마한 부를 가진 그들도 그렇게 살고 있는데 선배들이 너한테 너무 아등바등 산다고 뭐라고 하는 솔직히 이해가 안되네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후배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붙였. “인생은 아등바등이 디폴트임. 선배들도 사실은 아등바등 살고 있어.”

주위에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있다. 인스타그램으로 보이는 그들의 일상은 여유 자체다. 언제나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니고, 국내외 곳곳을 여행 중이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삶을 부러워지만 나는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알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장을 찍기 위해 수십 장의 사진을 찍는다. 그러는 동안 음식은 식어 버린다. 리조트를 제대로 즐길 여유가 사실은 없다. 가지고 옷을 여러 갈아입으며 리조트 이곳저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다. 우리가 보는 그들의 사진은 수백 장의 사진 컷일 뿐이다. 


어느 유명한 유튜버와 함께 해외 취재를 적이 있다. 비행기를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힘든 여정이었다. 비행 끝에 호텔에 도착한 나는 짐을 대충 던져놓고는 침대에 바로 누워버렸지만, 훗날 유튜버의 영상을 보니 그는 비행기에서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난 것부터 호텔에 들어가 침대에 눕기까지 계속 영상을 찍고 있었다. 열흘 간의 일정 동안 그가 (촬영)하는 것을 보며 나는 절대로 유튜버는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작가가 제일 편하구나.

어제도 바빴다. 새벽에 일어나 레터를 쓰고 오전 10시에 영상 감독과 만났다. 오후에는 굿즈 제작을 위해 디자이너와 미팅을 했고, 저녁에 있을 여행작가 클래스 강의를 위한 교안을 만들었다. 저녁 먹을 시간도 없어 초코바 하나로 때웠다. 강의를 마치고 나니 9 . 버스를 타고 정류장에 도착하니 어느덧 11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어제 하루 정말 아등바등 살았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나를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글을 쓰는 여행작가로 기억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최갑수는 자기 삶을 멋지게 사는 프리 워커다. 


지금은 새벽 5 40분이다. 4시간 남짓 자고 일어나 오늘 발송할 레터를 쓰고 있다. 여행작가 최갑수의 삶도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삶과 다르지 않다. 나도 ( 그런 척하지만) 아등바등 살고 있고, 여러분도 ( 모르고 있지만) 자기 삶을 멋지게 살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서로를 응원하자. 각자의 자리에서 아등바등 멋지게 살고 있으니까. ✉️

어젯밤에는 집 앞 편의점에서 캔맥주 하나를 사서 집으로 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았다. 캔맥주 마시며 드라마 보기. 요즘의 아등바등 생활 속, 가장 큰 즐거움이다. | @alone_around_creative
🖋 Words -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기간에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에게 골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은 90분입니다. 90분의 경기가 끝나고 난 후에 넣은 골은 골이 아닙니다.


마감을 넘긴 일은 아무리 잘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입니다.


- alone&around

📎 Clip - 나만의 해석 능력 기르기


1. 마케터에겐 나만의 해석이 중요하다. 


2. 해석 능력을 키우기 위해 구축한 '해석 기르기' 프로세스는 크게 4단계로 설명할 수 있다. 


3. 관찰 - 기록 - 질문 - 해석이다.


4.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관찰과 기록이다. 흐름과 변화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면밀한 관찰이 정말 중요하다. 

 

5. 이 관찰은 크게 사람에 대한 관찰과 이슈에 대한 관찰로 구분할 수 있다.


6. 우선 사람에 대한 관찰은 나의 취미 중 하나인 '사람 구경'이다. 어딜 가도 사람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가서도 현지 사람 구경에 몇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렇게 관찰을 할 때마다 얻는 생각이 꼭 있다.


7. 예를 들면, 지하철은 관찰하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에어팟이 대중화되는 것도,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점점 10대에게 선택받고 있는 것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인기도,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인기도 모두 지하철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며 가장 먼저 알아챘다. 지하철은 선입견 없는 무작위 표본으로 구성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것을 캐치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서 지하철을 타면 스마트폰은 잠시 내려둔 채 사람들을 구경한다.


8. 관찰과 기록한 것을 토대로 '왜?', '어떻게?’라고 질문을 던진다. 


9. 이렇게 질문을 던진 뒤, 해석을 한다. '내 생각에는 이런 점이 유효했던 것 같아'라고 말이다. 리서치를 하기도 한다. 뜨고 있는 게 객관적인 수치로도 증명이 되는지,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는 이슈인지 확인한다. 


10. 그러면서 나만의 논리로, 내가 스스로 던진 질문에 답을 했다. 그리고 이걸 콘텐츠로 만들어 발행했다. 


11. 해석을 할 때 머뭇거려지는 부분이 있다. 지나치게 주관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어떤 대단한 비평가, 소설가, 에세이스트라 할지라도 모두에게 공감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도 수많은 '반대'를 견뎌낸다. 글이 모두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2.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벽함'에 발목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 생각노트, 《생각의 쓰임》 중에서

📸 Aesthetics of Lines - 바다가 있는 삶

농촌에서 태어난 저에게 바다는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는 장소 중 하나였습니다. 자라면서 강물에 빠져 죽을 뻔했던 기억이 두 번 있었던 탓에 물가로 여행을 가는 일마저 거의 없었기 때문이죠. 그러다 서른이 코앞이던 나이에 처음으로 해운대 바다를 만나게 됩니다. 다른 곳에서는 본 적 없었던 탁 트인 전경은 가슴속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 바다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수영은 1도 못하지만, 바다가 주는 풍경과 시원함이 좋아서 한때는 ‘제주도에 가서 살아볼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매일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파도 소리와 함께 탁 트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면. 상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휴양지로 유명한 모리셔스도 바다가 아름다웠습니다. 동쪽 해안에는 깊고 거친 파랑, 서쪽 해안에는 밝고 투명한 에메랄드빛 물결이 섬 주위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물로 표현할 수 있는 아름다운 색은 모두 갖고 있었던 모리셔스의 바다가 더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바다를 찾는 사람들의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바다를 만나 여유롭고 행복해하던 모습이 유독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매일 아침 해변을 산책하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더운 날엔 바다로 첨벙 뛰어들기도 하고,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곳. 집 근처에 바다가 있다는 것만으로 일상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모리셔스의 바다에 흠뻑 빠져 이민에 대해서 아내와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투자 이민으로 가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취업 이민을 고민하다가 언어의 장벽에 막혀 포기하게 되었죠. (모리셔스는 프랑스어와 힌디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그래도 언젠가 두 딸아이와 함께 아프리카 여행을 하는 꿈을 꿉니다. 그때가 되면 알비온 해변 너머로 지는 석양을 넷이서 바라보고 있겠네요. ✉️

남태영은 여행과 야생동물을 촬영하고, 지구의 어제와 오늘, 내일에 대해 Digital Art로 표현한다. 2019년, 케냐에 있는 코끼리 고아원을 후원하기 위해 야생동물 사진집 『Land of The Wild』를 출간했다.

 | @leotional_geograph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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