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오랜만이에요! 오늘의 the seochon
절기 이야기: 타인과 함께 맞이하는 봄
인터뷰: 서촌생태생활 운영자 이서윤 님
서촌의 절기: 입춘에 가는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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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iew
매서운 한파를 보내고 어느덧 입춘을 맞이했습니다. 서촌 곳곳의 문간에는 입춘대길 춘련이 붙겠지요. 로컬루트는 뉴스레터 1호에 입춘대길이 아닌 여물위춘(與物爲春)이라는 춘련을 붙입니다. 여물위춘은 만물과 함께 봄을 즐긴다는 뜻인데요. 님께서 세상에 있는 모든 나, 타인, 자연과 함께 봄을 맞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레터를 전합니다.
로컬루트 1호에서는 서촌에서 여물위춘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바로 서촌생태생활 운영자 이서윤 님입니다. 서윤 님은 서촌에서 수많은 ‘나’로 살아갑니다. 경희꿈한의원의 한의사, 생태 보호를 위해 플로깅 활동을 하는 서촌생태생활의 운영자,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서촌톡톡의 공동 운영자. 그리고 도움이 필요한 이에게 기꺼이 마음을 내는 이서윤. 지식에서 실천으로 그리고 나에서 타인으로 나아가 봄을 맞이하는 서윤 님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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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iew
“서윤 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인터뷰가 끝나기 전, 서윤 님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했습니다. 하는 일이 많은 사람에게는 무엇을 하는 지보다 어떤 사람인지 묻는 것이 그의 방향성을 잘 알 수 있으니까요.
“저는 누군가 울고 싶을 때 생각나는 사람이에요. 남에게 말하기 어려울 만큼 힘든 일이 있을 때 편안하게 펑펑 울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재미는 없지만 믿을 수 있는,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한의사 이서윤으로 서있을 때뿐만 아니라 서촌의 모든 골목에 서있는 이서윤이 언제나 그랬으면 해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잘 쓰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무엇이든 기꺼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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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생태생활의 시작: 지식에서 실천으로 서촌생태생활은 작은 독서모임에서 시작해 지금의 플로깅 활동으로 이어졌어요. 채식과 기후변화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으로 서촌 이웃 두 분을 모아 작은 독서모임을 열었죠. 한 달에 한 번씩 독서모임에 참여해서 기후변화 이야기를 나누고 관련 지식이 쌓일수록 오히려 스스로 만족하지 못 하고 한계를 느꼈어요. 실천 없이 지식만 쌓일 뿐 실질적인 변화 없이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모임원들의 생업에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가볍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을 했고 그 답이 바로 플로깅이었어요.
몸과 마음,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활동 한의학에서는 몸과 마음을 하나의 유기체로 봐요. 인간과 자연도 같은 이치예요. 몸과 마음, 인간과 자연은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로 볼 수 있어요. 어찌 보면 한의사 이서윤과 서촌생태생활 운영자 이서윤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일 수 있겠네요. 만약 한의사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자연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한의사로서 몸과 마음,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보면서 진료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기후 위기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의원과 서촌생태생활을 같이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사람의 몸에서 자연으로 시야를 넓히고 지식을 실천으로 바꾼 것 같아요.
건강은 곧 사랑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힘 내 몸과 마음을 먼저 돌봐야 다른 것을 돌볼 힘이 생겨요. 만약 내 몸이 아프거나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있으면 나 하나만 보게 되고 내 옆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보이지 않을 거예요. 내 몸의 균형이 흔들리면 마음도 흔들리고 타인을 향한 사랑도 흔들리는 거죠. 내 건강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도 항상성이 잘 유지되었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선 좋은 음식을 먹고 잘 자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나를 챙겨야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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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iew
뇌과학자 김대수 교수는 말합니다. 우리의 뇌는 과학적으로 이타적 사랑이 불가능하다고요.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걸까요? 그 이유는 타인을 ‘나’의 확장으로 여겨, 넓은 의미의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서윤 님의 사랑 비법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윤 님은 ‘서촌톡톡’에서 부지런히 수많은 내가 되어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해갑니다. 서촌톡톡은 서윤 님과 ‘책방 79-1’이 강연, 상영회와 같은 행사를 개최해 환경, 빈곤 등 사회문제를 함께 이야기하는 프로젝트인데요. 서윤 님이 청소년, 참사 유가족, 장애인의 입장이 되어 ‘나’의 개념을 확장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환자를 보는 새로운 시선 서촌톡톡은 의료인으로서 환자들을 치료하며 살아온 제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만들어요. 작년 12월에는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이태원 참사 유가족 분들과 상영회,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는데요. 그 만남을 주최하면서 트라우마에 대한 관점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정신과 전문서적에 나오는 개념 정도로만 알고 있었지만,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공감하면서 그 심각성과 깊이를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어요. 이 경험은 진료 현장에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어요. 환자를 단순히 질병을 가진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당사자로서 겪은 사회적 맥락과 트라우마를 고려해서 치료에 임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 굳이 되지 않아도 되는 입장 서촌톡톡에서 진행하는 북토크, 상영회는 수많은 내가 되어보는 시간이에요. 장애인,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가난한 청소년, 해양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잠시나마 그들의 입장이 되어 이서윤이 아닌 나와 다른 인생을 살게 해요. 말 그대로 인생 공부가 아닐까 생각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생각을 하고, 굳이 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을 경험하는 그 시간은 저에게 작은 도전이에요. 심플하게 나만 보며 살아가던 삶에 정신적으로 균열을 내는 거죠.
숨겨진 나를 발견하는 순간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순간을 맞이해요. 때로는 나조차도 스스로를 이해하기 어렵고 나의 과거와 상처에 부딪히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타인의 생생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숨겨져 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제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게 돼요. 나에게만 향했던 시선을 타인에게 둠으로써 비로소 나를 이해하게 되고 행복을 되찾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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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iew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작은 것 하나도 예쁘게 바라보는 힘을 갖고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인지 사람의 몸, 이웃,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서윤 님에게 서촌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지 묻고 싶었습니다.
안전하고 포용적인 공동체: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 가족이더라도 내 가치관을 이해 받지 못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하지만 서촌생태생활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안전하고 포용적인 공간임을 느껴요. 나의 가치관, 가슴 아프고 기쁜 것들을 솔직히 드러내도 튕겨지지 않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안정감이 있죠. 같이 쓰레기를 줍는 것뿐인데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너와 나는 같은 마음이지’ 생각하게 돼요. 제가 플로깅을 하자고 제안하면 누군가 그냥 집게 들고나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어요. ‘나와 같은 사람이 있겠구나’라는 믿음이요.
골목에서 삼촌 이모들이 튀어나오는 동네 서촌의 푸근한 사람들 덕분에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서촌엔 낮은 건물과 산책할 곳이 많기 때문에 길에서 마주치면 서로 인사하는 게 자연스러워요. 곤란한 상황엔 이웃들 간에 서로 도와주기도 하고 취미가 같은 사람들끼리 자발적인 모임을 갖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면에서 아이들을 키울 때 안전하다고 느껴요. 어딜 가나 아는 삼촌 이모들이 골목에서 툭 튀어나오거든요. 내가 없을 때도 우리 아이들이 그 골목을 거닐고 있다는 걸 상상하면 안심이 돼요.
불편함을 견딜 힘, 사랑할 힘이 있는 사람들 서촌 사람들은 불편함을 이기고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커요. 서촌은 생활여건으로만 본다면 불편한 동네예요. 골목도 좁고 주차도 어렵고 큰 마트도 없어요. 하지만 그 불편함을 이기고 서촌을 사랑하는 성향의 사람들은 뻔해요. 불편함을 견딜 힘, 사랑할 힘이 있는 사람들이죠. 동물을 사랑하고 산책을 좋아하고 자연이 훼손되었을 때 마음 아파하면서요. 서촌은 무언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동네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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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iew
끝으로 서윤 님에게 당돌한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서윤 님은 왜 사세요?”
"저의 삶은 책무예요.
숨이 붙어 있는 한, 책무를 다하기 위해 살아가요.
우리는 살아야 해요.
숨이 끊어지면 어쩔 수 없지만 붙어있는데 어떡해요.
숨이 붙어 있어서 살아야 하는 거면
이왕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건강하게.
그리고 주변에 해를 덜 끼치면서 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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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동, 그가게: 티베트 난민 여성의 언덕이 되어주는 커뮤니티
종로 도서관과 매동초등학교를 향하는 사직동 언덕에 위치한 ‘사직동, 그 가게’는 티베트 난민 여성을 위한 작은 커뮤니티다. 정확히는 인도 다람살라에 위치한 ‘록빠’라는 곳을 후원한다. 티베트어로 돕는 이, 친구 라는 뜻을 가진 록빠(ROGPA)은 티베트 난민 여성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민 단체이다. 록빠는 인도 다람살라 난민촌에서 일하는 티베트 난민 여성들을 위해 무료 주간 탁아소와 티베트 여성들의 자립을 위한 여성 기술교육지원센터를 운영하며 다시 그들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실어준다.
서촌에 위치한 ‘사직동, 그 가게’는 한국의 록빠인 셈이다. 이곳은 두 개의 분리된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자원활동가가 직접 내려주는 짜이와 카레를 맛볼 수 있는 다이닝 공간,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 난민 여성들이 만든 공예품과 생활소품을 위한 공간을 만나 볼 수 있다.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티베트 난민 여성들의 자립과 록빠 작은 어린이 도서관 지원을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그들이 함께 가꿔가는 소소한 평화로움이 지구 저 먼 곳 인도 다람살라에 맞닿을 수 있도록 매일 가게 문을 열며 일상에서 나누는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사직동 그 가게’. 서촌에 그들이 있어 오늘도 서촌의 온도는 따뜻하다.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9길 18 ⏰ 월 정기휴무 / 화-일 11:30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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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에코생협’: 서로 돕는 마음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나누는 커뮤니티
통인시장 정자에서 배화여대 방향으로 뻗은 필운대로를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서울환경운동연합. 그 건물 1층에 위치한 ‘환경연합 에코생협’은 오랜 시간동안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와 지역의 필요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두레연합생협이다.
‘생협’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유통과정의 중간 마진 없이 서로 필요로 하는 먹거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직접 거래하는 형태의 생활협동 조합의 줄임말로, 같은 목적을 가진 조합원들이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소정의 출자금을 내어 운영하는 완성된 커뮤니티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땅을 살리고 물을 살리는 친환경 농산물과 무항생제 동물복지 축산물 등 조금은 불편하지만 서로를 돕는 마음이 우선시 되는 조합원들과 둥글게 사는 삶의 본연을 보여주는 환경 에코생협. 장을 보러 나서는 설렘에 서로를 돕는 마음까지 더해질 수 있다니.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 중 하나였던 이곳이 앞으로는 조금 더 새롭게 느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23 환경운동연합 ⏰ 월-토 10 – 21 / 일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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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우리는
2월 19일 월요일 '우수' 에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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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휴먼 콘텐츠 <로컬루트>
사람의 가치, 로컬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 로컬. the seoch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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