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도 버리지 않아요 ![]() 3월, 세 번째 끼니로그: 볶을 수록 달고 깊어지는, 양파의 맛 l 필자 〉 레터 작성 및 편집 : 도토리 에디터 〉 내가 사랑한 한끼 : 창천동 불개미 l 목차 〉 도토리 끼니로그 〉 물에 빠진 양파님,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 양파 제대로 쓰는 법 〉 어글리어스 레시피 : 연근조림과 시금치 토마토 오일파스타
언스플래시 Caroline Attwood 도토리 끼니로그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제제에게 뽀르뚜까 씨는 크래커를 커피에 찍어 먹는 법을 알려준 사람으로 기억되었습니다. 소중한 사람, 가까운 사람을 생각할 때 그 사람과 함께 뭔가 먹은 기억을 빼놓을 수 없지요. 생활을 함께하는 식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는 대학 진학을 계기로 서울로 떠나오면서 오랜 시간 혼자 살았는데, 그렇다고 엄마의 식생활 영향권에서 벗어난 건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보낸 다량의 음식과, 그 음식에 따라오는 ‘지침’이 저의 입맛을 여전히 길들이고 있었어요. 예컨대 ‘추어탕에는 제피(초피가루)를 구해다 넣어 먹어라’ 같은 것들이요. 저의 식습관과 입맛은 어쩌면 가족을 비롯해 살아오며 만난 많은 사람들, 많은 끼니를 함께한 친구 그리고 동료로부터의 영향의 총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끼니로그 시즌1에서 유전자가 입맛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들여다본 적이 있습니다만, 그건 우리의 식생활을 결정하는 수많은 요인 가운데 아주 일부인 것 같아요. <식습관의 인문학> 저자 비 윌슨은, 학자들 간에 끊이지 않았던 ‘타고난 것이 중요한가, 환경이 중요한가’ 논쟁을 식생활 영역에서 검토한 후 이런 결론을 내립니다.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 인류학자, 생물학자를 포함해 모든 과학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논란은 커녕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의견을 보였는데, 특정 식품에 대한 우리의 입맛은 학습된다는 것이었다.” 이 학습은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계속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음을 열고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만 되어있다면요. 끼니로그 시즌2의 마지막 회차, 오늘 편지의 주인공은 양파입니다. 식단을 구성할 때 꼭 기억하면 좋은 녹콩양버베씨의 ‘양’이 바로 이 양파입니다. 먼저 창천동 불개미 님의 양파에 얽힌 추억을 식생활 에세이 ‘내가 사랑한 한끼’로 전해드려요. 이어 양파 쓰는 법에 대한 기억하면 좋을 몇 가지 팁을 나눕니다. 식생활 에세이 ‘내가 사랑한 한끼’와 ‘어글리어스 레시피’는 이 회차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종료합니다. 간단한 레시피로 채소의 매력에 빠져들게 해준 어글리어스 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끼니어님께서도 못난이 채소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어글리어스의 행보를 계속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레시피도 놓치지 마시고요! 도토리 에디터는 끼니로그 시즌3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좋은 식습관을 만들기 위한 이야기의 장을 계속해서 열어볼 거예요. 끼니어님들이 직접 참여하실 수 있는 다양한 활동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비건 음식점 '플랜트'의 칠리 치즈 버거입니다. 윗빵을 열었더니 생양파와 양파 볶음, 다량의 양파튀김이! 비건도 충분히 자극적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음식인데, 역시 양파가 빠지지 않네요! 내가 사랑한 한끼 창천동 불개미 님의 식생활을 잠시 엿보아요 물에 빠진 양파님, 오해해서 미안합니다 많은 어린이가 그렇듯 어릴적 나도 편식을 했다. 채소를 좋아하지 않았다. 가장 싫은 건 양파였다. 처음부터 양파를 제일 싫어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기억이 또렷하다. 엄마가 소불고기를 해줬다. 고기만 야금야금 빼서 밥 한 공기를 뚝딱했다. 양파를 요리조리 피해 떠낸 국물을 끼얹어 야무지게 비벼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식탁을 뜨려고 했을 때 엄마가 나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내가 남긴 양파를 자기 숟가락에 모았다. “아, 해.” 두려운 순간이었다. 양파 더미가 올려진 숟가락이 입술 앞까지 바짝 다가왔다. 꾹 닫힌 앞니를 엄마가 숟가락 모서리로 두드렸다. “아, 하라니까.” 무서워서 이를 열었고 숟가락이 들어왔다. 양파 더미를 씹는데 눈물과 함께 구역질이 났다. 엄마는 다시는 내가 양파를 뱉지 못하게 했다. 그다음부터 양파를 먹는 건 언제나 고역이었다. 그 시절엔 학교도 편식하는 아이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식판 위에 잔반을 남긴 학생을 붙잡아 세웠다. 내가 뜬 것도 아닌 밥, 국, 반찬을 남김없이 먹어 치워야 했다. 눈을 질끈 감고 밥 한 숟갈과 ‘꿀꺽’ 삼켜 넘기곤 했지만 양파는 언제나 마지막에 남았다. 무르죽죽한 양파를 입에 머금은 채 화장실에 가서 다시 뱉었다. 그러고 나면 온종일 입에서 양파 냄새가 가시질 않았다. 서른 살이 되기까지 입맛은 차근차근 변했다. 다른 채소는 물론이고 양파까지 먹게 됐다. 연어회와 함께 먹는 생양파, 너무 좋다. 부침개에는 꼭 절인 양파를 곁들어야 하고 오일파스타에는 양파를 볶아 넣어야 제맛이다. 패스트푸드점에 가면 어니언링을 빼놓을 수 없다. ![]() ![]() 이제 나는 연어를 생양파와 먹는다. 집에서 만드는 비건 또르띠야에도 양파는 꼭 넣는다. 베트남 고추까지 ‘팍팍’ 넣고 볶았다. 창천동 불개미 다양한 ‘장르’의 양파를 사랑하게 됐지만 딱 하나, 물에 빠진 양파만은 상대하지 않았다. 짬뽕에 들어간 양파도 싫고 김치찌개에 들어간 양파도 싫었다. 어니언 스프? 절대 싫다. 전골에는 양파를 넣어서는 안 된다.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엄마 탓을 좋아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것만은 확실히 불고기 양념에 절은 양파의 트라우마 때문이었다. 대학 심리학개론 수업에서 ‘맛 혐오’라는 걸 배웠다. 음식을 먹으면서 한 경험이 맛과 함께 학습돼 특정한 맛을 가진 음식을 먹으면 혐오 반응을 일으키는, 뇌의 자연스러운 작용이라고 했다. 먹고 탈이 난 음식을 다시 먹지 못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맛 혐오 때문이다. 그러니까, 나의 뇌는 엄마의 폭력적인 편식 교정 때문에 물에 빠진 양파의 특유의 식감과 냄새를 싫어하게 된 것이다. 나는 이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사람이 싫어하는 음식 하나쯤은 있어도 된다는 마음으로. 최근 여러모로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이 발생했다. 연애다. 연애가 나를 물에 젖은 양파까지 먹게 할 줄은 맹세코 몰랐다. 비건 중식당에서 시킨 짬뽕이 문제였다. 애인이 다정하게 개인 그릇에 덜어준 준 짬뽕에 양파가 가득했다. “나 물에 빠진 양파 안 먹어, 왜냐면…”이라고 구구절절하게 말하기 민망하기도 했고, 양파를 피해 면을 뒤적거리는 편식쟁이처럼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후루룩, 면과 함께 양파를 빨아들였다. 웬걸, 맛있었다. 내가 아는 짬뽕의 맛이 실은 양파의 맛이었나? 밀가루의 눅눅함과 대비되는 아삭한 식감도 좋았다. 살짝 시원한 맛도 났다. 그때서야 나는 엄마의 숟가락 위 양파와 이별하고 그릇 속 애인이 떠준 양파와 제대로 인사를 나눴다. 우리 구면이지요? 그동안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다음 차례엔 좀 더 용기를 내 볼 작정이다.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은 쉬우니까. 그렇지만 아무래도 양파는 젓가락으로 먹어야 하겠지? 숟가락과는 여전히, 영 어울리지 않는다. - 창천동 불개미 -
양파가 가득 든, 문제의 비건 짬뽕! 창천동 불개미
자색 양파는 흰 양파보다 매운맛이 덜하고 달콤한 맛이 강해요. 색깔도 예뻐서 샐러드 등에 두루 쓰입니다. 언스플래시 Viviek Sharma 양파 제대로 쓰는 법 님, 창천동 불개미 님의 이야기 재밌게 보셨나요? 우리가 평소 양파를 얼마나 많이 먹는 지를 알게 되면, 양파를 싫어하던 시절의 불개미 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양파는 배추에 이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채소거든요. <채소의 인문학> 저자 정혜경 교수는 양파를 “한국인의 채소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채소”로 꼽았습니다. 조선 말기에야 한반도에 들어와 역사도 짧고 심지어 이름에도 낯선 곳에서 왔음을 뜻하는 ‘양(洋)’을 붙이는데, 훨씬 오랜 기간 우리 밥상에 있던 무 같은 채소를 제치고 2위를 꿰어찼으니 말입니다. (양파 소비량은 2009년에 무를 앞질렀습니다.)
추억의 만화 배추도사 무도사! 무도사님 자리에 양파도사님이 들어가야 할 지도요! 양파 껍질로 국물을 내요 양파의 건조한 주황색 껍질에 많은 영양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양파의 영양성분을 분석자료를 보면, 인체에 유익한 물질 ‘플라보노이드’가 과육이 아닌 껍질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해요. 흔히 듣는 ‘양파는 영양분의 70%가 껍질에 있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 합니다. 양파 껍질을 버리지 않고 잘 씻어 말리면 채수나 육수를 내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양파 껍질을 우려 마셔보면 의외로 구수한 맛이 나는데요. 다시마, 파 뿌리 등과 함께 넣고 우리면 훌륭한 채수가 돼요. 채수 만들기는 끼니로그 다시마편을 참조하세요. ![]() ![]() 잊지 마세요, 파는 뿌리, 양파는 껍질입니다! 남은 양파 활용법 양파는 단맛이 강해서 요리할 때 너무 많이 넣어도 곤란하지요. 잘라 쓰고 남은 양파가 냉장고 안에서 속절 없이 시들어가는 것을 님도 겪어보신 적 있나요? <제로 웨이스트 키친> 저자 류지현씨는 남은 양파를 버리지 않기 위해, 양파를 곧잘 간장에 무쳐 둔다고 합니다. 썰어둔 양파에 간장을 부어 완전히 잠기도록 두면, 1주일 정도는 상온에 두고 먹을 수 있대요. 단,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 두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양파의 단물이 빠져나오면 맛있는 간장이 되어서, 식초에 섞어 부침개 양념으로 써도 되고, 다른 요리도 두루 쓸 수 있습니다. 양파 제대로 익히는 법 양파는 오래 익힐수록 풍미가 깊어집니다. 양파는 과당 사슬의 형태로 에너지를 저장하는데, 천천히 오랫동안 익히면 이 과당이 분해되면서 단맛을 내놓는 거라고 해요. 양파를 오래 볶는 ‘캐러맬라이징’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지요? 집밥을 자주 해 드신다면 한 번에 많이 만들어 두고 소스, 파스타, 어디에든 응용해 보실 수 있어요. 샌드위치에 다른 재료와 함께 끼워 먹거나 구이요리 등에 사이드로 내놓아도 훌륭해요. 다만, 시간이 많이 듭니다! '내가 사랑한 한끼' 필자 도화동 찹쌀걸 님은, 힘든 날 밤에는 다음날 아침 먹을 국을 불에 올려놓고 ‘국멍’을 한다고 했는데, 머릿속을 비우고 싶을 때 팔이 아프도록 양파를 저으며 ‘양파멍’ 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을지 몰라요.🙂
갈 길이 한참 멀군요. 다음은 <소금 지방 산 열> 저자 사민 노스랏이 권하는 캐러멜라이징 방법입니다. 백종원씨는 이렇게 만든 양파를 ‘만능 양파 볶음’이라고 소개한 적 있어요. 노스랏은 올리브오일과 버터를 넣고 볶으라고 했는데, 한식에 쓰실 거라면 끼니로그 기름편에서 보신 것처럼, 카놀라유나 포도씨유, 현미유를 쓰시는 게 좋겠습니다.
양파가 아삭거리지 않게 하려면 푹 물러야 할 양파가 아삭하게 씹히는 사태를 막으려면 산성 재료를 마지막에 넣어야 합니다. 식초, 토마토, 와인 같은 재료를 양파가 익기 전에 넣으면 양파가 무르는 것을 방해해요. (산성 물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끼니로그 식초편을 참조하세요.) 반대로, 양파의 단맛이 너무 과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찜이나 스튜 같은 것을 만들 때 토마토, 맥주 등 산성 물질을 처음부터 넣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양파가 덜 맵게 하려면 파나 양파 같은 매운 채소의 맛을 부드럽게 하려면 식초, 레몬 같은 산성 재료에 담가두는 게 좋습니다. 샐러드를 만들 때 생양파를 넣고 싶다면, 드레싱에 넣을 식초를 먼저 양파에 묻혀 15~20분간 두었다가, 나중에 올리브오일 등을 마저 넣고 완성하는 게 좋습니다.
샐러드에 넣는다면 양파는 먼저 식초나 레몬즙에! 어글리어스 채소 레시피 어글리어스는 맛과 영양이 훌륭한 '못난이 친환경 채소'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입니다. 끼니로그 시즌2 20회차 동안, 마케터 성현 님이 제철 채소 레시피를 매주 2개씩 소개해 드렸어요. 끼니로그와의 콘텐츠 제휴는 이번 주가 마지막입니다. 끼니로그는 맛과 영양이 훌륭한 채소의 가치를 알리는 어글리어스를 앞으로도 응원할 거예요!
l 시금치 토마토 오일파스타 〉 재료 시금치 1줌, 방울토마토 6개, 마늘 3개, 올리브유, 소금, 후추, 파스타면
l 연근조림 〉 재료 연근 ½ 개, 간장, 설탕, 물엿
든든한 식생활, 단단한 일상 끼니로그 시즌2에 함께해 주신 모든 끼니어님께 감사드립니다. 음식에 대한 기억을 이렇게 랜선으로나마, 연결되어 함께 쌓아나갈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에요. 앞으로도 님의 좋은 식생활을 위한 파트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음 시즌은 4월15일부터 시작됩니다. 개편 기간에도 매주 금요일에 메일을 보내드려요. 그동안의 끼니로그를 다시 살펴보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끼니로그에 ‘광고’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대가를 받고 상품 또는 콘텐츠를 소개한다 하더라도, 끼니어님께 도움이 될 만한 정보인지 엄선해 담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이메일 제목에 (광고)가 들어가더라도 너무 놀라지 마시고 평소처럼 끼니로그를 열어주세요. 그럼, 개편 기간 중에도 단단히 챙겨드시고, 곧 다시 만나요. ‘의견 및 질문 남기기’ 버튼은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끼니로그에 하고픈 말이 있으시면 언제든 주황색 버튼을 눌러 남겨주세요. 더 나은 끼니로그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끼니로그를 통해 소개하고 싶은 상품, 커뮤니티, 서비스, 행사 등이 있다면 stay.balanced.2021@gmail.com로 메일을 보내주세요. 검토 후 도토리 에디터가 연락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