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구청이 이렇게 했으면 사고(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뭘 했

대답 없는 검사님


“‘용산구청이 이렇게 했으면 사고(이태원 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뭘 했어야 하나’.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이거) 하나예요.


“소음이나 불법 주정차 단속 등 외에 뭘 해야 했는지, 기소한 입장(검찰)에서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할 수 있어요.”


지난 11일, 용산구청 공무원들의 재판에서 재판장은 본인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구청에서는 구청장 포함 4명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일 년째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은 업무에서의 과실 때문에 사망과 상해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적용하는 혐의입니다. ‘과실’은 업무에 요구되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 즉 ‘주의 의무의 위반’을 뜻합니다.


재판장은 “주의 의무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무여야 한다는 게 판례의 입장”이라고 했습니다.


“검찰 공소장은 굉장히 많은 과실을 열거하고 있다. (그 과실이) 사고와 직접 연결되는 과실인지 아니면 일반적인 충실 의무를 태만한 건지 엄격히 구분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습니다.


“용산구청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정비했어야 한다? 너무 추상적이지 않나요?”


“유관기관과 협조 체계를 구축하지 않았다? 이것도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로 보기에는…”


“직원들의 근무 태만을 유발했다, 이것도 좀 그렇고…”


“직원들 교육 부실도 직접 원인이 됩니까?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인 것 같아서요.”


“용산구청장이 당시에 직접 현장에 있었어야 했나? 이것도 좀 일반적인…”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는 건 검사의 몫이지만, 재판장의 질문이 길어질수록 검사는 점점 더 말이 없어졌습니다.


재판장이 “검찰은 (공무원들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는 것이냐” 물었을 때도, 검사는 “예, 그렇게…”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재판장은 검사에게 “즉답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이런저런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검토해 보라”고 했습니다만, 지난해 12월 열린 직전 공판에서 이미 비슷한 질문을 했던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났음에도 검사는 법정에서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이를 방청한 유가족 사이에서 “검사가…”, “황당무계한 재판” 같은 말이 나왔습니다.


(12월 공판에서 재판장이 던진 질문은 이번 주 발행한 기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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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공무원들의 재판은 각각 1심 진행 중입니다. 검사는 다르지만, 재판부는 같습니다.


재판부는 두 재판의 심리를 가능한 7~8월 중 마무리하고 판결문을 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피고인들이 ‘과실범의 공동정범’(여러 사람의 과실이 합쳐져 범죄가 성립할 때 인정됩니다)으로 기소됐기 때문에 결론은 한 번에 나올 예정입니다.


최근 시작된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 3명과 이태원파출소 소속 경찰 2명의 재판은 현재까지와는 다른 재판부가 맡았습니다. 이들의 재판 소식도 곧 전해드리겠습니다.


코트워치는 현재 새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기획을 시작할 때는 독자분들의 의견을 더 듣고자 합니다. 오늘 보내드린 설문에 많이 참여해 주시면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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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사고는 고려하거나 대비한 적 없다"

유승재 전 용산구청 부구청장은 법정에 출석해 “인파로 인한 사고는 고려하거나 대비한 적 없다”며 “(압사 사고를 예상했으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막았을 거다”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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