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감독 김동령, 박경태)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99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3월 23일 오늘의 큐 💡
Q. 이상하고 아름다운? 👹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나라~🎶 방망이로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도깨비 방망이를 뚝딱!하면 금이 나오고, 은이 나온다는 그 나라, 저도 참 어디인지 궁금한데요💰 대신 제가 알려드릴 수 있는 도깨비 월드가 있거든요. 금이랑 은...까진 안나오지만,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진귀한 이야기가 숨어있죠🧞

그야말로 이상하고 아름다운 영화가 도착했습니다. 김동령, 박경태 감독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입니다. 아, 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는 기묘한 산 속의 저승사자가 등장하는 판타지 영화면서 동시에 미군 기지촌 '위안부' 생존자 박인순 씨의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기지촌 출신 여성들과 관계를 맺어온 김동령, 박경태 감독은 박인순 씨와도 영화 작업을 하며 만나게 되었는데요. 20년 동안 연을 이어오면서 두 감독은 박인순 씨의 강한 에너지를 창조적으로 표출하는 방식을 함께 찾아보게 됩니다. 그 결과 이 영화는 두 감독이 바라본 박인순의 삶이라기보단, 두 감독이 구현하고 박인순이 그린 세계에 가깝습니다. 깊숙한 숲속 어딘가에서 비밀동굴의 입구를 찾은 것만 같은 이 작품을 꼭 한 번 만나보시길 바랄게요!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가 의정부 뺏벌을 박인순의 복수가 펼쳐지는 공간으로 이용한다면, 강유가람 감독의 <이태원>은 미8군 기지촌으로서의 역사를 가진 이태원을 직시할 것을 요청합니다. 화려한 '힙플레이스' 이태원, 그곳에서 오래간 삶을 유지해온 세 여성 삼숙, 니키, 영희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함께 소개해드릴게요.

그리고 님, 눈치 채셨나요? 이번 레터가 벌써 인디즈 큐 99번째 레터예요🙊 다음주 100번째 레터를 앞두고 소정의 이벤트를 준비해보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해주세요!

여성, 귀신, 신뢰의 언어를 받아적을 준비가 되셨나요?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


영화 속 박인순의 당당한 ‘기세’는 어느 시야에 놓이는지에 따라 ‘세기’가 확장된다. 이를테면 인순의 진술을 듣고도 ‘앞뒤가 일관되지 않아 난감했다는’ 평은 그를 단번에 신뢰할 수 없는 화자로 위치시킨다. 이때 우리는 연결되는 '유모차'(유아차) 장면으로 낙차(落差)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유모차엔 인순의 생계를 위한 상자가 켜켜이 접혀있다. 자갈이 바퀴를 막아 잘 밀리지 않는다. 분명 인순은 나아가기 위해 계속 힘을 주고 있다. 이때 유모차의 ‘정지’를 말의 엉킴으로 치환하여 보자. 문장이 턱에 걸린 것 같아도 원인을 발견하면, 그 길목을 감수한 이유까지 들으려는 의지가 있다면, 결코 오독으로 길이 기울지는 않을 터이다. 그러니 번복된다는 성질로 타자의 발화에 제동을 거는 건, 가장 배제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청자로 섰던 그들이 애초에 말의 유효를 그은 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인순의 기세는 어디에서 상승하게 될까. 바로 귀신과 저승사자 앞에서다. 뺏벌엔 여전히 인순의 동료인 기지촌 여성들이 떠돌고 있었다. 이름을 부여받지 못해 저승으로도 ‘호명’될 수 없던 혼. (...)

“명부가 없으니 이야기를 만들어줘야 데리고 갈 수 있습니다.” 세 명의 저승사자는 일렬로 앉아 인순에게 이런저런 사연을 기워넣으려 하지만 번번이 탈락된다. 그때 인순이 본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저승사자 옆에 착석한다. 늘 ‘본인이 강해서 살아남았다고’ 믿은 인순이기에, 죽음을 가까이 두고도 화장을 수정하며 태연한 자세를 보인다. 오히려 긴장하는 건 저승사자의 몫이었다. 그들은 이어 ‘믿음’의 문제에 관해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사람들이 믿으면 이야기가 되고, 그때부터 자연스레 증거들이 만들어진다.”

“그럼 사실이 되는 거야?”

“저 여자를 봐라. 이 마을에서 우리를 믿는 건 저 여자뿐이다.”


결국 믿음은 수에 따라, 믿는 당사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분명한 실체가 있음에도 의심의 영역에 잔류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순은 반복되는 지루한 이야기가 참을 수 없었다’는 나레이션 후, 미군의 목을 서걱서걱 자르는 장면에서는 통쾌함을 느끼게 되었다. 모두가 인순의 이야기를 재조립하기에 몰두하고 있을 때, 인순은 희생이 반복되는 이야기에서 타자를 꺼내어줌으로써 이야기를 새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맥락에서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가 보여주는 인순이란 인물의 다면성은 무척 유의미하다고 느꼈다. 나 역시 창작을 배우는 학생으로서 ‘이야기’ 안에 꼭 서 있고 싶은 마음이다.


인디즈 김해수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감독 김동령, 박경태)

판타지, 다큐멘터리|115분|15세이상관람가


“마침내 죽음이 찾아왔다.” 
한 번 들어오면 빼도 박도 못하고 죽어야 나갈 수 있는 곳 `뺏벌`. 그곳엔 누구보다 죽음을 많이 본 여자, 인순이 있다. 
저승사자들은 뺏벌의 유령들을 데려가기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인순은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공간의 역사는 덮이지 않아 🏗️

잊고 있던 공간의 이야기, 뺏벌에서 이태원까지

〈이태원〉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와 <이태원>은 이야기되어지지 않아서 이야기가 없는 것들에 이야기를 부여하는 영화다. <임신한 나무와 도깨비>가 독특한 제목처럼 뺏벌이라 불리던 미군 기지촌에서 살아온 여성 ‘박인순’씨의 삶과 그밖의 다른 죽음들을 신묘한 방식으로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며 다룬다면, 강유가람 감독의 <이태원>은 비슷한 주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이태원이라는 공간성에 주목하며 이태원에서 줄곧 살아온 기지촌 여성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다큐멘터리의 방식을 취한다. 특히 세 명의 여성 삼숙, 나키, 영화의 이야기에 주목하며 지금의 화려한 모습이 아닌 과거 미군기지가 들어섰을 때의 이태원의 모습은 어땠는지 이야기한다. 외국인들과 유흥업소와 술집이 즐비한 이태원, 이전부터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며 살아갔던 여성들. 바를 운영하고 조카를 돌보며 살아가고,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진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다.

두 영화 모두 어떤 특정한 공간에서 영화가 시작된다는 점이 인상적인데 그만큼 과거에서부터 시작된 역사가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현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그 공간에서 죽어나가거나 쫓겨나거나 아파하거나 내몰렸던 이들. 이 두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가 알지 못해서 상상해보게 되는 혹은 우리 주변에 어딘가 있을 그런 수많은 이야기와 얼굴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갔을 여성들에게 이야기를 부여해주는 두 영화는 그런 점에서 닮아 있다.


인디즈 김소정
이태원(감독 강유가람)

미군 달러가 지배하던 공간 ‘이태원’부터, 서울에서 가장 힙한 동네 ‘이태원’까지.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태원에서 살아온 세 여성 삼숙 Samsook, 나키 Naki, 영화 Younghwa 의 이야기.

딱 한 주 남았다 💌
님! 이번 레터는 인디즈 큐의 99호 레터입니다😆 인디즈 큐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과연 독립영화만을 다루는 레터를 꾸준히 보아줄 분들이 계실지 확신은 없었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는 만들어졌고, 인디즈 큐는 이들의 이야기를 한 분이라도 보다 더 가까이 느껴주신다면 계속해서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쓸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벌써 100호를 앞두고 있다니 감개무량합니다. 님 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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