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공방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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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7. 12 계절공방 6호 - 님의 오늘은 어제와 같나요?

  

  얼마 전에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봤어요. 도쿄 도심 내 공공 화장실을 청소하는 한 인물의 하루하루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는데요. 영화 속 인물의 움직임은 매일 일정하고 망설임이 없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골목길을 쓰는 할머니의 비질소리에 눈을 뜨는 그는 집안의 작은 묘목들에 물을 주고 유니폼을 입고 현관을 나섭니다. 그리고 집 앞 낡은 자판기에서 캔 커피를 뽑고 차에 올라타 도심 이곳저곳을 다니며 매번 같은 화장실을 청소합니다. 퇴근 후 목욕탕에 들렀다가 밤이 되면 낡은 문고본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그러한 일상을 반복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정말 저 사람의 하루가 이게 다인가 싶어 지루하다 싶을 때쯤, 세번째 일상부터 관객들은 조금씩 다른 것들을 보게 됩니다. 출근길 신중히 골라 듣는 카세트테이프의 곡이 어제와는 달라졌다는 것. 평소와 같은 화장실에서 어제는 없던 장난 섞인 메모지를 발견하고 몰래 답신을 남겨두는 그의 모습도 분명 전날과는 다릅니다. 그만의 루틴을 다르게 만드는 것들은 그의 곁에 머무는 타인들의 작은 사연. 차에서 골라 듣는 낡은 카세트테이프의 노래, 점심시간, 필름 카메라로 담아낸 나무들의 모양이 전부지만, 왜일까요? 영화가 끝나면 그의 생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보입니다. 여러분의 ‘매일’은 어떠신가요? 이번 레터는 여러 형태의 ‘매일’을 담아보려 합니다. 황인찬 시인의 ‘매일’과 에디터들이 고백하는 매일의 루틴 등을 담아봤어요. 이번 레터를 통해 여러분의 ‘퍼펙트 데이즈’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오늘은 어제와 같나요?


by. 그나

Interview - 시인 황인찬의 7월 1일부터 31일까지
Editor's daily routine - 우리가 매일 하는 일들
계절책장 - 오늘의 루틴, 읽고 쓰고 기록하며 보내는 삶
[Ending playlist] quote : 계절문장 - 신용목 「예술영화」
Interview - 시인 황인찬의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 연습을 거르면 내가 알고, 이틀 않으면 비평가가 알고, 사흘 않으면 청중이 안다.” 레너드 번스타인부터 야샤 하이페츠까지, (그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음악인들 사이에 종종 회자되는 말입니다. 체육인들 또한 공감할 만해서, 박지성 선수는 “하루를 쉬면 다음날 훈련량이 늘어날 뿐이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쓰기와 읽기도 다르지 않을 테지요. 하루 거른다고 입에 가시까지 돋진 않아도, 매일의 읽고 씀이 쌓이는 것을 두고 ‘독서 근력’이라 이름해보는 이유입니다.

  하루 한 편의 글, 그리 쌓여 한 달 한 권의 책. 난다가 꾸려나가는 ‘시의적절’ 시리즈는 무겁지도 버겁지도 않게, 매일의 읽기를 함께하는 독서 메이트입니다. 편편이 길지 않으니 가벼이 기지개 켜듯 아침을 열어도 좋을 테고요, 시의 깊이와 넓이 두루 있으니 하루 끝 든든히 닫기에도 딱일 겁니다. 매일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책장도 삶도 쌓음으로 이루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하루하루 쌓여가는 것, 시(詩)이기도 계절(時)이기도 할 테지요. 2024년도 어느새 일곱째 달, 도로 무를 수도 달리 부를 수도 없이 계절은 여름. 그 여름에 가장 먼저 떠올릴 시인이라면 역시 황인찬 시인인 법이고요.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 한 편의 글로 여름의 날들을 미리 살아낸 황인찬 시인에게 영원이기도 순간이기도 할 시의 일상을, 그러니까 ‘매일’을 물었습니다

ⓒ황인찬
Editor's daily routine -  우리가 매일 하는 일들

  에디터들은 이번 호를 준비하며 일상적인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매일매일 보는 옆자리 동료가, 조금은 시시해 보이는 일상이 모두 얼마나 값진지에 대해 말이죠. 문득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가 떠오릅니다. ‘니가 들으면 십중팔구 불쾌해질 얘기가 바로 내가 별일 없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별일 없음’의 소중함을 되새기며 에디터 4인의 일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출근 전 향수를 고르고 뿌리는 약 30초의 소중함을, 두 반려동물에게 아침밥을 내어주는 기쁨을, 자기 전 책을 꺼내 읽는 안락함을 말이죠.

  에디터들 데일리 루틴에서 여러분도 자신만의 소중함을 떠올리길 바라봅니다.

계절책장 - 오늘의 루틴, 읽고 쓰고 기록하며 보내는 삶
  예전에 김중혁 작가의 『1F/B1』 강연회에 참석했을 때였어요. 짧은 비디오를 한 편 보여주셨는데, 몇 개월 동안 찍은 하루의 1초를 이어서 만든 영상이었어요. 그 영상에는 지인들의 모습부터 거리의 사람들과 도시의 풍경까지 평범한 일상 속 하루의 소중한 부분이 1초씩 담겨 있었습니다. 찰나의 순간처럼 스쳐지나가는 시간을 잡아낸 듯한 인상적인 영상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어요. 언젠가는 저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으나 영상 편집이 쉬운 일도 아닌 터라 포기하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에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업로드하면 하루의 1초를 만들어주는 스마트폰 앱을 발견했어요. 이 앱은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하는 번거로움 없이 간편하게 업로드만 하면 뚝딱! 하고 1초 영상을 만들어 매달 한 달의 영상을 담아 저장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요, 덕분에 아주 쉬운 방법으로 1초 영상 기록을 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사진 한 장 찍는 것을 잊어버려서 편집할 하루가 사라질 때도 있더라고요.
  매일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을 먹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은 우리 삶의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운동, 등산, 독서, 글쓰기와 같이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소개하는 책들은 날마다 무언가를 관찰하거나 하루의 일을 기록하고 성찰하며 바쁜 일상의 틈에서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놓치지 않는 책들을 찾아봤어요. 의미 있는 하루, 한 달, 일 년, 평생을 살아가는 이들의 루틴을 한번 따라가볼까요. 
[Ending playlist] quote : 계절문장
신용목 「예술영화」

  *인용: 신용목, 「예술영화」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문학동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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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절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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