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서비 논란, 변호사들은 어떻게 볼까?

🍖 로스규이에서 오늘은 ‘힙한 서비스의 비밀 논란’을 노릇노릇하게 구워드려요.

🌿 오늘의 내용, 한 쌈에 싸먹기

'힙한 서비스의 비밀' 커뮤니티에서 어떤 논란이 있었는지 정리했어요.
회사에서 번 돈을 마음대로 쓰면 처벌을 받는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알려줘요.
힙서비 논란에 대한 변호사들의 의견과 전망을 알려줄게요.

지난 주 스타트업 씬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힙한 서비스의 비밀(이하 힙서비)’이었을 거예요.

힙서비가 뭐냐구요?

©힙서비 페이스북

요즘 7시 기상 챌린지, 영어공부 챌린지 같이, 여러 명이 모여 보증금을 미리 내고 어떤 목표를 수행할 때마다 보증금을 받아가는 챌린지 정말 많이 하는데요.

2020년 8월에 시작한 힙서비는 UX(User Experience)를 함께 공부하는 챌린지로 시작해 현재까지 참여자 6천여 명, 페이스북 그룹 1만 5천여 명, 총 2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을 모은 커뮤니티예요. IT 스타트업의 PM(프로덕트 매니저), PO(프로덕트 오너), 마케터, 기획자, 개발자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여들었죠.

*출처: 페이스북 '힙한 서비스의 비밀'에 명시된 지표

이 커뮤니티는 서비스 기획(힙서비)에서 시작해서 마케팅(힙마비), 데이터(힙데비), 블록체인(힙크비)으로 넓어져 '힙니버스'라는 이름으로 성장하게 돼요. 이 과정에서 51명이 힙니버스의 운영진(오너)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었어요. 법인은 아니었지만 힙서비는 2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요. 최근에는 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라는 탈중앙화 개념을 적용해, 운영자 1명이 의사결정하지 않고 운영진 개개인의 기여도를 측정해 수익을 차등 배분한다고 밝혔어요.

커뮤니티가 어떻게 매출을?

힙서비의 챌린지는 디포짓에서 환급 금액과 운영비가 나뉘어 있었어요. 예를 들어 디포짓(Deposit, 보증금)을 10만원 내면, 미션을 모두 수행했을 때 최대 6만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공지했어요. 4만원은 운영비로서, 운영진의 수고비, 연사 섭외비, 부가세, 수수료, Zoom 이용료 등으로 사용한다고 밝혔고요. 힙니버스 안에서 이런 챌린지 여러 개가 운영되었지요.

힙서비가 성장하면서, 챌린지 외에 연사들의 강연, 컨퍼런스 개최 등으로도 수익을 만들어 왔어요.

뭐가 문제야?

그러던 중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힙니버스 운영진 중 한 명이 쓴 글이 올라왔어요. 이 글을 시작으로 힙서비를 만든 운영자가 이렇게 발생한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요. 운영자는 법무법인의 검토를 받은 후, '힙서비가 개인사업의 성격이 짙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개했어요.

힙서비 논란은 정말 횡령죄에 해당하지 않을까요? 법률 이슈는 한 쪽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기 어려워요. 의견이 분분한 주제인데도, 한 쪽 이야기만 들으면 그럴 듯 하거든요.

지난 주 로스규이 독자님들로부터 이에 대한 질문도 참 많이 받았는데요. 그래서 이번 주 로스규이는 힙서비 논란에 대해 여러 변호사님들의 의견을 소개해요. 독자님들이 더욱 폭 넓은 시야를 갖게 되시길 바라면서요. 님께서도 꼼꼼히 읽어보시고, 곰곰이 따져보세요!

💼 횡령죄에 대한 기초 지식!
내가 만든 회사가 번 돈, 마음대로 쓰면 안되나요?

먼저, 나의 회사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아요. '법인'이 되는 순간 회사는 나와 다른 주체예요.

‘위탁관계’에 의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는데요,
횡령죄는 5년 이하 징역, 1천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는 범죄예요.

내가 100% 지분을 갖고 있더라도, 회사 돈은 내 돈이 아니라 ‘타인’의 재물로 본답니다.

이때 회사 돈은 남의 돈이라서 회사 통장에서 마음대로 돈을 빼서 쓰면 안돼요. 1원이라도 들어오고 나가는 돈에 모두 증빙이 필요하고요.

이 점에서 개인사업자와는 달라요. 개인사업자는 내가 번 돈이라면, 별도의 증빙 없이 마음대로 쓸 수 있어요.

✍🏻 한 줄 요약

회사 돈을 맘대로 썼다면 대표가 썼어도 횡령, 개인 사업자 돈은 맘대로 써도 횡령 아님

©힙서비 인스타그램

👥 내가 만든 커뮤니티에서 번 돈, 마음대로 쓰면 안되나요?

자, 여기부터 본론입니다. 힙서비의 운영자가 커뮤니티에서 번 돈을 마음대로 썼다며 최근 이슈가 되고 있어요.

여기서 문제, 커뮤니티가 번 돈은 운영자의 돈일까요? 아닐까요?💸

답은! 그때 그때 달라요.🤷

회사를 설립한 적이 없더라도, 단체로서 일정 지표를 충족한다면 운영자와 별개의 단체로 인정받기도 해요. 예를 들어, 비법인 사단이나 조합👥에 해당할 수 있지요.

동아리도 비법인 사단으로 인정된 적이 있어요. 동아리 회장과 별개의 법적 지위를 갖는다는 거예요. 규약이 있고, 업무집행이 다수결 원칙에 의해 이루어지고, 구성원 변화와 관계없이 조직이 있다는 조건을 충족한다면요.

규약을 정한 적도, 수익 배분 비율을 정한 적도 없는 공동사업이 조합(공동사업체)으로 인정된 적도 있답니다.

👥 힙서비는 운영자와 별개의 단체로 볼 수 있을까요?

힙서비 운영자 측은 의견서와 해명글에서 개인 사업자이므로 자금을 임의 유용한 것이 횡령은 아니라고 주장했어요.

이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형사경험이 풍부한 선배 변호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대표변호사 K🐻
해당 커뮤니티 법적 성격은 운영자, 스탭, 구성원들이 어떤 의사에 따라 해당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활동하였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 면에서 운영자가 커뮤니티 수입을 마음대로 쓴 것이 ‘문제’가 되고 ‘해명’이 필요했다는 것은 역으로 해당 커뮤니티 성격이 적어도 운영자 개인의 비즈니스 공간은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 전문 파트너 변호사 K⚽️
최소한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를 추구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주겠다고 공언한 이후 시점부터는, 운영자 개인 수익이 아니라 힙서비에 참여하는 오너, 리더 등이 공유, 합유하는 재산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보여요. 운영자의 개인 사업이 된다면 탈중앙화가 아닌 중앙집권적인 조직이자 사업인 것이니, 자신이 공언한 바에는 모순되지 않을까요?

주니어 변호사 Y🦅
웹 3.0 시대 미래조직이라 불리는 DAO는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 없이 개인이 자율적으로 투표하고 의사결정해서 운영하는 조직이라고 알고 있어요. 이건 애초에 개인사업체와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봐요.

💸 챌린지 참가자가 낸 돈이 커뮤니티가 ‘번’ 돈은 맞아?

운영자가 공개한 의견서에서는 챌린지 방식 서비스에서 참가자가 지급한 돈은 '서비스 이용대가'이지, '위탁된 재물'로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이 주장에 대한 의견도 물어보았습니다.

로스규이를 매주 읽은 독자님이라면 횡령죄에 대해서도 잘 아시겠죠? 횡령죄는 남의 재물💰등을 보관하다가 멋대로 가져가버렸을 때 성립해요. 만약 챌린지 참가자들이 힙서비에 맡겨놓은 돈을 운영자가 임의로 썼다면, 참가자들에 대한 횡령이 될 수 있어요.

형사 전문 파트너 변호사 K⚽️
챌린지 참가자들이 낸 돈은 서비스 이용료 개념이라기보다는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성격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힙서비는 챌린지 참가자들에게 ‘디파짓’이라는 이름으로 인당 12만원을 걷어가고, 최소한 운영비 제외하고 미션 완수 시 8만원을 환급한다고 하고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참가자들이 내는 돈은 서비스 이용료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성격에 가깝다고 보이고, 1인당 8만원은 최소한 미션이 끝나는 8주차까지는 보관하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요. 그 사이에 보증금이 사용한 것이 확인되면 횡령이 성립할 것으로 보이고요.

8주차 미션이 끝난 후에는 운영자가 임의로 처분해도 되느냐, 이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참가자가 미션을 달성 못해 환급받지 못할 경우, 운영자에게 귀속된다는 별도 공지나 안내가 있었다면 환급받지 못한 돈은 운영자 측에 귀속될 거예요. 하지만 별도 공지가 없었다면 정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참가자가 맡겨놓은 돈' 혹은 적어도 '사용에 있어 참가자 동의를 받아야 하는 돈'으로 보이네요. 만약 별도 공지 없이 임의로 운영자가 이 돈을 사용하였다면 업무상 횡령이 성립할 가능성이 있어요.

주니어 변호사 P🐯

챌린지에 참가한 사람들이 힙서비에 낸 돈이 '스터디 운영 및 자료제공에 대한 비용'이었는지 또는 '나중에 챌린지를 성공하면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일시 위탁한 돈'이었는지는 스터디의 규약이나 이용약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여요.
만약 힙서비에 명시된 규약이 없었다면 당시 참가자들의 일반적인 인식은 어땠는지, 챌린지 달성에 상대적 비율이 정해져있었는지 혹은 절대적 기준이 있었는지 등 간접적인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이구요.

또한 운영자가 참가비를 사적으로 이용한 시점이 힙서비 매 회차 종료 후인지 혹은 진행 중이었는지에 따라서도 횡령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겠죠.

📌 정리하자면,

내가 만든 커뮤니티, 별개의 법적 지위 가진다면 거기서 번 돈은 내 돈 아니다!
힙서비는 운영자와 별개 단체일까?
- 운영자 외 구성원들은 운영자 개인의 비즈니스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은 것 같네요.
- DAO 체계 이후부터는 오너, 리더 등의 공유, 합유 재산으로 보여요.
- DAO 개념과 개인 사업자 개념이 양립하긴 어려워요.
챌린지 참가자들이 낸 돈은 힙서비가 번 돈일까?
- 서비스 이용료보다는 보증금에 가까워, 챌린지 종료 시까지는 보관해야 할 거예요.
- 챌린지 이용 후 운영자에게 귀속된다는 공지가 있어야 임의 사용 가능해요.
- 챌린지의 규약이나 이용약관이 없었다면, 참가자들의 일반적인 인식 등에 따라 달라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