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청춘스타 키미코 쨩은 미국 데뷔 무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싫어요! 나.. 노래하고 싶지 않아!” 부담이 컸던 걸까요? 무대 바로 직전, 대기실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네요. 결국 데뷔곡의 작곡자 진저루트가 급히 대타를 하게 됩니다. 😓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 노래가 시작되고, 당황스러워하던 그는 이내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며 끝내주는 무대를 해 보이죠. 처음엔 당황해하던 관객들도 이런 그를 보며 리듬을 타고, 키미코 쨩의 변덕으로 골머리 썩던 매니저도 ‘요시..!’ ¹⁾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 

지금까지 “2022년도”에 발매된 뮤비 내용이었어요. 😋 ‘빈티지 애니+가냘픈 여성 아티스트의 목소리’ 조합이 아니라 익숙지 않은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그치만, 그의 음악에서도 비슷한 감성이 느껴집니다. 시티팝의 정수인 ‘도시의 화려함과 외로움’을 잘 녹여냈기 때문이에요. 1980년대 일본의 도시들은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기를 맞아 점점 화려해졌습니다. 🌆 본디 그릇의 크기를 넓히는 것보다 속을 채우는 것이 더 어려운 법! 빠른 도시 발전 속에 일본 청춘들은 도심의 화려한 밤과 찰나의 젊음에 헛헛함을 느꼈어요. 그리고 이 마음들은 당시 음악 기술자들의 기술력이 합쳐져 자연스레 ‘시티팝’이라는 스타일로 발전하게 됩니다.

화려한 도시 속에 살지만 내 삶이 그만큼 화려하지 않아 외로울 때, 우리는 시티팝을 찾아요. 외로움을 즐기는 것도 나름의 낭만이지만, 그 헛헛함이 사라지지 않아 곤란한 시사모 분들에겐 진저루트의 음악을 권할게요. 버블경제 당시의 일본 도시의 낭만은 담으면서도 유머러스한 영상으로 헛헛함은 보완해내거든요. 너무나 완벽한 NEO-City POP 아닌가요? 😏

<비포 선라이즈>의 미학이라고 하면, 제시와 셀린이 영화 내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꼽곤 해요. 그리고 이 끊이지 않는 대화에 개연성을 더해주는 것은 로맨틱한 빈의 풍경이죠. 연극배우들을 마주쳤던 다리(Zollamtssteg), 음악을 들었던 음반 가게(Teuchtler Schallplattenhandlung), 대관람차를 탔던 놀이공원(Prater) 등 도시 전체가 영화의 미장센으로 기능합니다. 🎡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빈의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리게 돼요.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빈에 방문해 ‘비포 선라이즈 투어’를 하곤 합니다. 제시와 셀린과 같은 우연한 만남을 기대하면서요. 예술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쉴레가 만났다는 카페, 밤이 되면 불이 켜지는 극장들, 주말이 되면 공원에 나와 춤을 추는 사람들까지 도시의 풍경은 오래전에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인상을 줍니다. ⏳ <비포 선라이즈>에서 빈은 살아온 환경이 무척 다른 두 사람이 짧은 시간 안에 서로 사랑에 빠지기 충분한 랑데부로 존재해요. 영화를 보고 빈에 간 우리는 영화만큼, 아니 영화보다 더 로맨틱한 이 도시와 사랑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결말에서 제시와 셀린은 기차역에서 헤어진 다음 각자 다른 곳을 향해 가면서도 차창 밖을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요. 🚂 그런데 영화는 두 사람만이 아니라 그들의 온기로 가득했던 장소들의 모습도 비춥니다. 이른 아침의 햇살이 어린 도시가 두 사람을 기다리겠다는 것만 같아요. 관객에게 당신이 공허한 이곳을 채워달라고 당부하는 듯하고요. … 안 되겠네요. 저는 아무래도 빈을 다시 보러 가야만 하겠습니다. ✈️

이 대회는 SF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법한 독특한 생김새의 동상을 한 직장인이 올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 “가끔 난 한국 건물 앞 필수인 아무 조형물들이 갑자기 배틀을 하는 생각을 해.”라는 말에 맞게, 사람들은 너도나도 근처 조형물들을 자랑하기 시작했죠. 전국 각지에서 얌전히 존재하던 온갖 조형물들이 간만에 사람들의 관심을 받은 날이었어요.

사실 이 대회를 완전한 유머로 받아들이긴 조금 어렵습니다. 문화예술진흥법 내 조항으로 인해, 거대한 건물 앞에는 그만큼 거대한 흉물, 아니 조형물이 꼭 생기게 되었어요. 🏢 일정 규모 이상의 건물은 건축비의 1%를 야외 미술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그저 ‘준수’하기 위해 미술품을 세우는 것이다보니, ‘비용을 충족하는가?’ 그리고 ‘야외에서 관리하기 쉬운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크기는 그저 커지기만 하고, 돌이나 쇠와 같은 투박한 재료가 주로 사용됩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번 대회에 참여한 조형물들이었고요.

도시는 자본주의와 개인주의가 지배하는 공간이라고들 하죠. 건물을 높게, 빽빽하게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요. 그런 곳에 ‘미술품’을 가져다둔다면, 분명 메마른 가슴은 달래지고 감성 역시 촉촉해지리라 생각했을 거예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세우는 사람과도, 지나가는 사람과도 연결고리 없이 대뜸 존재하는 미술품은 처지가 고달파질 수 밖에 없어요. 😥 일단 세워졌다면, 그 미술품에 대해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감상하고 스스로를 투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거고요. 휴, 아무튼 제 2회 천하제일 조형물 무술대회는 참가자들이 좀 적어져 썰렁해지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