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오늘 긴급히 요청 드릴 일이 하나 있어서 선생님께 편지를 드립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가 없애고자 하는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공정 채용 제도를 법률로 보호하자는 서명 캠페인 관련된 일인데요, 이 서명이 중요하니 선생님께서 이 서명 운동에 참여해 주십사, 그렇게 요청 드리기 위해 오늘 편지를 드립니다. 또한 이 법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신다면, 이 편지와 서명 링크를 선생님이 참여하는 모든 카카오톡 단톡방 등을 통해서 지인들께 널리 알려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맨 아래에 관련된 정보가 있습니다.) 

저희가 몇 번의 보도 자료를 통해서 그 필요성을 시민들께 알려 드렸습니다. 이 제도와 관련해서, 구직자들도 하나 같이 공정한 채용이라고 인정하고 있고, 합격자들의 출신학교 종류도 다양해지고 사내 학벌 중심의 폐쇄적인 문화도 약화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해서 뽑힌 직원들의 회사 만족도가 높고 회사 측에서도 채용 결과에 대해 만족해합니다. 적어도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사하고자 하는 이들은 취업 단계에서 더 이상 학벌·스펙이 없어서 주눅 들 일은 없습니다. 

문제는 이 제도 존립이 지금 위기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우리는 매우 유감스러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없애겠다는 것입니다. 먼저 공공 연구기관부터 우선적으로 폐지하고 이를 확대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대신 채용할 때, 학벌을 마음껏 보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벌이 실력입니까? 학벌이 일 잘하는 능력을 담보합니까? SKY대 출신들이 기업에 가득해야 기업이 번영합니까? 그렇다면 왜 IT 기업, 스타트업, 외국계 기업들이 SKY 출신학교 스펙에 의존하지 않는 채용 방식으로 선회했습니까? 공기업이 지난 10년간 이런 방식의 채용 문화를 도입해서 망했습니까? 기업이 아니라 나라 전체로 확대해도 그렇습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한 것이 SKY 출신들이 부족해서입니까? 나라나 기업, 기관에서 그 조직을 살리는 힘은 학교 간판이 아닙니다. 조직을 살리는 힘은 진정성이요 이타성이며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집중력에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학교 간판에 의존하며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은 기업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요 불필요한 사람들입니다. 또한 그런 사람들이 망쳐놓은 정치의 시절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습니다.  

공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특정 정부의 결정 사항이 아닙니다. 지난 십수 년 간 진보, 보수 정부를 거치면서 안착되어 온 공기업 채용의 대세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학벌·스펙이 일 잘함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보고 먼저 NCS 직무능력표준 정책을 도입하면서 각 직종별 직무 능력의 표준 기준을 확정 짓고 이를 공기업으로 확산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내용을 준비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그 내용에 맞는 그릇을 준비했습니다. 즉, NCS 직무 능력 표준의 기초가 정착되니 이제 학벌·스펙의 불필요한 그릇을 채용에서 걷어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블라인드 공정 채용을 공기업에 도입한 것입니다. 

학벌·스펙이 얼마나 사람을 보는 시선에 왜곡을 주는지 우리는 잘 압니다. SKY대 출신이면 뭐든지 잘할 것 같습니다. 성실하고 똑똑하고 일 잘하고 회사의 유익을 위해 적합한 인재라 오해합니다. 과연 그렇습니까? 만일 그렇다면 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학벌·스펙’에 의존하지 않고 직무 중심으로 4~5단계 복잡한 면접 전형을 통해서 채용합니까? 학벌·스펙이 일 잘하는 능력을 담보한다면 왜 그것을 입증하는 연구물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그 반대 결과만 나타납니까?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는 7년 전 학벌·스펙을 전혀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외국은 채용할 때 학벌 스펙에 우리처럼 의존하지 않습니다. ‘학벌’이라는 표현은 외국말로 번역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만큼 외국에서는 생소한 개념입니다. 그들에게 출신학교란 단지 지원자가 가진 여러 요소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학벌 갖추는 대학 입시에 목을 매고 20년의 생애를 그 한 가지에 쏟아붓습니다. 그 외에 다른 가치는 현실 교육에서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즉, 출신학교는 우리 사회에서 ‘신’이 되었습니다. 그 신의 이름이 ‘학벌’인 것입니다. 

6년 전 공기업에서 이 학벌 스펙의 신적인 지위를 깨고 나서 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새로운 바람이 불고 이것이 민간 기업에까지 신선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블라인드 채용 변화는 국제적으로도 틀림없이 ‘K-채용’으로 각광받을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 제도를 없애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시 학벌 중심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입니다. 기업의 채용이 학벌 중심에서 벗어날 때 교육도 자극받아 입시 경쟁에서 돌아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채용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기업이 잘 되겠습니까? 전 세계는 기술의 혁신, 혁명의 시대에 학벌 스펙에 의존하지 않고 유능한 인재를 찾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 우리가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면 나라와 산업의 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교육을 바꿀 계기도 사라집니다. 아이들은 어떤 존재입니까? 어린 시절 자기다움을 찾아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의사 결정하는 주체로 길러져야 합니다. 고(故) 앨빈 토플러의 말대로 젊음이란 ‘꿈을 위해 무엇인가를 저지르는 시기’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발견하며 동시에 남의 필요와 고통, 유익에 주목하며 자신 속에 있는 정신적 자산을 활용하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진로가 결정되고 직업의 길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공부하는 것은 나를 잃는 것도 아니고, 직업과 무관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 수많은 아이들은 지금 학벌·스펙 중심 입시 경쟁에 젊음을 소진해서, 남은 여력이 없습니다. 자기다움을 찾는 일은 생소한 일이요 내가 누군지 모릅니다. 또한 내가 누군지 모르니 남의 고통에도 둔감합니다. 그러니 전공과 내가 통합되고 직업과 나다움이 통합되고, 타인의 성공에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협업과 공감 능력을 길러내는 방법을 모릅니다. 오직 경쟁에서 이기는 근육만 키워져서 남과 협업하는 사람이 유능하다는 국제적인 새 기준에 당혹해합니다. 그렇게 20년 이상 고통을 받으며 입시 경쟁의 긴 터널을 빠져나왔으면 직업 세계에서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 불편이 없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 터널의 경험이 장래의 발목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거대한 모순을 깨야 합니다. 그 시작은 기업 채용의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국가는 그 역할의 선도에 서야 합니다. 바라기는 모든 민간 기업이 그렇게 학벌·스펙을 전혀 보지 않고 오직 직무 중심으로만 채용하면 좋겠지만, 먼저 국가가 나서서 공기업/공공기관에서 이를 선도하고, 민간 기업으로 확산시켜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 정부는 십수 년 전부터 그런 흐름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 기업에서 블라인드 공정 채용은 대세의 흐름으로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지난 10년간 진행되어 온 블라인드 공정 채용의 기반을 해체시키고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황당한 일입니다. 

시민들께 호소합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블라인드 공정 채용 제도를 법으로 지키는 일에 나섭시다. 아직 다 무너진 것이 아닙니다. 공공 연구기관은 학벌을 다시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공공기관은 아직 이 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다 무너지기 전, 국회에서 이 제도를 지키는 법률을 만들어 학벌 중심 입시 경쟁 교육을 바꾸는 교두보를 확보해야 하겠습니다. 다행히 지금 법률안이 계류되다가 관련 상임위에 상정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 반드시 이 법률이 제정되어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1만 명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자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10만 명이라도 받고 싶지만, 먼저 1만 명의 명단이라도 취합해서 여야 국회 의원실에 전달해야 하겠습니다. 이 서명 운동에 함께 참여해 주십시오. 그 결과를 앞으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 4. 4.
교육의봄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올림 
※서명에 참여하시고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께도 서명에 참여해 달라고 링크를 공유해 주십시오.
※서명에 참여하실 뿐 아니라 선생님께서 관련을 맺고 있는 모든 ‘카카오톡 단톡방’에 이 캠페인 편지와 서명 페이지 링크를 올려 주세요. 이것만큼 효과가 큰 것도 없습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주기적으로 서명 상황을 보고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단체가 발행하는 소식을 카카오톡으로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교육의봄 카카오톡 친구를 추가해 주세요.
서명 페이지 공유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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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의봄은 2023년 사업 활동을 위해 후원 요청 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이번에 새로운 후원자로 참여하시게 되면, 그 후원금으로 ▲“학벌과 업무 적합성 상관관계” 국제 컨퍼런스, ▲좋은 채용 100개 기업 및 청년 기업인 100인 발굴 및 온라인 플랫폼 구축 사업, ▲학벌 스펙을 넘는 채용의 대안 발굴 및 보급 사업, ▲공기업의학벌 차별 없는 공정 채용 법률의 제정 완료, ▲채용의 변화를 알리는 소책자 10만부 발간 사업 ▲채용의 변화에 따른 역량 교육 현황 파악 및 교육기관 발굴 사업, ▲고졸 취업 안전망 10년 보장제 도입 등을 수행하게 됩니다. 아래 배너를 클릭하여 후원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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