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COMPANY w/HRer
Issue 32 (시즌2 종료). 보상제도를 잘 설계하기 위한 고려요소
by jason KI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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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 컨설팅 회사가 제일 자주 받는 프로젝트 의뢰가 아마 보상제도의 설계일 것입니다. 각 사 인사팀이 직접 손대기에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전문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보상이라는 것이 워낙 민감하므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같은 면이 있습니다. 보상의 규칙(rule)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내부에서 유리해지는 집단과 불리해지는 집단이 나뉘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서는 욕을 먹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더욱더 저희 같은 외부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보상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몇 가지 고려사항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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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떤 사람들로 구성된, 어떤 문화를 가진 회사를 만들고 싶은가? 우리 회사 보상제도의 독특함(edge)은 무엇인가? (보상철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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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철학보다는 보상전략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보상전략이란, 보통 보상수준, 보상구조, 보상결정요인 같은 것으로 구성됩니다. 즉, 우리 회사는 경쟁사 대비 얼마만큼의 보상수준을 지향할 것인가, 우리 회사의 보상구조는 어떤 항목으로 구성할 것인가 같은 질문에 답을 정하는 것이죠. 그런데, 제가 말하는 보상철학은 이보다 좀 더 상위의 개념입니다. 보상전략을 포괄하는 더 넓은 의미이기도 합니다.
보상철학을 정립할 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이 질문에 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보상철학이 정해진다고 믿습니다. 하나씩 나열해볼 테니 여러분도 각 사의 HRer 입장에서 진지하게 답해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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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우리는 어떤 유형의 인재를 외부에서 데려오거나 내부에서 키우고 싶은가?
Q2. 묵묵히 조직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보통의 B급 인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Q3. 우리 회사의 성과는 개인의 천재성에 기대는가, 아니면 팀워크와 프로세스에서 나오는가?
Q4. 각 직무와 역할은 비슷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기여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Q5. 우리 회사는 어떠한 조직문화를 지향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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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제가 경험한 좋은 예가 하나 있어서 그것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초중등 학원의 보상제도를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순위가 좀 바뀐 것 같지만, 그 당시 1위와 3위 업체가 정반대의 보상철학을 갖고 있었고, 그것이 그대로 보상제도에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1위 업체는 극단적인 성과주의 보상철학이었습니다. 모든 지점과 강사를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매월 수강생 수 같은 KPI로 평가해서 하위 10%의 강사는 경고를 받거나 퇴출당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러니 모든 구성원이 엄청나게 열심히 일했고, 그 덕분에 회사 실적도 좋았으며, 성공한 일부 강사들은 수십억 원의 연봉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조직문화는 별로였죠. 살벌하기 그지없는 내부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 피를 말리는 전쟁을 치러야 했습니다. 반면, 3위 업체는 완전히 반대되는 보상철학이었습니다. 따뜻하고 가족적인 시스템이었습니다. 학원 강사에게 교사에 준하는 복지와 안정성을 제공하는 것을 지향했습니다. 그랬더니 1위 업체와 같은 곳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돈으로만 보는 시스템에 신물 난 좋은 강사들이 이 업체에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좋은 강사들을 빠르게 모을 수 있었고, 회사도 빨리 성장했습니다. 학부모 중에는 이 학원의 따뜻한 교육철학에 끌려 자녀를 오래 다니게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만, 이러한 안정적인 보상제도는 개인의 성과 창출을 동기부여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 성장이 정체되는 문제를 겪었습니다. 어쨌든 이 두 회사 모두 초중등 학원 시장에서 메이저 플레이어가 됐고, 그 나름의 철학과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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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우리나라에 ‘네카라쿠배’가 있기 전부터 미국에는 FAANG이 있었죠. Facebook, Amazon, Apple, Netflix, Google의 앞 글자를 딴 표현입니다. 글로벌 IT 회사로서 어마어마한 시가총액을 자랑한다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보상철학은 굉장히 다릅니다. 그 결과로 보상구조와 보상 차별화의 정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Google은 천재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이 철학입니다. 성과를 내는 핵심인재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엄청난 보상을 줍니다. 이들의 보상철학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기술이 핵심이다. 괴짜(Nerd) 같은 천재 개발자가 해내는 일은 전 세계를 움직인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보상을 몰아줘야만 한다.” 이러한 Google과 정반대의 길을 걷는 것은 Facebook인 것 같습니다. Facebook은 내부 형평성이 높은 보상제도를 지향합니다. 동종업계 보상수준을 벤치마킹하되, 그렇다고 업계 최고의 보상수준을 제공한다고 떠들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묵묵하게 자기만의 길을 가며 성실히 일해줄 직원을 찾습니다. 그러니 회사가 정한 보상 가이드 또는 Formula 내에서 개인별 보상을 결정합니다. 개인 간 보상액의 차이도 크지 않아 “다 함께 행복하고 따뜻한 문화”를 추구하는 느낌입니다.
이 양극단 중 어떤 보상철학이 더 우월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 회사의 업종, 산업 내 위상, 유인하고자 하는 인재 유형, 지향하는 조직문화, 성과 창출 구조 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아 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뭐가 더 낫고 우수한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CEO들은 Google, Netflix 같은 보상철학을 좋아하더라고요. “자유와 책임을 줄 테니 큰 성과를 보여봐라. 그러면 그에 따른 큰 보상을 하겠다”라는 철학이 마음에 드나 봅니다. 물론, 경영자라면 이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HRer가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는 ‘과연 우리 회사가 개인에게 자유와 책임을 주기는 하나?’, ‘성과에 대한 파격적인 보상이라는 것이 공염불로 그칠 수 있지 않은가?’이겠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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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보상은 무엇이 결정하는가? (보상결정요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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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제도 설계 요소 중에 보상철학과 맞닿아 있는 것이 보상결정요소, 영어로는 pay contributor인 것 같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는 호봉제를 주로 썼기 때문에 연공(seniority)이 보상결정요소였습니다. 물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히 연공이 아니라 연공에 따라 쌓이는 숙련도였지만요. 그러다가 IMF 시절을 겪고 나서부터는 성과와 능력이 보상을 결정하게 되었죠. 이는 단순히 생각하면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방향이라고 보이지만, 이게 또 그렇게 단순하게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회사가 말하는 성과와 능력이 무엇인지, 정말 그것을 개인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인지 등 복잡한 문제가 많습니다. 요즘 흔히 말하는 ‘능력주의의 허상’과 동일한 맥락에서 비판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직무가치가 보상을 결정하는 쪽으로 흐름이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몇 년 만에 큰 성공을 거둔 유니콘 기업 중에 직무가치 기반의 (상당히 미국적인) 직무급제를 운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때문에 이것이 마치 그 기업의 성공을 견인한 제도인 것처럼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단언컨대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 기업의 여러 가지 요소들과 이 직무급제가 잘 맞았을 뿐이지, 직무급제만이 선진적이고 우수한 보상제도인 것은 아닙니다. 직무급제가 가진 위험성도 크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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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의 보상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보상구조) 그 보상구조 내에서 보상항목 간 구성비는 어떠한가? (보상항목 간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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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결정요소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보상구조입니다. 즉, 보상이 어떤 항목으로 구성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영어로는 pay structure라고 하죠. 과거 호봉제 시절에는 이 보상구조가 상당히 복잡했죠. 수당 항목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봉제가 대세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보상구조가 간단해졌습니다. 기본급, 성과급(인센티브, 보너스), 주식(스톡옵션), 복리후생 정도로 간결합니다.
어떤 보상항목을 만들 때는 그 목적과 메시지가 분명해야 합니다. 일반 직원들은 총보상액만 중시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HR은 각 보상항목이 어떤 의미인지, 어떨 때 지급되는지, 어떤 사람에게 지급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금전적 보상 외에도 조직문화, 회사 브랜드, 자기계발 기회와 같은 비금전적 보상도 중요하게 여겨 total compensation이라는 표현도 쓰는데, 이것까지 다루면 이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보상구조 내에서 보상항목 간 비중(%)도 중요합니다. 이것을 pay mix라고 하죠. 똑같은 연봉 1억 원이라고 해도 기본급 9,000만원에 성과급 1,000만으로 받는 것과 기본급 4,000만원에 성과급 6,000만원으로 받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전자(前者)는 급여 안정성이 높으니, 직원 입장에서는 생활이 안정될 겁니다. 반면 회사 차원에서는 고정 인건비의 압박이 크죠. 반대로 후자(後者)는 개인의 동기부여 정도는 높겠지만, 성과를 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클 겁니다. 보통 급여도 그렇지만 생활도 하방경직성이 있습니다. 한번 올라간 생활 수준은 낮추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성과급, 더 정확히는 변동급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은 일부 직무를 제외하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상항목마다 기대 효과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역시 각 사의 보상철학이나 보상전략에 따라 비중을 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기본급은 외부에서 좋은 인재를 데려오는 데 중요합니다. 이직할 때는 리스크를 낮추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성과급이 포함된 총보상이 크다고 해도 기본급이 어느 정도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성과급은 직원들에게 단기적으로 바짝 동기부여 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매년 반복되고 일정한 금액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변동급이 아닌 고정급의 일부라고 여겨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성과급 이슈가 커졌기 때문에, 성과급의 비중이 크면 클수록 이로 인해 매년 노사 간에 갈등이 심해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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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조직/개인 간 보상의 차등 정도입니다. 차등이 클수록 내부 경쟁이 심해지겠죠. 우수인재를 우대한다는 철학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겁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위에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갖고 올게요. “묵묵히 조직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보통의 B급 인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우리는 B급 인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 고맙긴 하지만 언제든 대체 가능한 인력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물과 공기처럼 눈에 띄진 않지만 필수적인 인력을 볼 것인가?”라고 묻겠습니다.
기본급은 그렇다 쳐도, 성과급은 조직/개인의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것의 차등폭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성과가 좋은 조직에서 성과가 나빴던 조직을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원칙에 따라 독식할 것인가 같은 것은 의사결정 사항입니다. 모두가 공유(share)하는 몫이 커질수록 ‘one-team spirit’을 강조하는 효과가 있지만 우수인재의 불만이 커질 테고, 반대로 독식하면 내부 갈등과 조직 간 벽(silo)의 씨앗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회사와 HR이 마음 편하자고 정률 또는 정액으로 나눠 먹는 것도 큰 반대에 부딪힐 것입니다. 젊은 세대의 키워드인 ‘공정성’은 ‘공평무사함’이나 ‘획일적 통일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성과/능력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길 바라는 마음이 ‘공정성’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나눠먹기식 일률적 보상 운영도 문제를 야기할 것이 뻔합니다.
마지막으로, HRer가 지금까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차등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것은 바로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차등 정도입니다. 이것을 미국과 유럽에서는 pay ratio라고 해서 공시자료에 명시하도록 하더군요. 1~2년 전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 성과급을 포함한 보상 전반에 관한 이슈로 홍역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그때 노조의 주장 중 하나가 경영진의 보수는 몇 년간 빠르게 올랐는데, 직원의 보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불평등이 심해졌다는 주장을 한 것이죠. 이제 모든 구성원이 공시자료나 언론 보도자료 등을 통해 경영진의 보수를 알고, 또 예민한 눈으로 보고 있는 세상입니다. 그러니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 보상의 차등 정도를 아예 무시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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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맺으며...
제가 보상제도 관련 컨설팅을 할 때마다 고객에게 늘 말씀드리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보상제도는 설계보다 운영이 더 어렵다”는 것과 “보상제도는 기술(테크닉)이 아니라, 그 저변에 흐르는 철학이 더 중요하다”가 그것입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이 중 두 번째 내용을 다뤄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보상이 워낙 민감한 주제이다 보니, 이와 관련한 글을 쓰기도 참 어렵네요.
다만, 제가 하고 싶은 주장은 간단합니다. 비즈니스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것이 최악인 경우가 많은데, 보상제도도 그렇습니다. 각 사에 잘 맞는 옷을 지어 입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뭐 하나 엣지(edge) 없는 밋밋한 보상제도도 문제이고, 남들 다 한다고 우르르 따라가는 것도 문제이며, 사회적 변화와 담쌓고 기존 제도만 고수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더구나 보상제도는 다른 모든 인사제도가 한데 모이는 저수지 같은 곳입니다. 직무체계, 평가제도, 직급체계, 승진제도 등이 모두 상호작용하여 보상제도가 완성됩니다. 그러므로 보상철학을 수립한다는 것은 인사철학을 정립한다는 것과 거의 동의어입니다. 보상철학을 잘 수립해야만 HR의 기반과 방향성이 탄탄하게 잘 잡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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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COMPANY가 미래를 함께할 컨설턴트(경력, 신입, 인턴)를 찾습니다. 10월 말까지 접수 중입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친구, 가족, 후배, 지인에게 널리 알려주셔도 좋습니다. 저희가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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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 COMPANY w/HRer 는 격주로 발행됩니다. 화요일 오전에 찾아뵐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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