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드린 섭식장애 시리즈 3편은 연극 <마른 여자들>의 배우와 연출자 인터뷰인데요. 이번 주 [플랫한 문화생활]은 이아름 기자가 연극의 원작 소설 <마른 여자들>을 읽고 난 후기를 전합니다.
🍀 섭식장애가 되기 전의, 거식증적 습관들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우리의 칼로리 섭취량을 감시했다. 사이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할 때면, 매번 그린샐러드를 골라주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선 프로즌 요거트를 사주었다. 탄산음료를 시킬 때도 다이어트 음료가 우선이었다. 저지방, 무설탕, 무탄수화물, 우리가 먹은 대부분의 음식은 무언가 빠져 있는 걸 자랑했다. 엄마는 다이어트를 대물림되는 과업으로 여기며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따라 우리를 만들어갔다.”
다이애나 클라크의 소설 <마른 여자들>을 읽으며 생각했어요. K-도터들이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해 보지 않았을까 하고요. 왜 (거의) 모든 엄마들은 ‘딸이 살이 찌지 않기’를 이토록 바라는 것일까요😥
엄마들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던 것 같아요. 제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잘 먹는 것’이 무조건 권장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음식을 정말 잘 먹는 아이였는데요. 미취학 아동 시절엔 잘 먹는 것이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훌륭한 일이어서, 칭찬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먹었던 것 같기도 해요.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많이 먹어야 키가 큰다”, “잘 먹으니 보기 좋다”라는 응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춘기를 지나 고등학생쯤 되니 ‘걱정’이 붙기 시작했어요. “살 찐다”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것 같아요. 30대가 된 지금은 살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듣지는 않지만, “건강이 나빠진다”는 식으로 돌려서, 때로는 비언어적인 표현으로 듣곤합니다. 그래서 이 대목을 읽고 생각했어요. ‘뉴질랜드 엄마들도 똑같구나.’ 😭
섭식장애를 다룬 다이애나 클라크의 소설 <마른 여자들>을 읽으며 제가 가장 공감한 부분은, 질병이 되기 전의 ‘거식증·폭식증적 습관들’입니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신체 사이즈가 같은 몸’을 가졌던 쌍둥이 자매 릴리와 로즈가 각각 폭식증과 거식증을 겪는 과정을 보여줘요. 매 챕터마다 자매의 몸무게가 표기될 정도로, 두 사람의 몸무게는 그들의 정신적 상태와 현재의 고통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는 곳은 거식증 치료 시설입니다. 폐쇄병동인 이곳의 모습은 저로선 사실 쉽게 상상되지 않아 글을 읽는데 애를 먹기도 했어요. 그러나 글 속에 스치듯 지나가는 부분들은 도리어 너무 선명하게 연상되었습니다. 이를테면, 엄마가 없는 날을 틈타 잔뜩 음식을 시킨 아빠가 두 딸과 폭식을 즐기다 잠드는 모습, 잡지에 소개된 ‘황제 다이어트, 레몬 디톡스, 사과 한 알 다이어트’ 같은 유행 다이어트를 모두 시도해 보는 친구들, 살이 빠져서 모두에게 칭찬을 받는 모습 등 모두 섭식장애를 유발하는 습관들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섭식장애’에 걸리기 쉬운 환경에 놓여있음을 알게 됩니다. 반대로 섭식장애에서 벗어나는건 어려워 보여요.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놓인 릴리와 로즈 자매는 어떻게 될까요? 책은, 그럼에도 결국 여자들이 서로를 구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 음식 먹기 혹은 먹지 않기를 둘렀나 입주자님의 경험은 어떤가요? 플랫에 입주자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소소한 것, 헷갈리는 것, 고민되는 것 모두 귀기울여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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