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hapter 1. ✏️ [심리학과 영화 12번째 조각] ' 가족의 의미 '
•  Chapter 2. 💌 [이레의 편지] "비와 빛이 수놓았던 밤"
•  Chapter 3. 💬 [고민 상담소] 

  - (1) 아버지와 마주하기 두려워요. 어떻게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을까요?

  - (2)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는 걸까요?

  - (3) 노력의 의미에 의문이 들어요. 과연 노력이란 무엇일까요?

<심리학과 영화> 12번째 이야기는 TV보다 책을 더 좋아하는 소녀 마틸다가 그녀의 천재성을 알아봐 주지 않고 자신을 방임하는 부모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가족을 찾게 되는 이야기, 영화 <마틸다>예요. 마틸다의 부모는 처음부터 마틸다를 원치 않았어요. 그들에게는 이미 자신들과 똑닮은 아들이 있었고, 뜻하지 않은 아이인데다 자신들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마틸다가 그들에겐 눈에 가시였던 것 같아요.

마틸다는 TV 보기를 좋아하고 게으르고 허영심 가득한 그들과는 달랐어요. 그녀는 기저귀를 차는 어린 나이에 자기 이름을 스스로 쓸 수 있었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 매일 도서관에 걸어가 책을 읽었어요. 집에 앉아 TV나 보라며 학교도 보내주지 않는 부모님과는 맞지 않았죠. 책을 좋아하는 천재 소녀 마틸다는 언제나 학교에 가고 싶어 했어요.

그런 마틸다가 6살이 되던 해, 허구한 날 학교에 가고 싶다 말하는 마틸다가 귀찮았는지 그녀의 아버지는 마틸다를 어느 이상한 학교에 입학시켜요. 그토록 학교에 가고 싶어 하던 마틸다지만, 그곳 역시 정상적인 곳은 아니었어요. 무섭고 강압적인 교장선생님이 툭하면 아이들을 어둡고 좁은 방에 가뒀고 공처럼 던졌어요.

어딜 가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봐 주지 않는 우중충한 현실에 사는 마틸다의 삶에 따스히 우산을 씌워준 사람은 바로 그녀의 담임 선생님 미스 허니였어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녀는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어내는 마틸다의 천재성을 발견해 주고 처음으로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어요. 그리고 그런 그녀의 진심이 마틸다에게 닿아 마틸다 역시 그녀에게 다가가게 만들었죠. 결국 마틸다는 초능력을 이용해 담임 선생님의 복수를 해주고 진짜 부모로부터 벗어나 마침내 담임 선생님 미스 허니와 가족이 돼요. 동거인에 불과했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벗어나 진정한 가족을 찾은 셈이죠.

영화 속 마틸다를 낳았던 친부와 미스 허니 선생님의 차이는 아마도 오직 미스 허니만이 마틸다의 따스한 환경이 되어 그 속에서 기능해 주었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 모두가 처음인 세상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든든한 환경이 되어주는 것, 심리/정서적인 지지와 더불어 서로의 따스한 온기가 되어주는 것이 가족이 아닐까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가족과 부모의 의미를 종합해 보면 따뜻한 관여와 올바른 지도,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단단한 토대, 가장 강력하고 넓은 범위의 환경이 되어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가족이라고 말해요. 낯선 세상에서 홀로 비를 맞고 서 있을 때 서로의 우산이 되어주는 존재, 신체적 온기와 정서적 온화함으로 든든히 감싸 안아주는 존재가 가족이 아닐까 싶어요. 방임하는 부모로부터 진정한 가족이 되어줬던 담임 선생님과 그런 선생님의 복수를 도왔던 마틸다, 서로가 서로에게 우산이 되어 주었던 그들처럼 말이에요.

↳ 어린 시절, 몸도 마음도 여린 그 시절에 감당할 수 없는 상처로 얼마나 무섭고 외로우셨을지 마음이 너무 아파요.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아이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홀로 삼키며 어찌나 힘들다고, 알아달라고 외치고 싶었을까요? 어린아이 시절에 받은 상처는 흉터로 남아 성인이 되어서도 쓰라린 기억으로, 아물지 않은 고통으로 자리한다고 해요. 지금 독자님의 두려운 마음, 마주하고 싶지 않은 그 지친 마음 너무 잘 압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드시는 게 당연해요. 여태 독자님은 홀로 그 아픔을 감당하고 계셨던 거니까요. 어쩌면 아버지는 독자님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도,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은 행동이었단 것도 모르실 수 있어요. 독자님의 걱정대로 식사 자리에서 또다시 독자님께 상처를 주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독자님, 지금 현재의 독자님은 날아오는 채찍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고스란히 상처를 감내하기만 했던 어린아이 시절 독자님이 아니라는 걸 알아주세요. 지금의 독자님은 독자님을 아프게 할 매를 막아설 수 있고 날카롭게 파고드는 가슴 아픈 말에 그런 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어요. 지금은 아버지 앞에서 무력하게 움츠려들던 그때의 독자님도, 독자님 앞에서 서슴없이 강압적이었던 그때의 아버지도 아니십니다. 그때와는 달라요. 독자님 스스로를 보살피고 보호하기 위해 아주 조금의 힘을 내어 작은 변화를 시작해 보세요. 풀리지 않은 문제는 언제든 다시 찾아오는 법이잖아요. 그런데 그때마다 독자님을 아프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에요. 지금 독자님은 독자님의 의지대로 선택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막아설 수 있다는걸, 절대 그때의 약하고 여린 아이가 아니란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독자님이 마음먹으시기에 따라 조금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으신다면, 아버지께 연락이 오기 전의 지금 그대로도 괜찮으시다면, '거절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그래도 된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독자님만 괴롭지 않다면 굳이 과거의 상처와 마주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에게 중요한 건 지금, 현재의 우리이고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데에 아픔이 없다면 구태여 지난 아픔을 꺼내어 볼 필요는 없어요. 그렇지만 '아버지'를 떠올리시는 데에 여전한 두려움이 있으시다면, 그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으시다면, 살아가는 데에 영향이 없을 정도만 되도록, 딱 그 정도의 노력은 필요해요. 과거의 상처를 떨쳐내지 못하는 것은 독자님의 잘못이 아니지만, 아버지의 연락이 반복될 때마다 독자님이 아플 수는 없으니까요. 독자님을 위해서 용기내어 상처와 마주해보겠단 마음이 드신다면 그때 조금의 용기를 내어보셔도 좋아요.

스스로를 보살피고 위로해 주는 방법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것인 듯해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제일 어려운 일이죠. 그렇지만 누가 뭐라 해도 독자님 삶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독자님이에요. 아버지로부터 아무리 매몰찬 말을 들어도, 이 세상 그 누구도 독자님 편이 아닌 것 같이 느껴져도 독자님에겐 독자님이 가장 소중한 존재예요. 스스로를 보호해 주세요. 누군가 독자님이 못나다 말해도 그런 게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세요. 과거에서 나와 지금 독자님이 얼마나 멋진 어른으로 성장했는지 바라봐 주며 내어보지 못한 힘을 실어주세요. 독자님 뒤에서 블랙아웃이 든든히 지키고 있겠습니다. 언제든 찾아주시고 이야기 남겨주세요. 모든 것은 독자님이 못나서가 아니에요.

↳ 독자님의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 공감이 많이 되었어요😂 저 역시 누군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서로 맞추고 노력하는 시간들을 들이기가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갈 만난다면 그 사람을 만나더라도 지금의 제 삶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사람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연애를 안 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괜히 이렇게 저렇게 따지는 게 많아져서 이제는 어떻게 연애를 시작했나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요😅 주변을 보면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던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만나고 싶진 않고요. 이래저래 모순적인 마음이 저 역시 많이 드네요. 

저도 아직 연애 경험이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연인으로의 인연을 시작했던 순간들을 곱씹어 보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랑이 시작되는 장면처럼 거창한 순간들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랑은 독자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영화가 말하는 삶의 한 줄 #9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뉴스레터에서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는 첫눈에 반해본 경험이 없는데요. 대부분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스며들어 갔던 것 같아요. 여럿이든 단둘이든 같이 있는 시간이 쌓여가면서 자연스레 생기는 상황들이나 그 사람의 행동들, 말이나 가치관, 생각 등에서 호감을 느꼈어요. 저는 주로 일하는 모습, 지적인 순간, 다정 모멘트, 여럿 중 나만 챙겨줄 때, 재치 있거나 티키타카가 잘 맞는 사람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것들에서 호감을 느끼거든요. 중요한 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아요.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대화하고 서로를 알아가면서 공통된 기억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그렇다고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동료와 같은 주변 지인과 매번 사랑에 빠지진 않잖아요?! 그다음은 둘만의 시간, 둘만의 연락을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점점 쌓여가며 그 상황 속에서 서로를 알아갈 때 자연히 호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 독자님께 필요한 건 평소에 괜찮다고 느끼셨던 분과 연락을 시작하시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내보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에겐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가 있잖아요?! 뉴스레터 발송일인 오늘(31일) 범죄도시3가 개봉한다고 하는데 같이 보러가자고 해보세요😊 굳이 그분과 사귀어야겠단 마음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인연은 예상치 못한 사람과 시작되기도 하니까요. 주변에 그런 분이 없으시다면 소개를 받아보시는 것도 답이 될 수 있겠네요. 모임을 나간다거나, 이직을 한다거나, 동호회나 취미생활을 활발히 하지 않는 이상 점점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이성 간 사랑의 마음이 싹틀 분이 마땅히 없으시다면 주변 분께 소개를 받아보세요!!

사랑은 우리의 순간과 상황 그 모든 것들을 특별하다 느끼게 만들지만, 특별할 거 없는 순간으로 시작되는 것 같아요. 연락이 오면 반갑고,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자꾸 생각나고 챙겨주고 싶은 게 사랑의 감정이 아닐까요? 마음으로 느끼는 게 사랑이기에 마음속에 피어나는 작은 감정의 씨앗을 잘 찾아보세요.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게 되신다면, 썸을 타게 되신다면!! 꼭 알려주시고요. 응원하며 기다리겠습니다:)💪🏻

↳ 정말 최선을 다해 노력한 학창시절을 보내신 것 같아 한편으로는 그런 독자님의 의지와 노력이 너무 대단하다고 느껴져요. 저 역시 학창시절엔 '대학'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그것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달려갔던 것 같아요. '이게 맞나?'라는 의문이 들 겨를도 없이 대한민국 학생들 대부분이 가는  대학을 가야만 했으니까요. 그런데 대학교를 가고 나니까 그 커다랬던 목표가 이뤄져 없어지면서 노력의 갈피를 잡지 못하겠더라고요. '이제 어디에 노력을 쏟아야 하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뭐지?', '여기에 노력과 시간을 쏟는 것이, 이렇게 노력하는 것이 과연 맞나?' 하며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 시기를 지나며 깨달았던 점 하나는 노력은 결국 ‘나로부터 나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에요. 작가 헤르만 헤세의 저서 <데미안>의 첫 장에는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라는 문구가 나와요.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기억되는 명언이죠. 이처럼 결국 무언가를 하게 되는 동기(Motivation)는 나로부터 나와야 하는 것 같아요. 다시 말해 노력을 한 이유가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였는지, 아니면 타인 혹은 외부의 상황과 환경으로부터 시작된 건지, 이를 정확히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에요. 남들 모두가 해서 하는 노력인지, 다른 사람들이 들이는 노력의 양에 독자님을 끼워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독자님의 노력을 점검해 봐야 해요.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나’를 더욱 잘 아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구독자님께서 지금 힘들고 아픈 게 정말 다행일 수 있겠다 싶어요. 더 늦기 전에 구독자님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니까요. 지난 학창 시절의 열심 또한 너무나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성인(대학생)이 된 이 시점부터는 나의 삶을 온전히 내가 챙기는 것인 만큼, 잠시 멈추어 나를 온전히 만나고 챙기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한다면, 아무리 힘들고 아프더라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나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기에 힘들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노력의 잣대에 구독자님을 맞추지 말고 독자님을 위한, 독자님에 의한 노력을 기울여보세요. 그러다 너무 지치고 힘들 땐 잠시 쉬어 주면서 꾸준히 노력할 힘을 충전해 주세요.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장기적인 노력을 위해선 쉼도 분명히 필요해요.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있으신 것 같아서 저는 너무 부러워요. 그 좋은 동력을 가지고 원하시는 바를 이루실 수 있도록 블랙아웃과 제가 응원하고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