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는 길>(감독 김정인)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60 〈학교 가는 길〉
5월 26일 오늘의 큐 💡
Q. 님도 혹시 지옥의 통학/통근러? 🚌

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하는 다양한 회원국 통계 중 한국이 언제나 TOP 순위를 놓치지 않는 분야가 있어요. 어째 좋은 건 아닐 것 같아 불안하다고요?😨 맞아요...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긴 평균 통근시간'을 자랑하는 나라랍니다. 편도 한 시간 정도는 명함도 못 내밀죠. 님도 무지막지한 지옥의 출근길, 또는 등교길을 경험해보신 적 있나요?
장거리 통학 경험이 있으시다면 아마 대학교에 가는 시간을 떠올리실 것 같아요. 그런데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에 가기 위해 매일 왕복 4시간이 걸린다면 어떨까요? 옛날 이야기 같겠지만, 특수학교로 통학해야 하는 장애인 학생들이 지금 겪고 있는 일입니다.

가까운 지역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무릎까지 꿇어야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장애인 아이를 둔 엄마는 아이를 보다 가까운 학교로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집값 떨어진다', '혐오 시설이다' 등의 폭언을 마주합니다. 학교 가는 길이 이렇게 힘들어도 되나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싸고 주민/정치인들과 갈등을 빚었던  장애인부모회의 투쟁과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김정인 감독의 <학교 가는 길>을 소개합니다. 최근 1만 관객을 돌파하며 각계의 지지를 받고 있답니다
세상을 바꾸는 또다른 여성들의 이야기, 강유가람 감독의 영화 <시국페미>도 소개할게요. 어떤 사람들은 모두 한 목소리를 내는 탄핵 시위 안에서도 '객체'가 되어야 했어요. 이 장벽을 당당히 두들기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님, 오늘의 레터를 읽으면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 장애인은 일반학교에 다니지 않을까? 그렇다면 장애인은 어떤 학교에 다니고 있는 걸까? 특수학교는 우리집 주변 어디에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건, 적다는 뜻이 아니라 숨어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늘의 영화 두 편을 만나면 정말로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될 거예요!🏫

'특수하다'는 이유로 구분 짓는 마음을 두드리는 다큐멘터리
〈학교 가는 길

학교 가는 길이라는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제목이라고 생각했다학교란 누구나 일정 시기에 일상적인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여겼기에표준’적으로 학창 시절을 보낸 많은 이들에게는 등굣길과 하굣길이라는 시간이 그리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았으리라 여겼다.
하지만 영화 학교 가는 길은 누구에게는 당연했던 일상이 어떤 이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영화는 특수학교에 등교하기 위해 새벽같이 스쿨버스를 타는 발달장애인 안지현 양의 모습으로 시작한다가까운 거리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왕복 3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보내는 지현 양의 사례는 사실 그리 드문 것은 아니다지현 양의 어머니이자 서울 시내 특수학교 설립에 큰 기여를 한 이은자 씨는 필요로 하는 학생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 때문에 매일 기나긴 시간을 스쿨버스에서 보내는 학생들을 보며 장애인 교육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은자 씨를 시작으로 영화에는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이 그들의 자녀들과 함께 보내는 일상이 차례대로 소개된다장애인 자녀를 두었다는 이유만으로 겪었던 차별이나 슬픔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가족의 일상이 어떤 모습인지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그저 자신의 속도로 성장하는 발달장애인을 돌보는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녀를 위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미래를 위해 장애인부모회에 모여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2013년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내 공진초등학교가 폐교되자 그 자리에 특수학교(현 서진학교)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한다그러나 2016년 지역구 국회의원 김성태 의원이 같은 자리에 한방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며 공진초 자리를 둘러싼 지역 주민과 장애인부모회 어머니들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된다
(....) 
어떤 울타리는 너무나 높고 공고해서 그 울타리 너머에 있는 이들의 존재조차 보이지 않게 한다한국 사회의 여러 면에 이러한 울타리들이 공고히 자리 잡고 있다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어머니들의 투쟁으로부터 출발한 영화 학교 가는 길 장애인을 향한 한국 사회의 시선장애인을 타자화하고 자신으로부터 구분 짓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울타리를 두드리며 끝맺는다.
이 영화를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 개개인이 모여 장애인 교육권에 대해 투쟁한 이야기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계속해서 어머니들이 이야기하는, 그저 장애인 자녀들이 성장해서 지역사회에 함께 어우러져 살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이 작지만 어려운 소망은 장애인 부모회 어머니들이 무릎을 꿇는 사진 한 장을 시혜적인 시선으로 안타깝게 바라볼 때 실현 가능한 것이 아니다. 장애인권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논의와 사회구성원들의 책임을 우리 모두가 다 같이 고민해 나갈 때 비로소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소망이다. 장애인 교육권으로 시작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고민을 여러 층위에서 깊이 담아낸 영화 〈학교 가는 길〉이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을 울타리를 허물 수 있기를 바란다.

인디즈 16기 정성혜
여성은 세상을 바꾼다 🔥

밀려난 주체들이 다름을 들고 찾아올 때
〈학교 가는 길〉과 〈시국페미〉
  
우린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과 동거할 수 있을까. 어땋게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하나의 공간을 점할 수 있는 걸까. 영화 <학교 가는 길>(2021)은 이 미묘한 동거를 조명한다.
어떤 '함께함'은 자각되지 못한다. 어느 한쪽이 말을 걸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어느 한쪽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장애가 정상화된 사회에서 장애인의 존재는 희미하다. 그저 많은 것들을 참고 있는 것을 넘어, 그들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특수학교 설립 문제는 장애의 '존재함'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에서 장애인은 왜 사라진 걸까. 또 특수학교는 왜 밖으로 밀려난 걸까. 그리고, 밀려난 주체들이 같이 사는 존재로 호명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영화 <학교 가는 길>(2021) 이에 대한 답을 들려주고 있다.
한편 영화 <시국페미>(2017) 역시 가려진 주체들에 관해 말한다. 모두가 같은 편으로 여겨졌던 2016년의 광화문 광장. 견고해 보이는 촛불 집회 안에선 여성 혐오가 일상적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모두가 하나의 구호를 외치는 순간에도 미묘한 시선에 많은 걸 걸어야 했던 주체들이 있다. 여성들이 광장 안에서 만든 페미존은 다름을 표시하면서도 같이 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밀려난 목소리가 다름을 들고 찾아올 땐, 나와 네가 이 공간을 '같이' 견뎌야 하는 사람이란 걸 기억하면 좋겠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역시 밀려나지 않길 바라며 동시에 주변의 밀려남을 알아채길 바라며.
  
인디즈 16기 염정인
<시국페미> 감독 강유가람
아저씨가 소리친다. “여기 나온 처녀들 예쁘다!” ‘처녀’들이 받아친다. “아저씨가 시위도 나오고 기특하다!” 광장에서 모두가 대통령의 비리에 맞서 싸웠다. 페미니스트들은 광장의 여성혐오에도 맞서 싸워야 했다.
2016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페미니즘 리부트 그리고 그 순간을 함께 했던 페미들이 풀어놓는 고백들. 이는 숨 가쁘게 흘러간 2016년에 대한 성실한 기록이자, 이 경험을 ‘완성형’이 아닌 미래로 끌고 나가기 위한 꽤나 힘있는 추동이기도 하다.

지난 주 수요일, 공휴일이어서 메일함을 열지 않았습니다만...💌
"영화에....휴일은 없으니까😎" 남들과는 조금 다른 패턴으로 살아가는 인디즈 큐. 수요일이 연달아 공휴일이었던 5월에도 수요일 오전 메일함을 두드렸는데요. 앗차차.... 휴일이라 그런지 메일함을 여는 분들이 평소만큼 많지 않아 아쉬웠답니다😭 
5월 19일 부처님 오신 날 레터 못 읽으신 분🤚? 알차게 내용을 꾹꾹 눌러담은 레터인지라 노나서 읽으라고 한번 더 보내드릴게요. 인디즈 큐는 이번 주를 조금 쉬엄쉬엄 보내봤어요. 힘차게 준비해서 다음 주 수요일에 또 올게요!😋 
이동진 평론가, 한강 작가, 임흥순 감독... 문화계 월드클래스 다 모여있다? 지난 레터에 담긴 글로벌한 영화이야기 확인하기!
"얘, 데이빗아."👵 
지난 22일 첫 선을 보인 '여성영화를 말하다'! <미나리>를 관람하고 '윤여정, 아시안 웨이브&젠더'라는 주제로 프로젝트38팀의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인디즈는 같은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여기, 물보라를 일으켜 🐬
여성영화를 말하다

여성영화를 '우리'의 시선으로 다시 보기! 우리의 연대와 사랑 속에서 퐁퐁 솟아날 새로운 기포들이 궁금한데요. 인디스페이스, 프로젝트38과 함께 서핑하실래요? 🏄‍♀️
6월 19일 오후 2시, 두 번째 시간에는 <야구소녀> 상영 후 '스포츠 영화와 여성/적 액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눕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극장은 오늘도 안심방역중! 보다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스크 착용, 전자출입 등의 출입자 기록은 국가 방역수칙의 필수사항입니다😷 방역수칙 위반시 방문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영화 관람 시 주의사항
1. 인디스페이스는 음식물 반입 금지 영화관입니다. 음료 섭취 또한 가능한 자제 부탁드립니다.
2. 영화 관람시에도 마스크를 꼭 착용해주세요.
3. 티켓 발권시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록 혹은 수기명부작성은 필수입니다. (매회차 발권마다 진행)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우리를 만나는 영화관, 인디스페이스
indie@indiespace.kr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13, 서울극장 1층 02-738-0366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