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등학교를 입학한 조카에게 휴대폰이 생겼습니다. 가끔 난데없이 '삼촌머해여' 같은 문자를 보내는 경우가 있어서 대화를 나누는데요. 말은 잘하지만 문자를 입력하는 데는 아직 서투릅니다. 답을 보내면 '입력 중'이라는 표시가 내내 떠 있고요. 답이 돌아오는 데도 한참 걸려요. 오타도 당연히 많고요. 기다림이 필요한 대화입니다.

언제 한번은 일에 바빠 '삼촌이 이따 문자할게' 하고서는 새까맣게 잊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 달 초에 조카를 보러 놀러갔는데 '왜 그때 문자 안 했어요?'라고 순수하게 묻더라고요. 조카의 느린 답장을 기다리는 저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약속을 못 지킨 삼촌이 된 것 같아 미안해졌습니다. 앞으로는 답장을 늦지 않게 하리라 약속하고 마이쮸로 입막음(?)을 했어요.

이 뽑는다고, 앵무새 밥 준다고, 벌레 잡는다고, 어떤 색깔로 필기할지 정한다고 도통 나타나질 않는 초등학생들을 기다리는 게 익숙하다는 영어온택트본부 초등팀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조카처럼 학생들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말이면 월요일 수업을 기다릴 수도, 예쁜 이모티콘을 보내 주기를 기다릴 수도, '너무 잘했다'는 칭찬 한마디를 기다릴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초등팀에서 하는 액티비티 중에 파닉스(발음 학습)가 있는데요. 카카오톡 음성메시지 기능을 활용해요. 아이들이 읽은 걸 녹음해서 보내면 저희가 듣고 피드백을 해주는 건데요. 자연스럽게 아이들 목소리를 알게 돼요. 카톡 할 때는 모르던 귀여운 목소리를 들으면 저도 모르게 녹아내리곤 합니다 🫠

초등, 중등이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차이가 커요. 그래도 중학생은 여러 방식으로 동기부여가 가능한데요. '너 이제 중학생이야'라는 말 자체가 가진 힘도 있고요. 그런데 초등학생들에게 그런 방식의 설득은 어렵죠. '너 이러면 원하는 대학 못 가!' 같은 말이 통하는 나이가 아니니까요. 마냥 타이르거나 혼내는 걸로도 한계가 있어요. 대신 학부모님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 놓는 게 한 가지 방법이에요. 수업을 같이 보면서 아이를 집중시켜 주시더라고요. 공부하기 싫어도, 당장 엄마 말은 듣는 나이니까요.

물론 수업하다 보면 크고 작은 난관이 펼쳐집니다. 일단 학생들이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로그인부터 힘들죠. '잘못 눌렀다', '뭐가 안 보인다', '렉 걸린다' 이런 민원(?)을 잘 해결하는 능력이 있어야 해요. (규섭님은 그럴 때 무조건 "껐다 켜보자'고 한다네요) 오답노트 써서 보내라고 하면 사진 흔들리는 건 기본이고요. 노트를 들고 셀카 찍어서 보내는 아이도 있고, 형광펜으로 써서 도무지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중등팀에서 일할 때는 상상도 못 했던 사건·사고가 참 많아요. 물론 덕분에 미소지으면서 일하긴 합니다 😂

선생님에 관해 유독 궁금해하기도 해요. 주말에 뭐 했는지, 저녁은 뭐 먹었는지 먼저 물어보고요. 프로필 사진 처음 올렸을 때는 '쌤 이렇게 생겼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어요. 보통 '이렇게 생겼냐'는 질문은 기분 나쁠 텐데, 아이들이 하니까 귀엽더라고요 😂 말을 예쁘게 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사랑해요'는 기본이고, '보고싶었어요', '더 하면 안 돼요?' 같은 말을 서슴없이 합니다. 그런 아이 한 명만 있어도 하루가 행복해져요.

초등학생들과 수업하다 보면, 제 이야기나 수업 내용을 스펀지처럼 쉽게 빨아들인다는 느낌이 들어요. 모든 선생님이 그러시겠지만, 저희 팀 선생님들은 학생에게 특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려고 해요. 저희에게 배운 영어가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때 기초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희랑 공부하는 학생이 밀당에 만족하면,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저희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어요. 초등학생은 올라갈 일만 있으니까요! 공부를 가르친다기보다 습관을 만들고, 짧은 시간이라도 영어에 대해 재밌는 이야기 나누면서 흥미를 잃지 않게 도우는 게 저희의 최선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긴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 초등팀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릴게요! 💪

지난 호 발행하며 물어봤던 퇴근송 조사에 많은 관심을 보내 주셨어요. 문자 그대로 '퇴근'과 직접 관련된 노래들도 많이 추천해 주셨더라고요. 밀당에는 유독 밤 늦게 퇴근하는 분들이 많죠?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가 넘는 분들(팅커벨 지난 호 참고)도 계실 거고요. 할 일 다 마치고 돌아가는 감성적인 밤길에 들으시라고 새로운 밀플리를 보내드립니다. 님이 추천하신 노래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