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맛있을 테니까요.
OCT 16, 2026
‘이태리 할머니 파스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예전에 사두었던 책인데 최근에야 눈에 들어 다시 꺼낸 거죠. 페이지마다 파스타를 빚어 내는 할머니들의 푸근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맵시가 있거나 근사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파스타들이 잔뜩 담겨있었어요.
그중에서도 푹 끓여낸 홈메이드 토마토소스 파스타가 유독 당겼는데, 집에는 토마토는 커녕 케첩도 없는 상황이라 아쉬운 대로 냉동 해물을 꺼내 오일 파스타를 만들었습니다.
대충 만들어서 읽고 있는 책 옆에 두고 사진을 찍으니 한눈에 봐도 너무 색 대비가 되는 거 있죠. 마치 ‘추구미’와 ‘도달가능미’의 간극을 파스타로 보여주는 느낌이었달까요. 그렇지만 언제나 제 입맛에는 딱 맞는 파스타였습니다. 토마토 파스타를 보면서 오일 파스타를 먹는 경험은 퍽 재미있었어요.
계획만큼 일이 구현되지 않더라도 그 나름의 맛이 있다는 걸 오늘, 내내 준비한 프로젝트의 첫 날을 보내면서 다시 떠올렸습니다. 잘게 쪼개서 보았을 때 예상처럼 흘러간 게 없었는데도 오늘 하루 성공적이지 않았냐며 팀원들과 뿌듯해했거든요.
눈으로 토마토 파스타를 맛보며 입으로 먹는 오일 파스타가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피곤함을 이끌고 쓰는 글이라 두서는 없지만 요점은 그래요. 내일의 계획도 또 보기 좋게 바뀌겠지만 오늘만큼 걱정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어쨌든 맛있을 테니까요.
님, 오늘의 파스타는 어떠셨나요?
너무 길었나요? 레시피가 부실했나요?
듣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다음 레터에 반영해 답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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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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