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조경에는 ‘취병(翠屛)’이라는 기법이 있었습니다. ‘푸른 병풍’이라는, 그 이름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고 코끝에 비릿한 풀 내음이 나는 이 병풍은 단단한 돌이 아닌 식물로 울타리를 만들어 안과 밖을 나누기도 하고, 동시에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창덕궁 후원에 가면 옛 그림을 고증 삼아 취병을 재현한 걸 볼 수 있지요. 이를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고 설명할 수도 있지만, 특정 단어를 가져오지 않아도 우린 그곳에 가면 높고 단단한 벽 앞에 서 있는 것과는 분명 다른 생각과 기분이 일어나는 걸 느낍니다. 집도 그러하죠. 누군가의 집 혹은 공간에 가면 그곳의 주인과 속속 닮은 구석이 많아 흥미로워요. 오래된 공간일수록 물건, 배치, 먼지, 시간, 그리고 주인의 동선을 그려보면 더더욱이요. 팩토리가 이번에 오픈하는 전시에는 핀란드 헬싱키의 누군가의 집에 있을 법한 (실제로도 그러한) 것들이 팩토리2 곳곳에 자리합니다. 어디 팩토리2만 그러한가요. 온라인에는 수많은 팩토리 에디션이 서로가 너무 다르게 목소리를 내는 것 같은데, 돌아보니 마치 오랜 시간 만들어진 징검다리처럼 어떤 길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번 레터에는 팩토리가 만들어온 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 길 끝에 자리한 팩토리 집으로 많이들 놀러 오세요.

✉️ 전시 / Coming Home to Seoul
2021. 7. 21. – 9. 10.

≪Coming Home to Seoul≫ (by Factory Edition)은 헬싱키의 로컬(Lokal)과 서울의 팩토리(FACTORY)가 오랜 시간 쌓아온 관계에서 만든 전시이자 브랜드입니다. ‘Seamless Flow: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을 제안하는 팩토리 고유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로컬의 예술 작품과 디자인 오브제를 전시와 오프라인 숍에서 만나는 기회를 마련하였습니다. ‘서울의 집’ 팩토리2에서는 로컬 고유의 온도감을 지닌 아름다운 작품(로컬 아트, Lokal Art)과 디자인 오브제(로컬 오브제, Lokal Object)가 약 50일의 전시기간 동안 선보입니다. 사진가이자 아티스트인 캇챠 헤이글스탬(Katja Hagelstam)이 2012년 설립한 로컬은 고유의 미감과 뛰어난 크래프트맨십으로 2017년 핀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디자인상을 받기도 하였으며, 예술과 디자인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아름답고 기능적인,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오브제는 팩토리 에디션이 추구하는 심리스 플로우(Seamless Flow) 메시지와 조응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13인의 작가와 작업이 함께 하는 이번 전시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득 채워 준비하였으니, 앞으로 저희가 부지런히 전하는 레터와 sns도 관심 갖고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전시명  Coming Home to Seoul 커밍 홈 투 서울 (by Factory Edition) 
참여작가  보오케 융야스(Bo-Åke Ljungars), 이이나 부오리비르타(Iina Vuorivirta), 야타 라비(Jatta Lavi), 옌니 로페(Jenni Rope), 요한나 글릭센(Johanna Gullichsen), 크리스티나 리스카(Kristina Riska), 나탈리 로튼바허(Nathalie Lautenbacher), 오우티 마르티카이넨(Outi Martikainen), 레나타 야코울레프(Renata Jakowleff), 사이야 할코(Saija Halko), 사샤 휴버(Sasha Huber), 베라 쿠르유(Veera Kulju), 요시마사 야마다(Yoshimasa Yamada)
기간  2021년 7월 21일 (수) - 9월 10일 (금)
관람시간  화-일요일, 11-19시 (월요일 휴관)
기획  팩토리(FACTORY) x 로컬(Lokal Helsinki)
헬싱키 코디네이터  김형민
진행  김유나, 김보경 @yu_na_kim_c @rollinthebed
그래픽 디자인  김유나 @yu_na_kim_c
공간디자인  무진동사 @mujindongsa
홍보, 번역  백솔 @sssolb
도움  이경희, 허인 @dear.dearrr @_mooa_mooa
주최  팩토리2(FACTORY2)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frame(프레임), 퀀텀인텔리전스

✉️ 팩토리에디션 / 온라인 숍 아카이브

팩토리 온라인 숍을 대대적으로 리뉴얼 했다는 소식은 전해드린 바 있지요. 팩토리 에디션(Factory Edition)은 창작자와 팩토리 간의 고유한 협업 결과물로 국내외 아티스트 및 디자이너와 만든 오리지널 프로덕트, 팩토리 전시와 함께 개발된 굿즈와 리미티드 에디션을 기획하고 더불어 온·오프라인으로 유통하고 있습니다. 사진에 다 담지 못하는 팩토리 에디션의 아름다움과 쓰임을 팩토리2에 오셔서 직접 경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만, 물론 온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숍에서는 타임라인 순으로 최근 업데이트한 작업을 비롯해, Book, Bag, Clothes, Objects, Home & Office, Furniture, Artwork 로 카테고리를 구분해, 원하는 작업을 찾아보기 쉽게 정리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판매하지 않지만 그간 팩토리가 기획, 제작한 에디션도 잘 아카이브 해두었으니 (무려 2003년부터!) 관련 정보들도 아래 링크에서 찾아보실 수 있답니다. 시간여행 준비 되셨나요!

✉️ 팩토리2 친구들

이번에 인사드리는 팩토리의 친구는 김유나입니다. 앞서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했고, 2020년부터는 팩토리2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김유나 씨’로 프리랜서도 겸업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씨’는 호칭이기도 하지만, 그래픽디자인 계의 비타민C 같은 존재랄까요.... 방금 지어낸 건 절대 아닙니다!) 작업을 할 때는 어떠한 해석 속에 위트 있는 요소를 넣어 스토리텔링 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각인되는 디자인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모니터를 벗어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있어 조만간 팩토리 친구인 보경과 함께 작고 귀여운 것을 만들어 보려 해요. 제 생활에서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꽃과 식물을 빼둘 수 없어요. 지금도 사람이 사는 집인지 식물이 사는 집인지 모를 정도로 20여 종의 식물 친구와 함께 지내고 있을 만큼요. 요즘엔 좋은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식물들, 재미있는 작업들, 음식 맛이 나는 과자, 쫀득한 젤리, 여름철 수박에 둘러싸여 행복해하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김유나 @yu_na_kim_c

✉️ Serendipity

2021년 뉴스레터에서는 2018년 말, 갤러리 팩토리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글로서리 북, 『Serendipity』 중 뉴스레터 소식과 함께 전하면 좋을 키워드를 하나씩 보내드리고 있지요. 이번 레터에서는 로컬(Lokal)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면서 단번에 떠오른 ‘노르딕’이랍니다. 이제는 너무도 흔해서 K-노르딕이 떠오르기까지 하는데요. 팩토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북유럽 작가들과 교류하며 많은 것들을 배우고 향유해왔습니다. “자연, 인간, 사회에 대한 탐색을 바탕으로 한 고유한 예술세계”를 『Serendipity』 속 내용을 통해 다시 한번 상기하시면, 이번 전시도 더욱 마음에 들어오실 거예요. 더 풍부한 내용은 아래 링크로 가시면 읽고 보실 수 있습니다.

그간 약 한 달에 두 번 정도 인사드렸지요. 머잖아 저희는 헬싱키의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일상과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 이야기로 당분간 자주 인사드릴 예정입니다. 저희의 레터가 뜨겁고 습한 더위를 조금은 식힐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겠습니다. 금방 다시 만나요! Nähdään pian! :)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