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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뉴스레터 / 《좋은 남편》/ 2021년 6월 17일 木

  뉴스레터 담당자
 생각이 말이라면, 시제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변하는 중이고 미래는 알 수 없으므로, 생각의 시제가 주로 과거인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살다 보면 과거가 아닌 현재나 미래에 집중해야 하는 때가 오곤 합니다. 시험, 취업, 결혼이 그렇고, 출산이 그러하며,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생각의 시제가 과거를 벗어나면 사람은 불안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막연함이라기보다는 평소에 안 하는 것을 할 때 느끼는 어색함이지 싶습니다.

 《좋은 남편》은 출산을 앞둔 아내를 둔 남편의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생기자 남편의 생각은 미래로 시제를 전환, 불안함을 느낍니다. (익숙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동시에 그의 일과 가족, 시간과 돈 모든 것이 위태롭게 흔들립니다. 시장을 선반영하는 주식처럼, 현실에 변화가 없더라도 예고된 변화는 당장의 감정에 반영됩니다.

 그리하여 남편은 어떻게 할까요. 무엇이 될까요. 이 책의 제목은 남편의 종착점일까요, 실패한 꿈의 이름일까요. 이어지는 편집자 님과 독자(최향랑 작가) 님의 후기로 유추해보세요. 책 읽고 싶은 마음이 일면 좋겠습니다. 총총.

 편집자
 《좋은 남편》 원고를 처음 봤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주인공 철수에게서 제 남편의 모습이 보여, ‘오옷 이거 뭐지! 우리 얘긴가?!’ 하는 심정이었지요. 기껏 아내를 생각해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오고도 욕먹고(실제 저도 뭐라 한 경험 있음), 힘들대서 힘내라고 했는데도 욕먹고(그런데 이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 아시죠?ㅠㅠ), 하여튼 다양한 이유로 이래저래 욕먹는 철수의 모습에서 매일 보는 동거인의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그의 표정도 철수처럼 이렇게 난감하고, 때론 억울하고, 속상하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 얼굴을 떠올리니 괜히 저도 또 속상하고 미안하고......

 밖에서는 좋은 사람인 척,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이라도 하는데 정작 내 사람에게 좋은 사람 되는 일엔 소홀했나 싶기도 합니다. 아마 이런 고민을 해보셨던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더 가슴에 와닿으실 거예요. 그래서  《좋은 남편》은 철수와 미숙의 이야기이자 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으시는 독자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철수에 공감되다가도, 미숙에게도 공감되고, 어쩌면 선영 대리, 마과장에 공감하는 분들도 있을 테고요. 그냥 우리 이야기입니다. 소소하고 평범하지만 그래서 공감 가고 괜히 가슴이 저릿한. 어쩌면 보고 난 뒤 ‘그래,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이 되어야지’ 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는. 이 글을 쓰면서 저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좋은 아내가 되어야겠다고. 그런데 뭐부터 해야 할까요? 설거지? 청소? 애정 담아 카톡 보내기? 아니면 그냥 이야기 들어주기? 여전히 이건 잘 모르겠는 문제긴 하네요. 

 -그럼에도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 편집자 H

《좋은남편》은 인스타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연재될때부터 팬이었던 초록뱀 작가님의 신작이라 너무나 반가운 마음으로 구입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의 성민이 결혼해서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는 과정을 이어서 보는 듯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이름마저 철수와 미숙으로 흔하디 흔한, 어디에서라도 만날것 같은  젊은 맞벌이 부부의 사실적 일상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면서 금세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평범한 것을 꿈꾸는 일마저 쉽지 않은 요즘 그들은 기꺼이 부모가 되려 하고 그 노력은 가히 눈물겹다. 그들의 범상한 일상을 들여다보는것 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받고 연대의 용기를 얻는다.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그 궤적이 촘촘히 기록되었을 때 주는, 성실한 드라마가 불러일으키는 감동이 묵직하다. 사는 것이 고달프고 실수투성이 후회의 연속일지라도 결정적 순간에 서로를 눈믈나게 안아주고 이해해줄 수 있다면 그래도 살아갈 만하겠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어느새 진짜 부부가 되고, 진짜 부모가 되어 있겠지!

작화 실력이 훌륭한 작가가 철수와 미숙 얼굴 캐릭터를 다른 부분과 달리 대충 그리듯 단순하게 표현한 것은 이 이야기가 우리들의 것과 다르지 않음을, 그래서 우리들 어느 누구의 얼굴이라도 그 안에 투영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워할 수 없는 소심남 철수와 성실하고 사려깊은 미숙의 고군분투 육아기도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세상 모든 부모들은 위대하다. 이 사랑스러운 젊은 부부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그리고 철수에게 이미 너무 좋은 남편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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