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준석의 공정'을 띄운 사람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그가 낸 책 『공정한 경쟁』. [중앙포토]
 공정①: 모두에게 동일한 조건이 주어지는 시험의 결과로 학생을 뽑는다.
 공정②: 학업 성적과 다른 자질을 함께 평가하고, 사회 통합을 위해 별도의 선발 과정을 둔다.

 ①은 학력고사나 수학능력시험(수능)으로 학생을 뽑는 것입니다. 요즘 대입 제도로 말하면 ‘정시’입니다. ②는 평소의 학업 성적과 다른 재능을 보고 뽑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각종 균형 선발을 포함한 ‘수시’입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말하는 공정은 ①입니다. 실제로 저서 『공정한 경쟁』에서 국ㆍ공립대는 모두 정시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사립대는 사립대가 자율적으로 정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한국의 진보 진영이 지지하는 것은 공정②입니다(보수 진영에도 공정②가 옳다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진보의 독점적 어젠다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공정①을 반대하고 공정②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이런 것들입니다. 시험 한 번으로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학업 성적 외의 능력(창의력, 리더십 등)도 중요하다. 학교가 더는 입시 전쟁터가 되어선 안 된다. 학생들을 시험에서 해방해 다양한 소질을 개발하게 해야 한다. 서울 강남 학생과 시골 학생의 입시 성적이 같다면 시골 학생이 더 유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사회의 공공재인 대학은 사회 균형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

 공정①이 공정②를 논리적으로 이기기는 어렵습니다. 위의 논거들이 부당하다거나 잘못됐다고 주장하기가 힘듭니다. 실제로 최근의 우리 역사는 공정②의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랬습니다. 수시의 원조 격인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된 것이 이명박 정부 때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수능 시험의 변별력을 낮춰 수능 외의 요소가 입시에 더 많이 작용하게 했습니다. 집권 기간에 수시 비중을 74%로 10%포인트 올리기도 했습니다.

 공정②의 논리는 다른 영역의 '기회 배분' 에도 작동합니다. 사법시험 대신에 생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 기업의 채용형 인턴 선발 등으로 ‘시험 한 방’으로 무엇이 되는 일은 점점 사라집니다. 공정②의 ‘균형 선발'은 정당의 여성 공천 할당 등에도 적용됩니다.

 공정②의 최대 약점은 객관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공정①과 달리 당락의 기준이 간단명료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탈락자들이 승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공정②가 보편적 사회 원리가 되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아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선언한 것처럼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와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조국 전 장관 가족처럼 사회 지도층이 편법까지 동원한 ‘스펙 만들기’로 공정②의 허점을 파고듭니다. 복잡해진 기업의 채용은 응시자의 능력 외적 요소를 고려할 여지를 키웠습니다. 로스쿨은 많은 사람에게 법조인이 되는 길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습니다. 공천 할당제는 여성단체나 사회단체의 ‘밥그릇’ 지킴이 역할을 합니다. 윤미향 의원이 그 덕을 봤습니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젊은이들이 차라리 공정①로 가자고 합니다. 여전히, 그리고 어쩌면 유일하게 그 세계에 머물러 있는 공무원 시험에 2030이 몰려듭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이준석 대표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그러므로 이 대표를 ‘공정의 아이콘’으로 키워준 것은 ‘과정은 공정’을 허언으로 만든 문재인 대통령, 공정②의 실상을 드러낸 조 전 장관, 그를 옹호한 정치인들, 공정①을 갈구하는 청년들을 철없는 아이 취급하며 가르치려 드는 학자ㆍ언론인입니다. 저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공정①로 갈 수는 없고, 가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은 철학자 마이클 샌델까지 불러옵니다. 그럴 시간에 왜 공정②에 대한 시민의 믿음이 무너졌는지, 그 믿음을 다시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게 옳은 수순인 것 같습니다. '공정② 회생 방안'을 찾지 못하면 이 대표 주장에 호응하고 동조하는 젊은이는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은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변화하는 조짐이라고 축하했다. 진심이라면 이준석과 윤석열에게 '공정'이라는 신무기를 쥐어준 조국의 불공정과 위선을 옹호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칼럼에서 주장했습니다. 아래 '기사보기'를 클릭하시면 그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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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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