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서 인턴기자의 마지막 플랫한 문화생활입니다.😭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드라마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 <경주기행> 을 소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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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봉고차에 탄 가족들은 8년 전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여행을 떠납니다. 엄마 옥실과 장주, 영주, 동주 네 모녀는 ‘FAMILY’ 글자가 적힌 단체 티셔츠를 맞춰 입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습니다. 단란한 가족여행처럼 보이지만 트렁크에는 경주를 죽인 가해자가 실려 있습니다. 이들에게 여행은 알리바이에 불과할 뿐 진짜 목적은 복수인 겁니다.
“우리 날벌레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잡아. 근데 사람을 어떻게 죽여?”라는 대사, 알리바이와 복수 계획을 빼곡하게 적어온 일정표와 달리 자꾸만 어긋나는 계획, 마취시켜 둔 가해자가 깨어나 트렁크 밖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난처한 상황까지. 경주로 향하는 가족의 위태로운 여정은 기행(紀行)인 동시에 기행(奇行)이기도 합니다.
똑같이 맞춰 입은 단체 티셔츠의 뒷면에 각각 엄마, 첫째, 둘째, 셋째가 적힌 것처럼 가족의 성격도, 이 기행을 대하는 태도도 각기 다릅니다. 막내 경주와의 관계, 그를 잃은 뒤 남은 상처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참고 견뎌 온 슬픔에 이름을 붙인다면 전혀 다른 모양과 크기일 것입니다. 영화는 짜릿한 복수보단 가족 내부 해결되지 않은 감정과 이들의 충돌을 따라가기를 택합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도 사적 제재를 다룬 기존의 영화들과는 다릅니다.
이정은 배우가 연기한 옥실은 영화가 끝나도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는데요. 사랑하는 딸을 잃은 옥실은 여전히 8년 전 수학여행 날 아침을 살아갑니다. 옥실은 잠에서 깬 뒤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딸을 배웅해주는 꿈을 반복적으로 꿉니다. “깨어나면 이야기해 줄 거지? 언제나의 아침처럼”이라는 아이유의 ‘겨울잠’ 가사처럼, 옥실에게 경주는 꿈 속에서 계속 살아가는 막내딸인 겁니다. “저 놈만 죽이면 우리 가족도 새 마음 새 뜻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라는 대사는 처절한 아픔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억겁의 시간을 견뎌온 옥실에게 출발선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집니다. 그는 남은 가족들을 위해 멈춰 있는 시계를 다시 움직이기로 다짐합니다. 영화의 시작에는 장주가 운전을 맡고 있지만 후반부에는 옥실이 운전대를 잡으며 끝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열연 덕에 이 자매들이 실제로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첫째 장주는 엄마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장녀인 동시에 남편과 아이까지 신경 써야 하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K-장녀의 모습을 한 장주는 책임감과 비애를 지닌 채 끊임없이 엄마의 상태를 살핍니다. 둘째 영주는 가장 이성적이며 법대 출신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데 앞장서는 인물입니다. 집안의 둘째만이 느끼는 설움과 끝까지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는 억울함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하죠. 셋째 동주는 전직 프로레슬링 선수 출신으로 거침없고 일단 몸부터 던지는 행동파입니다. 무모해보이고 때론 철없어 보이는 동주에게도 오래 감내해 온 아픔이 있습니다. 나보다 더 고통스러울 가족들을 위해 더 괜찮은 척 행동하고 사랑받고 싶어 애를 쓰기도 합니다.
이들은 엄마 옥실과 마주하며 각자 오랜 시간 동안 참아온 상처를 터트립니다. 서로 다른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볼 수 있기도 합니다. 가족 내부의 갈등과 상처를 섬세하게 다뤄나가기에 관객들마다 자매들 중 더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거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지만 불필요한 과거 회상 장면이나 묘사는 없습니다. 경주를 죽인 가해자인 백상현에게 일말의 서사도 부여하지 않은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돌아오지 못한 아이와 유가족’이라는 소재를 오래 고민한 흔적이 영화 전체에서 느껴졌습니다.
<경주기행>은 블랙코미디와 스릴러, 드라마 장르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웃음과 상실의 슬픔이 섞인 이들의 여정을 바라보는 동안 영화의 분위기가 계속 달라지는데요. 웃다가도 서글퍼지는 순간을 그려내며 희극과 비극이 얽힌 것이 진짜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복수를 넘어서 애도를 그려나가는 한 가족의 여정에 함께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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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플랫팀 인턴기자 최민서입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 마지막 인사를 적게 되었어요. 3월부터 ‘플랫한 문화생활’ 코너를 맡아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하고 여러 행사에서 입주자분들을 직접 만나뵙기도 했는데요. 좋은 콘텐츠를 만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즐겁고 괴롭게 글을 쓰기도 했고... 반복되는 여성 폭력 이슈에 분노하며 인스타 게시물을 만들기도 했어요. 남겨주신 댓글과 레터 답장도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플랫의 일원이 되어 여성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행복했습니다.
플랫에서 새로운 기획도 준비하고 있고 입주자분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기다리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려요!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