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를 하면서 서로의 일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밑미 팀은 서로의 일을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는지 궁금해요.
매일 오후 1시 30분에 줌에서 만나는 ‘체크인 미팅’을 해요. 체크인 미팅에서는 각자 오늘의 컨디션, 어제 회고, 오늘 할 일 TOP3를 공유하고요. 오후에 체크인 미팅을 하는 이유는 오전의 좋은 에너지를 덩어리가 큰 일에 집중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에요. 지금까지는 오전에 일을 집중할 수 있어 하루의 성취감이 올라갔다는 피드백이 많고요.
그리고 업무 마지막 날인 금요일 오후 6시에는 각 주의 할 일을 회고하고, 못 한 일의 일정을 재조정하는 ‘클린업 미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첫 체크인 미팅이 생각 나는데요. 서로 주말에 어떤 것을 하고 놀았는지, 오늘의 컨디션은 어떤지 편하게 이야기하는 게 신기했어요. 게다가 매일 20~30분을 서로의 일과 일상을 공유하는 데 사용하는 것도 신기하고요. '이렇게 시간을 많이 써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기억이 나요.
제가 《일하는 시간을 줄여드립니다》라는 책을 되게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그 책에서 나오는 게 시간은 숫자가 아니라 에너지라는 거예요. ‘나 8시간 일했어’는 의미가 없고 ‘8시간을 어떤 에너지로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거죠. 에너지는 말 그대로 좋은 몸과 마음으로 일하는 거고, 그다음이
집중력(주의력)이예요. 집중력은 깨지기가 쉬워요. 저만해도 핸드폰 계속 울리고, 슬랙 알림 오고 하니까요.
체크인 미팅은 각자 자신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모니터링하는 장치예요. 저희는 리추얼을 하는 회사잖아요. 그러니까 스스로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관찰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체크인 미팅'이라는 리추얼을 만든거에요. 체크인 미팅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한 번 더 모니터링하고, 기록하고, 팀과 함께 공유하면서 메타인지하는 거죠. '클린업 미팅'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한 주의 업무를 공유하면서 어떤 것들을 잘 했고, 어떤 것을 놓쳤고, 미뤄진 일들이 어떤 게 있는지 인지하는 거죠.
체크인 미팅과 클린업 미팅은 일종의 회고이기도 하잖아요. 매일 하루의 일을 회고하는 게 일하는 데 도움이 되나요?
신기한 게 회고를 하면 효능감이 올라가는 팀원이 있고, 떨어지는 팀원이 있어요. 자기가 하는 일이 정리가 안 되어 있으면 사기가 더 떨어지죠. 근데 그것만큼 좋은 메타인지는 없는 것 같아요. 누구는 계획한 대로 잘 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힘들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것 역시 건강한 자극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리더로서 계속 피드백을 주는 것보다 팀 안에서 서로 회고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이 사람은 이거 되게 잘하네, 이런 점은 되게 배우고 싶다’하는 건강한 자극을 위한 시간이고, 매일의 20~30분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또 아까 이야기해 주신 내용 중 흥미로웠던 게 스몰 토크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스몰 토크가 협업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저는 스몰 토크를 잘 못하는 사람이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부담이 되기도 하더라고요.
재택, 하이브리드 근무가 많아지면 어떻게 되냐면 옆에 있는데도 슬랙을 보내는 게 편해져요. 파트너랑 일을 할 때도 전화를 피하게 되고요. 사실 메일과 카톡이 편하잖아요. 근데 그러면 어떤 일에서는 업무 효율성이 좋지만 어떤 일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을 10~15분 메일을 쓰게 돼요. 팀원들에게 물어봐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도요. 옆 사람에게 그냥 물어보면 되는데 메일로 쓴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럼 받는 사람도 정성스럽게 답변해야 하고요. 그러니까 스몰 토크는 대화를 쉽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해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떠올라서 금방 이해가 되었어요. 덧붙여서 밑미 팀은 서로의 개인사를 많이 나누는 팀이기도 하잖아요. 서로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이 협업에 도움이 될까요?
저는 일과 삶을 분리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나와 일상을 보내는 나는 분리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사람이에요. 제가 집안에 안 좋은 일이 생겼다고 가정해 볼게요. 엄마가 되게 아픈 상황이에요. 제가 일을 잘할 수 있을까요? 제가 분리된 자아로 회사에 와서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잘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저의 바람이고,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서로 대화를 많이 하는 조직이면 미리 알 수 있어요. 누가 체크인 미팅에서 ‘잠을 잘 못 잤어요’라고 말하면, 왜 그랬는지 물어볼 수 있어요. 누군가 '부모님이 아프세요'라던가 '강아지를 병원에 데려다주느라고요'라고 하면 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 마음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협업을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로의 상태를 알고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으니까요.
또 사람은 감정에 영향을 받아요. 저는 《스위치》라는 책을 좋아하는데, 그 책의 설명에 따르면 코끼리가 감정이고 기수가 이성이에요. 사람들은 자기가 기수로서 코끼리를 잘 잡고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코끼리가 훨씬 더 큰 존재기 때문에 코끼리에 끌려다니고 있죠. 집에 안 좋은 일이 있는 사람은 ‘나 지금 너무 힘든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기분 나쁘게 피드백을 하지’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잖아요. 만약 그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힘든 상태를 알아주면, 자기도 고마우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고요. 대표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관점은 《스위치》처럼 인간은 감정의 영향을 받고, 이성이 모든 것을 지배할 수 없다는 거예요.
재택근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때 시스템을 먼저 만들어야 하는지, 조직문화를 먼저 만들어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들도 계실 것 같아요. 이런 분들께는 어떤 조언을 드릴 수 있을까요?
이건 이렇게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서점에 간다고 생각해 보세요. 서점에는 책을 찾고 구매하는 시스템이 있죠. 그런데 모든 서점이 동일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볼게요. 그럼 내가 가고 싶은 서점이 정해져요. 예를 들어 교보문고처럼 고유의 향이 있다거나, 유난히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지는 서점이 있다거나요.
회사라는 게 결국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잖아요. 업무 프로세스가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이걸 사람들이 신나게 쓸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시스템이 효율적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감정을 넣지 않거든요. 결국 일은 자신의 인생과 시간을 쓰는 일이잖아요. 여기에 머무는 거란 말이에요. 그럼 이 사람이 좋고, 공간이 좋고, 여기가 좋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시스템과 문화는 일종의 톱니바퀴 같은 거예요. 두 가지 모두 갖추었을 때 더 오래 머물고 좋아할 수 있는 조직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밑미는 비교적 유연한 조직이지만 조금 더 전통적인 조직도 많잖아요. 그런 조직에 계신 리더분들에게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린다면요?
조직문화는 정말 인문학적인 거예요.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돼요. 기본적으로 대표가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면 본인이 문화에 관심이 많아야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아니라면 어설프게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역량 있는 직원을 뽑거나 그런 파트너와 일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마치 개발을 못하면서 개발을 배워서 한다는 것과 똑같아요. 대표가 소프트 스킬이 없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배워야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소프트 스킬이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게 없는 역량이 있는 좋은 직원들을 하고 일해야 하는 거죠. 디자인, 개발이랑 같은 역량으로 봐야 해요.
마지막으로 오늘 한 이야기를 정리를 하자면, 내가 속한 조직이 어떤 상태인지 모르고 제도만 가지고 온다고 굴러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 조직이 어떤지 잘 아는 것이 먼저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