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글방희영수 #각자주행 #대문호클럽
✌︎ 희영수 편지 ✌︎
from. 긴개
삶을 퇴고하는 시간
이랬던 강아지가 지금은 제 옆에서 자고 있네요(끙끙 잠꼬대를 하며).

8월 1일 경 서산시동물보호센터에 입소했던 믹스견이 9월 9일 서울시 성북구로 이사했습니다. 새 이름도 얻었습니다. '모리'라고 합니다. 메멘토 모리의 그 모리 맞습니다. 화요일에 데려왔기 때문에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따왔다고 할까 했지만, 그 책을 썩 좋아하진 않아서요. 역시 morrie보다 mori입니다. 

왜 데려왔냐는 물음에 무슨 대답을 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왜 벌써'인지에 대해서요. 데려온 후에야 생각한 것이지만, 대체로 저는 이런 식으로 살아왔더라고요. 일단 저지르고, 감당하기. 상실을 견디는 대신 곧바로 채워버리기. 그것 역시 일종의 도피 행각이라는 걸 넌지시 알기야 했습니다. 빈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는 대신 뭐라도 쑤셔넣기. 맞지 않는 퍼즐을 주먹으로 내리쳐서라도 끼워 넣기. 

사실은 모리를 데려온 날 알았거든요. 모리는 어떻게 해도 란마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을요. 모리가 란마와 완전히 똑같이 생긴 강아지였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란마가 주던 것을 모리는 절대 똑같이 줄 수 없다는 것을, 이 당연한 진리를 정말 저는 몰랐던 걸까요. 

재미있는 건, 란마 역시 그런 이유로 데려왔더라는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어서 몰랐는데요, 란마 역시 누군가의 대체였습니다. 란마처럼 모리를 데려왔고, 모리처럼 또 누군가를 계속해서 제 옆에 붙여 놓았습니다. 그런 삶에서 제가 무엇을 배우지 못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기회를 날린 사람으로서는 영영 알 수 없겠지요. 제가 치뤄야 할 대가는 이것입니다. 상실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 그러나 무엇도 배우지 않겠다고 버티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한 켠에 있습니다. 

저는 재갈을 물고 태어난 개 같습니다. 이것을 문 채로 저는 앞만 보고 달립니다. 뒤라도 돌아볼라치면 이것이 저를 모질게 몰아댑니다. 하지만 이렇게 쓰면 핑계가 되고 말지요. 스스로 재갈을 물었습니다. 재갈을 벗지 않은 것도 저의 선택입니다. 턱으로 줄줄 흐르는 침을 닦지 않은 채 살아가는 저를 보고 눈살 찌푸릴 수도 있겠습니다. 자초한 일입니다. 


p.s. 모리는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비글 믹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미친 에너지의 근원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정말 혼을 쏙 빼놓는다는 표현이 딱입니다. 어제는 성북동에서 산책하다 만난 다른 비글 견주에게 물었습니다. 하루에 산책을 몇 시간 하시냐고요. 그랬더니 그분이 말했습니다. 지금 산책이 오늘 다섯 번째라고요... 혹시 성실해지고 싶은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하루동안 모리를 빌려드릴게요. 매분 매초에 할 일이 생겨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p.s.2. 직접 강아지를 데려올 능력이 안 되어서(무면허 이슈)... 서산까지 든든한 동행이 되어주신 성북동 대모대부에게 이 영광과 혼란을 바칩니다. 
8월 대문호클럽 
이번에 소개할 작가는 세 분입니다. 글감 '악센트'를 일상으로, 본질로, 순간으로 풀어낸 세 작가의 결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세요.

글이 때로는 민망할 정도로 작가의 민낯을 샅샅이 드러낸다는 점에서 독자는 취조실에 갇힌 작가를 매직미러를 통해 훔쳐보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 지 통제할 수 없고, 독자는 취조실 너머에서 작가의 숨겨진 의도를 넘겨짚을 뿐이므로 오독은 필연적입니다. 하지만 그 필연적 오독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해의 장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님, 그 순간을 기대해주세요.
고라니

알 속에서 문장으로 껍질을 깨고 있습니다. 벌어진 틈새로 스민 빛을 따라 이 작가가 맨 처음 보게 되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고라니의 글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 그 시작을 목격해주세요.
오전7시

자신을 찾기 위해 백지 앞에 선 사람입니다. 오전7시가 과거의 자신을 어떻게 현재로 불러내고 있는지, 그 덤덤한 회고 이면에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포개져 있는지, 님 꼭 읽어보세요. 
이지현

일단 쓰기만 하면 재미있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지현이 그렇습니다. 풋내나는 순간 사이에 자꾸만 무언가를 숨겨놓았습니다. 이야기하지 않은 것들을 들춰보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9월 백권주행 선정도서
『우는 나와 우는 우는』 1주차 기록

읽다가 점점 얼굴이 젖어들었습니다. 책을 소개해준 분께 다시 연락드려 감사했다고 해야할까. 책을 읽는 내내 부풀어 오른 감정을 어떻게 바로 문장으로 번역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요. 저는 쓰다말고 도망치며 다음 레터를 기약하겠습니다. 대신 단숨에 읽고 구석구석 살핀 deepeye의 글을 꼭 읽어주세요. 저는 콧물눈물이 다 마른 다음에야 가능하겠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못봐서 그립다~ 그래도 부지런한 다정이가 근황이나 생각을 자주 업데이트해줘서 그걸로 일방적인 소통&만족 하고있어.. 운동회 보자마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개인적인 이유로 못갈 확률이 너무 커서 고민하고 있는중이야..~이해를 부탁한다~ 슬픔을 잘 이겨냈길 바란다.. 보드랍고 따뜻했던 란마 나도 보고싶다.. 9월도 건강하렴 메일 재밌다

정윤
Sep 1, 02:37 PM
서로의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짐작하기가 해가 갈수록 쉽지 않구만요. 그러나 이 어려움이 우리 둘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제법 보편적이라는 데서 나는 조금 덜 서럽고 싶다. 가까운 데 살았더라면 어두운 밤 편의점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맥주나 한두 캔 마실텐데. 성북동으로 이사오면 입주 청소해줄게 일로 와잉... 
왜 저는 이름이 없이 그냥 님 일까여 dw****@gmail.com 로 등록된 이름이 없었나요 흑흑

분노의포도데스
Sep 2, 09:35 PM
선생님은 혹시 해커이신가요???
탈리로 구독 신청 자동화를 해놓았는데, 탈리에는 신청 내역이 없고 스티비에는 이메일만 추가되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경로로 여기에 오셨는지 궁금하지만 일단 구독 신청서를 여기서 한 번 더 접수해보시지요...
그나저나... 이게 무슨 일이야...
60명만 모이면 성공이라고 했는데
현재 참가자 수 총 95명으로,,,
운동회가 곧 열립니다...,,,
나 떨리고 무셔...
그러나 한다... 간다간다 뿅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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