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사 #그리운_배우 #장국영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한주 평안하셨나요?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뻐요. 해마다 4월이면 장국영 배우의 영화를 찾아 봅니다. 비가 내리면 아비정전, 시간이 여유롭다면 패왕별희, 이런 식이지요. 그가 배우와 가수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시절을 저는 겪지 못했습니다. 너무 어렸거든요. 처음으로 그를 접한 건 얄궂게도 만우절 날, 한 신문의 부고 기사였어요. 얼굴도 제대로 모르던 배우의 부고 기사를 쉬이 지나치지 못한 건 사춘기 특유의 섬세함 때문이었지 싶습니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장국영 배우가 출연한 영화를 찾아 보았어요. 선 고운 얼굴에서 자꾸만 쓸쓸함이 읽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때는 추억할 수 없는 일에 향수를 느끼는 일이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어느 새 배우 장국영은 제 나름의 추억이 되어 마음속에 자리잡았습니다. 당신께 장국영은 어떤 배우였나요? 아니면 어떤 배우로 기억될까요? 패왕별희 (1993) 원래 패왕별희는 중국의 전통극인 경극 중 한 작품입니다. 초나라패왕 항우와 그의 애첩 우희의 사랑과 이별이야기를 담고 있죠. 우리나라로 치자면 판소리의 춘향전 정도가 되겠네요. 판소리와는 다르게 경극에서는 여러 배우들이 화려한 의상과 짙은 분장을 하고 춤과 노래로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영화 포스터에서 우희로 분장한 장국영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영화는 이 패왕별희라는 경극을 연기하는 두 경극 배우 '데이(장국영 분)'와 '샬로(장풍의 분)'의 삶을 그립니다. 두 아이가 경극을 배우며 성장하고 최고의 경극배우가 되었다 몰락하는 과정이 청나라 말기부터 문화대혁명 너머까지 이르는 혼란한 중국 현대사와 함께 흘러갑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재개봉이 기획되어 있는걸 보면 이 영화와, 영화 속 배우 장국영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가봐요. 감독 : 첸 카이거 러닝타임 : 2시간 51분 Stream on Youtube 아비정전 (1990) 이 영화를 생각하면 장마철의 여름 날씨가 떠올라요. 눅진한 습기와 땀으로 끈적거리는 피부. 탈탈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와 더위로 나른해진 기분. 아마 홍콩의 여름 날씨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가봐요. 졸음으로 눈꺼풀이 무거운 오후에 한 남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함께 시계를 보자고합니다. 몇 일전부터 갑자기 나타나서는 자기가 꿈에 나올거라는 둥 자기를 생각하느라 밤새 한 숨도 못잤을거라는 둥 말하는 이상한 남자에요. 수상함 반, 호기심 반의 마음으로 일분동안 초침이 움직이는 걸 보고나자 남자가 이렇게 말합니다. "1960년 4월 16일 3시 1분전 당신과 여기 같이 있고 당신 덕분에 난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하겠군요. 이제부터 우린 친구예요. 이건 당신이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죠. 이미 지나간 과거니까. 내일 또 오죠. " 그때였을까요,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진 건. 발없이 평생을 날아다니다 죽을 때 딱 한번 땅에 내려 앉는다는 새는 그저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였을까요 아니면... 감독 : 왕가위 러닝타임 : 1시간 37분 Stream on Watcha & Netflix 해피투게더 (1997, 왕가위) "다시 시작하자" 말다툼 후 헤어졌던 전 연인이 상처투성이로 나타나 말합니다. 이과수 폭포를 보기위해 홍콩에서 아르헨티나까지 날아왔건만 길거리에서 메몰차게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옛 연인이 말이죠. 제멋대로인 상대의 따귀를 때릴법도 한데, 아휘(양조위 분)는 그런 보영(장국영 분)을 정성스레 보살핍니다. 장국영 배우가 연기한 인물들은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망설임이 없습니다. 어딘가 불안하고 안쓰럽고, 보살펴야 할 것 같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가버리죠. 영화의 다른 제목인 '춘광사설'은 '구름 사이로 잠깐 비추는 봄 햇살'을 뜻하는데 이런 보영의 캐릭터를 잘 설명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독 : 왕가위 러닝타임 : 1시간 36분 Stream on Watcha 함께하면 좋을 책 📚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 주성철 (2013) 홍콩 영화 마니아로 유명한 주성철 평론가가 쓴 장국영에 대한 책입니다. 홍콩 구석구석을 다니며 장국영의 흔적을 추적하고 필모그래피를 시간 순으로 훑으면서 영화 속 장국영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아주 정성스럽고 긴 연애편지 같은 책이라고 느껴졌어요. 장국영 10주기를 맞아 2013년에 출간된 책인데 작년에 5쇄를 찍었더라고요. 중쇄를 찍는 것도 도전적인 목표가 되는 요즘의 출판 시장에서 한 배우에 대한 책이 지금까지 꾸준히 나올 수 있는 건 장국영 배우에 대한 작가의 진심이 종이를 넘어 절절하게 전해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대체 무엇이 사람들이 장국영 배우를 그리워하게 만드는지 궁금하다면, 또는 그를 추억하는 마음을 글로 차분히 정리한 걸 읽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언젠가, 함께 그를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이 오면 거울을 보며 나란히 서서 러닝셔츠 차림으로 맘보춤을 추어보는 건 어때요? 😊 돌아오는 금요일에 또 만나요. 당신의 큐레이터Q 금요알람은 언제나 당신의 이야기를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