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vol.14

나라는 해답을 찾아서

#UX리서처 #사이드프로젝트 #퍼스널브랜딩 #레드버스백맨 #전원주택생활자

매일 아침, 커다란 배낭을 메고 빨간색 광역 버스에 올라타는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13년 차 UX 리서처로 일하는 직장인이고, 매월 구독자에게 <TREND REPORT>를 보내는 뉴스레터 발행인이자, UX 관련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인 트레바리 북클럽 <리서치 하는데요>의 클럽장입니다. 그뿐 아니에요. 매일 저녁이면 반려견과 함께 플로깅을 하며 전원생활을 즐기는 반려인이자, 주말에는 세 개의 조기축구 팀에서 뛰는 축구 마니아이기도 하죠.

그의 이름은 이승준. 회사에선 ‘왈콘’이란 영어 이름으로 불리고, 회사 밖에선 ‘레드버스백맨’이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활동합니다. 그가 이토록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게 된 이유는 뭘까요? 또 그걸 지속하는 힘은 뭘까요?

그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삶이란 끝없이 나 자신을 찾고 새롭게 발견하는 긴 항해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여러 개의 해답을 찾아 나서는 즐겁고도 멋진 항해요. 여러분은 어떤 항해를 하고 있나요?

왈콘(이승준)

프런티어본부 운영사업실 공간컨텐츠 Part

왈콘, 반가워요! 밀리의 지목으로 왈콘을 만나게 되었어요.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밀리가 왜 나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웃음) 솔루션기획 Part와 미팅할 일이 많아 최근에 자주 뵈었는데 그래서 저를 지목해 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어느덧 인터뷰이가 열 명이 넘어가다 보니, 여러 파트로 돌기 시작하면서 저에게까지 순서가 온 것 같습니다.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의 묘미는 구성원이 직접 다음 주자를 지목한다는 데 있어요. 언젠가 한 번쯤 뵙고 싶었는데, 왈콘이 지목되어 반가웠어요.
제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신규 입사자시죠?’라고 말 건네주셨던 것도 기억나고, 플로깅 키트를 받았던 것도 생각이 나서 빼지 말고 인터뷰에 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웃음) 저도 함께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네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현재 맡은 업무에 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공간컨텐츠 파트에서 공간 경험을 설계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저희 팀의 역할은 공간 경험을 설계하는 일과 실제 공간을 구축하는 일로 나뉘는데, 저는 UX(User eXperience) 기반의 공간 경험 설계에 비중을 두어 일하고 있어요. 에피소드 용산과 신촌 2, 남산 프로젝트의 사용자 타깃과 공간 상품 콘셉트를 기획하고 있고, 최근 오픈한 에피소드 용산에서는 주로 운영 정책과 계획에 관련된 전반적인 콘텐츠를 기획했어요. 이를테면 라운지에 책을 둔다고 할 때, 어떤 책을 얼마큼 둘 것인지, 책을 전용부로 불출하게 할 것인지, 어떤 주기로 업데이트할 것인지, 그 원칙과 테마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들이었죠.

공간 경험을 기획하는 것뿐 아니라 운영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겠군요.
공간을 열고 안정화 기간을 거치고 나면 이후엔 운영단에서 짊어질 일이 많아요. 공용부만 해도 라운지와 키친 등 다양한 공간이 있죠. 그 안에서도 냉장고와 자판기를 예로 들면, 냉장고에는 어떤 음료를 넣을지, 자판기에선 어떤 음식을 제공해야 할지를 정해야 하잖아요. 입주자들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서요. 즉 사용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F&B 경험이 무엇인가를 기획하고, 그 기획 의도를 담은 구체적인 운영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해요. 운영에 투입되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더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이 수반되기 마련이에요.

기존의 사이트 운영을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겠네요.
맞아요. 이따금 다른 사이트에 들러서 로비에는 어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지, 워킹 스페이스에는 누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낮과 밤은 무엇이 다른지, 세탁실에서 세탁기가 돌아갈 때 사람들은 뭘 하는지를 관찰하기도 해요. 처음에 세운 가설대로 잘 쓰이는 곳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잘 쓰이지 않는 곳도 있죠. 관찰한 내용을 분석한 것을 토대로 새로운 솔루션을 만들고, OS(운영 체제)를 업데이트하듯 운영 담당자와 이야기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려고 합니다.  
UX 컨설팅부터 디자인, 라이팅까지 두루 경험했다고 들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디앤디가 제 여섯 번째 회사이고, 10년 넘게 UX 컨설턴트, UX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제가 일을 시작한 2010년대엔 시장에서 UX 디자인과 리서치, 라이팅에 대한 구분이 없었어요. UX 컨설팅이라는 이름 안에 모든 게 포함되어 있었죠. 생태계가 성숙하기 전이라 직무가 세분화되지 못했던 거예요. 그러니까 UX 컨설턴트라면 응당 리서치, 디자인, 라이팅까지 다 할 수 있어야 했죠. (웃음) 그러다 2020년대에 들어서 마케팅이 브랜디드 마케팅, 퍼포먼스 마케팅 등으로 세분된 것처럼 UX 필드도 세분화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는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어요. 저는 UX 리서치에 더 강점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후 본격적으로 UX 리서처로서 커리어를 쌓게 됐습니다.

IT부터 이커머스 회사까지 다양한 업계에서 일했죠. 주로 디지털 기반의 UX 컨설팅을 해왔기에, 부동산 개발 업계로의 이직은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요. 디앤디에 오게 된 계기가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과감하고 무모한 도전이었죠. 그동안 제가 맡았던 UX 업무는 모바일이나 웹에 기반한 일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물론 오프라인 프로젝트를 경험한 적도 있어요. 더 유용하고 재미있게 브랜드의 가치를 보여주자는 목적으로 플래그십 매장을 열면서 오프라인과 온라인 UX를 연결하고, 앱 데이터를 연동해 보기도 했어요. 디지털은 현재 UX 리서치 직무가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있는데, 오프라인은 아직은 블루오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오프라인 공간의 UX 리서치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 도전한다면 제 성장에 무조건 도움이 되겠다는 확신도 있었어요. 에피소드 용산 출입 게이트에 QR 코드를 찍으면 1층 로비 전면에 ‘써니, 웰컴!’ 같은 메시지가 뜨면서 입주자를 환대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월 ‘콘-트(CON-T)’가 설치되어 있거든요. 입주자의 생일날엔 생일 축하 메시지가, 입주 계약을 연장한 후엔 ‘너의 두 번째 에피소드를 응원해’라는 메시지가 뜨는 식이죠. 디앤디에서의 제 임무는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의 UX를 디지털 경험으로 연결하고 확장하는 일이에요. 사실 사용자는 온라인, 오프라인 구분 없이 에피소드를 인식하잖아요. 이를 위해 솔루션기획 Part, 솔루션개발 Part와도 긴밀히 협업하고 있어요.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입니다.  
일을 하면서 성취감이나 성장을 느낀 경험이 있다면요?
아직 진행형인 부분이 많은데, 우선 단기적으로는 에피소드 용산에서 입주자 만족도와 공실률 면에서 비즈니스 성과가 충분히 나오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입주자들이 살아가면서 곳곳에 스며든 디테일과 새로운 경험 속에서 우리의 고민 흔적을 발견하고 느낀다면 그게 가장 큰 성취일 것 같아요. 이를테면 어느 비가 오는 날, 1층 로비의 미디어 월에 비가 내리는 미디어 아트 콘텐츠가 나오는 걸 우연히 발견한다든지요. (웃음) 저희 파트 구성원들은 저와 달리 대부분 공간 디자인 커리어를 가진 분들이 많아서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새로 알게 되는 것들이 많아요. 공간의 동선, 인테리어의 하드웨어, 소방 심의에 대한 조건, 상업 공간과 로비가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 것이 좋은지… 제가 계속 디지털 분야에서만 일했다면 전혀 몰랐을 내용인데, 오프라인 공간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저로선 항상 재미있고, 성장한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동안 회사 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들려 주세요.
면접 볼 때 기억이 떠오르네요. 데릭께서 ‘쉽게 포기하는 스타일인지’를 물어보셨거든요. 그 말씀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지금 현장이 너무 타협하기 좋은 상황이거든요. 입주 날짜는 정해져 있으니, 어느 정도는 맺고 끊음이 필요하지만요.

오늘 버전으로 다시 질문할게요. 쉽게 포기하는 스타일인가요? (웃음)
글쎄요. (웃음) 어쨌든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 프로젝트의 마지막 주자가 저희 팀인 만큼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많이 하려고 해요. 또 다른 에피소드로 생각나는 건, 작년 12월 프런티어본부 스케치북 때 방문한 파주의 LP 음악 감상실 ‘콩치노 콩크리트’에서의 일이에요. 훌륭한 스피커와 수많은 LP 음반을 가지고 있어 음악을 듣기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거든요. 곡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서 역사적인 명곡인 아델과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를 신청했어요. 그런데 운영자가 제 신청곡을 아무 거리낌 없이 유튜브로 찾아 틀어주는 거예요. 당연히 LP 음반으로 틀어줄 줄 알았는데 기대가 확 무너지더라고요. LP로 틀어줄 수 있는지 재차 물었더니, 지금은 너무 바빠서 LP를 찾을 수가 없다더군요. 최고급 사양 스피커에 HDMI 잭을 연결한 데다, 영상 자체도 공식 비디오가 아니니 음원 손실이 생길 수 밖에요. 정말 좋은 공간이었는데 너무 아이러니했어요.

많이 아쉬웠겠어요.
공간의 가치를 방문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LP를 찾는 재미를 사용자들에게 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사용자가 듣고 싶은 LP를 직접 찾아서 운영자에게 가져다주는 거죠. 아니면 신청하는 시간을 따로 정해둘 수도 있고요. 아무리 감도가 높은 좋은 공간을 만들어도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회사 바깥의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어요. 왈콘의 퍼스널 브랜드이자 또 다른 페르소나인 ‘레드버스백맨’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레드버스백맨이란 이름으로 뉴스레터도 발행하고, 플랫폼에 기고도 하고 있죠.
시작은 동료들에게 보내는 메일이었어요. 첫 회사를 신입 공채로 들어갔는데, 몇 달 동안 같은 반에서 스무 명 남짓 동기들이 합숙하며 연수를 받았거든요. 대학 졸업 후 처음 취업한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거의 미혼이라 서로 무척이나 돈독했어요. 그러다 점점 각자 바빠지고 하나둘 결혼을 하니까 나중에는 연락이 뜸해지더라고요. 계속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안부도 물을 겸 제가 인상 깊게 본 콘텐츠들을 모아서 주기적으로 메일을 보냈어요. 그걸 동기들이 다른 동료들에게도 전달하기 시작했고, 일종의 구독자가 생긴 거예요. 처음엔 트렌드를 분석했다기보다는 제가 본 콘텐츠에 코멘트를 단 것에 불과했는데, 조금씩 정보들을 모아서 보내다 보니 일종의 트렌드 리포트 형식이 되어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이직하면서 회사 메일을 쓸 수 없어서 아예 홈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제 영어 이름을 따라 ‘왈콘닷컴’이었고, 이후에는 ‘레드버스백맨’이라는 도메인을 새로 만들어서 변경했어요.

일종의 ‘부캐*’네요. 이후 레드버스백맨을 본격적인 사이드 프로젝트로 확장했죠. 작년에는 <UX 리서처의 일>이라는 제목의 책도 출간했어요.
그땐 ‘부캐’라는 단어도 없고 ‘사이드 프로젝트’라는 말도 쓰지 않았을 때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고요. 홈페이지에 기록이 쌓이니 매체에 기고를 하거나 책을 출판하는 일로 자연스럽게 연결됐어요. ‘콘텐츠를 모아서 책으로 내보는 게 어떠냐’, ‘글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강의를 해줄 수 있냐’라는 제안이 들어왔죠. 감사한 일이었지만, 처음에는 좀 주저하게 되더군요. 제 생각이 틀릴 수도 있는데 그걸 어디에서 말한다는 게 부담스러웠고, 회사에 소속된 신분이기도 하고요.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접근이 필요했죠. 이후 적극적으로 임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는데, 그때 생각한 말이 ‘표본의 확장’이에요. 다양성이 부족한 사회에서 표본을 확장해 가는 것. 제가 그 표본 중 하나가 되는 거죠. 돌이켜보니 아무도 제 생각이 정답이라고 이야기한 사람이 없더군요. 단지 ‘이 사람은 이렇게도 생각하는구나’하는, 그러니까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인 걸 알았죠. 제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연결될 수 있다면, 또 회사 일에 방해받지 않는 선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고 유의미한 일이라고 봤어요.
*부 캐릭터(副 Character)의 줄임말.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임의 부계정을 일컫는 단어로, 미디어 등에서 '실존 인물이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왈콘이 그걸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뭐예요?
제 이야기로 도움 받는 사람이 있듯이, 그게 다시 저에게도 도움이 돼요. 제 콘텐츠를 보고 사람들이 남겨 주는 코멘트가 저한테는 마치 힘들게 달리다가 마신 물 같은 존재거든요. 너무 목이 말라서 물을 마셨는데 달게 느껴질 때 있잖아요. 그런 느낌이랄까요? 좋은 말만 들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이따금 비판적인 의견도 있거든요. 13년 정도 일을 하면서 제게도 일할 때 나름의 성공 방정식이 있었어요. 기획서를 쓰는 방식이나 보고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요. 어떻게 하면 좋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나름의 노하우라고 할까, 그런데 어느 시점엔 그게 아집이 될 수도 있겠더라고요. 저는 원래 미완성 상태인 결과물을 남에게 보이는 걸 엄청나게 꺼리는 편이었어요. 날 것의 드래프트가 마치 내 아웃풋의 최종 퀄리티인 것처럼 보여지는 게 싫었죠. 그런데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뉴스레터를 보내면서 그런 아집이나 관념에서 좀 자유로워졌어요. 사실 돈 받고 하는 일도 하니고, 하나하나 퀄리티를 높이기가 어렵잖아요. 누가 보든 말든 내 홈페이진데 뭐 어때, 그런 생각이 생겼죠. (웃음) 아무튼 그런 과정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연결이 저에게 성장의 큰 밑거름이 되더라고요.

‘레드버스백맨’이라는 이름과 캐릭터가 탄생한 과정도 궁금해요. ‘빨간 버스’, ‘가방’, ‘남자’. 무슨 뜻을 담고 있나요?
결혼하면서 경기 광주의 한 단독주택에 신혼집을 마련했어요. 예산에 맞춰 외곽으로 가다 보니 지하철은 당연히 없고, 버스를 타려고 해도 한참 걸어 나가야 하는 동네예요. 당시 다니던 회사가 을지로라 항상 빨간색 광역 버스를 탔고, 먼 길을 가야 하니까 보조 배터리와 간식, 물을 담을 수 있는 큰 가방을 메고 다녔어요. 또 배차 간격이 길어서 늘 분주하게 걸었죠. 그런 제 모습을 따라 ‘레드버스백맨’이라는 페르소나가 나오게 된 거예요. 제 본명인 ‘이승준’이나 영어 이름인 ‘왈콘’보단 하나의 캐릭터를 부여하면 조금 더 자유로워질 것 같았죠. 
한적한 도시 외곽에서의 주택 생활은 어떤 삶일지도 궁금해지는걸요.
으레 상상하는 으리으리한 집은 아니에요. 교통도 그렇고 불편한 점이 많아요. 사실 어른들이 왜 그렇게 아파트를 사야 한다고 말씀하셨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아요. (웃음) 그곳을 선택한 건 제 반려견 때문이기도 해요. ‘스즈*’라는 이름의 차우차우 강아지예요. 스즈 때문에라도 꼭 마당에 있는 집에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스즈는 중국어로 사자라는 뜻. 왈콘의 이름 ‘승준’, 아내의 이름 ‘수진’과도 이니셜이 같다.

무척 다양한 활동을 하시는데, 그 와중에 디앤디 축구 동호회 ‘나이스킥’ 회장도 맡고 있어요. 뭐랄까, 반전이에요. 레드버스백맨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는지 활동적인 취미는 즐기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제 취미가 두 종류인데, 정적인 건 글쓰기, 동적인 건 축구예요. 축구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즐겨 했고, 3월에 이터닉스와 분사하면서 제가 디앤디 회장을 맡게 됐어요. 저는 축구도 좋아하고 군대 이야기도 좋아하거든요. 전형적인 한국 남성 레퍼토리죠. (웃음) 그래서 팀원들이 레드버스백맨은 다 포장이고 그냥 축구 좋아하는 전형적인 K남자, ‘경기버스가방맨’일 뿐이라며 놀리곤 해요. 그러면 저도 응수하죠. “포장이 아니다. 브랜딩이다.”라고요. (웃음) 아무튼 그것 또한 제 안에 수많은 페르소나 중 하나인 것 같아요. 토요일에 뛰는 팀 하나, 일요일에 뛰는 팀 하나, 그리고 나이스킥까지 총 세 개 팀에서 활동해요. 경기가 많은 주엔 일주일에 세 번이나 뛰죠.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는 더 나은 회사를 만들기 위한 ABCD(A Better Company D&D) 활동의 일환이에요. 비교적 여러 회사를 경험하신 만큼 좋은 회사를 판단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 같은데요. 왈콘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우리 회사는 어떤가요?
제가 처음으로 이직한 회사가 첫 회사보다 훨씬 큰 회사였어요. 시총 규모, 직원 수, 글로벌 프로덕트 경험 유무를 살펴 선택했죠. 그런데 막상 경험해 보니 회사가 커도 내가 하는 일에서 얻는 만족감이 적을 수 있고, 회사가 작아도 내가 하는 일의 성취감이 클 수도 있더라고요. 이후 스타트업까지 여러 회사를 다녀봤지만 결국 남는 건 ‘제가 했던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디앤디에 와서 만족하는 점 중 하나는 팀에서 저 자신이 마음껏 솔직해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제 생각을 정제하거나 계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해도 존중받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란 시총 규모나 직원 수 같은 조건을 떠나서 구성원들의 다양성이 충분히 존중받고 그 다양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곳이에요. 그런 분위기가 회사 전체로까지 확장된다면 그 자체로 곧 건강한 기업문화일 테고요. 디앤디도 점차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올해 시작한 ABCD 오픈톡이 그 사실을 말해주는 것 같아요. 1월에 IB와 관련해 꽤 민감한 질문이 나왔는데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것 또한 회사가 건강해지는 과정이라고 봐요. 저는 당연히 그 질문이 나올 것 같았거든요. 어렵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일에서든 삶에서든, 이루고 싶은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에피소드 용산은 오픈하기까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 있었지만 구성원들이 일의 경계를 허물며 다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완성한 프로젝트예요. 때로 예민해지고 지치는 순간들도 많았지만 입주민들이 들어와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모든 게 다 괜찮아지더라고요. 저희가 고민해서 만든 공간과 콘텐츠, 서비스를 활용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예요. 개인적으로는 원하는 일을 원하는 장소에서 하는 게 오랜 꿈이에요. 이건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되어야 이룰 수 있긴 한데, 그럼 프리랜서로 일을 해야 하잖아요. 디앤디에 오기 전에 그런 삶도 꿈꿔봤지만, 아직은 저에 대한 확신이 없더라고요.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아직은 그럴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것 같고, 언젠가 그렇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어요.

언젠가 꼭 이루기를 응원할게요! 마지막으로, 제2의 레드버스백맨, 혹은 나만의 브랜드를 꿈꾸는 디앤디언들에게 실천을 위한 조언 한 말씀 해주세요.
내 생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걸 계속 시도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내 이름을 걸든, 퍼스널 브랜드를 만들든 그건 부차적인 것 같아요. 그냥 일단 공유해 보는 것. 계속 뭔가를 공유하면서 나의 비저빌리티visibility를 높이는 거죠. 사실 기록하는 사람은 많은데, 공유하는 사람은 적거든요. 그걸 지속하는 사람은 더 적고요. 뭔가를 공유한 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재미이든, 돈이든, 의미이든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어요.  


글. 써니(김윤선)

사진. 최모레


디앤디언 릴레이 인터뷰, 어떠셨나요?
좋았던 부분, 개선이 필요한 부분 등을 알려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지난 인터뷰를 다시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