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간단합니다. 시장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죠. ‘시장에 참가하는 주체들이 동등한 정보를 가져야 한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자유 시장경제의 대원칙 중 하나예요.

이 원칙은 주식시장에도 적용됩니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동등한 정보를 가져야 하죠. 

주식시장에 대한 원칙을 담은 법인 '자본시장법’에서도 이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 내부자인 임직원과 주요 주주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해요. 이 사람들은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미리 알아채고, 더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공개된 정보가 아닌 경우에는 이용할 수 없다'는 규칙을 법으로 정해놓은 거예요.

이 규칙은 정보를 전달한 기업 임직원뿐만 아니라, 정보를 건네받은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 다시 말해, 내가 그 회사의 임직원이 아니더라도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죠.

정경심 교수가 이 규칙이 적용된 사례입니다. 정경심 교수는 WFM의 주식 12만 주를 당시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했습니다. WFM은 바로 다음 달에 호재를 앞두고 있었고요. 정경심 교수가 WFM의 경영에 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WFM 주식이 얼마까지 오른다더라'는 내용의 녹취파일이 있다는 등의 뉴스가 있지만 여기서는 깊게 들어가지는 않을게요.

검찰이 정경심 교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결정적 이유가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규칙을 위반했다'는 데 있고, 정경심 교수는 ‘정보를 건네받은 사람'으로서 위반행위의 당사자로 지목됐다는 사실만 이해하고 넘어가겠습니다.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를 모든 주식회사에 적용하는 건 아닙니다. 코스닥, 코스피와 같은 거래소에 상장된 기업(ex. 어제 상장한 캐리소프트)에 한해 적용하죠. 다시 말해, 상장이 안 된 비상장법인(ex. 어피티)의 주식은 그 법인은 법의 감시망 밖에 있다는 뜻입니다.

WFM는 코스닥에 상장돼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됐습니다. 상장된 회사만 검토하는 이유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광범위하게 노출이 되어 있어서 그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공개정보 이용행위에 대한 처벌은 상당히 강력합니다. 자본시장법상에서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을 내릴 수 있어요. 10년 이하의 징역과 위반행위로 수익을 낸 금액의 1배~3배를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 수익 금액에 따라 가중처벌도 적용되는데요. 5억 원 이상의 수익을 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을, 50억 원 이상의 이익을 본 경우는 5년 이상 혹은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합니다. 아주 무서운 형벌 규정이죠. 우리나라 형법 중 ‘몇 년 이상의 징역형’을 규정한 법이 많지 않은 걸 고려해보면, 상당히 강한 처벌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죠.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법은 형벌의 책임주의를 강조하기 때문에 형벌이 세지 않은 경우가 많죠. 하지만, 우리나라 자본시장에는 미공개정보의 이점을 갖고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우롱한 사례가 정말 많아요. 

이런 이유로 지난 2007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 새로 제정됐습니다. 이 법률에서는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불공정행위에 대해 아주 엄격하게 다루고 있어요. 역시 당연한 이유 때문입니다. 모두가 공평한 정보 위에서 투자행위를 할 때 비로소 자본시장의 본래 역할이 잘 이뤄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