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실용서’에 대해 : 조금 웃기고 수상한

‘쓸데없는 실용서’에 대해 : 조금 웃기고 수상한

Pertinent or impertinent advice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94), 2023.8.16,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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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실용서, 유용함, 유머, 쓸모없음, 해찰

1.머리말
2.쓸모...있나요?
3.즐겁게 버스 타기 위한 꿀팁 “Happy Bus day!”
4.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최근 저는 산책을 하다가 처음으로 한 동네 도서관에 가보았습니다.

그 도서관은 독특하게도 1980~90년대 책들을 서가에 많이 꽂아두고 있는 도서관이었는데요.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수상한 실용서’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는 점이죠. ‘자기계발서’ 바구니에 넣기도, ‘실용서’ 바구니에 넣기도 애매한 책들입니다.

예를 들면 “입사 1년 이내에 회사에서 인정받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훌륭한 책을 펼쳐보니 서양식 식사 테이블 매너가 나와있었고, ‘새천년’을 맞아 마음가짐을 바로 하고 청소를 해서 회사를 살리는 법(?)에 대한 책, 사과 편지를 올바르게 쓰는 법(“일단 나의 잘못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멋진 남성’이 되기 위해 넥타이를 매는 법, 장례식장 문상 예법 등이 적힌 책들도 있었습니다.

<fig.1> 청소와 마음가짐에 대해 쓴 책 (왼쪽) 1969년 경향신문에 실린 삼중당 원색현대여성백과사전 광고. 총 6권으로 이루어진 책엔 요리부터 영양, 의복, 육아 등 다양한 내용들이 총망라되어있는데 '사교/에티켓'을 다루고 있는 책도 있는 게 눈에 띄네요. / 김스피 촬영, 경향신문

저는 이런 별 쓸데없는 책들을 붙잡고 한참 해찰하다가, 문득 생각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간 건 아니었습니다)

‘도서 생태계’의 위기이고 사람들이 진지한 책을 안읽는다고는 하지만, ‘진지한 책’보다도 오히려 이런 종류의 책들이 가장 급격히 자취를 감춘 것이 아닐까 하고요.

‘이런 종류의 책’으로 곧장 뭉뚱그리기엔 애매하긴 합니다만, 대체로 뾰족한 쓸모가 없고, ‘녹색창’에 검색하면 곧바로 답이 나올만한 - 하지만 굳이 검색하지 않을 ‘실용적’이면서도 시시껄렁한 정보들입니다.

오늘날의 실용서적이 대체로 ‘특정 누군가’에게 ‘아주 쓸모가 있어서’ 놓칠 수 없는 지식의 정수 - 깐깐한 압축 큐레이션 같은 느낌이라면, 제가 이날 도서관을 해찰하며 봤던 책들은 실용서긴 한데 왠지 좀 어리숙하고 애매하고 쓸모가 덜한 읽을거리의 느낌이죠. 사과 편지를 굳이 쓸 일도 별로 없고, 사과 편지를 쓰려면 인터넷에 ‘사과 편지 쓰는 법’을 검색하면 되니까요. 넥타이 매는 법이라든지, 냅킨 접는 법, 장례식장 문상 예절도 비슷합니다.

저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이런 애매한 실용서들이 사라지는 건, 인터넷이 생기면서의 정해진 쇠락의 길일까요? 마치 칼라TV가 나와서 흑백TV가 사라진 것처럼요. 아니면 혹시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무언가를 담고 있을까요?

오늘 레터에서는 조금 얼렁뚱땅이고 쓸모가 애매한 실용서들로 해찰을 해보겠습니다. <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와 <해피 버스 데이> 등을 지팡이 삼았습니다.

【2.쓸모...있나요?】

“사람이 죽었는지 확인해보는 법: 어떤 사람이 죽었는지 아직 안죽었는지 잘 모르겠다면, 그 사람의 콧구멍에 구운 양파를 살짝 대보라. 살아 있다면 즉시 코를 긁을 것이다.”

- 요한네스 드 미르필드, <바르톨로메오 의학서>(1380)

역사학자 엘리자베스 아치볼드가 쓴 <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의 부제는 ‘옛 사람들이 알려주는 인생의 기술’인데요. 11세기에서 19세기까지 유럽의 실용서들 가운데 오늘날에도 주목할만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모았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실용서의 역사’를 강의하고 있는데요. 중세 실용서들을 찾던 중 재미난 사료들을 블로그에 올리다보니 사람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냈고, 이것이 책으로 엮여 나오게 된 거죠.

그런데 이 책을 몇장 뒤적여본다면 사람들은 저자를 향해 아마 이렇게 소리를 치고 싶을 듯 합니다. ”가끔은이라고요? 그냥 아주 쓸모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제가 이 책에 주목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fig.2> <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 영문판(<과거에 물어보세요Ask the past>)의 표지 '어떻게 벼룩을 죽일까?' 등 여러 질문들이 적혀있습니다. (왼쪽) 저자 엘리자베스 아치볼드 Hachette Books

<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에 실린 글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꿀팁(구체적인 삶의 기술을 다루는 부분. 의학, 약학, 요리법 등)’과 ‘예절(다른 사람과 있을 때 어떻게 적절하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글들입니다.

우선 ‘꿀팁’에 대해 말해보면, 옛 사람들의 ‘생활 꿀팁’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엔 철저하게 쓸모가 없습니다. 우선 과거와 현재의 생활 문화나 습속이 많이 바뀌었기 때문도 있고(모기를 쫓기 위해 “코끼리똥을 흔들라”1)는 조언은 집에 코끼리똥이 있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체로 그 와중에도 제일 쓸모가 없는 부분을 모았기 때문이죠. 너무 쓸모가 없는 나머지 웃음이 나오는 꿀팁들이 주로 이 책에 실려있습니다.

제 마음에 든 부분들을 조금만 발췌해보았습니다.

*물 속에서 발톱 깎는 법 = “물 속에서 발톱을 깎으려면[…]오른손에 칼을 쥐고 왼발을 들어 오른쪽 무릎에 올려놓아야 한다. 그 자세에서 왼손으로 발을 붙잡으면 안전하게 발톱을 깎을 수 있다[...]별다른 쓸모나 장점은 없지만 시간 관리 방법으로 추천할만하다.”

- 멜키세덱 테브노, <수영의 기술>(1789)

*잔치 때 살아있는 새를 대접하는 법 = “…(갈색 빛 나는 염료를, 살아있는 닭에) 골고루 잘 발라서 구운 고기 색깔이 나게 한다. 다 발랐으면[…]다른 구운 고기와 함께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린다. 사람들이 막 칼질을 시작하려는 순간 닭이 잠에서 깨 식탁 주변을 푸드덕 날아 접시니 포도주잔이니 할 것 없이 죄다 어질러 놓을 것이다.”

- <요리책The Vivendier>(1450)

*물 위를 걷는 법 = ”다음은 물 위로 걷는 법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작은 탬버린 두개가 필요하다. 양쪽 발바닥에 탬버린을 각각 감는다. 다음으로 장대 끝에 탬버린을 하나 더 묶는다. 이렇게 하면 물 위를 안전하게 걸을 수 있을 것이며, 이 광경을 보는 이들의 경탄을 자아내리라.”

- 토마스 힐, <자연적 인위적 결론 모음집>(1581)

여러모로 물음표가 많이 떠오르는 ‘꿀팁’들인데요. 어디까지가 진지한 조언이고 어디까지가 저자도 어깨를 들썩거리면서 쓴 글인지 가늠이 잘 안되기도 합니다.

실은 저는 두꺼운 백과사전이나 딱딱한 실용서 틈새에도 이런 글이 끼어들 수 있는 ‘구멍’이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에서는 대체로 웃긴 대목들만 뽑아놔서 그렇지, 실제로 대체로 원전이 된 책들의 상당부분은 실제로 꽤나 진지한 생활 팁을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진짜로 물위를 걷고 잔치 때 살아있는 새를 대접하려는 사람에게는 저 대목까지가 진지한 ‘실용팁’일 것입니다만).

그런데 그런 실용서들 사이사이 이런 재미나고 어이없는 읽을거리를 끼워두어서, 장난을 치고 싶어하거나 그냥 좀 웃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만족시켜 준 것이죠. 만약 오늘날 실용서에 이런 대목이 들어갔다면, ‘유머집’으로 분류가 되거나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면, 애초에 책이 되지도 못하겠죠.

<fig.3> 잔치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 가운데 새는 살아있는 것일까요. (왼쪽) "공부를 포기한 14살의 한 소년이 펜과 공책을 깔아뭉개고 있다"라는 설명이 쓰여진 16세기 도판. 이렇게 행동하면 안되겠죠. / Bodleian Library, 새물결

‘수상한 꿀팁’과 함께 이 책의 또다른 축은 ‘예법’입니다.

이 책을 넘기다보면 예법, 몸가짐과 관련된 항목이 거의 절반정도 된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필자가 일부러 균형을 맞췄다기보다는, 실제로 수백 수천년 전부터 예법은 따로 ‘예법서’로 분류가 되기보단, ‘실용서’의 느낌으로 널리 쓰이고 읽혀왔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예의 있고 세련되게 행동하는 법에 대한 책이죠.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대목은 꽤나 구체적이고 오늘날에도 통용이 될 수 있을만한 대화 매너를 담고 있습니다.

*대화하는 법 = “머리나 발, 다리를 흔들지 말고 눈동자를 굴리지 않는다[...]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튀기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가지 말아야 한다.”

-프랜시스 호킨스, <젊은이의 예절>(1646)

*농담하는 법 = “농담을 했는데 청중이 웃어주지 않는다면, 우스갯소리를 그만두고 다시는 하지 마라. 문제는 청중이 아닌 당신에게 있으니…”

-지오반니 델라 카사, <예절 수칙>(1558)

‘농담하는 법’은 엄밀히 말하면 재미없는 사람을 기죽이는 방법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리고 또 주목할만한 점은, 역시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을 위한 예법들도 포함이 되어있다는 부분이죠.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항목들이 있습니다.

*식탁에 앉는 법 = “당신의 발이 옆에 앉은 사람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다. 의자에서 자꾸 안절부절못하고 한쪽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다른쪽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하면 당신이 방귀를 뀌고 있거나 뀌고 있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러므로 바르고 균형잡힌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데시데리우스 에라스무스, <소년을 위한 예절 지침서>(1530)

*학교에서 올바르게 행동하는 법 = “악당이 형틀이나 교수대에 끌려가듯 앙심을 품은 채 학교로 향해서는 절대 안된다[…]학교에 도착하면 수업 내용을 열심히 공부하고,[…]부자든 가난한 이든 모든 이를 공손하고 예의바르고 겸손하게 대한다. 학우들에게 방해될 수 있는 소리를 내거나 어떤 수단을 사용해선 아되며, 스승님에겐 더더욱 그러면 안된다.”

-윌리엄 피스톤, <예절 수업>(1595)

설령 이 책이 현대 버전으로 나온다고 해도, 대체로 쓸모없습니다.

오늘날 대체로 ‘유머’ 따위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예의’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내용들에는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늘날 버전의 이런 지식들은 ‘지식인’에서 얻기도 어려울 것이며, 우리가 이런 것들을 검색할 일도 없을 것이라는 거죠.

✏️

“꿀벌 훔치는 법 알아보기를 오늘의 할일 목록에 적어둔 적은 없지만, 살다보면 꿀벌 훔치는 기술을 알게 되기도 한다.“-엘리자베스 아치볼드, <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

1)알베르투스 마그누스, <동물에 대하여>(1260년경)

【3.즐겁게 버스 타기 위한 꿀팁 “Happy Bus day!”】

이어서 펼쳐볼 <해피 버스 데이>는 생일에 대한 책이 아니고, 버스에 대한 책입니다.

“Happy Bus Day : 즐거운 버스 생활”이라는 제목인데요. 여러모로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는 책입니다.

<옛날 책도>처럼 웃긴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은 아니지만, 쓸모없음과 쓸모 있음의 경계에 있는 지식들을 담고 있다는 점, 인터넷에 검색해서 나올만한 정보도 검색할만한 정보도 아니라는 점에서 - 두 책은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현직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쓴 대한민국 유일 버스 사전!(느낌표 포함)’이고요. 저자는 중년에 서울 버스기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인터넷에 조각조각 정보는 많았지만 버스의 운전자와 승객을 위한 버스에대한 진실하고 깊은 정보가 없다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고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필자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무의 나이테처럼 겹겹이 경험이 쌓여 각종 돌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를 얻게 됐습니다[…]우리나라에 이런 책 하나 없다는 게 사실 놀랍습니다[…]수없이 발생하는 버스 기사와 승객 간의 마찰을 보며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이 책을 읽는 일반 승객이 있다면[…]우리 버스 기사들의 생활이 이렇구나라고 버스 기사의 생활을 이해하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버스기사가 되고 싶은[…]중장년 퇴직자들은 버스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쉽게 물어볼 곳도 없고, 알려주는 이도 드뭅니다[…]온갖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아는 것들을 미리 터득하여 넘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성철, <해피 버스 데이>(이하 동일)

위의 인용은 책 서문의 일부인데요. 여기서 저는 여러 대목에 주목했습니다만,(정보 쏠림 현상, 선배의 교훈 등2))

이 중에서도 제가 각별히 주목했던 부분은 이 책이 ‘버스 기사의 생활을 이해하려는’ 일반 승객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fig.4> '해피 버스 데이' 책 표지(왼쪽)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의 모습. / 메이킹북스, 경향신문

만약 ‘승객을 위한 버스 타기 실용적인 꿀팁!’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요금 할인이라든지, 앉아갈 수 있는 시간대, 환승 정류장 등의 정보들이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말하는 ‘버스 타기 실용 정보’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은 4챕터로 이루어져있는데 그중 2챕터의 제목은 ‘버스 타기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입니다. 여기엔 하차 전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 왜 먹거리를 가지고 버스에 타면 안되는지 등의 내용이 실려있는데요.

즉, 이 책에서 승객은 ‘소비자’라기보다는 ‘기사님과 함께 협력해 안전하고 즐거운 ’해피 버스 데이‘를 만들어가야 하는 시민’이죠.

저자는 버스기사는 ‘을’이 아니고,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동반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승객에겐 승객 나름의 상식과 예절이 필요하다고 하죠.

이는 우리 모두의 안전과 ‘해피 버스 데이’를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이상 (버스기사가 운행 시 해야하는) 21가지 해야할 일을 정리해봤습니다.

한번의 실수, 약간의 실수만으로도 큰 결과를 낳기 때문에 매일 완벽하게 준비하거나 운행하지 않으면 사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버스 기사들의 업무량을 보며 일반 승객들의 이해도가 높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자신의 개인 생활을 포기하면서 운행을 책임져야 하기에 버스 기사는 공공의 재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안전과 이동을 위해 사명감으로 운행하는 버스 기사들의 피로를 조금 이해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어서 ‘버스 이용 10가지 규칙’ 그리고 규칙을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런 ‘생활 조언’은 왠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승객으로서도 예절을 익히는 데 아주 도움이 되었습니다.

실은 꼭 이 챕터 뿐 아니라 이 책 전체가 승객의 ‘버스 이해’를 높일만한 많은 버스 상식을 담고 있습니다. 버스 기사가 일상적으로 하는 21가지 업무들, 저상버스의 도입 시기, 준공영제란 무엇인가, 버스 기사들의 ‘탕수*’란 무엇인가, 왜 기사들은 급할 수 밖에 없는가, 버스 기사들은 어떻게 쉬는가 등...

*탕수= 버스의 노선 한 구간을 1번 도는 것을 1탕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매일같이 타왔던 버스에 대해 이렇게나 모르고 있었구나!’하며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백과사전’류의 ‘상식’도 담고 있습니다만, 이때의 상식은 단지 누군가에게 뽐내기 위한 지식이라기보다는 내 삶에 밀접한 무언가를 이해하고,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한 - 남을 위한 상식인 것이죠.

<fig.5> 장거리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 기사가 아픈 허리를 짚으며 버스에 오르고 있습니다. (왼쪽) 지난해 말부터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청계천 자율주행버스.(링크) <해피 버스 데이>에서 저자는 다른 동료와 함께 자율주행버스가 상용화된다면 과연 누구에게 좋은 것일까?에 대해 말을 나누기도 합니다. 일단은 자율주행자동차는 웬만해서 정류장에서 미처 못탄 사람을 기다려주진 않겠죠.

또한 마지막으로 - 위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내용 역시 제가 ‘버스 타기 예절’으로 검색할 일도 없고, 검색해봤자 잘 나오지도 않을 정보입니다. 그러나 제 일상에 대해 귀중한 해찰을 하게 해준 정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정보가 ‘반드시 책에만 있다!’고 고집을 부리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런 책이 없기 때문에 책을 써야겠다’라고 결심하고서 오랜시간 공을 들인 저자의 고집스런 열정과 이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해내 읽게 된 저의 경험, 그로 인한 연결을 달리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정보 쏠림 현상’은 인터넷엔 정보가 아주 많지만 - 버스 기사가 되고 싶은 중장년 퇴직자, 즉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간절하게 필요한 정보는 생산되지 않고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그리고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기가 어렵다는 점)에 대한 것이고요. ‘선배의 교훈’은 개인의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이 우러난 ‘온갖 경험적 지식’들을 모았다는 점입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런 지식들은 각별히 필요하지만, 직접 본인에게 듣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지식을 얻는 것은 어렵죠.

【4.맺음말】

해찰을 할 때면 내가 몰랐던 것,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들을 깜짝 맞닥뜨리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알고싶은 걸 ‘콕’ 찍어 그것만 읽었을 때보다, 결과적으로 더 신기하고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죠.

<뉴욕 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은 뉴욕 도서관이 20세기 중반 무렵 운영해오던 '전화 질의응답' 코너 중 재미나고 기발한 질문들 106개를 모아 엮은 책인데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답변이 항상 질문보다 크고 엉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수박 한 통에 씨는 몇 개 들어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다면, 통계적인 수박 씨앗의 갯수를 설명해주고는 “혹시 수박씨를 먹어서 걱정이라면, 위산 때문에 수박이 자라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친절히 안심을 시켜주거나, ‘에이브러햄 링컨은 하버드를 나왔나요?’라는 질문에는, 그가 대학을 아예 안나왔다는 ‘정보’에 그치지 않고 - “링컨이 독서로 독학한 과정은 우리 모두 배울 점이 많습니다”라고 운을 띄운 뒤, 링컨이 어떻게 도서관에서 직접 법률서적과 셰익스피어를 읽으며 스스로 교양을 쌓았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죠.

만약 사서가 답변이 불가능한 질문을 받았다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통로로 향하는 문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에 대해선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거나요.

Q. 하와이 춤에서 골반 동작은 무슨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나요?

A. 훌라춤은 동작 하나하나가 상징적으로 암호화된 신성한 의례의 춤입니다. 그렇기에 구체적인 동작과 동작이 이어지는 맥락에 따라 의미가 크게 좌우되는 상당히 복잡한 문제입니다. 책 가운데 마힐라니 우치야마가 쓴 <하우마나 핸드북:하와이춤 교습서>가 훌라의 기원, 언어, 예법, 의식, 정신까지 심도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훌라의 온전한 의미를 글로 전달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훌라의 골반동작을 글로 쓴다는 건 마치 건축을 노래로 전하는 것과 같다고 할까요.

오늘 레터를 위해 어딘가 쓸모가 어설픈 책들을 즐겁게 해찰하면서 이런 저런 물음표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내가 어떤 질문을 떠올렸을 때 과연 그 질문에 대한 완벽한 대답을 바랐던 것일까? 내가 책을 펼쳐들 때 혹은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읽을 때, 내가 원하던 답변의 ‘정수’만 핀셋으로 집어 들고 나서 나머지는 전부 버려버리고 싶을까? 나는 정말로 버스 에티켓이라든지 살아있는 새를 잔치에 대접하는 법, 탬버린 두개 발에 묶고 물 위를 걷는 법에 대한 글 같은 건 절대로 읽고 싶지 않은가?

또한, 오히려 이렇게 나에게 쓸모가 모호한 글들을 읽다가 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오늘날 그런 해찰거리들은 대체로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fig.6> 1856년에 처음 발간되어 1994년까지 계속 업데이트되며 출간된 <Enquire within upon everything> 백과사전. 영국에서 수백만부가 넘게 팔렸고, 1976년에 무려 126판이 나왔다고 합니다. (왼쪽) 팀 버너스 리가 사용한 World Wide Web 의 첫 번째 웹 서버. 오른쪽에는 그에게 영감을 준 'Enquire within upon everything' 백과사전이 펼쳐져있습니다. 발한제, 이뇨제, 생강 등에 대한 정보가 적혀있다고 하네요. Wikipedia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인 팀 버너스 리는 월드와이드웹(www)을 만든 사람인데요. ‘www’의 기반이 된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가 결정적인 영감을 얻은 곳은, 다름아닌 19세기 영국 국민 백과사전이었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Enquire within upon everything 백과사전’이었다고 합니다.(링크)

이 백과사전을 펼치면 사람들은 삶에 대한 모든 예절과 사소한 유머, 쓸데없는 지식, 잡학, 쓸모있는 온갖 잡다한 지식들을 해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1980년 검색시스템의 이름을 백과사전 이름을 따 ‘Enquire’라고 지었는데요. 이후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해 1989년 ‘www’를 만들었습니다.

저도 몰랐던 이야긴데, 예전에 별 쓸데없는 책에서 우연히 읽고서 기억해두었습니다.

✏️

“당신이 꽃 모양을 만들거나 에티켓을 익히고 싶거나 식욕을 돋우고 싶거나 파티에서 저녁 준비하고 싶거나, 두통을 치료하고 싶거나, 유언장을 작성하고 싶거나, 결혼하고 싶거나, 친척과 헤어지길 바라거나, 무엇을 하고 만들고 즐기고 싶어하든 당신의 욕구는 삶의 필수품인 이 책과 관계있다. 이 책에서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
-<Enquire within upon everything>, 1875년판 편집자의 말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엘리자베스 아치볼드, 서민아 옮김, 『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 있지』, 스윙밴드, 2016.

-이 책의 표지 폰트 중 '가끔은'이라는 세 글자가 작게 적혀있습니다만, '있지'쪽을 작게 적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쪽이 좀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진실에 가까울테니까요.("옛날 책도 가끔은 쓸모가...(있을지도 없을지도)")

저도 언젠가 동그란 탬버린 여러개와 대범한 마음가짐을 갖추고 물 위 걷기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21세기에 이런 도전을 할 땐 역시 브이로그를 찍지 않으면 손해겠죠.

성찬, 『해피 버스 데이 : “즐거운 버스 생활“』, 메이킹북스, 2021.

-이 책의 부제는 '현직 서울 시내버스 기사가 쓴 대한민국 유일 버스 백과사전!"입니다. 이 책의 표지에는 "운수업(예비) 종사자, 버스 이용자 추천도서"라는 말이 멋진 월계관 그림과 함께 적혀있는데, 종사자와 이용자가 추천한 도서라는 뜻인지, 종사자와 이용자에게 추천하는 도서라는 뜻인지 모호합니다만. 전자의 의미에도 깊이 동의합니다.

참고로 이 책에서 '운전기사'들에게 주는 꿀팁도 뭔가 색달라서 신기했습니다. 예를 들면 휴게시간에 자기 얘기만 하지 말고 남의 말을 경청하라든지, 고관절 스트레칭법이라든지...정말로 쓸모가 많은 팁들이요. 직업마다 이런 책이 나온다면 좋겠네요. 꼭 '훌륭한 사람되는 법'같은 책 말고도, 우리 주변의 직업에 대해 알아보고 궁리해볼 수 있는 책이요.

뉴욕공공도서관, 이승민 옮김,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정은문고, 2019.

-'아니 이런게 궁금하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기상천외한 질문들을 엮어놓은 책입니다. 읽을거리로서는 재밌지만, 실용적이진 않은 질문, 그리고 검색해서 안나올 확률이 높은 엉뚱한 질문들에 대한 뉴욕도서관 사서들의 대답을 모은 책입니다('수박에는 씨가 몇개 있나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마천루는 무엇인가요?...'). 간단한 답변이 불가능한 질문에 대해선 다른 책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 레터에 한 챕터로 포함하려고 했지만 분량 관계상 맺음말에만 다루었습니다.

Q. 왜 18세기 영국그림에는 다람쥐가 많이 등장하나요? 다람쥐가 화가를 물지 않도록 어떻게 길들였을까요?(1976)

A. 1700년대 상류층 가정에서는 다람쥐가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까불기 좋아하고 보송보송한 이 설치류를 아이들이 좋아해서 자연히 당시 초상화나 그림 속에 모습이 담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화가는 살아있는 다람쥐가 아니라 자연과 동물이 그려진 책을 참고해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러니 굳이 얌전히 앉아 포즈를 취하도록 다람쥐를 길들일 필요는 없었답니다.

John Singleton Copley, A Boy with a Flying Squirrel (Henry Pelham), 1765. Courtesy of the Museum of Fine Arts Boston.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종이신문 위의 해찰러? 6DP 인스타

독서시간: 약 6분 / 글자수: 약 2600자

🖍글 속 한 문장

“육디퍼(구독자)가 ‘정말 오랜만에 신문을 사봤다. 내가 읽고 싶은 것만 골라 읽는 게 아니라 배치된 의도대로 읽는 방식이 오히려 좋았다. 신문 읽게 하는 계정 6디피’라고 반응을 주셨다.

디지털로 뉴스를 읽게 되면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기사 위주로 보게 된다. 관심사 중심적, 자극적 내용의 기사를 주로 접하게 된다. 이와 달리 지면은 개인의 취향과 상관 없이 다양한 섹션을 다룬다. 그러다 보니 필터버블 탈출에 도움이 되는 듯 하다. 자극적인 소식 위주로 접할 때 발현되는 특유의 염세주의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는 듯 하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인스타그램에 매일 8개의 일간지를 줄을 치며 읽고 직접 인상깊은 이야깃거리를 소개해준 6DP 계정(링크) 운영자의 인터뷰입니다.

저 역시 6DP 계정은 예전부터 팔로우를 해두고 흥미롭게 봤는데요. 가장 좋았던 건, 소위 말하는 '중요한 기사' 말고 가끔 그냥 웃긴 대목, 시 구절, 참신한 소식, 칼럼, 참새사진 등 '해찰거리'를 풍부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분명 '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엑기스만 주겠다'는 태도의 큐레이션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버스, 그리고 우리의 작은 일상 조각들

독서시간: 약 2분 / 글자수: 약 600자

🖍글 속 한 문장

“늘 우리 곁에 함께 하는 존재들은 언제나 쉽게 잊히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사람들의 발이 되어주는 버스도 그렇다. 단편영화 <여름, 버스>는 매일 함께하지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버스’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소소하고 행복한 울림을 전한다. 제목에서도 그 공기를 짐작할 수 있듯, 한여름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승객들과 운전기사 사이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단편영화 <여름, 버스>를 소개한 인디포스트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 안에 <여름, 버스>를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링크(영상)가 있기 때문에(풀버전 공개, 상영시간 18분) 관심이 있으신 분은 시청을 해보셔도 좋습니다.

단지 이동 수단으로서의 버스가 아닌, 하루하루 우리가 일상을 꾸려가고 누군가와 접촉하고 소소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공간으로서의 버스를 잔잔하게 그리고 있는 힐링 단편 영화입니다.

한편 저는 오늘 레터를 쓰면서 과거 읽었던 장거리 노선 버스기사 동행 르포 기사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링크)

팀 버너스 리, www의 간단한 역사

독서시간: 약 6분 / 글자수: 약 3300자

🖍글 속 한 문장

“20년 전만 해도 정보를 찾으려면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물건을 사려면 시장에 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오늘날 방문을 열지 않고도, 자리에 앉아서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컴퓨터만 켜면 간단한 검색으로 자신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으며,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이는 인터넷, 정확히는 월드 와이드 웹덕분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www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에 대한 정리 기사입니다. 그는 Cern에서 일할 때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는 점에 집중해, 틈틈이 Enqiure를 개발한 뒤 이후 www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기사의 흐름은 대체로 www의 대중성, 개방성을 찬양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오늘 레터에선 Enquire를 만든 최초의 영감이 된 것이 '백과사전'이었다는 점에 착안해보았습니다. 사람이 직접 만든 백과사전은 사람이 궁금해할만한/삶에 필요한 - 검증된 정보들(혹은 잡동사니)를 포함하고 자연스럽게 이를 읽을 수 있지만, 웹에서는 각각의 항목이 '분절'되어 '적절한 위치(site)'에서 '검색(search)'하지 않는 이상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오히려 리터러시가 낮은 이들에겐 더 불리한 읽기 환경이 된 것은 아닌가 하는 해찰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전설의 ‘리빙포인트’ 짤의 진실?

카드뉴스

🖍글 속 한 문장

‘요리를 하다가 음식이 싱거울 땐 소금을 뿌리면 좋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웃게 만들었던 리빙포인트 레전드들을 기억하는가. 과연 정말로 그런 어이없는 기사가 실존했던 것일까?

👤김스피의 블라블라

위의 섬네일 속 '리빙포인트'를 읽으면 ‘...네?’라는 멍청한 말이 흘러나올 수밖에 없는데요. 조선일보의 ‘리빙포인트’는 오랫동안 김도원 화백의 개성있는 삽화와 함께 연재되어왔는데요.(현재도 삽화는 다르지만 연재 중입니다) 그간 '맥주가 미지근할 땐 얼음을 넣어 먹으면 좋다' 등의 허무개그같은 짤방들도 떠돌았습니다.

그런 '짤방'들의 진위 여부를 살펴본 글입니다. ‘가짜뉴스(?)’이긴 한데 악의적이라기보다는 장난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한층 충격적인 건 '허무개그'같은 리빙포인트 가운덴 일말의 진실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이트 내 그림의 옆부분 화살표를 누르거나 옆으로 밀면 다른 그림으로 이동하며 볼 수 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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