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열린 반독점 청문회 내용 요약
2020.07.30 | 214호 구독하기 | 지난호보기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기자입니다
혁신하는 분들을 위해 보다 빠르고 내밀한 정보와 인사이트를 드리는 미라클레터. 오늘은 몇 시간 전에 열렸던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청문회 내용들을 요약해서 들려드릴게요.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 핵심적 내용을 네 문장으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아요. 
요약
1. 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IT 기업들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법률안을 만들려 한다. 
2. 반면 공화당 위원들은 거기에 관심이 없다. (그들의 관심은 오로지 선거에...) 
3. IT 기업들에 대한 반독점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커질 듯 하다. 
4. 하지만 실질적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그럼 상세하게 오늘 있었던 공방전들을 한번 볼까요? 

참고: 실리콘밸리 룰이 바뀐다 (미라클레터)
참고: 이번 청문회의 의미 (매일경제기사
참고: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의 입장문
1. 반독점법 만들자! (민주당) 
#실리콘밸리 #오리지널 #IT청문회
저는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부터 시작하여 오전 8시까지 약 6시간에 걸쳐 진행된 미국 하원 청문회(홈페이지-다시보기 가능)를 처음부터 빠지지 않고 시청했는데요. 한가지 확연한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날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원회에 참석한 미국의 민주당(진보성향) 위원들은 구글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등 4곳에 대한 규제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었지요. 그들의 언어에는 강력한 의지와 힘이 담겨 있었어요. 예를 몇 가지만 들어볼게요. 
데이빗 시실리니 소위원장 (민주당)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의 룰을 만들면서 동시에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이해관계 상충이 아닌가. 어떤 식료품 판매점이 그런 행동을 하는가." - 애플, 아마존을 향해 
제이미 라스킨 의원 (민주당) 

"20세기 초 강도귀족 Robber Barons의 시대가 있었다. 지금은 사이버강도귀족 Cyber Barons의 시대다. 경쟁자들이 갖지 못한 데이터를 갖고, 그를 활용해 경쟁한다. 누가 당신들을 이길 수 있겠나." - 모두를 향해  
제롯 네들러 의원 (민주당) 

"내부 문건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당신은)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에 파괴적 Disruptive 이며 위협 Threat이라고 여기고 이를 없애야 neutralize 한다고 언급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샀고, 그렇게 경쟁을 저해했다." - 페이스북을 향해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 (민주당) 

"(아마존이) 사회를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기여에 대해서는 고맙다. 그러나 우리가 오늘 모인 이유는 더 많은 아마존, 더 많은 애플, 더 많은 페이스북이 나오도록 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다." - 아마존 베조스 CEO가 사회기여를 강조하자
2. 법 만들 필요 없다 (공화당) 
#실리콘밸리 #오리지널 #IT청문회
반면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반독점 법안을 만드는데 관심이 없었어요. 일부 의원들은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가 법률안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주장도 펼쳤죠. 최근 미국 상공회의소 또한 이들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과 마찬가지로 반독점법 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어요. (링크)
짐 센센브레너 의원 (공화당) 

"반독점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기존 반독점법을 실제로 잘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기존 법의 정신을 해석해서 집행을 잘하는게 중요하지 의회 압박이 최선은 아니다." - 모두를 향해 

켄 벅 의원 (공화당)

"오늘 모인 회사들은 모두 너무 크다는 이유 때문에 부당하게 공격을 받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거대하다는 사실 하나 때문에 우리는 기업들을 공격해서는 안된다." - 모두를 향해  
대신 공화당 의원들은 (주로 페이스북과 구글을 대상으로) 공화당에게 불리한 선거운동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주로 남겼어요. 실제로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내부에서 이날 회람된 비밀메모가 하나 있는데, 여기에는 청문회에서 반독점법 문제를 제기하지 말고 선거와 관련하여 소셜미디어 회사들을 집중 공략하라는 내용의 지령이 담겨있었다고 하네요.  

집중적으로 IT회사들의 대선개입설을 주장한 짐 조던 공화당 의원의 모습 
실제로 짐 조던 하원의원 (공화당) 같은 경우 "구글이 조 바이든 캠페인을 지원하고 있는가?" 등의 다소 음모론적 성격의 질문들을 던져 다른 하원의원들과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죠. (이 때문에 위원장이 그에게 마스크를 쓰라고 한마디 하기도 했네요) 여하튼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소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을 규제할 수 있는 반독점법을 입법하는데 큰 관심이 없어 보였어요. 단 한 사람의 예외를 제외하면요.
켈리 암스트롱 의원 (공화당)

"아마존은 마켓플레이스에 제품을 올리는 이들의 종합데이터를 확보하고, 구글은 쿠키 이외에 다른 데이터들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들이 있다. 그러나 다른 경쟁기업들에게는 그런 수단이 없다." - 아마존 구글을 향해
3. 청문회의 성과 
#뭘한거니? #청문회 #성과 
총평 및 의견: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이 던진 질문은 하나에요. "과연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을 이길 수 있는 기업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번 청문회를 통해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의 CEO 들은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죠. 페이스북은 인스타그램 인수에서 보여줬듯, 자신들을 위협할 수 있는 회사가 나타나면 없애버리기 위해 인수를 감행하기도 했고. (기사) 구글과 아마존은 경쟁자가 갖지 못한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압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기도 했어요. 

청문회의 성과: 민주당 의원들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의 공격은 작년 청문회와 달리 효과적으로 미국 IT 기업들의 문제점들을 드러내 보여줬다고 생각돼요. 특히 구글에 대해서는 민주당 공화당 등이 공통적으로 디지털 광고 시장에 대한 관행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어요 (기사) 아래👇 슬라이드는 이번 청문회에서 나온 내용인데, 구글이 얼마나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 광고 구매자 - 광고 중개시장 - 광고 판매자 등 모두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죠. 이번 청문회에서는 아마존에 대해서도 전자상거래 시장에 참여하는 상인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신이 상품을 출시하는 비즈니스 관행을 효과적으로 비판했다고 봐요. (기사)  

4.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비즈니스룰 #IT규제 #반독점법

결국 질문은 하나: 과연 IT 기업들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이 이뤄질까요? 이날 마무리 발언을 통해 데이비드 시실리니 위원장은 이렇게 전했어요. 

"이번 청문회 증언을 통해 이들 4개의 IT 회사들은 독점적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회사들은 쪼개져야만 한다는 점이 명확하다. 그리고 모두 적절한 규제를 받을 필요가 있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오늘 청문회를 연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는 1년여에 걸친 조사결과를 보고서 형태로 낼 예정인데요. 여기에서는 현재 미국이 갖고 있는 반독점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 제안이 담길 예정이에요. 하지만 공화당이 이처럼 입법에 반대하는 상황이라면 실제로 반독점법이 IT 기업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개정되기란 쉽지 않아 보여요. 만일 한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중간에 큰 사건이 벌어져서 여론이 IT 회사들에게 더 나쁘게 돌아가지 않는다면 말이에요. 

위협은 구글과 페이스북에 집중: 미국 의회의 입법 위험이 (공화당의 반대로 인해) 낮아지는 상황이 된 지금. 이제 칼자루는 미국 정부(법무부와 연방검찰,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FTC))에게로 넘어왔어요. 검찰은 구글을 조사하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페이스북을 공격하고 있죠. 아마존은 이번 청문회를 통해 많은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위험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엔 어려워요. 애플은 청문회에서도 공격을 많이 받지 않았고, 미국 정부 조사를 받는 상황도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예봉을 벗어나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방심하긴 어려워요. 연방검찰이 애플에 대해 새로운 조사를 하고 있거든요. (옛날 아이폰 제품을 셧다운 시킨다는 애플의 혐의에 대해 미국 주 검찰들이 조사를 시작했다는 기사

결국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위험을 순서지어보면 페이스북 > 구글 > 아마존 > 애플 이런 순서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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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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