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취향을 찾아 떠난 여행!
제10호 20201/06/30

제10호_제2의 고향을 찾아서(제주편1)
이번엔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지인 찬스 덕이었죠. 
호텔, 렌트 할인권과 함께 온 제안에 충동적으로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지인의 3박 4일 일정에 앞뒤로 5일을 더 붙였습니다. 
오랜만에 떠난 제주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저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제주 하면 제일 먼저 뭐가 떠오르시나요? 바다, 돌하르방, 유채꽃, 한라봉, 여유, 한 달 살기 등 다양한 키워드들이 있겠지만 저는 게스트하우스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제게 제주도의 첫 기억은 게스트하우스거든요. 꽤 오래 전 어느 날, 저는 제주도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당시 캐나다 어학연수(라고 쓰고 방황이라고 읽는...😂)를 다녀온 직후였던 저는, 지인의 소개로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일하게 되었거든요!😝

그때 저는 제주도라는 지역보다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도 했지만 주로 게스트하우스에서 시간을 보냈거든요😅 함께 일하던 스텝들, 매일 바뀌는 게스트들과 어울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객실 침구 정리와 공용 공간 청소, 조식 준비를 하면서 스스로의 빨래와 방청소, 식사를 책임져야 했지만 하나도 힘들거나 귀찮지 않았습니다. 일단 집을 벗어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었으니까요. 반독립(?)에서 오는 해방감에, 일상에서 비켜난 공간에서 비롯되는 자유가 더해져 매일 매일 신이 났습니다😜

막연하지만 새로운 가족의 모습, 대안 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게 된 시점도 그 즈음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제 머릿속에 자리 잡았던 생활 공동체는 부모와 자녀, 혹은 부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고, 기껏 해봐야 혈연이나 혼인을 기반으로 한 그 구성에서 약간의 변형된 형태를 가한 것뿐이었죠. 그런데 전혀 모르던 사람들을 만나 접점을 만들고, 그 면적을 확장시켜가는 경험을 통해 신세계를 만났습니다. 아, 이렇게도 살아갈 수 있겠구나!😍 물론 그 후 서울로, 일상으로, 부모님 집으로 복귀하면서 그때의 시간은 추억으로만 남았지만, 여전히 게스트하우스란 존재는 제게 설레는 가능성의 공간으로 남았습니다.
이번 여행은 조금 달랐습니다. 

제주여행 처음으로 호텔에 묵게 되었죠😘 숙소 말고도 새로운 건 많았습니다. 제주도 여행을 할 때마다 주로 뚜벅이였던 제게 렌트카도 낯선 경험이었거든요. 한 마디로 지인과 함께 하는 3박 4일은 제주도 여행이자 새로운 취향 여행이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인피니티풀👍 안녕, 수영장! 얼마 만이니!!😍 무조건 반가웠습니다. 뒤늦게 수영을 배우면서 새로운 행복을 알게 되었건만, 코로나가 번지면서 수영장과 이별하게 되었거든요. 게다가 인피니티풀이라니요!😘😍 그저 물에 몸을 담그고 멍하니 있어도 좋았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들락거렸습니다. 네, 그날 하루의 중심은 수영장이었습니다.😙

너무도 신이 났습니다. 어디에 시선을 던져도 걸리는 초록의 싱그러움, 물 위에 가만히 누우면 마주치는 푸르른 하늘, 살갗에 느껴지는 바람까지. 이곳이 바로 지상낙원이로구나! 싶었죠.😍 (물론 피부로 쏘아대는 햇볕을 미처 눈치 채지 못한 탓에 얼굴에 참깨 한 바가지를 얻고, 얼굴을 포함한 온몸이 까맣게 타버렸지만요...😭) 그 짜릿한 자본의 맛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온 몸을 휘감는 편리하고도 아늑한 그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았죠. 문제는 그 행복한 순간에 튀어나왔습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제 머릿속에 잡생각들이 둥둥 떠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곳에 호텔이며 수영장을 짓기 위해서 무엇을 파괴했을까? 어쩔. 잘 나가다가 웬 쓸데없는 생각이냐고 스스로를 타박했지만 궁금했습니다(저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주위를 둘러보면 이렇게나 경치가 좋은데 내가 서 있는 이곳에는 저런 나무들이 없었을까, 하고요. 아무튼 분위기를 깨는데 일가견이 있는 1인입니다...😭 제발 하나만 할 것이지 세상 즐겁게 놀아 놓고 뭔 어이없는 생각이냐 말입니다😠 그런데 말이죠, 생각이 제 생각대로 안 되는 걸 어쩌겠습니까😞 모순 덩어리의 숙명인가봅니다. 물론 그럼에도 신나게, 끝까지, 알차게 놀았습니다. 돈은 지불했고, 제 앞에 놓인 자본주의의 섹시한 매력을 외면할 수 없었으니까요😂
다시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온전히 제 취향을 반영한 여행으로 돌아왔죠. 물론 혼자일 때는 그것이 제 취향이라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때론 오롯이 혼자 하는 여행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 스스로를 잘 드러내는 법이죠.😉 아무튼 제 취향 키워드 중 하나였던 책방에 들렀습니다. 방문하고 싶은 곳은 너무도 많았지만 뚜벅이었으므로, 숙소 위치와 동선을 고려해서 리스트를 정했습니다. ‘누구나 저마다 아픈 삶을 산다. 시를 쓰는 것도 좋지만 삶이 시인 것이 더 좋다. -제주풀무질 일꾼 은종복 씀’이라는 멋진 글귀가 인상적이었던, <제주 풀무질>은 기대만큼 좋았습니다. 손님 한 명 한 명에 살갑게 대해주시는 모습이, 책을 주문하고 추천하는 대화들이 푸근했습니다. ‘여기 살면 저렇게 살 수 있는 건가?’라는 허황된 꿈도 잠시 꾸었습니다.😅

음료를 판매하는 <바리나시 책골목>과 <종달리746>에서는 좀 더 오래 머물면서 마음껏 책을 구경했죠😁 낡고 오래된 겉모습 안에 깊이와 개성이 빼곡하게 자리한 바리나시 책골목과, 넓은 공간에 여백과 세련을 듬성듬성 담아내는 종달리746은 확연히 다른 매력을 가졌지만 묘하게 닮은 점이 있었습니다. 여유롭고 따뜻했습니다. 적당한 무관심과 배려가 공존했습니다.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책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책에서 만난 문장이  문득 서울의 친구를 소환해, 카톡 창을 띄우기도 했습니다. 공간이 주는 위로란 이런 것일까요. 그저 앉아 있었을 뿐인데, 채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 그림책이 가득했던 <책약방>도 정말 최고의 힐링 장소였습니다👍 

책방, 식당, 카페를 주로 돌아다녔지만 가장 자주한 마주한 건 하늘이었습니다. 서울에서보다 자주 하늘을 보았습니다. 물론 변화무쌍한 날씨를 가늠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자꾸 보다보니 습관이 되더라고요😉 머리 위엔 분명 잔뜩 흐린 모습인데 그 바로 옆엔 구름 걷힌 맑은 자태가 떡하니 있는가 하면, 방금 전까지 칙칙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빛줄기를 내뿜는 하늘이 어이없다가 사랑스러워졌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변하는 나를,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오가가락하는 내 인생을 닮은 것 같아서 묘하게 동질감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어디를 가나 가까웠던 바다도 참 좋았습니다. 하늘처럼 바다의 색도 시시각각 변했고 어느 하나 같은 순간, 같은 장소가 없었습니다. 그게 제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 살고 싶어졌습니다. 
이.루.소.
(각색한 이웃 캥거루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대체 또 뭘 시킨 거야?"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자마자 엄마의 잔소리가 귀에 꽂혔습니다. 네, 물론 환청이었지만 집에 들어가면 실제로 마주할 현실이었죠.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부모님보다 일찍 집에 도착해서 완전 범죄를 꿈꿨습니다. 빠르게 내용물을 꺼내고 상자를 정리해서 분리수거함에 내다 버리는 것이죠. 모든 걸 완벽히 끝내고 방에 들어온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 돈 내가 쓰는데, 왜 눈치를 봐야하지?

울분이 터지지만 오늘도 빠르게 택배 상자를 처리합니다. 그게 뭐냐, 또 어디다 돈을 그렇게 쓴거냐, 지금까지 모아둔 돈은 얼마냐, 세금은 얼마나 떼냐, 보험료는 얼마나 내고 있냐 등등... 딸려올 잔소리에 비하면 이 정도 쯤은 감수할 수 있으니까요. 하아, 독립하면, 눈치 안 보고 내 돈 써도 되는 거겠죠...??😫

jeongdam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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