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요. 올해 5월부터 시작된 에픽게임스(이하 에픽)와 애플의 소송 공판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판결이 지난 10일 드디어 나왔어요. 처음 제소되었던 것이 지난 8월이니까 1년이 조금 넘었네요. 결과는 에픽과 애플 모두에게 절반의 승리로 평가돼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의 판사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는 인앱결제 의무화가 반경쟁적 조치로 캘리포니아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판단했어요. 애플은 앱 개발자들이 다른 결제 방식을 홍보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었는데, 이 외부이동 차단(anti-steering) 조항이 소비자의 선택을 불법적으로 억압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애플에 90일 이내에 개발자들이 외부 결제용 링크를 넣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명령했어요. 크고 작은 앱 개발자들은 환영했고, 에픽에게도 좋은 소식이었죠. 애플의 앱스토어 수익 중 모바일 게임은 7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날 애플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31% 급락했어요. 하지만 이번 판결이 애플에 수익의 측면에서 큰 타격을 줄지에 대한 분석은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아요.

애플 역시 중요한 것을 챙겼어요. 바로 애플이 독점 기업이 (아직은) 아니라는 증명이요. 이번 재판은 추후에 있을 반독점 관련 조사들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되어서 전 세계에서 더욱 주목했는데요,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비록 시장점유율이 55%에 달하고 굉장히 높은 이윤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이러한 요소만으로는 독점적인 기업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요. 이를 환영하듯 애플은 성명을 통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앱스토어는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하지만 이번 판결이 앞으로의 반독점 소송에서 애플을 보호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요. 로저스 판사는 안드로이드와 닌텐도 스위치 등의 모바일 게임 시장 경쟁자를 언급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조금만 더 높았다면 독점적인 기업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기 때문입니다.

양측은 모두 소송 결과에 불복하고 있고 에픽은 바로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해요. 최종적인 결론이 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돼요.

사실 애플은 전 세계적으로 앱스토어에 대한 규제에 직면하고 있고, 관련 조항들을 조금씩 느슨하게 풀고 있었어요. 작년에는 백만 달러 이하의 수익을 내는 앱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15%로 인하했었죠. 여기에 이어 지난달 27일, 미국 개발자와의 집단 소송 중이던 애플은 '개발자들이 앱 외부 결제 방식에 대해 이메일 등을 통해 홍보할 수 있다'는, 앱스토어 결제 관련 일부 정책 변경에 대한 합의안을 법원에 제출했어요. 지난 달 말에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로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 데에 이어 4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의 조치를 받아들여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리더(reader) 앱*들에 외부 결제 링크를 허용하기로 하기도 했고요.

이는 모두 애플이 최소한으로 움직여서 현재의 정책을 유지하려는 시도로 보여요. 수수료를 줄이거나 앱스토어 외의 마켓을 허용하는 등 대대적인 정책 변경이 있지 않은 한 전 세계적인 압박은 계속될 것 같은데요. 앞으로 애플이 택할 길이 중요하겠죠.

월드클라스 피아니스트는 같은 곡을 연주해도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하는데, 가장 직관적으로 그 차이를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영상이어서 추천합니다. 음대생들과 드미트리 시쉬킨이 돌아가면서 연주하고 어떤 연주가 시쉬킨인지 블라인드로 맞추는 영상인데요, 이 영상을 보고 시쉬킨 연주 영상을 이것저것 엄청 찾아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