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흙도 파먹고 해야 더 건강해진다고들 하잖아요. 에디터들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었는데, 학교 비품에서 유해물질인 납과 카드뮴이 검출됐다는 이야기에는 식겁할 수밖에 없었어요. 칠판, 환경미화 게시판, 책걸상, 소파, 지우개, 슬리퍼까지. 특히 폴리염화비닐(PVC) 소재가 문제더라고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다함께 걱정해야 하는 문제니까 주목! 

전교조 서울지부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실시한 유해물질 조사 결과, 서울 초등학교 15곳의 비품 38.3%는 유해물질 '위험' 수준이었어요. 납·카드뮴·브롬·염소 등의 농도가 '위험'으로 판명난 제품은 칠판(64.3%), 충격보호대(57.1%), 게시판(30%), 소파(24.2%) 순이었고요. 한 칠판은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상 기준치(100ppm)의 501배에 달하는 5만100ppm의 납이 검출됐어요. 도서관 소파 33개 중 5개에선 기준치의 최대 450배에 달하는 납이 검출됐고요. 모두 PVC 소재로 만든 것들. PVC는 제조 과정에서 납(=발달장애, 자폐 원인)과 프탈레이트(=아토피 등 피부질환, 천식, 불임, 태아기형 등의 원인) 같은 내분비계 교란물질이 들어가요.

성장기인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수한대요. 어린이들이 접하는 물건에 대해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환경성 질환인 성조숙증으로 진료를 받은 유소년의 수는 2015년 7만6000명에서 2019년 10만9000명으로 5년 사이 43% 증가했다고.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어요. 그 중 한 곳이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재단은 2020년부터 '유자(유해물질로부터 자유로운 환경)학교' 프로젝트를, 2023년부터는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을 진행해 왔어요. 학교에서 유해물질을 찾고, 관련 교육도 하고, 집기도 교체하는 활동이에요. 4년간 전국 150개 학급 3531명이 거쳐갔어요.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한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선 물품 교체 후 위험 수치가 54.1%에서 5.4%로 급감했다고.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아이들이 '휴, 다행'이라고 안도하겠죠? 이 매니저님은 그 순수한 반응에 허를 찔리는 느낌이셨대요. "왜 아이들이 이런 걸 걱정해야 할까, 어른들을 믿고 안전한 제품을 쓸 수 있어야 할텐데 싶더라고요. '우리한테 안 좋은 물건이 왜 학교에 있어요?'란 물음에 어른으로서 정말 미안했어요."

아이들은 유자학교에서 지우개, 필통, 슬라임, 화장품까지 일상 속의 유해물질에 대해 배워요. 그리고는 오히려 "어른들은 괜찮냐"고 되묻는다고. 배운 걸 실천하는 데도 굉장히 적극적이에요. 이 매니저는 "PVC보다 에틸렌초산비닐(EVA)이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배운 아이들이 문구점에 몰려가 EVA 실내화를 찾다 보니 사장님도 EVA 제품만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해 주셨어요. '프탈레이트 가소제' 없는 지우개를 사려는 붐이 일기도 했대요.

아이들만이라도 좀더 안전하려면 학교 비품, 일상 용품을 살 때 어떤 확인이 필요할지 여쭤봤어요. 이 매니저님은 "우선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의 KC마크가 최고"라고 하셨어요. 또 아름다운재단은 '유자학교' 홈페이지에 안전성이 인증된 학교 비품 및 어린이용 물품 리스트도 공개하고 있어요.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학교 관계자님들은 꼭 참고하시길 바랄게요.

환경부의 환경표지 인증마크도 유용해요. 참고로 이 매니저님도 캠페인을 맡게 되면서부터 집에서 쓰는 세제를 살 때도 꼼꼼히 살펴보게 되셨대요. "대놓고 환경표지가 없는 제품들이 많지만, 의외로 어머니들 세대부터 쓰던 제품(예를 들어 참그린)들이 착실히 환경표지를 달고 있더라"는 꿀팁도 전해주셨어요.

몇몇 단체나 개인의 노력 말고 법으로 좀 통 크게 해결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우선 아래에 정리한 대로 법의 사각지대가 있어요.

📌학교 유해물질 못 막는 법
우리나라의 '환경보건법'은 초등학교 교실과 도서관의 환경안전 관리 기준을 담고 있지만 벽·바닥재·문·창호에만 기준이 적용돼요. 학교의 유해중금속 관리 기준을 담은 '학교보건법'은 탄성포장재(우레탄 트랙)이나 인조 잔디에는 적용되지만 환경보건법과 마찬가지로 학습 교구는 제외. 학습 교구는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을 적용받는데, 이 법이 시행된 2016년 6월 이후 생산된 물품부터 규제 대상이에요. 칠판이나 환경미화게시판이나 책장 등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연유.

그래서 당장 전국 지자체 8곳(서울시, 세종시, 전라남도, 광주시, 인천시, 충청북도, 경상북도, 경기도)에서 관련 조례를 만들기도 했어요. 서울시는 안전한 학교용품만 모아놓아서 사기 편하도록 '안전한 학교용품 지원센터'를 운영하겠다고 했고요. 그렇지만 다들 수 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없어서 아무것도 안 되고 있는 상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관심 가져주세요. 후원으로 힘 보태주시려면 '유자를 찾습니다 캠페인' 정기 기부회원 가입도 추천. 조그마한 힘이 모여서 세상을 바꿀 테니까요.    

  

🚇옷 만들고 남은 섬유, 지하철역 에어필터로 
경기도에서 개발 중인 폐섬유 재활용 여과필터가 김포골드라인에 시범 적용됐어요. 남아서 버려야되는 섬유를 이렇게 잘 쓸 수 있다니! 실제로 지하철 역사의 공기질 개선에 효과도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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