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토요일에 뭐 하세요? 재미공작소에 놀러 오세요!
그리고 곧 신간이 나올 예정입니다. ‘앳(@) 시리즈’ 열한 번째 책 『완벽한 피해자: 팔레스타인인이라는 존재』입니다. 구독자분들께 표지를 공개합니다! (두근두근!)
“저 폭탄 앞에서 글이란 얼마나 모자란가?”
애도가 멈춘 곳에서 폭발하는 시적 말하기

“은유마저도 전쟁통에 죽어버렸다. 이 죽음에 신성함이라고는 남지 않았다. 구하러 와줄 신 따위 없다.
우리에 대한 대량학살은 오직 광고 시간에만 멈춘다. 판사들은 대량학살을 합법화한다. 통신원들은 수동태로 우리를 죽인다. 운이 좋으면 외교관들이 우리의 죽음에 우려를 표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범인을 비판하기는커녕 절대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은 우리의 종말에 돈을 댄다. 학자들은 관망한다. 풍진이 가라앉고 나면 그제야,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에 관한 책을 쓸 것이다. 용어니 뭐니를 만들고. 과거형으로 강연을 하고. 심지어는 우리 중에도 있을 독수리들이 박물관을 돌며 정작 당시에는 비난했던 것, 구태여 옹호해주지 않았던 것 — 우리의 저항 — 을 찬미할 것이다. 낭만화할 것이다. 신화화하고, 탈정치화하고, 상품화할 것이다. 우리의 살로 조각상을 만들어 세울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죽는다. 작별인사 없이 죽는다.”
<씨너스>에서 마일스 데이비스를 보았다
🦻팔랑

영화 추천 받기를 매우 반가워합니다만 거꾸로는 해본 적이 거의 없어요, 잘 몰라서요. 그러나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감화를 넘어 정화된다는 각성은 확실히 새겨져 있습니다. 좋은 책, 훌륭한 사람을 구독하듯 가급적 자주 좋은 영화를 봐야 한다. 머리가 생각이 영혼이 썩지 않으려면. 

그리하여 연희동 라이카시네마에 동료들과 띄엄띄엄 앉았습니다. 평일 조조 재상영 <씨너스: 죄인들>을 만나기 위해 객석을 채운 관객은 열 명 남짓. 그 중 절반이 우리였으니 광활한 객석 어딘가로 각자 흩어져 화면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tmi: 우리 서로 꽤 가깝지만 기차표도 앞뒤로 끊는 쎈스쟁이들) 원래 작년 봄 즈음에 개봉을 했었다 하는데 어쩌다가 모두 그때 못 본 거예요. 이런 일이 드문데...

아니, 스포 없어요. 예매하실 때 포스터도 자세히 보지 마시라고 권해요. 주말까지 신촌, 연희동 쪽에 상영하는 곳이 있어요. 소규모 극장 예매는 다들 디트릭스를 이용한다네요. 우리 구독자님들은 이미 아실 듯하지만. 저는 동료들이 일제히 '그거 보고 싶었는데 못 봤어.'라는 문장만으로 바로 고고. 

『마일스 데이비스, 자서전』 출간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니 구절구절이 떠오르더라고요. 저는 마일스 자서전을 통해 방대한 재즈의 지도를 제법 명징하게 그려볼 수 있었는데 그런 수확도 수확이지만, 그보다 재즈가 백인 세계에서 돈이 될 때 흑인 뮤지션들 덕분에 메이저 레이블들이 승승장구하고 수없이 앨범들이 녹음될 때 연주자들이 무대에서조차 어떤 인종차별과 수모를 겪는지, 재즈가 왜 흑인의 것일 수 있는지를 아주 가깝게 읽을 수 있었는데요. 어제 영화를 보며 마일스의 분노와 투쟁,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것들에 대한 얘기들이 스크린에 자주 겹쳤습니다. 

"우리 일가에 예술가나 사업가, 전문직 종사자, 음악가 등 특별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하셨거든. 
노예제도가 끝나기 전 옛날에는 농장주를 위해 연주를 했다고 해.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그때 데이비스가家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을 연주했다더라고. 
그게 바로 노예제도 폐지 후에 아버지가 음악을 연주하거나 듣지 못하게 된 이유지."

"오늘날에도 변한 건 하나 없어. 봐봐, 좆같잖아. 어쨌든 이 일에 관한 기억이 내 인격 형성에, 
내가 백인들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물론 다 그런 건 아냐. 위대한 백인들도 있으니까. 
그치만 그 당시 흑인들을 개돼지처럼 몰아 쏴 죽인 걸 생각하면 정말. 집에 쳐들어가 쏴 죽이고 아기와 여자까지 쐈지. 
안에 사람들이 있는데 집에 불을 지르고, 흑인 남자들을 가로등에 매달아 죽이기도 했고. 
어쨌든 거기서 살아남은 흑인들이 그때 얘기를 들려주곤 했어. 
내가 이스트세인트루이스에 살 때 알던 흑인들은 1917년에 그 미친 백인들이 한 짓을 절대 못 잊어."

<씨너스: 죄인들> 꼭 놓치지 마시길. 두 번 보세요. 

덧. 동료들과 등장인물에 관한 수다 중, 저만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에겐 충격적 청천벽력이었는데, 모두들 '어떻게 그걸 모르냐'며 황당무계 대폭소를 터트렸어요. 그게 뭘까요? 
견조

주가의 시세가 내리지 않고 높은 상태에 계속 머물러 있음.


"강남 3구에서 상승거래가 크게 줄어든 반면 서대문, 동작구 등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 『경향신문』, 2026년 4월 6일 자.


*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견조하다'라는 동사형은 등재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치만 말이란 쓰기 나름이죠. 사전에 없는 말이 얼마나 많다고요.

도가 텄다고까지는 할 수 없어도, 책 보부상처럼 돌아다니는 데에 재미가 붙긴 한 편집부의 올해 첫 행선지는 재미공작소입니다. 봄날의책과 함께 하는 듀엣 팝업에서 저희는 지난 20년을 책들로 소개해보려 해요. 기념일 챙기기에 능하지 않고, 촛불 불고 소원 빌고 케이크 자르는 것도 삐걱대는 성격들이라 20주년도 슬그머니 넘어갔었는데요, 이참에 독자분들과 소소하게 마티가 변화해온 20년을 돌아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번주 토요일에 재미공작소에서 뵐 수 있길!
🐡 귀여운 개복치 있음!

🔴 행사 상세 정보
일시: 2026년 4월 11일(토) 오후 2~7시
장소: 재미공작소 (서울 영등포구 선유로24길 10, 2층)
결제 방식: 카드 및 계좌이체
도서출판 마티
matibook@naver.com
서울시 마포구 잔다리로 101, 2층 (04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