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래요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
|
|
|
안녕하세요! 에디터 Friday입니다.
오늘은 솔직한 제 얘기를 쓸까 합니다.
|
|
|
|
요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있습니다. 작가의 전작이었던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를 좋아했던터라 큰 기대감을 갖고 시작했죠. 하지만 이 전위적인 드라마는 무얼까, 어딘가 인디 영화 같은 감성이 칙칙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볼수록 여주인공의 독백에 한 번, 남주인공의 흘기는 눈빛에 한 번, 그렇게 반해 착 감겨버리고 말았습니다. 황무지에 내린 단비같은 그들의 연애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공감되는 대사가 정말 많았어요. 심지어 등장인물들은 하나 하나 저를 이루는 파편 같았습니다. 가만히 어두운 주인공 미정(김지원)은 “한번도 채워진 적 없다”고, 늘 사랑을 갈구하는 언니 기정(이엘)은 “존재하는 척 떠들어대는 말 말고 쉬는 말이 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사건건 열변을 토하는 오빠 창희(이민기)는 “혼자 있으니까 다정해진다”고, 알코올 중독 구씨(손석구)는 “나란 인간 나만 알면 되지 아는 척 떠들지 말라”고 하죠. 그들은 한번도 ‘해방, 해갈, 희열’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해방될지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보려고 합니다.
저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요즘 저는 꽤 불행합니다.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시에 몹시 갈구합니다. 바삭바삭 마른 빨래처럼 향기와 햇살을 담고 싶어요. 저는 뭐가 문제일까요? |
|
|
|
말과 글이었습니다. 제게 말은 빚이고 글은 짐입니다.
저는 말이 지겹습니다. 새로운 만남을 좋아해서 모임이란 모임은 다 나갑니다. 거기서 사람 구경하는게 좋다가도 하나도 안 궁금하고 재미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듣기 싫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먼저 말을 걸고 어색해지는게 싫어서 너스레를 떱니다. 그러다 내가 실수를 한 건 아닐까, 너무 오버한건 아닐까 누가 보낸 적 없는 미움을 받습니다. 회사에서는 싫은 사람한테도 웃으면서 안부를 묻지만 뭐라고 대답하든지 관심도 없습니다. 애매하게 세 명인 단톡에서는 나만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쿨한 척 ‘ㅋㅋㅋㅋㅋㅋㅋ’를 칩니다.
제가 하루에 내뱉은 말 중에 쓸 데 있는 말은 얼마나 될까요? 속에 있는 말을 다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살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요, 자동으로요. 그렇다고 꾸역꾸역 거짓말은 하느냐? 아닙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에요. 정말 반가워서, 웃겨서, 좋아해서 그런 말이 나옵니다. 근데 그것들이 다 빚으로 쌓이는 걸 보면 진심인 진심은 아니었나봅니다.
저는 글이 버겁습니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나를 들이붓는 일입니다. 그렇게 쓰다보니 이제 고갈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글로 쓰고 싶은 주제가 없습니다. 이제는 다리를 계속 떨어야 한 글자 겨우 써지고, 머리를 쥐어박아야 한 줄이 나옵니다.
제가 어거스트 에디터를 한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처음엔 참 쓰고 싶은게 많았습니다. 에디터들이 돈도 안 받고 본업과 별개로 글을 쓰는 이유는 본인의 공부를 위해서였을겁니다. 저 또한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게 재밌었고 쓰려면 알아야 하니까 강제적으로 책상 앞에 앉게 되었죠. 그냥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에 불과해졌습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내공은 안 쌓이고 아는 척만 늘었습니다. 읽지 않은 책을 읽었다고, 알지 못하는 걸 안다고 설명할 수 있는 걸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기꾼이 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글을 쓸때마다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그 부끄러움으로부터 잠시 해방된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합니다.
|
|
|
|
‘쿠션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딱딱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할 경우에 쿠션처럼 부드러운 말을 깐다는 건데, 저, 쿠션어 중독자였습니다. 카톡을 보낼때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이모티콘과 ‘ㅇ’ 받침을 정말 많이 쓰더라구요. 대면 상황에서도 하려는 말 앞과 뒤, 심지어 그 말조차도 완충재로 꽉꽉 덮혀있었죠. 그리고 어찌나 문장을 청유형으로 쓰는지 “뭘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냐”는 말을 들어야 그제야 ‘아 내가 선을 넘지 않았구나’ 안도할 지경이었습니다. |
|
|
|
- 하려는 말 : 저는 치킨이 피자보다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 꺼낸 말 : (상대방의 말이 끝났는데도) 말씀 중에 정말 죄송하지만, 실례가 안된다면 제 의견을 말해도 될까요?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입장을 잘 얘기해주셨는데, 제 입맛이 이상한지 저는 취향이 좀 다른 것 같아요 ㅠㅠ 치킨이 피자보다 맛있을 때가 있더라구용!
|
|
|
|
사무적인 태도 대신, 상냥한 애교가 묻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신경을 말에 썼던지요. 배려하려고 한 건 상대방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제 이미지였습니다. 잘 웃고 친절한 여성의 이미지. 딱딱한 말투로 ‘다가가기 힘든’ 사람으로 비춰지기 싫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개껍질처럼 땅바닥에 떨어진 말들을 주워 모아 두고 있었습니다. |
|
|
|
- 걔가 잘못한 건 맞는데 너도 좀 부드럽게 말했어야지.
- 화난 거 아니지?
- 후배가 후배다운 맛이 있어야지.
- 리액션이 별로야.
- 유도리 있게, 알지? |
|
|
|
자꾸만 눈치 보게 하는 말들을 음소거하고 싶습니다.
근데 저도 똑같아요. 어색할 때 습관처럼 하는 말,
“와 너무 영혼 없는 거 아니야?”
제가 뭐라고 영혼까지 팔라고 했을까요. 이제 저 말들을 견딜 수 없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합니다. 사람 성격 안 바뀐다고, 저는 또 기어 나와 모임에 나가고 키보드를 두드려대겠지만 적어도 제 자신을 정제하면서 살래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저와 같은 동지가 있다면, 쉬고 싶으면 그냥 쉬세요. 세상 안 무너지고 인생 망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한번 쯤은 채워진 인간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
|
|
|
아야노고 X KIRINJI - Crazy Summer
|
|
|
|
에디터 <Friday>의 코멘트
여름이 지나면 돌아올 수 있겠죠?
|
|
|
|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
|
|
|
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식스틴
|
|
|
|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