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래요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에디터 Friday입니다.
오늘은 솔직한 제 얘기를 쓸까 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Friday
볼 영화와 드라마가 너무 많아요.
오늘의 이야기

여러분도 해방되세요! 💔

 👻 내 영혼까지 바래?

출처 : JTBC 홈페이지
 요즘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보고 있습니다. 작가의 전작이었던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를 좋아했던터라 큰 기대감을 갖고 시작했죠. 하지만 이 전위적인 드라마는 무얼까, 어딘가 인디 영화 같은 감성이 칙칙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볼수록 여주인공의 독백에 한 번, 남주인공의 흘기는 눈빛에 한 번, 그렇게 반해 착 감겨버리고 말았습니다. 황무지에 내린 단비같은 그들의 연애를 보는 것도 좋았지만 공감되는 대사가 정말 많았어요. 심지어 등장인물들은 하나 하나 저를 이루는 파편 같았습니다. 가만히 어두운 주인공 미정(김지원)은 “한번도 채워진 적 없다”고, 늘 사랑을 갈구하는 언니 기정(이엘)은 “존재하는 척 떠들어대는 말 말고 쉬는 말이 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사건건 열변을 토하는 오빠 창희(이민기)는 “혼자 있으니까 다정해진다”고, 알코올 중독 구씨(손석구)는 “나란 인간 나만 알면 되지 아는 척 떠들지 말라”고 하죠. 그들은 한번도 ‘해방, 해갈, 희열’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해방될지 너무 궁금해서 계속 보려고 합니다.

 저는 무엇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요즘 저는 꽤 불행합니다.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동시에 몹시 갈구합니다. 바삭바삭 마른 빨래처럼 향기와 햇살을 담고 싶어요. 저는 뭐가 문제일까요?
 말과 글이었습니다. 제게 말은 빚이고 글은 짐입니다.

 저는 말이 지겹습니다. 새로운 만남을 좋아해서 모임이란 모임은 다 나갑니다. 거기서 사람 구경하는게 좋다가도 하나도 안 궁금하고 재미없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듣기 싫어집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먼저 말을 걸고 어색해지는게 싫어서 너스레를 떱니다. 그러다 내가 실수를 한 건 아닐까, 너무 오버한건 아닐까 누가 보낸 적 없는 미움을 받습니다. 회사에서는 싫은 사람한테도 웃으면서 안부를 묻지만 뭐라고 대답하든지 관심도 없습니다. 애매하게 세 명인 단톡에서는 나만 모르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쿨한 척 ‘ㅋㅋㅋㅋㅋㅋㅋ’를 칩니다.

제가 하루에 내뱉은 말 중에 쓸 데 있는 말은 얼마나 될까요? 속에 있는 말을 다 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그냥 살면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이 너무 많이 나와요, 자동으로요. 그렇다고 꾸역꾸역 거짓말은 하느냐? 아닙니다.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에요. 정말 반가워서, 웃겨서, 좋아해서 그런 말이 나옵니다. 근데 그것들이 다 빚으로 쌓이는 걸 보면 진심인 진심은 아니었나봅니다.

 저는 글이 버겁습니다. 무언가를 쓴다는 것은 나를 들이붓는 일입니다. 그렇게 쓰다보니 이제 고갈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글로 쓰고 싶은 주제가 없습니다. 이제는 다리를 계속 떨어야 한 글자 겨우 써지고, 머리를 쥐어박아야 한 줄이 나옵니다.

제가 어거스트 에디터를 한지 2년 정도 되었는데, 처음엔 참 쓰고 싶은게 많았습니다. 에디터들이 돈도 안 받고 본업과 별개로 글을 쓰는 이유는 본인의 공부를 위해서였을겁니다. 저 또한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게 재밌었고 쓰려면 알아야 하니까 강제적으로 책상 앞에 앉게 되었죠. 그냥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에 불과해졌습니다. 시간에 쫓기다보니 내공은 안 쌓이고 아는 척만 늘었습니다. 읽지 않은 책을 읽었다고, 알지 못하는 걸 안다고 설명할 수 있는 걸 '능력'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기꾼이 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글을 쓸때마다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그 부끄러움으로부터 잠시 해방된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합니다.
출처 : 트위터 (@c_codica)
‘쿠션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딱딱하거나 부정적인 말을 할 경우에 쿠션처럼 부드러운 말을 깐다는 건데, 저, 쿠션어 중독자였습니다. 카톡을 보낼때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이모티콘과 ‘ㅇ’ 받침을 정말 많이 쓰더라구요. 대면 상황에서도 하려는 말 앞과 뒤, 심지어 그 말조차도 완충재로 꽉꽉 덮혀있었죠. 그리고 어찌나 문장을 청유형으로 쓰는지 “뭘 그렇게 조심스럽게 말하냐”는 말을 들어야 그제야 ‘아 내가 선을 넘지 않았구나’ 안도할 지경이었습니다.
  • 하려는 말 : 저는 치킨이 피자보다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 꺼낸 말 : (상대방의 말이 끝났는데도) 말씀 중에 정말 죄송하지만, 실례가 안된다면 제 의견을 말해도 될까요? 충분히 이해가 갈 만한 입장을 잘 얘기해주셨는데, 제 입맛이 이상한지 저는 취향이 좀 다른 것 같아요 ㅠㅠ 치킨이 피자보다 맛있을 때가 있더라구용!
사무적인 태도 대신, 상냥한 애교가 묻어나야 한다는 강박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신경을 말에 썼던지요. 배려하려고 한 건 상대방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제 이미지였습니다. 잘 웃고 친절한 여성의 이미지. 딱딱한 말투로 ‘다가가기 힘든’ 사람으로 비춰지기 싫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조개껍질처럼 땅바닥에 떨어진 말들을 주워 모아 두고 있었습니다.
- 걔가 잘못한 건 맞는데 너도 좀 부드럽게 말했어야지.
- 화난 거 아니지? 
- 후배가 후배다운 맛이 있어야지. 
- 리액션이 별로야. 
- 유도리 있게, 알지?
자꾸만 눈치 보게 하는 말들을 음소거하고 싶습니다.
근데 저도 똑같아요. 어색할 때 습관처럼 하는 말,

“와 너무 영혼 없는 거 아니야?”
 
 제가 뭐라고 영혼까지 팔라고 했을까요. 이제 저 말들을 견딜 수 없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합니다. 사람 성격 안 바뀐다고, 저는 또 기어 나와 모임에 나가고 키보드를 두드려대겠지만 적어도 제 자신을 정제하면서 살래요. 혹시 이 글을 읽는 저와 같은 동지가 있다면, 쉬고 싶으면 그냥 쉬세요. 세상 안 무너지고 인생 망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한번 쯤은 채워진 인간으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출처 : JTBC <나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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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Friday>의 코멘트

여름이 지나면 돌아올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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