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감독 신선)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21 〈모퉁이〉
8월 24일 오늘의 큐 💡   
Q. 건대 영화인들의 찐 맛집은?🥘 
볼 거 많고 먹을 거 많은 언제나 핫🔥한 동네, 건대입구! 님도 가보신 적 있나요? '건국대'하면 떠오르는 게 또 하나 있죠. 수많은 배우들과 감독들을 배출한 영화계의 중요한 길목, 건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현재는 재편되어 영상영화학과가 되었다고😥)

워낙 많은 배우와 감독이 활발하게 활동중이지만 최근 작품들을 보면 한 또래의 동문들이 눈에 띄어요. 안재홍, 고경표, 공민정, 배유람 등등. 단편영화부터 아주 끈끈한 우정을 자랑해오던 건대 출신 배우들인데요. 이들이 즐겨가던 찐 맛집,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바이럴 마케팅, SNS 광고는 가라! 건대 영화인들의 단골코스를 그대로 담아낸 영화 <모퉁이>를 소개합니다. 영화를 전공한 세 사람, 성원, 중순, 병수는 함께 영화를 만들고 토론하던 십년 전과는 제법 다른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합니다. 매일 가서 술을 마시던 단골집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교정을 거닐지만 흘러간 시간은 무시할 수 없어요. 
건국대 영화학과 출신인 신선 감독이 가까운 사람들과 익숙한 장소에서 만들어낸 리얼리즘 영화지만, 그렇다고 실화는 아니에요. 그저 영화를 계속하는 마음과 한 시기의 사람들에 대한 진심이 이리저리 녹아들어있습니다. 어쩐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 앞에서는 마음이 말랑거리게 되는데요. 인디즈 큐 최다 언급작이 아닐까 싶은 그 작품!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한번 더 짚고 넘어갈게요.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영화들이 있죠. 아마 영화를 사랑하는 님도 이 마음을 느끼고 속절없이 좋아하게 된 영화가 있으실 것 같아요. 인디즈 큐는 언제나 그 마음을 추앙하고 있어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모퉁이〉

 

영화 모퉁이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어딘가에서 쉬이 찾아볼  있을 것만 같다대학 시절 같은 영화과를 나와 청춘의 일부분을 함께 보냈고 지금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성원중순병수의 이야기는 시간이 흘러 가끔씩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어버린 인연들을 머릿속에 떠올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공감할  있는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균열이 느껴지고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관계를  번도 몸으로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영화는 동시에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각각의 삶을 살아내고 있는 개성 있는 인물들이고 그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서사가 충분히 있을 법하다고 여겨지지만 영화가 이런 인물들의 대화 사이에 끼워넣은 몇몇의 강렬한 장면들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는 만약 물성이 있었다면 손으로 쥐었을 때 바스라질 것처럼 연약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삶과 죽음의 흐릿한 경계를 오가고 있으며 펜이나 콜라캔운동화 같은 물건들이 영화 속에서 순환하며 등장해  이야기가 정말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

병수의 펜이 카페 알바생의 손에서 중순에게 갔다가 다시 병수로 돌아오는 것이나 낮에 만났던 알바생을 우연히 다시 개미집에서 마주치게 되고 알바생이 술에 취해 성원과 중순의 테이블에서 빼앗아 마셨던 콜라캔이 후에 개미집 앞을 지나는 학생들의 발에 채이는 것으로 등장한다든지 하는 신기한 우연들 또한 너무나 상황에  들어맞아서 어쩌면 영화의 모든 것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실제 우리의 삶에서 정말로 그런 우연 같은 필연이 찾아올  있지만 그걸 발견하지 못한 우리는 그런 일은 있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병수가 쓰고 있다던 글이 바로 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야기는 영화의 영제처럼 그렇게 놀랄 만한 (No Surprise) 아니다삶에서 우리는 어떤 일이든 마주칠  있고 동시에  아무런 일도 겪지 않을  있기 때문이다. 시야가 가려져 있어 누구를무슨 일을 만날지 모르는 모퉁이를 돌면서 병수를 우연히 마주쳤다고 생각한 성원과 중순에게  순간은 뜻하지 않았던 우연이었겠지만 멀리서 걸어오는 성원과 중순을 미리 발견했던 병수에겐 그의 결정에 따라 있었을 수도 혹은 없었을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순간들을 삶에서 마주하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어느새 그곳에 가 있을 것이다. 마침 그곳을 자각하는 우리가 거기 있을 테니까.”라는 말로 시작하는 〈모퉁이〉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 찾아오는 순간들을 받아들이는 인물들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선택으로 생길 수 있는 많은 갈래길, 수많은 우연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리는 걷다가 어느새 모퉁이를 발견할 것이고 마침 모퉁이를 돌아가는 우리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우리는 삶에서 또 어떤 순간들을 마주하게 될까.


인디즈 김소정

<모퉁이> 감독 신선|73분|드라마|12세이상관람가 


“우리의 대화는 왜 지금 여기 있는 걸까?” 
길모퉁이에서 우연히 마주친 영화과 동문 
성원(이택근)과 중순(하성국) 그리고 병수(박봉준). 
세 사람은 불편한 기류가 흐르는 술자리를 함께한다. 
10년의 공백을 채우는 그들의 영화담(談)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영화를 만들지 못한 이야기, 영화가 되다 🎬
<모퉁이> 속 성원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여전히 영화를 만들지 못합니다. 신선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영화 언제 찍냐는 말을 긴 시간 들었고, 계속해서 영화를 쓰고, 결국은 영화를 만들어 우리 앞에 도착했어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역시 그런 영화입니다. 영화를 만들지 못해서 기어이 영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어요💧 어쩔 수 없이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하게 되어버리니까요!

인생의 모퉁이를 걸어나가는 힘에 대하여

〈찬실이는 복도 많지〉

 

〈모퉁이〉의 영어 제목은 한글을 직역한 Corner가 아니라 No Surprise다. 모퉁이 너머 무엇이, 누가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놀라지 말라는 의미일까. 골목길 모퉁이를 지나면 나오는 영화과 동문들의 단골 가게 '개미집'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마치 꿈 같다.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때로는 모르는 채로 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팍팍한 현실을 그래도 꿀꺽 삼킬 수 있는 건 꿈처럼 믿어지지 않는 순간이 문득문득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갑자기 일이 끊긴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 역)의 현실과 꿈을 이야기한다. 집도 없고, 애인도 없고, 하던 일까지 잃은 찬실의 앞에 장국영 유령(김영민 역)이 나타난다. 장국영은 찬실이 우중충한 현실을 잊게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돕는 존재이기도 하다. 인생의 모퉁이 너머 어떤 일을 맞닥뜨리더라도 놀라지 않고 그대로 수긍하는 힘. 찬실이가 가진 가장 커다란 복은 어쩌면 그 힘일지 모른다.


인디즈 은다강

<찬실이는 복도 많지> 감독 김초희|드라마/로맨스/멜로/판타지|96분|드라마|전체관람가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집도 없고, 남자도 없고, 갑자기 일마저 똑 끊겨버린 영화 프로듀서 ‘찬실’.
현생은 망했다 싶지만, 친한 배우 ‘소피’네 가사도우미로 취직해 살길을 도모한다.
그런데 ‘소피’의 불어 선생님 ‘영’이 누나 마음을 설레게 하더니
장국영이라 우기는 비밀스런 남자까지 등장!
새로 이사간 집주인 할머니도 정이 넘쳐 흐른다.
평생 일복만 터져왔는데, 영화를 그만두니 전에 없던 ‘복’도 들어오는 걸까?

실제로는 매일매일 반가운 사이😍  
<모퉁이>는 작지만 정말 든든한 영화인 것 같아요. '건대 동문' 친구들이 모두 뒤에서 이 영화를 든든히 응원해주고 있거든요!🤝 결국은 영화로 돌아오는 그 마음이 가득 담긴 이 영화를 모두 물심양면 응원해주고 있는데요. 영화에 특별출연해준 고경표, 배유람 배우에 이어 이번엔 공민정 배우가 인디토크 진행자로 나섰습니다🎤 가깝고 편한 사이에서 자유롭게 오간 영화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영화에 대한 많은 설명이 될 거예요💕
"사실 저뿐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친구들도 다 되게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거든요. 그 이유는 다 각자 다른데, 그런 개개인의 사정보다는 불안을 대처하고 있는 그 자세, 불안을 느끼는 그 표정들, 이런 것들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사실 영화 속 일들 중 저에게 일어난 일은 없어요. 개미집은 저희가 실제로 자주 가는 단골집이지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 적은 없고 한 10% 정도 닮아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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