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는 넷플릭스를 좋아합니다.
갤갤과 별샛별은 ‘프로메테우스’라는 대학 영화동아리 출신인데요. 그래서 어떤 날의 기획회의는 영화 얘기만 나누다 끝이 나기도 합니다.
넷플릭스가 특히 좋은 이유는 전 세계에서 제작된 영화를 손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넷플이 없을 때도 ‘외국영화를 볼 순 있었지만’
- 상당한 흥행작이거나,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탔을 때에나 수입됩니다.
- 국가에 따라 수입 편수와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기존의 영화 수입 공식을 따르지 않습니다. 흥행이나 수상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지 않는, 즉 넷플릭스 최초・단독・전 세계 동시 개봉 작품들이 많습니다. 혹은, 흥행과 수상으로만 수입을 고집했더라면 한국에선 영영 보지 못했을 영화나 드라마들도 꽤 있습니다.
이를 테면 넷플릭스 검색창에 ‘인도네시아’를 입력하면 40편 남짓의 작품이 확인됩니다. 더 많을 수도 있지만 저희가 발견한 건 그 정도입니다. 과거엔 인도네시아 문화원에 가거나 어둠의 경로에 의존해야만 볼 수 있었던 작품들을 이젠 넷플 하나면 집에서 맘 편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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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우디 #영화 #드라마
말이 나온 김에 인도네시아 영화에 대해 좀 더 얘기해 보죠. 저희는 이중 10여 편을 시청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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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한국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두 영화 모두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가 반목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녀가 더이상 품 안의 자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자와 결혼을 했거나, 할 예정이거나, 이혼을 하거나, 부모가 원하는 직장을 갖지 않거나,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거나… 어쩜 저렇게 한국과 비슷할까 싶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웠던 건 인도네시아 내부인들이 겪는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입니다. 델타 월딩이 인도네시아를 여러 차례 다루며 인도네시아의 특징에 대해 다음으로 설명했었죠.
-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섬나라로, 섬의 갯수가 17,000여개
- 인도네시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비행기로만 7시간
- 소수 종족이 1,300여 개에 이르고, 언어도 650여 개나 됨.
중동에서 아랍・페르시안・유대인 등이 서로 반목한다지만 인도네시아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 수준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인도네시아도 종족 간 갈등이 있습니다. 두 영화에서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와 갈등을 겪는 이유 중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 배우자’ 즉, 우리와 다른 종족 사람과 결혼을 했거나, 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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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사랑은 얼마인가요 2>는 자바섬의 자카르타에 사는 한 가족을 보여줍니다.
어머니는 수마트라섬의 중서부 해안에 위치한 파당 출신(미낭카바우족)이자 독실한 무슬림 신도인데요. 첫째 아들의 아내가 파당 출신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며느리를 무시하는 일이 잦습니다. 말 잘 듣던 아들이 며느리 때문에 달라졌다며 TV 드마라에 감정이입하고 울먹이기까지 하죠.
잘 생긴 둘째 아들은 반둥에서 대학을 다녔는데요. 둘째 아들이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여성들과 원나잇 데이트만을 즐기는 게 ‘반둥’에서 공부한 것 때문이 아닐까 염려합니다. 그리고 셋째 아들은 과거에 마약을 했다는 사실을 아내에게 들켜 어머니집으로 쫓겨나고 양육권도 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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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주 달콤한 작전>은 인도네시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는 바탁족*이자 기독교를 믿는 한 가정을 보여줍니다.
*가장 많은 인구는 자바, 다음으로 순다
이들은 말레이시아와 맞닿은 수마트라섬의 북부 지역(메단~토바호수)에 집단적으로 거주하는데요. 고집이 세도 너무 센 아버지는 결혼 문제로 갈등을 겪습니다. 자바섬의 반둥으로 건너간 장남이 바탁족이 아니라 순다족 여성과 결혼하겠다고 통보한 거죠.
바탁족 전통에 따라 부모를 모시고 가계를 이어야 할 의무가 있는 막내 아들은 자바섬 중부의 욕야카르타에서 자바인을 양아버지 삼아 살고 있고, 로스쿨까지 나온 똑똑한 셋째 아들은 수도 자카르타에서 코메디언을 하고 있기에 TV에서나 얼굴을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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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발리섬’으로 유명하고,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 생산량이 많은 ‘인도네시아’일 뿐이지만 내부에선 ‘다름’이 더 도드라지고 부모-자식 간에 아예 얼굴을 안 보고 살기도 합니다.
이들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르겠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텐데요. 영화에선 전통 결혼식이나 가족 행사가 나오는데 옷차림부터 완전히 다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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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낭족(바탕)과 바탁족(토바호수)은 수마트라섬 안에서 인접하게 살고 있으면서도 종족 다수가 믿는 종교는 무슬림과 기독교로서 또역시 다릅니다.
그럼에도 어쨌든 영화입니다. 해피엔딩입니다.
<사랑은 얼마인가요 2>에서의 바탕이 고향인 시어머니는 자카르타 출신의 며느리 손을 잡으며 고맙다 말합니다. <아주 달콤한 작전>의 바탁족의 고집 센 아버지는 아들들이 살고 있는 욕야카르타와 반둥, 자카르타를 직접 찾아가 화해를 청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화했다는 걸 윗세대가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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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세대 갈등과 화해는 인도네시아 영화만의 특징이 아닙니다.
넷플릭스에선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제작된 콘텐츠도 볼 수 있는데요. 특히 추천하는 건 4부작 코메디 드라마 <위기의 명절>(2023)입니다. 편당 40분, 두 시간 반이면 순삭인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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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비슷합니다.
무슬림의 최대 명절이죠. 라마단이 끝났음을 알리는 이드(Eid)를 맞아 영국으로 유학갔던 큰 딸과 외손녀가 몇 년 만에 사우디로 돌아옵니다. 부모들은 심리학 박사학위까지 받은 딸이 이제는 사우디에서 취업하고 살아주길 바라지만 딸에게 사우디는 고통스러운 고향입니다. 부모의 외손녀와 함께 얼른 영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게다가 그는 파키스탄계 영국남자와 결혼을 약속했는데요.
약혼자 역시 무슬림이긴 무슬림입니다만 어린 시절 온 가족이 영국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영국식 생활과 사고 방식이 더 익숙합니다. 이미 영국은 인도 이민자가 총리에까지 오르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약혼자는 가족들에게 인사드릴 요량으로 깜짝 선물처럼 사우디로 와버립니다. 사우디가 그토록 보수적일 거라곤 짐작도 못한 채로 말이죠.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사우디에서 파키스탄인은 ‘외국인’이나 ‘이민자’가 아니라 허드렛일을 하는 ‘이주노동자’에 불과합니다. 딸의 약혼자일 거라곤 상상도 못한 아버지는 그에게 침대 조립을 요청하거나, 후에 정체를 알게 되자 스파이가 아닐까 의심하며 정부 요직에 있는 친구에게 신원 조회를 의뢰합니다.
우리가 보기엔 같은 무슬림이지만 국가가 다르고 사우디 내에서의 사회적 지위도 다릅니다. 무시하고 불신하고 반목하는 차별적 언행을 숨김 없이 보여줍니다. 또 한축으로는 히잡을 두르지 않는 딸과 외손녀에게 전통을 지킬 것을 은근히 강요하는 어머니와의 갈등도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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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어쨌든 드라마입니다. 그동안의 사건・사고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과정에서의 유쾌한 소동극으로 일단락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이들이 사우디 무슬림이라는 걸 걷어 내고 나면 한국의 흔한 가족이기도 합니다. 부모는 딸을 아주 많이 아끼고 사랑합니다. 딸이 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한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자 몰라서 미안했다며 사과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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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가 놀라운 건 넷플릭스 최초 공개지만 실은, 사우디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습니다.
치부가 될 수도 있는 사우디의 내부 문제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건 MBS 왕세자의 윤허 없이는 애당초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랍권 뉴스 매체에 대대적으로 홍보가 되고, 감독의 전작은 사우디 영화제작위원회로부터 제작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감독이 여성입니다. 사우디가 여성의 운전면허증 발급을 허용한 게 불과 5년 전인 2018년인 걸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흐름입니다. 물론 드라마 하나로 사우디의 여성 인권이 빠르게 신장됐다고 평가해선 안 됩니다.
그럼에도 메세지입니다. 사우디가 변화하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사우디 내부와 전 세계에 보여줍니다.
이를 테면 한 달 전, 부산 EXPO가 논란이 됐는데요. 알만한 사람들은 사우디가 선정될 수밖에 없음을 이미 예상했습니다.
사우디가 전 세계에 오일 머니를 뿌려서가 아닙니다. 새로운 사우디를 만들기 위해 칼을 빼드는 심정으로 스포츠와 문화, 첨단 기술 등 다양한 부문에 과감히 투자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우디의 대규모 투자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 네이버를 통해선 클라우드와 AI 등의 서비스를,
- 카카오엔터는 웹툰과 문화산업 전반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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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위기의 명절>은 누군가에겐 시시한 가족 드라마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사우디가 만든 넷플릭스 단독 공개 드라마라는 사실은 위상을 완전히 다르게 만듭니다. MBS 왕세자의 국가 비전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될 수 있는질 시사하는 상징적 사례인 거죠. 그러니 모두가 이 드라마를 봐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국제정치 전공자라면 이 드라마는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사우디의 내부 변혁에 대해선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과 함께 하는 < 중동, 카라반>에서 더 자세히 얘기나누도록 하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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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물결은 앞서 소개했던 인도네시아 영화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사우디 드라마 <위기의 명철>처럼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은 건 아니지만 사회적 수요가 충분했기에 제작됐습니다. 두 영화는 인도네시아의 다양한 영화제에서 상도 받았는데요. 특히 바탁족을 다룬 <아주 달콤한 작전>은 2022년 인도네시아 저널리스트 영화제를 휩쓸었습니다.
하나의 국가가 근대화를 완성하고 경제 또한 비약적 성장기에 돌입하면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와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동아시아 3국 한국・일본・중국이 사회・경제적으론 연결되어 있음에도 서로 반목하는 이유 중 하나도 주권국으로서의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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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자기반영적 콘텐츠가 만들어진다는 건 그 사회의 경제력이 신장됐음을 의미하는데요.
인도네시아 영화들에 결혼을 두고 다양한 갈등이 등장하는 건 그 또한 인도네시아의 특질로서, 자기긍정의 과정입니다. 이토록 많은 종족과 언어가 있는 것도 인도네시아고, 갈등하지만 그럼에도 화해하고 하나의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인도네시아만의 문화입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국가모토는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뜻을 가진 비네카 퉁갈 이카(Bhinneka Tunggal Ika)입니다.
인도네시아만의 특징은 국제정치에서도 완연히 드러납니다.
지난 해에 “G20은 인도네시아 외교력의 승리”라는 비밀작전을 보내드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서구 선진국과 남쪽국가들 간의 의견이 달라 공동 성명문 발표가 무산될 거라는 의견이 많았었죠. 그럼에도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이들의 입장을 조율하며 공동 성명문을 채택시켰는데요. 태생적으로 다원화된 정치・사회적 환경에서 자연스레 학습된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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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는,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를 자세히 뜯어 보면 해당 국가의 요즘 관심사나 지향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에서 자기반영적 콘텐츠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다는 건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이는 경제력이 상당 수준 올라서고 자부심도 커졌음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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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극성무질서 #남쪽국가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한 해를 회고하며 델타 월딩 비밀요원들이 꼽은 2023년 최고의 글로벌 리스크는 ‘대량분열무기(미디어・A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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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비밀작전에서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소개했는데요. 영화를 보면 사이버전 시대에 테슬라가 끔찍한 살인무기로 변모합니다. 첨단 기술의 발전 속도라든지 거버넌스 주체, 연구와 사용 윤리 등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LINK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 없듯이, 디지털 원시인으로 살아갈 수만도 없습니다. 첨단 기술이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어줬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직접 방문해야만 알 수 있었던 현지 소식이나 전문 지식을 넷플릭스와 구글 크롬+유튜브, 챗GPT만 있으면 염려할 게 없습니다. 어제는 인도네시아, 오늘은 사우디였다면 내일은 나이지리아를 여행하며 내 삶을 실로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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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양성은 한 개인의 삶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 역시 중심이 다양해졌습니다. 문자 그대로 ‘다극성’의 시대입니다.
델타 월딩 비밀요원들이 선정한 2024 글로벌 트렌드 1위도 ‘다극성 무질서’가 차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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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질문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다양성이 늘 편한 건 아닙니다.
내가 손님일 땐 ‘다양성’이 나를 심리적으로 안락하게 만들어 주지만, 주인일 땐 귀찮습니다. 이것도 챙겨야 하고 저것도 챙겨야 하고… 내가 만들어 놓은, 혹은 이미 정해진 규칙을 손님들도 따라줬으면 하지만 그게 쉽나요.
다극성의 시대란 바로 이런 겁니다.
생각하고 신경써야 할 게 비약적으로 증가합니다. 과거엔 좋든 싫든, 미국이 주조한 특정한 질서 하나만 잘 이해해도 충분했습니다. 학문적 비판도 제국주의라든지 미국 우선주의라는 키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중국의 일대일로가 등장하는데… 이걸 미국적 질서에의 반기라 할지 저항 혹은 혁명이라 할지 애매합니다. 미국 중심의 단일한 세계관에 균열을 낸다는 점에선 환영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의 비지니스 모델이라고 제국적 약탈 경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선과 악이 대립이 아니라 두 개의 약탈적 경제권역이 생긴 건가 싶지만 막상 남쪽국가들을 하나씩 뜯어 보면 수혜 혹은 약탈이라는 두 개의 단어만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극성의 시대란
- 1~2개의 절대 패권국에 종속된 다수의 약소국으로 구성된 세계가 아닙니다.
- 지역마다 각기 다른 세력권을 형성한 ‘작은 머리’들이 많아지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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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테면 인도네시아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을 갖고 싶으면 인도네시아 내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라는 정책을 발표했죠.
그래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 법인을 신설해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있으며 내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가동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를 생산하는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도 완료해 제조와 판매의 선순환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로 들어간 건 니켈과 배터리 때문만은 아닙니다. 인도네시아 인구가 2.7억여 명인데요. 이중 50% 이상이 소위 말하는 MZ세대입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이코노미가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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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만이 아니라 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세안 전역이 인구도 많고 젊습니다. 이러한 사정은 중동이나 아프리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젠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얘기지만 경영・회계 컨설팅펌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2017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 2050년엔 인도네시아가 PPP 및 명목 GDP 모두 세계 4위에 이를 거라 추정합니다.
-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브라질・중국・인도・멕시코・러시아・튀르키예 등 신흥시장 국가(E7)가 세계 경제의 50%를 차지한다죠.
그리고 이들은 지역의 리더국가를 자임합니다.
- 인도네시아 → 아세안
- 인도 → 서남아시아
- 브라질 → 중남미
- 사우디 → 중동
- 튀르키예 → 지중해와 흑해 연안
- 나이지리아・남아프리공화국 → 아프리카
등을 멱살 잡고 하드캐리하겠다고 나섭니다. 거듭 다극성의 시대란 ‘작은 머리’들이 많아지는 시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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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주변국으로 전쟁이 확산되지 않은・못한 이유도 다극성 패러다임으로 재해석할 수 있습니다.
- 원유시대의 종말을 앞두고 사우디는 경제체제의 질적인 전환을 꿰하고 있습니다.
- 지역 내 안보만 잘 조성해두면 눈부신 경제성장의 길목에 진입하기에 충분합니다.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하려는 이유도 이때문이죠. 과거엔 중동의 안보를 미국과 러시아에 의탁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책임지고 행사하겠다는 겁니다. 전 세계 평화까진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앞마당은 내가 통제해 보겠다는 겁니다.
그러니 굳이 사우디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에 민족과 종교를 사유로 참전할 요인이 적습니다. 소탐대실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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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점이 우리를 일시적 무질서로 빠트리기도 합니다.
질서가 편한 건 판단의 기준을 제시해 준다는 점입니다. 흡사 장르영화의 공식처럼 말이죠. 넷플릭스에서 어떤 영화를 볼까 뒤적이는 것보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를 선택하는 게 대부분 안전합니다.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능을 대부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국제사회도 별 다르지 않습니다. 좋든 싫든, 미국이 주조한 세계질서 안에서는 선과 악, 옳고 그름이 명확했습니다. 찬성과 반대, 둘 중 하나만 선택해도 충분했죠. 그 후과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작은 머리’를 가진 플레이어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판단의 기준이 모호해집니다. 다음 스텝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늘어납니다. 엄밀히 말하면 판단의 기준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손익계산서’로 재편될 뿐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쪽국가’라는 단일한 언어로 표현했는데요.
- 세계인구의 2/3를 차지하고
-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오세아니아, 라틴 아메리카 및 카리브해의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는 130여 개의 국가가
매 사안마다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 속단하는 건 어리석습니다. 남쪽국가들이 자유와 포용의 세계를 이상적이고 낭만적으로 펼쳐줄 것이라 착각해서도 안 됩니다. 이것은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협력과 경쟁적 관계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수시로 변할 뿐입니다. 손익계산서를 두드리면서 말이죠.
이를 테면 같은 아세안 국가더라도 중국과 해상 영유권 갈등을 겪는 필리핀과, 직접적 영토 분쟁을 치르지 않는 인도네시아는 남중국해 이슈에 대해선 온도차가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변화협약에서도 관광업 비중이 높고 디지털 이코노미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전기차로 산업구조를 전환하는 인도네시아와, 그렇지 않은 인도가 늘 같은 입장이라 기대할 순 없습니다.
인도와 중국은 국경지대에선 물리적 분쟁을 치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비슷한 포지션을 취합니다. 하지만 제조공장들의 탈중국화 흐름 위에선 다시금 경쟁적 관계에 놓입니다.
그래서 인도와 중국은 같은 편일까요,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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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입니다. 그저 케이스 바이 케이스와 그에 따른 손익계산서가 있습니다.
즉, 무질서란 질서가 없어 무질서가 아닙니다. 기존의 판단 기준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기에 무질서하게 보일 뿐입니다. 때문에 새로운 판단 기준에 빠르게 적응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 간에도 국제질서는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물론 귀찮습니다. 다극성의 시대는 생각할 것도 신경쓸 것도 많습니다. 쉽게 말해 공부할 게 많아집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작은 머리’들이 증가했고, 그들은 지금 당장엔 미미하게 보일 지라도 성장가능성이 너무 크거든요.
아쉬운 쪽이 따라가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늘 말하지만 잡다한 지식을 머리 속에 집어 넣는데 인생을 허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눈부신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나 태도와 시선의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죠.
- 이건희 회장은 삼성 직원이 아니라 동네 슈퍼마켓 사장과 대화가 더 잘 통한다구요.
우리가 광대한 지역에 퍼져 있는 130개가 넘는 남쪽국가들을 모두 상대하거나 깊이 있게 알 순 없습니다. 하지만 지역의 ‘작은 머리’를 자임하는 10여개의 리더국가들은 이제 잘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머리’ 국가입니다. 누구와 편을 먹거나 세력권에 완전히 편승하는 ‘꼬리’ 국가가 아니라 작지만 그 일대를 책임지는 ‘리더’입니다.
때문에 그들을 상대하려면 우리 또한 리더의 태도와 시선을 가져야 합니다. ‘꼬리’ 국가의 마인드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눈치봐야 할 ‘머리’ 국가의 갯수만 늘어나는 시대를 경험하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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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리더의 태도와 시선은 어떤 게 있을까요?
이를 테면 ‘아시아 AI 개발자 회의’를 매해 강원도 춘천에서 개최해 볼 수 있습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의 개발 패러다임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는데요. 문제는, 개발에 따른 후과는 전 세계가 함께 집니다.
대표적으로 인간의 언어를 학습한 AI는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사용하던 차별적 언어도 그대로 모방한 채 확대재생산을 이어가는데요. 이러한 폐해는 아시아인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됩니다.
그러니 아시아 AI 개발자들이 한국의 춘천에 모여 AI 연구와 사용의 윤리 지침을 제정해볼 수 있죠. 이를 실리콘밸리에도 요구합니다. 그해의 주목할 만한 이슈도 함께 브리핑하며 AI 개발의 뉴웨이브를 주도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LLM 언어로 구동되는 생성형 AI를 직접 개발하는 몇 안 되는 국가인 만큼 충분히 명분이 있습니다. 동시에 한국의 생성형 AI 기업과 스타트업을 국제무대에 데뷔케 하는 기회가 됩니다.
생성형 AI로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그 흐름을 주도하며 권위와 실리를 모두 챙기자는 겁니다. 레고랜드 대신 아시아 AI 개발자 회의를 춘천의 명물로 만들어 볼 수도 있는 거죠.
물론 이를 주도하는 건 민간과 학계지만 청사진을 제시하는 건 정치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무형의 형태로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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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부산에서 전 세계 웹툰・웹소설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페스티벌을 개최할 수도 있습니다. 10월에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니 5월 말~6월 초가 딱 좋겠네요.
한국은 첨단 기술과 더불어 콘텐츠 강국입니다. 그렇다면 잘 하는 걸 더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요. 실은, 2019년부터 경기국제웹툰페어가 열리고 있습니다만 이는 판매에 초점을 맞춘 상업적 이벤트입니다.
리더적 태도와 시선을 가진다는 건, 한국작품을 알리는 데에만 그치는 게 아닙니다. 전 세계의 웹툰과 웹소설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정치적 선언입니다. 전 세계 작가들이 한국에서 데뷔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질적 도약을 꾀하는 거죠.
즉,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웹툰・웹소설 국제 페스티벌을 만들어 버립니다. 국적에 관게 없이 괜찮은 작품엔 부문별로 나눠 권위있는 상을 수여하고, 기획전을 만들어 집중 조명합니다. 전 세계 비평가들을 불러 웹툰・웹소설의 문화・예술적 성취를 조명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다각도로 분석합니다.
부산 EXPO처럼 기존에 존재하는 행사를 유치하는 데에만 급급하는 게 아니라 한국이 잘 하는 것, 다른 국가에 뺏길 수 없는 원천기술에 대해 최초의 OOO을 만들고 이를 확산시키는 노력을 하는 겁니다.
부산을 뉴미디어 문화・예술의 국제도시로 새롭게 스토리텔링을 해볼 수도 있겠죠. 부산에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부산 페스티벌+경주, 부산 페스티벌+거제+통영 등 6박7일 패키지 관광상품을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참, 국제드라마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드라마를 대상으로 어워드를 개최하는 겁니다. 왜 한국이 하냐구요? 드라마 수출국으로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한국이 안 하면 누가 해야 하나요?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다는 사실에만 도취되는 게 아니라 또다른 드라마 강국 미국, 영국, 일본, 튀르키예, 스페인, 남아프리카 공화국, 라틴 아메리카 등 모든 드라마를 대상으로 상을 수여합니다.
드라마로 월드컵과 같은 세계대축제를 연출해 보는 겁니다. 전 세계 드라마 팬들에게 문자 투표도 받고 격년 단위로 한 해는 한국, 한 해는 드라마 어워즈 개최국을 바꿔서 해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국제드라마제를 개최한다면 충북 단양이 좋겠네요. 청주공항과 문경 드라마 셋트장 모두와 가까우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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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구멍가게 수준일지라도 내가 직접 만들어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함께 잘 해보자며 독려도 하고 윤리 지침도 제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OOO에 관한 오리지널티가 한국에 있음이 각인됩니다. 책임을 지겠다는 선언을 통해 권위도 함께 올라갑니다. 즉, 특정 부문의 회의와 페스티벌, 연합을 상상하고 직접 실행하는 힘이 리더적 태도와 시선입니다.
종종 한반도 평화를 말하거나, 한미관계에 대해 힘주어 찬반을 논해야지만이 비전적 사고라 판단하는 이들을 마주칩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두 가지는 한반도를 말할 때 응당 논해지는 디폴트값일 뿐, 더이상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70년 넘게 반복되는 언어와 철지난 구호만으로는 지금의 변화를 따라가기 버겁습니다.
게다가 한반도 평화는 한반도에만 해당하는 지엽적 이슈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뼈 아픈 얘기지만 전 세계사적 명운이 걸린 일이 아닙니다. 아시아 공통의 아젠다도 아닙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조차 그들만의 사정으로 치부되는 게 현실입니다.
‘작은 머리’ 국가의 태도와 시선을 갖는다는 건 우리에게만 해당하는 이슈에 매몰되는 것에서 벗어나 국가 간 공통분모를 넓히는 아젠다를 찾아내는 능력입니다.
한편 콘텐츠 산업과 몇몇 첨단 기술이 한국의 독보적 경쟁력이라면 단지 우리 것을 많이 판매하는 데에만 집중해선 안 됩니다.
- 보편적 인류애와 세계사적 책임의식을 갖고
-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개발자・작가 등)의, 에 의한, 를 위한 협회나 페스티벌을 만들어 생태계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것
이것이 우리가 잘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작은 머리’ 국가의 소명의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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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세 차례에 걸쳐 2023년을 회고하고 2024년을 전망했습니다. 세 개의 토픽을 기억하세요.
델타 월딩과 올 한 해 행복하셨길 바라며 따뜻하고 풍요로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는 다음에 다시 새로운 비밀작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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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주] 2023년 회고&2024년 전망
- ③다극성 무질서, 남쪽국가, ‘작은 머리’ 국가의 비전 LINK
- ②대량분열무기, 현실화되는 AI 그리고 미국 LINK
- ①미중관계 10년 부침사 종합정리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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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 다시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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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에 한 번 일요일, 저녁 6~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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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2/4, 3/10, 4/7
- 줌 그리고 2・6호선 합정역 정치발전소 동시 진행
- 김동석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교수
남쪽국가가 중요해집니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아프리카의 성장으로 인해
- 미국・중국・일본・프랑스・러시아・튀르키예・브라질 등은 아프리카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한국도 2024년 한-아프리카 특별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대아프리카 외교 강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아프리카의 정체성, 쿠데타와 독재, 강대국의 아프리카 진출, 해외 원조를 공부하며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을 갖습니다.
신청은 이곳에서~
👉🏾혼자서도 복습 가능한 줌 녹화링크와 후기노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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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카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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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에 한 번 토요일, 저녁 6~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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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2/17, 3/16, 4/13
- 줌 그리고 2・6호선 합정역 정치발전소 동시 진행
-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중동의 중요성은 모두가 잘 압니다. 그러나 종교와 민족으로 뒤엉킨 복잡한 정세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좋을지 몰라 헤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 어느 것도 외우지 않습니다. 과학적이고 비교·분석적으로 접근합니다.
- 두루뭉술한 감정과 당위에 치우친 피곤한 구호가 아니라 코즈모폴리탄의 시선으로 다가갑니다.
가장 최신의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변혁으로 꿈틀거리는 젊은 지역 중동을 ‘이웃나라’처럼 친근하게 만들어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도록 해요~
신청은 이곳에서~
👉🏾혼자서도 복습 가능한 줌 녹화링크와 후기노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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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라 소사이어티, 무엇을 하나요?
- 4주에 한 번,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만나
- 전문가와 함께 글을 읽고 대화를 나눕니다.
💬 어떤 내용들을 다루나요?
- 테마 1. 세계지도 다시 그리기, 세계 루트파인딩, 아날로그 책읽기, 술술지정학, 하드코어 독서모임 등 외교안보 집중 코스
- 테마 2. 정책공작소, 미디어 모자이크, 빅테크 느와르, 중산층 모더니티, 지속가능성(교육・노동・환경) 등 한국사회 딥다이브 코스
- 테마 3. 갈등디자인, The First Zero 글쓰기, 델타 월딩 마법학교, 처음 만나는 영화 등 일 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재충전하는 코스
🌈 무엇을 가져갈 수 있나요?
- 다양한 사람들 속에서 나를 성찰하며 새로운 나를 만들어갑니다.
-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들여다 보며 공동체의 가치를 회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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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티브 그룹 '건강한 에너지(GUN・E)' 🔍갤갤・🧠별샛별
delta.worlding@gmail.com
우리은행 126-549892-02-001 (후원)
네 번째 세계를 향해! 델타 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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